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일 포스티노'를 보고
- 작성자 문성
- 작성일 2011-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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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913
시인이 되어간다는 것, 내 안의 네루다를 찾아서
<영화 'Il Postino' 를 보고>
소중한 책으로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시인(혹은 작가)이 될 수 있을까? 습작기에 있는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자신에게 이 질문을 던져보지 않은 날이 없을 것이다. 또한 자신은 시인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절망한 적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절망 끝에서도 우리는 펜을 잡는다. 계속 고민하고 쓰다보면 어느 순간 남들이 우리를 시인이라고 불러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 속 마리오를 보며 내 믿음이 언젠가는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배운 것 없고 그저 시간만 보내며 살던 그가, 시인이 될 수 있었던 유일한 거름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사유와 진정성 뿐 이었다. 그 거름에 씨를 뿌린 사람이 바로 파블로 네루다였다. 네루다가 뿌린 씨앗들이 땅으로 고개를 내민 것은 아마 마리오가 자신이 산 네루다의 시집에 싸인을 받기 위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던 때부터 였을거라 생각한다. 마리오는 단지 싸인을 받기 위한 말이 아닌, 싸인을 받음으로써 생기는 진실된 느낌에 대해 생각한다. 이에 대한 깊은 사유가 없이는 '서명을 해주십시오' 가 아닌 '소중한 책으로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라는 말이 나올 수 없었을 것 이다. 단지 행동이 아닌 그 행동 속에서의 의미를 찾는 것, 마리오는 이미 이때부터 시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늘이 운다. 그래서 비가 내렸다.
안타까운 말이지만 진심 하나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그 점은 시에서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인들은 진심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법에 대해 생각했다. 거기서 나온 것들이 은유나 상징 같은 표현기법들일 것이다. 우리도 시에서 은유이니 상징이니 하는 표현들을 사용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들이 은유인지 상징인지 사용하면서도 알지 못한다. 모름지기 진실된 느낌이란 '배가 단어들로 튕겨지듯' 어느 한순간에 찾아오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이 말은 진정성이라는 거름이 없이는 은유라는 꽃을 아름답게 피울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작위적이고 가식적인 것들을 용납해줄만큼 시는 관대하지 않다는 걸 깨우쳐준다. 마리오 역시 그랬다. 해변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사용하지만, 정작 은유를 한 본인은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그랬기에 그 은유는 마리오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나타낼 수 있었다. 고로 하나의 시가 될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쓴 글 외의 말로는 내 시를 설명할 수 없네 - 파블로 네루다
영화 중 파블로 네루다는 위와 같은 말을 한다. 나도 글을 쓰는 사람으로써 저 말에 엄청 동감했다. 시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은 설명이 아니라 그 감정을 직접 체험해보는 것 이라는 말은 틀림이 없다. 이 말을 뒤집어서 해석하면 감정을 직접 체험해보지 못하면 시를 쓸 수 없다는 새로운 명제가 도출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는 없다. 고로 직접 느끼지 않은 채 그저 '~일 것 같아서' 라는 모호한 감정으로 시를 쓸 경우 그것은 감동을 주는 시가 될 수 없다는 말인 것 이다. 습작기에 있는 우리는 이 말들을 명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 여러 삶들을 체험해보아야 하고, 자기 자신을 남에 비추어 보는 것, 즉 '자신에 대한 객관화'와 '자신을 타자화' 시킬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Q:마리오, 이 섬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말해보게
A:베아트리체 루소
'진심이 곧 답이다' 라는 어느 아파트 회사의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아름답게, 그러나 그 본질은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시인이 아닐까? 그물 하나를 봐도 '서글프다' 라는 감정으로 자신의 삶을 비출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시인이 아닐까? 녹음기에 세상을, 자신의 삶을 녹음하던 마리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모습 자체로서 그는 이미 하나의 시가 되었으리라.
첫 줄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질문을 했었다. 이제 그 답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시인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 고민을 풀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시이고, 그 과정을 겪는 사람이 곧 시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해변을 거니는 마리오의 모습이 내 머릿속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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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글쓰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한다는 말씀~그 고민들이 후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꼭 믿고 응원 합니다.
잘 읽었어요. 고민하는 사람이 곧 시인이라는 말이 인상적이군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원작 영화군요 ㅎ 저도 봤어요 책이랑 둘 다 ㅎㅎ. 저는 영화보단 책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책에서는 작가의 세련된 문체가 네루다와 마리오의 이야기 만큼 맛깔나는 요소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