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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확실성은 더욱 더

  • 작성자 김둘리
  • 작성일 2009-09-06
  • 조회수 3,659

 

 

<그러나 불확실성은 더욱 더>

 

 

 



 “…….”

 몇 분 후, 침묵의 소음이 내 귀를 짙게 맴돌았다. 차가운 공기만이 내 몸을 감싸고 있고, 내 숨은 여전히 가빴다. 떨리는 손과 발끝까지 전해지는 맥박을 억누르며, 이미 굳어버린 그녀의 입술과 핏기 없는 뺨을 향해 속삭였다.

 “이해해. 이렇게까지 라도 해서 나의 곁에 두고 싶은 이맘, 이해해.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는 너도 나의 이런 맘 이해할 거라 생각해.”

 나의 간절한 목소리에도, 여전히 그녀의 눈동자는 허공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고, 차가운 침묵은 흘렀다.

 “…….”

 ‘그래, 어쩜 너무나도 당연 한 걸지도 몰라. 하지만, 이해해. 이해해야만 해.’

 나는 점점 차가워지는 공기와 정적 속에 굳어져 가는 그녀를 두고, 밖으로 나섰다. 현관의 손잡이는 이러한 침묵을 깨려고 드는 듯 날카롭게 삐걱거렸다. 난 짙은 암흑 속에 계단을 따라 내려왔다. 늘 함께하던 그림자조차 암흑 속에 가려졌다. 따각거리는 구두소리는 심장소리와 맞추어 빠르고 강하게 내 머리를 울렸다.

 “쏴아아아-”

 밖엔 비가 눈물을 대신하여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짙은 구름 탓일까? 별빛조차 비치지 않는 그 곳은 어두웠다. 몇 시간 전 쓰고 왔던 낡은 우산을 낮게 펴들어 썼다. 난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그 곳을 빠져나왔다. 내 발조차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골목은 너무나도 길었다. 또 다시 나의 구두소리는 외지고 좁은 골목에 깊고 강하게 울려 퍼졌다. 너무 어두워 잘 알 수 없었지만, 땀으로 생각되는 액체가 손에서 기분 나쁘게 끈적였다.

 “스으윽-”

 어디선가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집체만한 쇳덩이가 내 가슴을 향해 곤두박질치듯 철렁 내려앉았다. 심장은 금방이라도 세상을 향해 돌진 할 듯 말발굽소리를 를 내며 내려앉은 가슴에 발자국을 새겼다. 난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아니, 빗물에 젖은 바닥이 내 발을 동여맨 듯 움직이지 못했다. 난 미동조차 않았다.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숨이 막혀왔다. 끈끈하게 붙어있던 손엔 알 수 없는 액체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땀임이 확실했다. 축축해진 손은 더 이상 끈적이지 않았다. 두려움과 공포는 입 맞추어 싸늘하게 다가왔다.

 “이야아옹-”

 날카로운 고양이의 울음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묻혀 희미하게 들려왔다.

 “휴우우-”

