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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셉션」을 보고

  • 작성자 silmshady
  • 작성일 2010-08-18
  • 조회수 1,838

2010-08-15

미국 Christopher Johnathan James Nolan 作

(영화) 「인셉션」을 보고

 

관객들의 인셉션

 

   오랜만에 혼자 영화를 보러갔다. 별다른 감흥은 없었고, 버터구이 오징어와 콜라 둘 중에 무엇을 먹을까, 간단한 고민 정도만 하고 바로 상영관으로 갔다. 영화관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광고들은 정말 자극적이고 세련되었다는 점이다. 사회의 가장 최첨단에 반응하고, 움직이는 영화관이 우리 문화의 현 시점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광고 속에 나오는 댄스가수들은 선정적인 춤을 추었고, 최신형 핸드폰과 자동차가 나오는 짤막한 광고에서 우리 시대를 뒤덮고 있는 ‘디지털’을 제대로 경험하였다. 어쨌든 영화는 시작되었다.

   나는 SF장르를 좋아하고, 그것을 즐겨보는 편이다.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SF만의 특징은 나에게 항상 새로운 질문거리를 던지기 때문이다. 그것은 인류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이다. 가령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로 각색되어 만들어진 유명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안드로이드인 여자와 인간 남자가 성교를 하는 장면이 나와 있는데, 문제는 인간이 ‘로봇’에게도 사랑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SF영화 「가타카」는 우월한 유전자가 권력이 되고, 자격이 되는 미래사회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인 남자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자신의 동생과는 달리 열등한 유전자 때문에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지 못하는 부조리를 겪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의 우열에 의해 평생 할 일이 가려지고 직업이 가려지고 사회적 지위가 정해지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가타카」는 인간 본질의 문제도 물론 제기하고 있지만 좋은 유전자가 권력이 되는 미래사회를 암시하거나 경고하는 메시지가 조금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이처럼 많은 SF영화들은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건, 사회건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들을 가지고 있다.

   「인셉션」은 위에 나열한 두 작품보다 조금 더 복잡한 작품이었다. 실제로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몇몇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평소 영화 리뷰나 후기, 작품 해설 등을 잘 보는 편이어서 네이버에 나와 있는 인셉션 영화 리뷰를 참고하였다. 글을 읽어보니 실제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얼마나 많은 생각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 있었고, 영화 곳곳에 나타나는 다중적 행위에 대한 참고도 될 수 있었다. 영화는 하나로 정의될 수 없는 특성을 가졌다. 이런 의미에서 영화의 결말은 충분히 이해된다. 결말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이 꿈과 현실을 구별할 수 있도록 항상 가지고 다니는 토템이 계속 돌까, 아니면 멈출까, 하는데 관심이 집중된다. 하지만 토템은 쓰러질 듯 휘청거리지만 결코 쓰러지지 않고 영화는 끝난다. 주인공이 아이들과 재회하는 장면이 꿈인지, 실재인지 밝혀지지 않은 채 영화가 끝나버리는 것이다. 열린 결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와 비슷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장면들이 영화 곳곳에 산재해 있어서 영화를 처음 보는 관객들이라면 헷갈려할 소지가 다분하다.

   영화는 꿈을 이야기한다. 상대방의 꿈에 들어가서 중요한 정보를 빼내고, 생각까지 심어줄 수 있는 기술과 그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추출자’까지 생겨난 미래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내가 경험한 SF장르 중에서 적어도 ‘꿈’과 ‘무의식’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품은 없었다. 사실, 꿈과 무의식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전문성을 요하는 주제들이다. 미래사회에서 꿈과 무의식은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영화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꿈을 꿈으로써 무의식으로 들어가고, ‘신’이 되어 자신만의 무의식 세계를 창조한다. 건물들을 세우고, 그 건물들을 파괴하거나 구부릴 권리도 자신이 가지고 있다. 타인과 무의식을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미래사회에서, 영화에서 나오는 ‘추출자’들이 비단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꿈을 만들고, 조작하는 기계가 탄생한다면 그것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것으로 인해서 자신의 꿈을 조작당하거나 원치 않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생겨날 수 있다. 「인셉션」은 그런 사회를 그리고 있다.

   애초부터 꿈이라는 것은 현실/가상의 대결이다. 꿈과 현실이 혼돈되는 「인셉션」의 세계는 그 설정 자체부터 철학적 의미가 다분하다. 장 보드리야드의 시뮬라르크 이론처럼 이 세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이 세계가 현실이 아닌 꿈일 수도 있다고 관객들에게 끊임없이 암시한다. 그것에 「인셉션」의 주제가 있고 메시지가 있다.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만큼 인물들이 펼쳐나가는 스토리나, 영웅 주의적 주인공의 색채까지, 진부하다면 진부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건을 이루는 설정은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작품이 애초부터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것에 작품 끝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4개의 차원으로 분리되는 꿈속에서 인물들은 깨어나지 못하고 그 세계를 창조하거나 외부의 힘에 의해서 ‘킥’해진다. 작품 속에서 경쟁 기업의 후계자의 생각을 바꾸어 경쟁 기업을 분할시킨다는 사건보다는 꿈에 대한 설정. 예를 들어 무의식의 가장 깊은 곳까지 도달하게 되면, 인간은 신이 되어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할 수 있고, 그 세계에서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하는 ‘림보’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설정은 할리우드에서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액션이 곳곳에 가미된 스토리보다 보는 사람들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된다.

   누군가는 네이버 영화 리뷰를 너무 믿지 말라고 했지만, 그 리뷰가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면 나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리뷰를 쭉 읽어나가다가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바로 이 영화 자체가 놀란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인셉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무의식이 영화 내용 자체와 엔딩에 대해서 이질감을 느끼고 방어기재가 발동되어 끊임없이 생각하고 토론하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 전체의 거대한 꿈은 엔딩 스크롤이 끝나는 순간, '킥'의 전주로서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깨어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놀란 감독의 거대한 꿈에 빠져 ‘인셉션’을 당하고, 마지막 순간 '킥'으로 깨어나며 영화관 밖을 나서게 되는 셈이다. 그리고 아직도 생각에 잠겨 혼란스러워 하는 당신은 여전히 놀란 감독의 꿈속에 깊게 잠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 영화가 주장했던 사상이나 메시지들이 영화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도 계속 관객들에게 생각하도록 강요하는 영화를 말하는 것이다. 영화의 메시지가 영화 안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차, 3차까지 번져서 관객 스스로 세상에 대해 질문하게 만드는 영화. 이런 영화가 철학적이고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본 「인셉션」도 그런 영화 중 하나였다. 실재로 영화가 끝나고 나서 현대백화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쇼핑몰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거대한 전광판에서 화려한 메이커 광고들이 번쩍거리는 것을 보고 ‘이 세계가 정말 진짜일까?’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러한 철학적 질문들(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짜인가)이 떠오를 때마다 그것의 진짜/가짜 구별을 해서 무슨 소용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하였다. 왜 사람들은 ‘진짜’에 그렇게 목매다는 것일까? 진짜와 완전히 똑같은 가짜에 살고 있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어쨌든 진짜에 사나 가짜에 사나 상태는 변화하지 않을 것인데 무엇이 문제인가. 하지만 분명히 그 둘을 구별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수많은 논의가 되어왔고 예술로도 만들어져 다시 한 번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리라. 나는 지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던져준 ‘인셉션’을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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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영화 감상 잘 읽었어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지요. 그런데 앞에서 블레이드러너나 가타카를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 의미가 뒤에서도 잘 연결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2010-08-24 17:18:4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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