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서장원, 「해변의 밤」 중에서

  • 작성일 2021-11-11


해변의 밤- 서장원

놀랍게도 개를 찾았다는 연락은 왔다. 아내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를 하는 동안 수화기를 움켜잡고 있던 아내는, 전화를 끊고 나서 개를 찾은 것 같다고 내게 말했다. 개를 잃어버린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던 날이었다. 나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 서랍에서 오만 원권 스무 장을 꺼내 흰 봉투에 담았다. 약속 장소는 읍내의 버스 정류장이었다. 나는 아내를 차에 태우고 그곳으로 갔다. 두터운 점퍼를 입은 남자가 개를 데리고 정류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는 개를 내려다봤다. 깡마르고 더러운 개가 몸을 떨고 있었다. 연갈색 털이나 몸의 크기는 그럭저럭 비슷했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개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서 찾으셨습니까?”
“길바닥에 있습디다. 내가 찾았을 땐 이 모양이었어. 내가 뭘 한 게 아니라.”
남자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내는 무릎을 굽히고 개를 쓰다듬었지만 개는 반응하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개를 찾아왔으니 돈을 달라고 했다. 아내가 나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남자에게 봉투를 건넸다. 남자는 봉투에서 돈을 꺼내 두 번 세고는 정류장을 떠났다. 아내는 개를 데리고 차로 들어갔다. 내가 운전석에 올라탔을 때, 아내는 동물병원부터 가자고 했다. 
“이젠 다 상관없어.”
뒷좌석에서 개를 어르며 아내는 그렇게 말했다. 

개가 없어졌던 밤, 아내는 침실로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위층에서 들려오는 발소리, 잠겼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들었고 아내가 아들의 물건을 모아 놓은 방에 있음을 알았다. 새집에서 아들의 물건은 2층의 작은 방에 보관되었는데, 나도 아내도 그 방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들의 교복과 책가방, 좋아하던 축구선수의 포스터, 아끼던 축구화 따위에 대해서 나는 골똘해졌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아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동차 열쇠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 읍내에 딱 한 군데 있는 편의점에 갈 작정이었다. 술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자 조금은 마음이 차분해졌지만, 그래도 술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차는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도로를 달렸다. 나는 액셀을 지그시 눌러밟았다. 이 모든 것이 정해진 수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개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로 뛰어 들어온 것이 그때였다. 나는 차를 급히 멈추었다. 아들이 주워 왔던 바로 그 개가 도로를 벗어나 흙이 파헤쳐진 휴경지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개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개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유명한 축구선수 이름이었는데, 하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개가 들판을 달려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영원히, 라고 생각했다. 그 밤, 개를 영원히 잃어버렸다고.

작가 : 서장원
출전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다산북스, 2021) p.112-p.114

 

 

서장원 ┃「해변의 밤」을 배달하며

 

    사는 동안 뭔가를 잃어본 적 있으실 겁니다. 볼펜이나 메모지 같은 자잘한 것은 물론이고 시계나 지갑, 반지 같이 제법 의미 있는 물건도 종종 잃어버립니다. 신용카드나 노트북, 신분증 같이 분실하면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물건을 분실할 때도 있고요. 뭔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간혹 잃었다 여긴 것이 운 좋게 다시 돌아오기도 합니다. 가방을 공원 벤치에 두고 온 걸 뒤늦게 깨닫고 달려갔는데, 다행히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을 때도 있고, 누군가 분실물 보관소에 맡겨주어 찾게 될 때도 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잃어버린 모양이다 생각했는데, 어느 날 익숙한 장소에서 문득 눈에 띌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어떤 것은 한번 잃으면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마음이나 관계가 그렇습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잃는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렵고, 돌이킬 수 없어지고 나서야 영원히 그 사람을 잃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런 상실감은 속수무책으로 마음을 후벼팝니다. 손 쓸 수 없으니 잃어버린 마음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지요. 삶이 빠져나가듯 아팠던 마음이 다시 떠오르는 소설입니다.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서장원

출전 :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다산북스, 2021) p.112-p.114

책 소개 링크 : 다산북스 https://bit.ly/3bD56xA

 

 

