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獄少女(지옥소녀)」- 무수한
- 작성자 곰삭은수숫대
- 작성일 2006-07-13
- 좋아요 0
- 댓글수 2
- 조회수 561
「地獄少女(지옥소녀)」- 무수한 인연이 얽힌 인간의 세상에서 복수의 정당성을 묻는다.
「지옥소녀」는 총 26화로 구성된 애니메이션이며 인간의 원한과 복수, 그 결과 및 복수의 정당성을 다룬다. 「지옥소녀」는 크게 세 가지 플롯이 동시에 얽히며 진행되는데, 첫 번째는 의뢰를 받으면 그 대상을 지옥으로 보내는 지옥통신과 그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 두 번째는 지옥소녀 엔마 아이의 정체, 그리고 세 번째는 지옥소녀를 집요하게 쫓는 프리랜서 시바타 하지메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옥소녀」는 전체적으로 피카레스크 식 구성을 취하고 있어, 원한을 품은 사람이 오전 0시에 지옥통신에 접속하면 지옥소녀가 나타나 원한을 풀어준다는 패턴으로 매 화가 진행된다.
「지옥소녀」는 매 화 ‘인간 세상은 인연이며, 묶인 실에 휘감긴 약하고 가련한 피안화’라는 대사로 시작한다. 인연으로 짜인 인간 세상과 가련한 인간의 운명,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의 주요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한둘쯤은 없어져 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지만 사회의 질서 때문에 대부분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개중에 마음의 균형을 도저히 유지할 수 없고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할 상황에 몰린 사람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옥통신에 접속한다. 지옥소녀에게서 검은 짚단 인형을 받아 목에 묶인 붉은 실을 풀면 원한을 품게 한 사람은 지옥으로 끌려가는데 대신 저주한 사람도 죽은 후에 지옥에 끌려가게 된다. 원한을 푼 사람에게는 평온한 일상이 찾아온다. 하지만, 죽은 후에 지옥에 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증표가 가슴의 낙인이다. 결국, 원한을 풀지 못한 채 살아도 지옥, 원한을 풀고 나서도 죽어서는 지옥이기에 인간 세상은 인연이며 실에 휘감긴 피안화일 수밖에 없다.
또한 「지옥소녀」의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누군가와 제대로 상담조차 하지 않은 채 너무 쉽게 실을 푼다. 지옥행이 정말 무서운 일이라면 실을 풀 것인지 말 것인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그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발을 동동 구르며 바라보기만 있다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면 지옥소녀를 부르고 인형의 실을 푼다. 그들이 막다른 상황에 몰린 것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해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지 않는 것은 명백히 그들의 잘못이다. 이는 차선책을 찾기보다는 최선책만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1화에서 학급 모금을 모은 돈 봉투를 잃어버린 소녀의 경우 바로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었고, 조금 지나서도 그녀를 믿어 주는 어머니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자신의 자존심이나 부끄러움 때문에 주저하는 것도 정도가 지나치다. 그런 것까지 지킬 수 있는 최선책은 없다. 다만, 무언가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차선책이 있을 뿐이다. 말 몇 마디로 쉽게 풀렸을 일들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결국 지옥소녀에게 도움을 청해 사후 지옥행이 확정되는 많은 등장인물을 보며, 인간의 약함을 느끼고 또다시 실에 휘감긴 가련한 피안화가 떠오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은 이렇게 가련한 인간의 운명을 그리면서 한편으로는 복수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지옥소녀를 끈질기게 쫓는 시바타 하지메의 딸 츠구미는 지옥소녀의 복수는 악인을 대상으로 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므로 정당하다고 말한다. 그 말도 조금은 일리가 있다. 지옥행은 악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내려지는 징벌의 의미가 있다. 지옥소녀에 의해 지옥에 끌려간 사람들 중 대부분이 지옥에 끌려갈 만큼 나쁜 일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3화에서 착하게만 산 간호사 사쿠라기 카나코가 아무 죄도 없이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원한을 사 지옥으로 끌려가는 것을 보고 츠구미의 생각은 흔들린다. 복수의 정당성을 흔드는 것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자식이 자신을 위해 복수를 하고서 평생 사후 지옥행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살기를 원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아니 적어도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복수한다고 해도 죽은 다음 지옥에 가야 한다면 그 생활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깨진 가정의 평화 때문에 복수해봤자 한 번 생긴 상처를 없앨 수는 없다. 죽은 사람을 위해서 복수한다고 해도 죽은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게다가 죽은 자가 복수를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바타 하지메는 ‘복수는 무의미하다’고 외친다.
