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성격 습관 그리고 건망증

  • 작성자 빵우
  • 작성일 2006-06-16
  • 조회수 580

 

 “야, 김영우! 화장지 가져와!”

 어제, 저녁을 먹고 나서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고 있는데 아버지의 성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아까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다 쓴 화장지를 갈아 끼워놓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지께서 화장지를 갈아 끼우실 때마다, 빈껍데기만 남아있는 화장지걸이를 코앞에 들이대며 이를 악물고 강조하시던 잔소리를 오늘 또 듣게 되었다.

 “야, 인마! 너 도대체 왜 그래? 화장지를 다 썼으면 새로 갈아 놓아야 할 거 아냐? 너만 편하면 다야? 다른 사람 생각도 해줘야지, 안 그래?”

 “아까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땐 그 생각만 했었는데, 밖에 나와서 그만 깜빡 했어요. 다음부턴 잊지 않고 꼭 갈아 놓을게요.”

 “어떻게? 말로만? 너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냐? 넌 인마, 정신 상태가 썩어서 그래.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고…”

 ‘아니? 그깟 화장지 하나 갈아 끼우지 않은 일 가지고 너무 심하신 거 아냐? 무슨 정신 상태가 썩었다느니,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느니… 이런 얘기가 여기서 왜 나오는 거냐고!’

 난 속으론 투덜거리면서도 겉으로는 머리를 조아리며 “다음부턴 까먹지 않겠습니다!”라고 잘못을 빌었다. 그동안 똑같은 실수를 여러 번 되풀이 해왔기 때문이다.


 나는 좀 덜렁대는 성격이다. 아니, ‘좀’이 아니라 엄청 많이 덜렁댄다. 어렸을 적부터, 난 학용품이나 소지품을 잃어버리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연필, 지우개, 자, 크레파스 등, 학용품을 잃어버리는 건 기본이었고, 돈, 우산, 실내화 등을 잃어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입고 있던 옷까지 학교 교실이나 운동장에 벗어놓고 오기가 일쑤였다. 그런 나를, 오늘날 이만큼이나 꼼꼼한 아이로 만들어 놓으신 분이 바로 우리 아버지이시다. 아버지는 나의 소지품이나 학용품마다 일일이 이름을 써주셨고, 내가 물건들을 잃어버릴 때마다 호되게 야단을 치셨다. 나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똑똑한(?) 아이로 변해갔다. 그래서 요즘엔 자기 소지품쯤은 제법 챙길 줄 아는 청소년으로 자랐고, 내 주변의 또래친구들에 비해 침착하단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내 스스로의 결과물에 비추어, 한 사람의 행동양식은 그 사람의 습관(버릇)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습관과 버릇은 비슷하게 쓰이는 낱말이다. 그리고 두 낱말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 비교해보면, 그 의미 또한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순수한 우리말인 ‘버릇’보다는, ‘습관(習慣)’이란 한자어가 더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습관이란 낱말은 좋은 쪽에, 버릇이란 낱말은 나쁜 쪽에 많이 쓰인다. 그건 아마도 버릇이란 낱말이, ‘윗사람에 대하여 지켜야 할 예의’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허허~ 그놈 참 버릇없는 놈일세!”라는 말처럼 부정적인 표현으로 많이 쓰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습관이란 참으로 무서운 것 같다. 그 사람의 행동양식을 일정한 틀로 고정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그 사람의 몸에 밸 정도로 습관화가 되면 그 다음부턴 바꾸거나 고치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아버지께선 이상한 습관을 갖고 계신다. 세수를 하거나 머리를 감으실 때,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욕실 바닥에다 놓고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하신다. 다리는 엉거주춤 벌리고 엉덩이는 하늘을 찌를 듯 엎어져서 세수하시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안쓰러울 정도다. 편하게 서서 닦을 수 있는 세면대를 놔두고 왜 저런 고생을 사서 하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하루는 아버지께 그 이유를 여쭤보았더니, “아, 그거? 난 어렸을 때부터 그런 폼으로 닦는 습관이 들어서, 세면대를 사용하면 엄청 불편해. 물이 튀어서 옷도 다 버리고 말이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실제로 세면대에서 닦는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어정쩡하게 서서 닦는 폼이 정말로 불편해보이셨다.