추천 콘텐츠

임철우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그리운 남쪽』 중 「봄날」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쓸쓸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젠 필요 없게 된 꽃다발을 껴안은 채 순임이는 발끝을 내려다보며 걸었고, 병기는 연신 담배 연기만 한숨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때마다 하얀 병원 건물의 벽에 무수히 뚫려 있는 유리창들이 마치 숱한 들짐승들의 눈알마냥 이쪽을 쏘아보고 있었다. 어디에 있느냐. 네 아우 아벨이 어디에 있느냐. 어느 흙더미 속에 산 채로 묻어 놓고 너 홀로 돌아오는 것이냐. 누군가가 등 뒤에서 그렇게 자꾸만 나를 불러대고 있었다. 상처 입은 한 마리 들짐승처럼 울부짖는 그 소리는 우리가 버리고 온 또 하나의 우리들의 부끄러운 아벨의 음성이었다. 우리는 다리에 다다랐다. 거기서부터 병원은 산자락에 가려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아래 개울에서 꼬마 아이들이 여럿 보여 웅성대고 있었다. 가방이며 신발을 모래밭에 벗어놓고 아이들은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건져내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는 걸음을 멈추었다. 수면 위로 희고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무수히 떠내려오고 있었다. 그것은 죽은 물고기들이었다. 겨우 엄지손가락 크기의 어린 물고기들을 손으로 건져내며 아이들은 키들키들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저 위쪽에서 어른들이 약을 풀었대요.” “뱀장어를 잡아요. 이만큼 큰 걸루만 많이 잡았대요.” 아이들이 우리를 올려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개울 상류 쪽에서 사내 둘이 팬티바람으로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아까 오던 길에 보았던 바로 그자들이었다. 우리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다리 아래 수면에 비치는 그림자를 내려다보았다. 거기, 자갈 박힌 푸른 하늘이 투명한 물밑에 깔려 있었고, 우리들의 얼굴 위로는 죽은 고기들이 허옇게 배를 드러낸 채 쉴 새 없이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언제쯤······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수면 위에서 병기의 얼굴이 말했다. “누구?” “상주 말이야.” “······” 그때 나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작은 붕어 하나가 꿈틀거리며 떠내려가고 있는 모습을 줄곧 지켜보고 있는 참이었다. 한동안 침묵이 끼어들었다. “근데 말야. 난 아직도 한 가지만은 모르겠거든. 정말 그날 새벽 죽임을 당하기 전에 명부가 녀석의 집을 찾아갔었을까······” 병기는 여전히 시선을 물 위에 던져둔 채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말예요. 그건 혹시 사실인지도 모르겠어요.” “뭐라구.&rd

  • 2025-05-22
유연희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일각고래의 뿔』

이건 뭐지? 백이 무언가를 골똘히 본다. 상아로 만든 보검 같다. 아 그거? 진열장 안의 장검 같은 상아를 보고 민혜가 반긴다. 그게 바로 일각고래의 뿔이야. 유니콘의 뿔이라고. 내일 데지마 상관에 가서 보려 했는데 여기도 있네. 그녀가 좋아라 한다. 술이 깨는 모양이다. 유니콘의 뿔? 나도 다가간다. 이거 엄청 비싼 거예요. 민혜가 속닥거린다. 일각고래의 뿔은 소문으로만 들었다. 정확히는 뿔이 아닌 이빨이지만, 북극에 사는 고래의 어금니가 상아처럼 길게 튀어나온 것이라고 했다. 북극 고래는 유빙을 뚫어 숨을 쉬고 먹이를 잡고 적을 물리치니 어금니를 작살처럼 변형시킨 것이란다. 뿔이 아니라 작살인데? 백이 주먹을 쥐었다 펴며 작살 잡는 시늉을 해 보인다. 정말 작살과 흡사하다. 포수들의 작살.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포수는 작살로 먹이를 잡고 경쟁자를 물리쳐 숨을 쉬니 작살이 맞다. 와, 손이 근질근질하네. 백이 작살의 손잡이 부분을 진열장 위에서 가늠하며, 꼭 맞네. 지난번에 내가 잃어버린 바로 그 작살이잖아, 하고 능청을 떨자 민혜가 받아준다. 그래? 그럼 이거 우리 거네? 우리가 가지고 가야겠네. 카운터의 주인이 여차하면 달려올 눈빛으로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이거 수컷이죠? 민혜가 불쑥 내게 묻는다. 작살을 맞고 도망 온 동족을 보고 고래들이 궁리했을 거예요. 우리도 이런 게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수컷의 이빨을 이렇게 단련시킨 거죠. 아주 오랫동안, 그야말로 이를 갈면서 말이에요. 암컷은 새끼를 잉태하고 종족을 보존해야 하니까 제외시킨 거고요. 과연 솔피 강의 동생다운 추리다. 내 이도 어딘가 근질거리는 것 같다. 더글더글. 나도 이를 갈아본다. 아래윗니가 잘 맞물리지 않는다. 그래도 계속 갈아본다. 고래도 손이 있으면 인간처럼 도구를 만들었을 거다. 손이 없으니 자신의 신체 중 가장 강한 이빨, 어금니에서 방법을 찾았을 것이다. 어머, 저거 좀 보세요. 민혜가 내 팔을 톡 친다. 진열장 속에 누워 있던 작살 뿔이 들썩거린다. 마치 내게 응답하는 듯이. 어? 백도 신기해한다. 카운터의 주인 여자가 바닥으로 스르르 내려앉은 게 그다음이다. 벽에 걸린 액자가 들썩이고 천장의 고래 모형도 부르르 몸을 떤다. 마치 오랜 잠에서 깨어나려는 것처럼. 지진이에요! 백의 외침에 민혜의 눈이 팽팽해진다. 아니다. 고래가 작살을 본뜬 게 아니고 인간이 일각 고래의 뿔을 보고 모방했을 거다. 아니면 각자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도구가 우연히 일치했거나. 백이 잽싸게 출입문 쪽으로 달아나고 민혜가 얼결에 따라가다 나를 돌아본다. 아아. 이빨 하나로 남은 고래야. 어찌하여 너는 지구 반대편의 이 먼 나라, 작은 항구까지 흘러와 뿔 하나로 이리 누웠느냐. 전생을 이빨 하나에 처연히 담고 말이다. 장생포의 작살잡이가 다리를 벌려 중심을 잡자, 발밑이 고래 등처럼 움찔거린다. 유연희, 『일각고래의 뿔』 (강출판사, 2022), pp.31~34