또한, 복수는 복수를 낳을 뿐이다. 복수로 피해를 본 사람에서 또다시 원한이 생겨나고 끝없이 소용돌이치는 원한은 도무지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26화에서 지옥소녀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인간의 원한과 저주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가 섬뜩할 정도로 무섭게 펼쳐진다. 엔마 아이는 400년 전 산신의 공물로 바쳐졌으나 소꿉친구 센타로의 도움으로 마을의 관례를 깨고 살아남았다. 그러나 6년 후 아이는 발각되어 아이와 그녀의 가족이 모두 생매장당하게 되고, 더군다나 아이 가족을 센타로가 묻게 된다. 센타로는 마을 사람들의 협박에 못 이겨 흙을 한 삽 떠 넣고 마는데, 이를 본 아이는 센타로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마을 사람들 모두를 저주하고 귀신이 되어 마을을 전부 불태워버린다. 이 때 센타로만이 마을을 간신히 빠져나와 살아남고 나중에 그녀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짓는다. 그러나 아이의 센타로에 대한 오해는 풀리지 않고 있던 차에 하지메가 지옥소녀를 결국 만나게 되고, 하지메가 센타로의 자손인 것을 알게 된 아이는 하지메를 죽이려 한다. 400년을 뛰어넘어 복수를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는 하지메를 죽이지 않는다. 하지메와 츠구미의 설명을 듣고 센타로에 대한 오해를 푼 것이다. 그녀가 복수를 했더라면 그녀 자신이 지옥에 끌려가는 것은 물론 츠구미에게도 원한이 생겨 복수가 끝없이 계속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센타로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었고, 원한이 사라지면서 그녀의 복수에 대한 끈질긴 집념도 끝을 맺는다.
앞으로도 이 세상에서 원한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옥통신에 많은 사람이 접속할 것이다. 복수의 무의미함은 이미 증명되었다. 안타깝게도 지옥소녀는 의뢰인들에게 그것을 가르쳐줄 수 없으며, 오직 복수만을 할 수 있다. 지옥소녀의 임무는 그녀가 죄를 씻기 위해서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라 하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그녀는 그저 사람들이 서로 지옥에 보내는 것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원한에 속박된 지 400년, 복수밖에 할 수 없는 그녀의 붉은 두 눈이 애달프다. 그녀를 해방할 수 있는 것은 단 한 가지, 이 세상에서 원한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얽매는 불합리와 거기서 비롯되는 증오와 아픔, 그리고 원한은 사라질 기미가 없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불합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고통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인권의 사각 지대는 외국인 노동자, 장애우, 성매매 여성 등 아파하는 사람들로 오늘도 북적댄다. 원한이 없는 세상, 아무도 고통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인 유토피아로 가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그렇다 해도 언젠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기에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 희망이 헛된 희망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천 콘텐츠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또한 복수심의 무의미함에 대한 깨달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점에서 읽는 보람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는 삶들의 예를 간략히 들어주며 고통어린 삶들이 지닐지도 모를 원한의 감정을 걱정하는 아름다운 마음도 잘 느낄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단순한 흥미로만 그치지 않고, 삶의 이야기에 적용시키며 사유해 보는 습관은 매우 소중합니다. 그런 사유의 노력이 세상을 좀더 아름답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터이니까요. 좋은 글 더욱 자주 보길 빕니다.
「地獄少女(지옥소녀)」- 이 작품을 나는 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굉장히 장대한 줄거리를 수백년의 시간적 배경과 함께 풀어나가면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형식의 이야기로 짜여진 것 같군요. 우선 이처럼 기다란 길이의 작품을 요령있게 요약하여 이 작품을 처음 대하는 독자에게 친절하게 소개하여 주려는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긴 줄거리를 통해 읽는 즐거움은 계속되는 복수에 따른 긴장감의 연속, 사건의 결말과 해결 방식에 대해 추론하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