 엄마 또한, 이상한 버릇을 가지고 계신다. 양말을 꼭 뒤집어서 벗어놓으시기 때문에 매번 아버지께 잔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실 때 꼭 온수를 틀어놓고 하신다(그건 나도 이해가 잘 안 가는 부분이다). 추운 겨울엔 그렇다손 치더라도 땀이 뻘뻘 나는 여름에, 그것도 고무장갑을 끼고서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시다니… 물론, 기름기가 있는 그릇이라든가 오래된 그릇을 빡빡 닦는 거라면 얘기가 또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는 밥풀 하나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깨끗한 밥그릇이나 국그릇을 닦으면서도 뜨거운 물을 콸콸 틀어놓고 하신다. 나중에 아버지께서 지적을 하시면, ‘깜빡’ 하셨다는 것이다. 깜빡…? 건망증…?

 그런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엄마와 내가 비슷한 버릇을 가졌다는 것이다. 양말을 뒤집어서 벗어놓는다거나, 남이 무슨 얘기를 할 때 대답은 꿀떡같이 하면서도 대충 건성으로 듣는다거나, 어떤 일을 할 때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하고 그 일이 코앞에 닥쳐서야 움직이는 버릇 등등이다. 예를 들어, 우리 아버지와 엄마는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시다가도 갑자기 다투실 때가 많다. 그건 바로 엄마 때문인데, 아버지께서 방금 전에 하신 말씀을 엄마가 고대로  얘기하시거나 몇 번씩 되물어보시기 때문이다. 그러면 아버지께선 “난 당신하고 얘기하다보면 가끔씩 화가 나! 도대체 뭘 듣고 있었던 거야?”라고 하시면서 말다툼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런 나쁜 버릇은 나에게도 있는데, 특히 아버지나 선생님의 중요한 말씀을 건성으로 흘려듣고 전달하지 못해서 혼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고 책가방을 미리 챙겨놓지 않고 느긋하게 퍼질러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야 허둥대고 소란을 떨어보지만, 결국 준비물을 빠뜨린 채 등교한 뒤 후회한 적도 무척 많았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행동들이 그 사람의 성격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좋은 습관을 들여서 행동양식을 바꾸지 않는 한, 그 사람의 타고난 성격대로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엄마와 나, 그리고 아버지를 비교해보면 그 사실을 확연히 구분할 수 있다. 엄마와 나는 매사를 대충대충 하는데 반해, 아버지는 짜증날 정도로 모든 일을 꼼꼼히 처리하신다. 또 엄마와 난, 건망증 증세가 있는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똑같은 실수를 자꾸 되풀이한다. 바로 어제, 아니 몇 시간 전에 심한 잔소리를 듣고도 그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결코 건망증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그냥 설렁설렁 해치우려는 성격 탓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좋은 습관을 들이다보면 자신의 나쁜 점(성격)을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기고 숙제를 하거나 글을 쓴 뒤 그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는 일, 그리고 엄마가 요리를 하고 난 뒤 가스밸브를 꼭 잠그는 일 등은 오랜 반복학습을 통해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엄마는 나보다도 훨씬 오랜 세월을 당신의 성격대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새로운 습관을 들이지 못하고 무척 힘들어 하신다. 그러면서 아버지께서 잘못을 지적하거나 잔소리를 하실 때마다 건망증 핑계를 대시는 것이다.

 그런데 평생을 실수 한 번 안 하고 깐깐하게 사실 것만 같았던 아버지께서 요즈음 깜빡깜빡 하신다. 또 뭔가를 자주 잃어버리시고 물건을 어디에다 두었는지 찾아내지 못하신다. 그 사실에 충격을 받으신 아버지께선 중요한 서류나 물건을 잘 간수해두곤, 그 물건이 있는 곳을 수첩에 메모해 두셨다. 근데 웃기는 건, 그 장소를 메모해둔 수첩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하신다는 거다(이건 진짜 웃을 일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당신께서 한 말과 행동을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애꿎은 엄마와 나만 닦달하실 때도 있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좋은 성격을 타고 태어나 규칙적인 생활과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성인군자 같은 인물이 되었다할지라도, 건망증이 심해진다거나 치매에 걸리게 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 같다.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리고 마니까. 그런데 아버지께서 가끔씩 중얼거리는 말씀이 있다.

 “허허, 이거 내가 왜 이러지? 알콜성 치매인가?”

 아버진 다 좋은데, 한 가지 습관을 잘못 들이셨다. 술 드시는 습관을… 술만 한 번 입에 댔다하면 끝장을 보려고 하는 음주습관! 그 잘못된 습관 하나 때문에 아버진 지금 호된 벌을 받고 계시는 중이다. 불치(不治)의 병균을 가슴에 품은 채 말이다.

