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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형극은 끝이 났는가,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 비평

  • 작성자 몽포르
  • 작성일 2009-07-31
  • 조회수 886

나의 인형극은 끝이 났는가

 

 

 

누구나 가끔씩은 자신의 고된 처지를 곱씹으며 깊은 회의에 빠진다. 그리고 그로인한 상념들은 필연적으로 무언의 고통을 수반한다. 총천연색인 인생과 마주했을 때 스스로 담담해질 수 있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바래왔던 이상과 꿈에 어긋나는 삶이란 실로 잔인하고 지독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불일치성이 안기는 괴리감은 결국 고통으로 치환되고 결국엔 인생에 대한 회의로까지 직결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때때로 한숨을 내쉬거나 자조적인 웃음을 띠며 스스로를 달랜다. 그저 벗어날 수없는 현실과 타협하며 자기 위안을 일삼는 것이다. 허나 마음 한편에선 그와는 다른 종류의 감정이 복잡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 일탈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크레이그는 인형사이지만 워낙에 돈벌이가 안 되는 직업인 터라 가족조차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가장이다. 결국 그는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잠시 자신의 생업을 접어두고 새로이 취업을 하기에 이르는데 어렵사리 입사한 바로 그 회사에서 두 가지 중대한 발견을 하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부인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섹스어필을 해오는 동료 여직원이고 두 번째로는 타자의 의식 속에 스며들 수 있게 해주는, 회사의 서류 창고 뒤에 쳐 박혀있던 괴이하고도 수상한 통로이다. 이 마법의 통로를 지나는 사람은 ‘존 말코비치’란 한 중년 영화배우와 일체화되어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크레이그는 이 놀라운 경험을 상업적인 수단으로 이용하여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린다. 게다가 자신의 동료 여직원을 사업 파트너로 끌어들여 유혹하려까지 들지만 외려 자신의 부인이 ‘존 말코비치’의 탈을 뒤집어쓰고 그녀를 가로채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면서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극도로 초현실적이다. 존 말코비치의 의식과 맞닿아있는 통로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등장하는 토끼 굴을 연상시키고 그와 연관된 모든 상황들이 현실 속에서는 전혀 있을 법하지 않은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허나 우리는 이 역설적인 상황의 편린 속에서 한 가지 공통된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일탈이다. 영화 속의 이야기는 바로 이 소재를 중점으로 하여 우리들 현실과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져 있다. 크레이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구지 존 말코비치란 인물에 집착하는 이유는 바로 현실 속에서 도피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에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조건적 불합리성에 의하여 현실 속에서 이뤄낼 수없는 갖가지 소망들을 존 말코비치란 인물이 됨으로써 실현하고자 한다. 즉 간접적으로나마 이상적인 삶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크레이그와 그의 부인은 동료 여직원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위해 존 말코비치가 되고자 한다. 심지어 크레이그는 더 나아가 존 말코비치의 유명세를 이용하여 자신의 인형사로서의 재능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한다. 허나 존 말코비치란 피상적인 대상은 결코 그들의 이상을 실현시켜 줄 수 없다. 그의 의식을 지배함으로써 실현시킨 이상은 결국 존 말코비치라는 타자가 대신 거두어준 일시적 성과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완전성에 도달한 것 마냥 흉내를 낸 것이다.



이렇듯 때때로 일탈은 굉장히 그로테스크한 면을 드러낸다.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성마저 함부로 지워버리는 행위는 이미 일탈을 넘어선 집착이 된다. 설사 자신이 누리고자 하는 만족감이 허상뿐일지라 하더라도 힘들고 고된 일상보다야 나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현실을 등한시하고 그것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친다. 이러한 집착적 일탈에서 파생된 것이 바로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오타쿠 문화다. 그러한 병리적 문화권을 형성하는 인물들은 대개 현실을 추악한 형태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것과는 대비되는 환상적인 세계, 즉 애니메이션과 같은 쾌락주의적인 매체에 자신을 투영시키는 것이다. 물론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 취향의 문제지만 그 속에서 구현된 인공적 세계관을 현실과 혼동하고 지리멸렬한 자아를 성립하게 될 때 그것은 비로소 문제가 된다. 크레이그를 비롯한 영화 속 인물들은 이와 비슷한 종류의 우를 범하고 있다. 그들은 존 말코비치란 공통 이데아를 정해놓고 그것을 자신의 현실과 맞바꾸려 한다. 그들에게 있어서 집착적 일탈은 이런 식으로 성립된다. 결국 그들 모두가 일종의 오타쿠들인 셈이다. 영화 속의 초현실적인 풍경들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들과 같이 가상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에 대한 간접적 환기일지 모른다.



크레이그의 부인과 동료 여직원은 결국 존 말코비치가 가져다주는 환영 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진다. 그들은 자신들을 제약하는 허상의 틀을 깨고 현실의 삶에 충실하기를 선택했다. 반면 크레이그는 여전히 자신의 현실을 부정한 채 다시 한 번 존 말코비치의 의식 속에 스며든다. 그리고 결국 그를 통제하지 못하고 영원히 그 속에 갇혀버린다. 한 때 그가 무대 위에서 부렸던 인형들과 같은 처지에 놓여버린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허상에 집착하게 되면 될수록 허상은 자신의 몸을 불려 결국 인간 자체를 잠식해버리고 만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 총천연색의 고통이 견디기 힘들다하여 그것으로부터 멀리 도망치며 맹목적인 일탈만을 감행하는 것은 실상 무의미한 행동이다. 개인이 현실을 의식하거나 말거나 현실은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실재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들은 스스로에게 한 번쯤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의 인형극은 끝이 났는가?

몽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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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비평은 읽는이가 읽는순간 실재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서도 이해할수있는 글이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마치 영화를 제가 직접 보는 듯 하네요. 좋은글 잘 읽고갑니다.

    • 2009-08-06 12:49:5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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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감사합니다. 보시다시피 맞춤법조차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부족한 글인데요. 그래도 관심을 주시니 기분은 좋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2009-08-05 15:30:2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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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블랙피에로 님 비평글은 항상 명확하고 통쾌하더군요. 가입하기 전부터 흥미가 있었어요.

    • 2009-08-05 10:36:1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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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글의 관점과 글을 풀어나가는 서술능력은 훌륭하다고 칭찬할 만합니다만, 간단한 문장에서도 조금씩 옥의 티가 보이는군요. 앞의 글에서도 보였지만 그냥 넘어간 지적이었는데. ''구지 존 말코비치란 인물에 집착하는 이유는''라는 예문 중에서 ''굳이''라는 어법을 [구지]라는 구개음화 소리값으로 그대로 표기하는 습관에 주의를 하기 바랍니다.

    • 2009-08-03 13:30:03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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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고통스런 삶의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 살아가야 하는 까닭에 관한 자기주장이 분명하게 드러나서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감독을 소망하는 블랙피에로님의 노력을 좀더 구체화해가는 과정을 좀더 탄탄해 해주는 글이라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열심히 보고 분석하고, 자신의 입장을 세워 좋은 산출물도 생기길 기대합니다.

    • 2009-08-03 13:27:34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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