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소리 제694회 : 1부 나희덕 시인 / 2부 남승원 평론가
- 작성일 2022-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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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소리 제694회 : 1부 나희덕 시인 / 2부 남승원 평론가
문학광장 〈문장의 소리〉는 2005년 시작된 인터넷 문학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560여명의 작가가 초대 손님으로 다녀갔습니다. 〈문장의 소리〉의 연출과 진행, 구성작가는 모두 현직 작가로 구성되어 있으며 2020년부터 소설가 최진영, 정선임 시인 박소란, 방수진이 함께 합니다. 지금까지의 방송은 문학광장 누리집과 유튜브,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ㅇ 스태프
연출박소란(시인)
진행최진영(소설가)
구성작가 방수진(시인)
구성작가 정선임(소설가)
ㅇ 코너
– 지금 만나요 :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 본업인 글쓰기 외에 전문가 못지않은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작가들의 취미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는 시간입니다.
● 오프닝 : 반칠환 시인의 시 「새해 첫 기적」 전문
● 로고송
● 1부 〈지금 만나요〉 / 나희덕 시인

나희덕 시인은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사라진 손바닥』, 『어두워진다는 것』,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임화예술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최근 시집 『가능주의자』를 출간하였다.
Q. DJ 최진영 : 최근 출간하신 시집 『가능주의자』는 시인님의 아홉 번째 시집인데요. 이번 시집을 엮으며 특히 염두에 두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A. 나희덕 시인 : 『파일명 서정시』를 내고 나서 제가 너무 어둡고 무겁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3년이 지난 지금도 현실의 고통이나 죽음은 여전해요. 팬데믹까지 와서 상황은 더 안 좋아졌다고 볼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의 풍경이 전 지구적 풍경이 되기도 했잖아요. 그런 사회적인 문제들에 대한 생각들도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면서 확장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고요. 제목에서도 느껴지시겠지만, 너무 어둡기보다는 절망 속에서 가능성이나 희망을 찾아보자는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Q. ‘시인의 말’을 쓰실 때 어떠셨나요?
A. 보통은 시집 낼 때 그때그때 쓰인 시들을 한꺼번에 놓고 객관적인 독자의 시선으로 읽으면서 자주 나오는 단어, 시어들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시집의 구성들을 생각하면 어렴풋한 지형도가 그려지거든요. 내가 어떻게, 무엇을 써야겠다는 걸 기획하거나 의도한다기보다는 그때그때 절실한 문제들을 써 가는데, 나중에 읽어 보니 피와 눈물 같은 단어가 너무 많이 나오고, 제 시집에 등장하는 존재들이 너무 힘들고 비탈진 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시인의 말’은 제일 마지막에 쓰는데, 많이 나오는 단어를 보니 BTS의 노래 〈피 땀 눈물(Blood Sweat & Tears)〉이 떠올랐어요. 대중문화 속 ‘피 땀 눈물’과 제 시 속 ‘피 땀 눈물’이 대척점에 있는 이미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대중문화 자체와 시가 대척점에 있기까지 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피 땀 눈물’이 핏기, 허기, 한기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시인은 어떤 대상을 머리로 인식하기 전에 감각으로 먼저 느끼는 것 같아요. ‘기’자로 끝나는 기운들이 시집 전체를 아우르는 감각이고 마음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수록 시 「거대한 빵」에는 ‘유구한 반죽 덕분에 발효와 부패 사이를 오가고 있습니다’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요. 시인님께 ‘세계의 암흑을 직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A.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빵, 파이라고 불리는 분배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는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잖아요. 우리 모두 자신이 먹는 빵 속에 갇힌 존재이며 먹고 살기 위해서 눈앞의 빵 조각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저는 빵 바깥에서 거대한 빵의 분배와 움직임을 생각해 보게 되었고요. 존재들의 근원이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것은 멈출 수 없고, 쉽게 변화시킬 수 없는 한계 지점이라는 걸 생각하면서 한쪽에서는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고, 그러나 아직은 먹을 만한 부분이 남아 있는 빵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빵이라는 게 꼭 필요한 것이면서 발효에 의한 것이잖아요. 적절하면 발효이고, 과해지면 부패가 되는 거죠. 결국 자본주의도 그렇고, 모든 체제가 그런 미묘한 분기점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 수록된 시 「누룩의 세계」도 그런 점에서는 이어져 있는 시라고 이야기할 수 있고요. ‘시인의 말’에서 ‘허기’라는 말에 주목했는데, 바로 그 배고픔과 이어져 있는 존재들과의 만남, 세계의 암흑이자 구체적인 상황들로 시에서는 변주되는 것이겠죠.
Q. 시집 『가능주의자』에서 사회적 참사와 숱한 아픔에 대한 시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어요. 사회적 참사나 역사적인 일들에 대해 시를 쓰실 때 어떠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A. 이전 시집인 『파일명 서정시』에서도 계속 써온 바가 있는데요. 사회적 재난이나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된 숱한 존재들에 대한 기억이나 애도, 일종의 재의 같은 것들을 작가들이 해나가고 있는 바가 있잖아요. 이전까지는 나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최대한 망자 또는 유족의 목소리를 그대로 시에 실어낸다는 느낌, 일종의 목소리라고 하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해진 것 같아요. 나의 판단이나 주장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목소리들에게 최대한 시의 자리를 내어 준다는 느낌인 것이죠. 마치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이 낯선 존재 앞에서 경청하며 대상의 말을 살려내는 느낌으로 시인으로서의 자리, 시적 태도 같은 것에 묻어나도록 시를 썼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내 말은 많이 줄고, 존재들의 말이 일종의 목소리의 형태로 텍스트에 많이 들어온 것 같아요.