빵우
빵우

추천 콘텐츠

내 친구, 문장 블로그

내 친구, 문장 블로그 우리 집에 컴퓨터가 처음으로 놓이게 된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꼬맹이 적부터 저축해온 돈으로 컴퓨터를 샀을 때의 그 기쁨이란, 실제로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상상도 못할 것이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컴퓨터를 쓰다듬어보고 한 번 켜봤다가 끈 뒤에야 다시 잠을 자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처럼 컴퓨터는 하나의 문명이기(文明利器)에서,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로 변신해 살금살금 다가왔다. 그러고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내게 가르쳐주고 그 세상에서 함께 살게 해주었다. 그 인터넷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인터넷 세상은 곧 우리의 사회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고 서로 비비대며 살아가는 인터넷 세상은, 우리가 살아가는 실제 사회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질문하면 곧바로 대답해주는 선생님이 계셨고, 심심할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화작가도 계셨다. 또 어떤 사람은 내게 슬픈 일이 생기면 등을 토닥이며 위로해주기도 했고, 기쁜 일이 생기면 함께 큰 소리로 웃어주며 펄쩍펄쩍 뛰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내가 나쁜 생각을 품었을 때엔 따끔한 말로 충고해주었고,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어 주저앉으려 했을 땐 내 손을 잡아끌며 눈물의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인터넷은 나의 두 번째 가족이 되어 주었다. 아니, 요즘 심정으로 말한다면, 실제의 가족보다 인터넷이 더 가까운 가족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을 가족처럼 생각해오던 나를 더욱더 가까이 끌어당긴 ‘블로그’라는 친구가 새로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내 꿈은 작가가 되는 것이다. 전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 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후세에 길이 빛날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겨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이 내 꿈이요 목표다. 난 그 꿈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남들이 수학문제를 풀 때에 난 한 권의 책을 더 읽고자 눈을 부릅떴으며, 남들이 영어단어를 외울 때 나는 한 줄의 글이라도 더 쓰려고 애를 썼다. 초등학교 때엔 ‘글나라(http://www.gulnara.net/)’라는 독서·논술 사이트에다 약 250여 편의 글을 써서 올렸고, 중학교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글틴(https://teen.munjang.or.kr/)’과 문장블로그(http://blog.munjang.or.kr/)에서 활동하며 약 250여 편의 글을 습작(習作)했다. 고교 1학년인 내가 벌써 500여 편의 <내 글>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 수업에 소홀했던 것은 아니다. 내신 성적이 늘 전교 10% 이내에 들 정도로,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전도양양하던 내 앞에 커다란 벽이 생겼다. 어렸을 적부터 내가 원하는 모든 것들을 뒷바라지해주시며 내 꿈을 응원해주시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 갑자기 학교 공부에만 열중하라며 글 쓰는 걸 강력히 반대하셨기 때문이다.

  • 빵우
  • 2008-12-27
이상한 아이

 지난 일요일, 점심을 먹고 잠깐 낮잠을 잤다. 아니, 수학문제를 풀다가 깜빡 졸았나 보다. 갑자기 어디선가 악쓰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듣고 있다가, ‘어떤 엄마가 애를 때리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다시 수학문제를 풀었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매 맞고 아파서 우는 게 아니라, 마치 누가 목 졸라 숨 넘어 가듯 악을 바락바락 쓰며 우는 거다. - 내 묘사력이 부족한 탓에, 그 울음소리를 어떻게 달리 표현할 수가 없다. -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악쓰는 소리는 점점 강도를 더해가고 있었다. 갑자기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머리도 식힐 겸 안방으로 건너갔더니, “쯧쯧, 저 녀석. 또 시작이군.” 야구 중계를 보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혀를 차며 눈살을 찌푸리셨다. “누가 우는 건데요? 한두 번이 아닌가 보죠?” “허허, 말도 마라. 내가 아주 저 애 때문에 신경 쓰여서 미치겠다.” “아니, 왜요?” “궁금하냐? 좀 기다려 봐라. 그 이유를 알게 될 테니…….” 난 몹시 궁금했지만, 아버지 말씀대로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 5분쯤 지나자, 그 악쓰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거다. 2층에서부터 계단을 따라 내려오며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보았더니, 한 7~80세 쯤 되어 보이는 할머니께서 웬 어린아이를 없고 힘겹게 계단을 내려오고 계셨다. 그제야 난 그 악쓰는 소리의 근원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집안으로 들어오려는데, 그 할머니께서 황급히 날 부르셨다. “에고, 총각. 잠깐만! 이 집 아들인가?” “예. 그런데요. 왜 그러세요?” “응. 훤칠하니 키도 크고 아주 잘 생겼구먼(자화자찬하려니까 낯간지럽다). 딴 게 아니고, 요것 좀 대문 밖으로 내다주면 안 되것능가? 난 너무 무거워서 그러는디, 잉?” 보니까, 아기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유모차였다. 한눈에도,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들어 옮기기에는 버거워보였다. 특히 우리 집 대문은 턱이 높은 편인데다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서, 내가 자전거를 들고 드나들 때도 힘깨나 써야 하는 게 사실이었다. “예. 제가 옮겨 드릴 테니, 걱정 말고 밖에 나가 계세요.” 나는 시원스럽게 대답을 하고, 계단 밑에 놓여 있는 유모차를 대문 밖으로 옮겨드렸다. 그런데 유모차가 꽤 큰 편이어서 옮기는 일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이따가 다시 들어올 땐 어떻게 하실지 그게 오히려 더 걱정스러웠다. 근데 참 희한했다. 그 아이가 울음을 뚝 그친 거다. 생각해보니, 아까 할머니께서 나한테 말을 붙였을 때부터 울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할머니께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웠을 때는 방글방글 웃기까지 했다. 예쁘고 귀여웠다. 난 아이의 볼을 슬쩍 꼬집어주고는 대문을 쾅 닫았다. 그러자 2층 할머니께서 뒤돌아보시면서, 금방 다시 들어올 거니까 잠그지 말고 살짝 지쳐만 두라신다. 집안으로 들어오자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유모차 옮겨 드렸냐?”&

