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중에서
- 작성일 20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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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을 배달하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떤 사안이나 물건에 대해 마구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합니다. 혼자 불평을 늘어놓자니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고 미숙한 인간인 듯 민망하지만, 친구와 함께 불평을 쏟아내고 나면 유쾌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세상의 부당함에 의견의 일치를 본 기분이랄까요. 쓸데없는 불평 좀 그만하라거나 사사건건 트집 잡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아야 개선할 점도 보이고 더 나은 점도 찾을 수 있고 좋아하는 취향도 분명히 알게 되니까요. 묵묵히 참고 있는 게 오히려 마음의 힘을 앗아갈 때가 있습니다. 간혹은 사소해 보일지라도 죄다 말해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한바탕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고 나면 어쩐지 항상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뒤늦게 부끄럽고 머쓱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겠지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속엣말을 다 털어놓은 후라 마음의 질량이 다소 가벼워진 탓인지도 모르고요.
이 소설의 주인공 델라와 캐시가 남다른 주문으로 힘을 내는 손도끼를 찾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손도끼가 있을 겁니다. 마음으로 쥐고만 있어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분을 주는 것 말입니다. 여러분에게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게 무엇이든 마음에 다잡고 올 한해 힘차게 시작해 보세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제프리 유제니디스
출전 : 『불평꾼들』 (현대문학, 2021) p.41-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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