 난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나의 숨소리도 빗소리에 묻혀 들리진 않았지만 난 조심해서 숨을 쉬었다. 이내, 익숙한 느낌의 안도감과 함께 온 몸의 힘이 풀렸다. 난 서있을 수조차 없었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손에는 감각이 사라져 우산을 들고 있는 사실마저 잊고 몇 분간 그 자리에 앉아 우산 끝을 타고 방울방울 떨어져 부서지는 빗방울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니, 어쩜 부숴 지는 걸지도. 갑자기 섬뜩한 느낌에 목이 졸려왔다. 불길한 기분에 난 정신없이 일어났다. 앞이 흐리고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어지러웠다. 하지만 곧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빠져 들 듯 짙은 암흑 속에 그림자를 감추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흥건히 고인 빗물에 차작거리는 발소리와 쏟아지는 빗소리가 바닥을 울리는 심장소리와 한껏 어우러졌다. 나는 숨을 참고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곧 나를 잠식해버릴 듯한 이 암흑 속 골목이 끝날 때 까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저 멀리서 비쳐오는 한 가닥의 가느다란 불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빛은 그녀의 손목보다도 더 가냘팠다. 하지만 이내 추적이는 빗줄기에 부서지고 만다. 난 부서지는 불빛을 향해 발소리를 옮겨갔다. 빛은, 아주 천천히,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번쩍’하고 머릿속에 스쳐간 불확실한 확신에 몸을 기대어 또 다시 발소리와 심장소리는 하나가 되어 더울 빠르게 울려 퍼졌다. 얼마나 달렸을까, 다리가 부서질 듯 아파왔다.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달린 듯 숨은 턱까지 차왔고, 작은 숨에도 목은 타 버릴 듯 아팠다. 물론, 난 시간을 알 순 없었다.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보인다 해도, 빗물을 머금고 있었던 시계는 내게 시간을 알려줄 생각 따윈 했을 리 없다. 내가 그 불빛의 정체를 깨달았을 땐 기대 아닌 기대로 가슴이 떠있었고, 안개 속에 가려져 희미했던 불확실성은 확신으로 내 앞에 할 걸을 더 다가서왔다. 곧 익숙한 사람의 냄새가 콧망울을 감싸 돌았다. 다시 한 번의 안심과 함께 가눌 수 없는 몸을 이끌고, 아니 가눌 수 없는 마음에 이끌려 길을 따라 갔다. 암흑에 묻혀 형체조차 알아보지 못했던 나의 손이 흐릿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관문을 열 때 날카롭게 삐걱거리는 소리와 같은 알 수 없는 소리가 머릿속을 맴돌며 모든 일이 흑백사진으로 장면, 장면 넘어가며 다시금 나를 암흑 속 공포로 몰아넣었다. 흐릿이 보이던 손은 발걸음에 맞추어 더욱이 선명하게 내 두 눈을 향해 걸어왔다. 정신을 다시 가지런히 두었을 때, 누군가가 내가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너무나도 강력한 생각을 내 머릿속에 주입하는 듯 했다.

 “빌어먹을.”

 난 작게 중얼였다. 사람들은 무언가에 몰린 듯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색색이 우산들은 주홍색 가로등에 비쳐 꽃밭을 만들었다. 가슴에 구멍이 뚫려 차가운 공기가 가로질러 가는 듯 선득했다. 난 투명인간과 같았다. 내 뒤로 무언가가 보이는 듯, 혹은 내가 보이지 않는 듯, 수많은 그들은 내게 가느다란 눈빛조차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렇게 나는 셀 수없이 많은 그 낯선 군중 속에서 익숙한 공허함을 다시 또 느껴야만 했다. 난 거리의 구석진 계단에 몸을 기대어 앉았다. 폭삭 주저앉아버릴 듯 해 보였던 계단은 생각 외로 강했다. 이런 나마저 받아 줄 수 있을 만큼. 금가고 갈라진 계단에 조용히 스며들었던 차가운 빗물은 또 다시 내게로 말없이 다가왔다. 내 몸은 냉동실에서 얼어붙은 동태마냥 차갑고 단단했다. 그렇게 너무나도 가벼운 내 눈물 한 방울이 얼음을 깨 듯 강하게 내 몸을 짓눌렀다. 이내, 눈물 한 방울은 빗물이 되어 쉬지 않고 흘러내린다.

 ‘아, 우산…….’

 눈물에 세상이 흐려져 뿌옇게 보이는 두 손에는 축축한 습기만이 맴돌 뿐이었다. 하늘은 뚫려버린 내 마음처럼 구멍이라도 난 듯 쉴 새 없이 눈물을 퍼붓고 있었다. 흐르는 비에 젖은 바닥이 네온 불빛에 번들거리고, 그 앞에는 검고 흉악스럽게 생긴 괴상한 생물체가 비쳤다.