Q.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가능주의자」라는 시에는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어보려 합니다’라는 구절이 등장하는데요. 시인님께 ‘가능한 일’은 무엇인가요?
A. 가능주의자를 잘못 읽으면 기능주의자로 많이들 읽으세요. 가능주의자라는 단어는 제가 만든 말입니다. ‘가능성’이라는 말에 ‘-주의자’를 붙인 거죠. 예전의 ‘-주의자’는 특별한 방향성이나 사상, 지향점이 명시가 되었죠. 그런 것이 도그마라던가 배타적인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능주의자라는 말은 보다 다양한 것들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불가능한 상황 속의 가능한 것들을 의도적으로라도 추구하고 싶고, 그러한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만든 말입니다.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이 『팩트풀니스(Factfulness)』라는 책에서 언급했던 ‘가능성 옹호론자’라는 말과는 명백히 다른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통계라던가 사실이라는 것이 누가 어떤 목적을 위해 선택한 것인지에 따라 객관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것들에 의거해 세상이 살만하다고 말하는 건 기존 체제를 정당화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그런 세상이 살만하다고 하는 말로 사람들에게 얼핏 치유와 희망을 주는 것 같지만, 그것이 시가 주는 어떤 희망과 가능성과는 다른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오히려 이 세상이 뭔가 잘못되고 있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야만 이 부정적 현실을 덮어두지 않고 계속 들추어냄으로써 직시하며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가능주의자는 비관적인 의미가 깔린 말이라고 할 수 있고요. 꿈 자체는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순결한 것이지만, 그것을 정말 현실로 만들 때 부단히 한계나 불가능성에 부딪히게 되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우리 세대는 그런 것을 이루어 나갈 때 전문성이라든지 윤리의식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하게 돼요.
● 2부 〈작가들의 수상한 취미생활〉/ 남승원 평론가

남승원 평론가는 201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Q. DJ 최진영 : 남승원 평론가님과 나눠볼 이야기는 ‘만화’입니다. 어떻게 만화에 빠지게 되셨나요?
A. 남승원 평론가 : 제가 누나가 둘이 있어요. 누나 둘끼리는 아주 친한데, 순정만화를 빌려 보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그런 누나들을 따라 순정만화를 보았고요. 제가 다니던 중학교 횡단보도 앞에 만화방이 있었는데, 수업이 끝나면 횡단보도 앞 만화방을 들러 한 시간 정도 만화를 보다가 집으로 갔고요. 그러다 보니 만화를 자연스럽게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시대가 변하면서 만화 양식에도 여러 변화가 생겼는데요. 남승원 평론가님께서는 다양한 형태의 만화들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A. 웹툰 같은 경우 장르만의 매력도 어느 정도는 있을 텐데, 일단은 모바일 기기로 보기에 편하다는 매력이 큰 것 같습니다. 그래픽노블 같은 경우 구매를 해서 보게 되는데, 책을 샀을 때 촉감에서 오는 만족감이 있기도 하고, 서재에 꽂아놨을 때의 만족감 같은 물성에서 오는 즐거움이 매력 같고요.
Q. 남승원 평론가님께서 좋아하시는 만화 형식은 무엇인가요?
A. 사실은 고정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웹툰은 일상적으로 보다 보니 계속 접하고, 책은 그래픽노블이나 만화책의 형태로 계속 접합니다. 어떤 한 가지의 형태를 고집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Q. 만화의 장르도 많은데요. 가장 좋아하시는 장르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A. 마찬가지로 장르를 고집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번에 섭외 연락을 받고 요일별로 보는 웹툰을 정리해보았는데, 제가 스포츠, 무협, 일상, 학원물 등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보더라고요. 정말 다양한 웹툰을 보고 있지만, 최근에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했고, 오랜 시간을 들여 보았던 웹툰은 ‘캐롯’이라는 작가님의 〈이토록 보통의〉라는 웹툰입니다.
Q. 평론가님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칠 만큼 좋아했던 작가분이 있으시다면?
A. 제 가치관 전체에 대한 영향을 주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연구나 공부에 있어서 항상 관심을 가졌던 주제가 ‘홀로코스트(Holocaust)’였는데요. 아트 슈피겔만(Art Spiegelman)의 『쥐(MAUS : A Survivor`s Tale)』는 퓰리처상을 받은 최초의 만화 작품인데요. 작가가 14년 동안인가 그린 만화예요. 작가분의 아버지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고요. 작가분의 아버지가 주인공으로 그려져 있는데요. 작품 속에서 유태인은 쥐로 그려집니다. 독일인은 고양이로 그려지고, 나치 독일에게 협력한 폴란드 같은 나라의 국민은 돼지 같은 동물로 그려집니다. 의인화가 너무 잘 되어 있고, 너무나 감동적이기도 했고요. 선한 유태인 같은 입장이 아닌, 일상을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관점이 균형 있게 그려져서 홀로코스트의 다른 면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었습니다.
문장의 소리 694회는 팟빵과 팟캐스트,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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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정리 : 강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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