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 중에서


불평꾼들 중에서 - 제프리 유제니디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교외와 뉴햄프셔 시골에서 사는 자신들의 상황을 이누이트족 여자들의 실존적 곤경과 비교해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한 서로 비슷한 점이 실감 나기도 했다. 델라는 로비와 더 가까이 지내기 위해 콘투쿡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2년 뒤 로비는 델라를 남겨둔 채 뉴욕으로 가버렸고, 그녀는 어쩔 도리 없이 숲에 위치한 그 집에서 살아야 했다. 캐시가 일하던 서점은 문을 닫았다. 그녀는 집에서 파이를 구워 팔기 시작했다. 클라크는 은퇴했으며, 그러고 나서는 온종일 텔레비전 앞에 앉아 뉴스에 나오는 예쁜 기상 캐스터의 미모에 넋을 잃은 채 시간을 보내곤 했다. 몸에 꼭 맞는 화사한 색깔의 드레스를 입은 풍만한 기상 캐스터들은 마치 폭풍 전선을 흉내내는 것처럼 기상도 앞에서 너울거리듯 움직였다. 캐시의 네 아들은 모두 디트로이트를 떠났다. 그들은 산 너머 먼 곳에서 살았다. 
책 속에는 델라와 캐시가 특별히 좋아하는 삽화가 하나 있었다. 칙디야크가 손도끼를 던지려 하고 있고, 사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그림이었다. 그 삽화의 캡션은 이렇다. 우리는 다람쥐를 보면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손도끼로 다람쥐를 죽일 수 있다. 
그것이 그들의 표어가 되었다. 둘 중 하나가 풀이 죽어 있거나 어떤 문제에 부딪칠 때마다 다른 하나가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 손도끼를 사용할 때야.”
기죽지 말고 한번 해보자는 뜻이었다. 
그것은 그들이 이누이트 여자들과 공유한 또 다른 자질이었다. 부족 사람들이 칙디야크와 사를 남겨두고 떠난 것은 그들이 늙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들이 불평꾼들이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두 노파는 늘 자기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 투덜거렸던 것이다. 
종종 남편들은 아내들이 지나치게 불평을 해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불평이었다. 그것은 여자의 입을 다물게 하는 남자의 한 가지 방법이었다. 그렇다 해도 델라와 캐시는 자신의 불행이 얼마간 자기 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침울한 기분에 빠지고, 토라지곤 했던 것이다. 심지어 남편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기 일쑤였다. 남편이 희생하는 것을 보면 통쾌했다. 그들이 구원받으려면 이제는 예전의 그런 모습에서 탈피해야 할 터였다. 
불평을 하면 왜 그리 기분이 좋은 걸까? 마음이 편치 않은 두 사람이 마치 온천욕을 하고 상쾌하고 짜릿한 기분으로 탕에서 나오듯 서로 마음에 쌓인 찌끼를 탈탈 털어버리고 나오기 때문일까? 
델라와 캐시는 아주 오랫동안 「두 늙은 여자」에 대해 잊고 지내왔다. 이제 그들 중 한 사람이 그 책을 다시 읽을 것이고 열정을 되찾을 것이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에게도 다시 읽힐 것이다. 그 책은 그들이 즐겨 읽는 탐정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 같은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인생 매뉴얼에 더 가깝다. 그들에게 영감을 준다. 그들은 속물스러운 아들들이 그 책을 깎아내리는 것을 참고 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책을 옹호할 필요가 없다. 200만 부 판매! 기념판! 그것은 그들의 판단이 옳다는 충분한 증거이니까. 



작가 : 제프리 유제니디스
출전 : 『불평꾼들』 (현대문학, 2021)  p.41-p.43

 

 

제프리 유제니디스 ┃「불평꾼들」을 배달하며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어떤 사안이나 물건에 대해 마구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왠지 기분이 조금 나아지기도 합니다. 혼자 불평을 늘어놓자니 괜한 트집을 잡는 것 같고 미숙한 인간인 듯 민망하지만, 친구와 함께 불평을 쏟아내고 나면 유쾌한 마음이 들기도 해요. 세상의 부당함에 의견의 일치를 본 기분이랄까요. 쓸데없는 불평 좀 그만하라거나 사사건건 트집 잡지 말라는 충고를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아야 개선할 점도 보이고 더 나은 점도 찾을 수 있고 좋아하는 취향도 분명히 알게 되니까요. 묵묵히 참고 있는 게 오히려 마음의 힘을 앗아갈 때가 있습니다. 간혹은 사소해 보일지라도 죄다 말해 버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한바탕 불평과 불만을 털어놓고 나면 어쩐지 항상 시원한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뒤늦게 부끄럽고 머쓱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겠지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속엣말을 다 털어놓은 후라 마음의 질량이 다소 가벼워진 탓인지도 모르고요.
이 소설의 주인공 델라와 캐시가 남다른 주문으로 힘을 내는 손도끼를 찾는 것처럼, 우리에게도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손도끼가 있을 겁니다. 마음으로 쥐고만 있어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기분을 주는 것 말입니다. 여러분에게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게 무엇이든 마음에 다잡고 올 한해 힘차게 시작해 보세요.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제프리 유제니디스

출전 : 『불평꾼들』 (현대문학, 2021) p.41-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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