 ‘어떻게 세상에 저런 흉측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 거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몸채는 나만했고,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굉장히 흉측했다. 순간, 날 덮친 듯 한 공포에 휘말려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꼭 감겨진 두 눈 사이로는 여전히 비가 새어나왔다. 잠시 뒤 난 힘겹게 눈을 떴다. 눈을 뜰힘조차 없어 눈을 뜨는 데 온 힘을 들였다. 눈물과 빗물로 범벅이 된 채로 눈을 떠서일까? 따가워지는 눈에,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헌데, 어라, 괴물이 날 따라하네? 다시 보니 바닥에 비친 내 모습이었다. 그것은 이미 인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한참동안 풀린 눈으로, 초점조차 흐린 채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무심히 지나가던 낯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런 날 보고도 모른 척 지나가줘서……. 빗물 따라 흔들리나 부서지는 가로등빛 아래, 그렇게 나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져만 갔다. 난 어디선가 익숙한 사람의 시선과 함께 인기척을 느꼈다. 한참 뒤, 차작거리며 커져가는 발소리와 함께 내 앞의 가느다란 빛마저 빼앗아 버리는 검은 그림자는 내게 다가왔다. 내 머리 끝을 날카롭게 스치고 지나가던 빗방울의 느낌이 사라지고, 그 그림자가 멈춰 섰다. 그는 내게 뜨거운 손길을 건넸지만, 이내, 내 차가운 체온에 일초도 버티지 못한 채로 식어버리고 만다.

 “거기엔 아무도, 아무 것도 없어.”

 쉬운 위로는 오히려 해롭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듯 그는 내게 말했다. 난 그렇게 말하는 그가 원망스러웠지만, 난 그를 따라 나섰다. (그가, 그가 옳았거든.) 나는 뜨거운 그의 몸에 기대어 고개를 떨군 채 흐르는 빗 속 내 발을 밟으며 일어났다. 새어든 비에 양말은 모두 젖어있었고, 발은 무척이나 아파와 제대로 걸을 수 없었지만, 잠시 동안이나마 날 부축해주었던 낡은 계단과 나의 그림자를 비춰주던 가로등빛을 뒤로하고 박자가 다른 네 개의 구두 굽 소리는 한껏 어우러져 불균형의 균형으로 그렇게, 그렇게 외지고 좁은 그 골목 속 암흑으로 다시 묻혀갔다.

 

 

 

 

 

 

 그의 특유의 향수 냄새에 익숙한 낯설음과 함께 알 수 없는 확신으로 가득 찬 나는, 감춰왔던 그림자와 발자국을 되밟으며, 가로등이 살라져가는 것도 의지하지 못한 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와 나란히 걷는 나의 어께가 한없이 낮아 보인다. 멀어져가는 마지막 한 가닥의 빛에 흔들리는 나의 눈이 보였다. 그는 모든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듯, 침묵의 대답으로 말을 대신한다. 다행이도, 내 심장을 낭떠러지로 몰아넣던 알 수 없는 인기척을 다시 느끼진 않았다. 아니, 어쩜 그의 향수 냄새에 취해 느끼지 못한 걸지도. 하얗게 질려버린 채로 내달리던 나의 모습과 함께, 익숙한 냄새들이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끝내 별빛은 여전히 비치지 않았고, 주변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어두웠지만, 사라진 발자국을 따라 되짚어갔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달라진 건 확신으로 굳어져버린 나의 심장뿐. 삐걱거리던 현관문조차 여전했다. 흐르던 공기마저 멈춰버린 듯, 귀가 따가울 정도로 짙은 정적은 또다시 모든 걸 잠식해 버릴 듯 했다. 침묵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악취가 새어나왔다. 그는 내게 다섯 개의 자루를 건네주며 말했다.

 “저,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저, 저… 거, 거… 거쪽 말구요… 요, 요… 요쪽으루 들어가며는… 어… 화, 화장실이, …하나 더 있어…….”