  • 2025-04-17
김성중 소설가의 목소리로 듣는 『화성의 아이』

나 같으면 하루도 못 견뎠을 것 같은데······ 털 달린 짐승이라면 질색이니까. 벼룩까지 있는 개라면 더 싫고 저 깡통 로봇은 한눈에 봐도 수명이 다 됐다. 그럼에도 내가 원하는 건 친근한 관계 속에 편안히 붙박여 자기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것. 나아가 하나의 육체에 고정되어 형식이 통일되는 것이다. 다시 몸을 갖춰서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다고?” 내 소망을 들은 마야가 의아스러운 듯이 되묻는다. “너는 줄곧 혼자 지냈고 지금은 몸도 사라져 사념체 같은 상태인데. 그런 채로도 지구에 가보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서 내 도움이 필요하고?” “그래.” ‘도움’이라는 말에 굴욕감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왜냐면 그게 우리 DNA에 새겨진 최종 명령이니까. 지구로 귀환하는 건 눈먼 동물의 본능 같은 거야.” 너무 대놓고 털어놓은 것 같아서 나는 좀 더 길게 덧붙였다. “게다가 지금은 분열 중인 세포처럼 불안정한 상태야. 줄곧 안정화의 방법을 찾았지만 요원했지. 난 시간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 외엔 할 줄 아는 게 없어. 시간의 바느질을 터득했기 때문인데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면 저절로 얻게 되는 능력이지. 내가 죽인 사람들, 그건 사실 죽인 게 아냐. 만화경을 돌려 패턴을 바꿔놓은 거지. 라포르투나호를 타고 온 사람들은 어차피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고 여기서 죽을 운명이야. 난 그들의 미래에 잔인한 이미지만 살짝 덧씌운 것이고. 네 친구들이 돌처럼 굳어 있는 것도 잠깐 시간을 정지 시켜놔서 그래. 똥을 바르던 남자는 지금쯤 악몽에서 깨어났을 거야.” “갑자기 왜 솔직해지는 건데?” “난 너무 약해서 이제는 기생물이 되는 도리밖에 없어. 네가 내 피난처가 되어주었으면 좋겠어.” “라이카는 벼룩을 네 마리 키워. 하지만 난 굳이······” “난 벼룩이 아냐! 네가 지구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내 도움이 필요할 거야.” “내가 왜 지구로 돌아가야 해? 여긴 가족과 친구가 있어. 키나 말을 들어보면 지구는 아주 형편없는 곳이던데 거길 뭐 하러 가?” 저 순진한 표정을 보니 잘만 구워삶으면 내 숙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면 너도 나처럼 여행자니까.” 네가 아는 모든 존재는 여행자고 너 또한 또 다른 세계와 모험을 갈망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네 몸에도 나와 같은 유랑 벽이 있을 거라고 덧붙이면서. “라이카는 열 살이 되기 전에 실험견으로 뽑혀 우주로 보내졌어. 데이모스는 지구에서 화성으로, 화성에서 위성으로, 위성에서 다시 화성으로

  • 2025-03-20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0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