서장원, 「해변의 밤」 중에서


해변의 밤- 서장원

놀랍게도 개를 찾았다는 연락은 왔다.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하는 동안 수화기를 움켜잡고 있던 아내는, 전화를 끊고 나서 개를 찾은 것 같다고 내게 말했다. 개를 잃어버린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던 날이었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서랍에서 오만 원권 스무 장을 꺼내 흰 봉투에 담았다. 약속 장소는 읍내의 버스 정류장이었다. 나는 아내를 차에 태우고 그곳으로 갔다. 두터운 점퍼를 입은 남자가 개를 데리고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는 개를 내려다봤다. 깡마르고 더러운 개가 몸을 떨고 있었다. 연갈색 털이나 몸의 크기는 그럭저럭 비슷했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개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서 찾으셨습니까?”
“길바닥에 있습디다. 내가 찾았을 땐 이 모양이었어. 내가 뭘 한 게 아니라.”
남자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내는 무릎을 굽히고 개를 쓰다듬었지만 개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개를 찾아왔으니 돈을 달라고 했다. 아내가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남자에게 봉투를 건넸다. 남자는 봉투에서 돈을 꺼내 두 번 세고는 정류장을 떠났다. 아내는 개를 데리고 차로 들어갔다. 내가 운전석에 올라탔을 때, 아내는 동물병원부터 가자고 했다. 
“이젠 다 상관없어.”
뒷좌석에서 개를 어르며 아내는 그렇게 말했다. 

개가 없어졌던 밤, 아내는 침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위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잠겼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들었고 아내가 아들의 물건을 모아 놓은 방에 있음을 알았다. 새집에서 아들의 물건은 2층의 작은 방에 보관되었는데, 나도 아내도 그 방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들의 교복과 책가방, 좋아하던 축구선수의 포스터, 아끼던 축구화 따위에 대해서 나는 골똘해졌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아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동차 열쇠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읍내에 딱 한 군데 있는 편의점에 갈 작정이었다. 술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졌지만, 그래도 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차는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도로를 달렸다. 나는 액셀을 지그시 눌러밟았다. 이 모든 것이 정해진 수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개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온 것이 그때였다. 나는 차를 급히 멈추었다. 아들이 주워 왔던 바로 그 개가 도로를 벗어나 흙이 파헤쳐진 휴경지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개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개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유명한 축구선수 이름이었는데,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개가 들판을 달려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영원히, 라고 생각했다. 그 밤, 개를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작가 : 서장원
출전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다산북스, 2021) p.112-p.114

 

 

서장원 ┃「해변의 밤」을 배달하며

 

    사는 동안 뭔가를 잃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볼펜이나 메모지 같은 자잘한 것은 물론이고 시계나 지갑, 반지 같이 제법 의미 있는 물건도 종종 잃어버립니다. 신용카드나 노트북, 신분증 같이 분실하면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물건을 분실할 때도 있고요. 뭔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간혹 잃었다 여긴 것이 운 좋게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가방을 공원 벤치에 두고 온 걸 뒤늦게 깨닫고 달려갔는데,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때도 있고, 누군가 분실물 보관소에 맡겨주어 찾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잃어버린 모양이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 익숙한 장소에서 문득 눈에 띌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어떤 것은 한번 잃으면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음이나 관계가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잃는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렵고, 돌이킬 수 없어지고 나서야 영원히 그 사람을 잃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런 상실감은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후벼팝니다. 손 쓸 수 없으니 잃어버린 마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지요. 삶이 빠져나가듯 아팠던 마음이 다시 떠오르는 소설입니다.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서장원

출전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다산북스, 2021) p.112-p.114

책 소개 링크 : 다산북스 https://bit.ly/3bD56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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