 하늘 아래서 숨쉬며 다신 할 필요가 없을 것만 같던 말은 힘겹게 나의 두 입술을 뚫고 멈춰있는 공기 속으로 퍼져나갔다. 온몸에 힘이 빠져 자루를 들 힘조차 없었다. 그는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혹은 이해한다는 듯, 발자국을 옮겨갔다. 나는 모든 진실과 거짓을 다섯 개의 자루에 나누어 담았다. 그어진 진실은 이미 굳어버려 쉽게 나눌 수 없었다. 자루에 담기 위해서는 진실을 굽어야만 했지만, 힘이란 남아있지 않는 내 손은 바들거리며 떨릴 뿐이었다. 작업은 몇 시간동안이나 계속 되었다. 감사하게도, 그는 화장실이 있는 그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는 정말 모든 걸 알고 있는 걸까? 진실(죽은 그녀)을 모두 나누어 담고, 남은 자루들에 거짓(그녀와 함께했던 추억들- 사진..)을 쏟아 부었다. 거짓은 내게 미련조차 없다는 듯 너무나 쉽게 들어갔다. 떨어져 들어가는 거짓들에게선 나와 함께 웃고 있는 진실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다. 자루들은 크고 무거웠다. 작업을 마친 후, 그는 기다렸다는 듯, 방에서 나왔다. 어슴푸레해지는 창 밖을 바라보며 서둘러야겠다는 듯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또 다시 날카롭게 삐걱이는 현관문 소리는, 다섯 개의 자루들을 모두 찢어버릴 듯 날카로웠다. 자루에선 잘 설명할 수 없는 익숙한 냄새가 났고, 그것이 우리를 조심스럽게, 혹은 경건하게 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닫았다. 다섯 개의 자루들을 트렁크에 실고, 두 시간을 달려 어두운 강가에 도착하였다. 인적이 드문 강가에선 이름 모를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빗물을 머금고 있던 풀들은 내 발에 짓밟혀 짓눌려버리고 만다. 아직은 푸르스름한 하늘에 빛나는 검푸른 강에 200미터의 간격으로 네 개의 자루를 물 속에다 버렸다. 그리고 가장 나누기 힘들었던 진실이 담긴 하나의 자루를 다시 트렁크에 실은 채, 온 길을 되돌아 집 뒷마당으로 향했다. 그는 내게 흔들리는 거냐고 물었지만, 다그치는 투는 아니었다. 난 고개를 떨군 채 작게 끄덕였다.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해가 빼꼼히 우리를, 이 모든 것을 엿보고 있었다.

 ‘젠장…….’

 나는 서둘러 나머지 한 자루를 묻었다. 단호함의 뒷면이 얼마나 쓸쓸한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 듯, 그는 내게 서글한 눈빛을 보냈다. 모든 것이 끝나자, 끝나가는 모든 것들 특유의 느슨함이 대기 중에 스며 나왔다. 이제, 그녀의 심장은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이다. 영원히!

 

 

 

 

 


 동이 터온다. 암흑에 묻혀 숨어있던 그림자가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려했지만, 아직까지 빗물을 머금고 있는 시계는 더 이상 흐르지 않는다. 마치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양.

 ‘지금쯤이면 약국이…….’

 확신 할 순 없었지만, 의심을 뒤로 한 채로 무작정 약국으로 나섰다. 해가 떴지만 아직 걷히지 않은 흐린 구름에 태양은 제 빛을 잃었다. 시내로 나서는 길은 꽤나 멀었다. 난 순간 지금 이 시간이, 이 상황이, 이 삶이… 한편의 악몽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쩜 그렇기를 원하는 걸지도…….

 ‘악몽에서 벗어나면, 잠에 든 것처럼 편하겠지? 그래, 그럴 거야… 하지만… 또 다른 악몽이 내게 또 다가오겠지……. 그렇지만 뭐가 그리 중요 하겠어…….’

 밤새도록 빛을 내어 제 몸을 식히고 있는 가로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달리기 시작했다. 발바닥이, 다리가, 온몸이… 부서져 내릴 것만 같았다.

 “삐거억-”

 약국의 문소리는 다시금 나를 어둠 속 그 공포로 몰아넣으며 목을 졸라왔다. 난 차마 약사의 얼굴을 올려다 볼 수없었다. 난 바닥에 눈을 고정시킨 채 말했다.

 “저, 저어… 어… 그, 그… 자, 잠이… 안와서어… 그런…데…….”

 “아, 수면제요?”

 “…….”

 그녀는 내게 ‘잘덴’이라고 또박이 써있는 약 한 통을 내밀며 말했다.

 “네, 여기요. 2000원입니다.”

 “아……. 저, 저… 어… 다, 다섯… 다섯 통…….”

 “아, 예… 여기 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나는 수면제 다섯 통을 바들거리는 손으로 쥐어들었다.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선뜻 수면제를 내어준 그녀가 의아했다. 아니, 어쩜 고마워해야 하는 걸지도…….

 ‘<잘덴>……. 그래, 잘된 거야, 잘됐어… <잘덴>…….’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펜을 들어섰다. 그리고 힘겹게 적어나갔다.

 <저를 발견하시면 저희 집 뒷마당에 묻어주세요. 제발 부탁합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의 공기를 한껏 들이쉬었다.