  • 빵우
  • 2008-09-26
어머니

   솔직히, 요즘 내가 새벽같이 일어나는 이유는 어머니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버지 몰래 틈틈이 글을 쓰기 위함도 있지만, 그보단 부족한 공부를 메우기 위함이 더 큰 이유이다. 아버지가 공부하라고 닦달하셔서가 아니라, 어머니께 뭔가를 보여드려야겠다는 보상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10년이 넘도록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셔야만 했던 어머니의 힘듦과 고통의 삶을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기 때문이다. 아니, 내가 어찌 어머니의 인생 역정과 그 고충을 짐작이나 할 수 있으랴! 너무 힘들어하시니까, ‘그러려니…….’ 하는 것뿐이다. 한편으론, 아버지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동안 뭘 하셨던가? 사업에 실패하신 이후론, 술 마시고 병 얻은 게 전부라면 전부다. 물론, 아버지께서도 온갖 방법과 수단을 다 써가며 열심히 노력하셨을 것이다. 평생 동안 갚아도 모자랄 빚더미에 올라앉았지만, 그래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셨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현재의 비참함 뿐이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우리 집 사정을 속속들이 알아갈수록, 난 점점 더 초라해지고 비참해진다. 어쩌다 우리 집이 이렇게 되었을까? 아버진 투병생활에 힘드시고, 어머닌 경제생활에 지치신다. 희망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우리 집 형편이 스멀스멀 머릿속으로 기어들면, 금방 용기를 잃고 절망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자꾸만, ‘죽음’이란 단어가 내 영혼을 지배하려고 속삭이기 때문이다.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뭘 사드려야할지 몰라서…….” “성적을 쑥쑥 올려서 장학금 좀 받았으면 좋겠구나. 그리고 대학교에 가서도 장학금 받으면서 네 힘으로 공부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엄만 이제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단다.”라고.  ‘내 티셔츠라니? 엄마 속옷이 아니고?’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에이, 됐어!” 솔직히, 낡아빠진 그 우산이 싫었다. 게다가 지금은 비도 안 오는데, 접어서 가방에 넣을 수도 없는 장우산을 들고 만원버스를 타긴 더더욱 싫었다. 그래서 난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를 무시한 채 그냥 집을 나섰던 것이다. 그래도 어머니는 골목입구까지 쫓아 나오셨지만, 난 뒤도 안 돌아보고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 버렸다. 자업자득이긴 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씩씩거리며 교복을 벗어서 거실바닥에 내팽개치고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문을 “꽝!” 닫고서……. “너, 이 자식! 이리 나와! 네 놈이 뭘 잘했다고 성질이야, 성질은! 응?” “힘들긴 뭐가 힘들어? 공부는 저 혼자만 해? 다른 애들도 다 똑같이 하는 공부잖아. 그리고 아침에 그렇게 우산 가져가라 했는데도 고집부리며 그냥 가더니만, 이제 와서 누굴 원망해? 이 싸가지 없는 자식, 빨리 안 나와?” “내가 싸고돌긴 뭘 싸고돌아요? 난, 애 얼굴 볼 시간도 없는데!” 지난 일을 생각하며 내가 멍청한 표정으로 앉아있자, 어머니께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씀하셨다. 책을 읽다가도,

  • 빵우
  • 2008-07-17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