 “후아-”

 역시나, 역시나 계속되는 침묵에 이젠 익숙함을 느낀다. 나는 사온 수면제를 모두 다 모아 뜯어 놓았다.

 ‘10정에 5통… 50알… 부디… 제발……. 기도할게. 제발… 부탁이야……. 그녀와 영원히… 영원히 있게 해줘.’

 나는 물 컵에 물을 한가득 따라 놓고, 5알씩 나누어 먹었다. 약이 목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헛구역질이 끊이질 않았다. 난 그 자리에 누웠다. 어째서 정신이 말짱한 걸까? 천장에 보이는 등의 개수가 또렷이 눈에 박힌다. 30분이 지나서야 눈꺼풀이 무거워져왔다.

 ‘이제… 끝인 건가? 아니, 아니지… 이제, 시작인거야.’

 나는 6도를 단 한번도 빼먹지 않은 채로 정확히 흘러가는 무신한 시계를 물끄러미 세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점점 더 흐려지는 눈을, 점점 더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가만히, 가만히, 조용히… 감아버린다.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르릉-”

 ‘으-으음……. 누, 누구야…….’

 눈처럼 두껍게 쌓였던 잠 속에서 전화벨 소리를 들었다. 나는 떨어질 줄 모르는 두 눈꺼풀을 힘겹게 올려 떴다.

 “…….”

 여전히 어두운 방 안에, 전화벨 소리는 그쳤다. 난 순간, 엄청난 혼란에 휩싸이고 만다.

 ‘설마 여기가 내 방인거야…?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난 불을 켜고 일어나 앉았다. 여전히 흐르고 있는 시간 속에, 시계소리가 방안에 울린다. 나는 쓰레기통에서 약 상자를 쥐어 들었다.

 “<잘덴>……. 호박산독실아민……. 수면유도제…? 불면증의 보조치료 및 진정…?! 젠장!!!”

 ‘빌어먹을……. 그래, 그래. 수면유도제를 수면제로 착각한 내 잘못이지… 젠장……. 내 잘못이야. 그래, 그래. 다… 다 내 잘못이야…’

 “모든 게 다!!!”

 난 차가운 맥주를 들고 와 앉았다. 한 모금만 마신 채 들고만 있는 맥주는 차갑게 얼어버린 손에서 식을 생각을 않는다. 전화기를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그 전화벨이 울리기만을 한참이나 기다렸다. 하늘이 흐리다. 하늘이 흐리니 마음도 흐리다. 감정도 흐리다. 정신도 흐리다. 눈앞도 흐리다. 무심히 떨어지는 눈물을 움켜쥐었다. 슬픈 침묵이 내 몸을 차갑게 감싸 안는다. 수화기를 들어보다 깨달았다. 며칠 전 전화선을 빼어 두었다는 것을…….

 “하하하하하하…….”

 “…….”

 난 일부러 소리를 내어 웃어보려 했지만 슬프게 들리고 만다.

 ‘내 곁에 왜 당신이 없는 건가요. 내 곁에 어떻게 당신이 없는 건가요.’

 난 벽에 걸린 거울을 빤히 쳐다본다.

 ‘그래. 항상 내 곁엔 네가 있었지? 너와 그림자……. 항상 내 곁에 있지…….’

 

 

 

 

 

 

 


 내가 거울에게 속삭이는 말,

  “넌 언제나 나와 함께 있을 거지? 죽을 때 까지……?”

 

 


 거울이 내게 소리치는 말,

  ‘넌 언제나 나와 함께 있을 거지! 죽을 때 까지……!’


 

 

 

 


                                                             ‘그래, 그럴게. 약속해.

                                                             그런데 이를 어쩐담?

                                                             오늘이 마지막 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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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Nell 의 Act5 란 노래와 작사 (Nell 보컬 김종완)의 인터뷰를 동기로 하여 썼습니다.

 

 

 

 

Nell - Act5


굳어버린 그 입술과 핏기없는 여린 몸을
섬세했던 그 영혼과 고요했던 그 마음을

이해해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나의 곁에 두고 싶은 이 맘 이해해
I'm in love with you

다른 곳에 머물렀던 아름다운 눈동자
내 것일 수가 없었던 깊었던 그 눈동자

이해해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나의 곁에 두고 싶은 이 맘 이해해
I'm in love with you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는 너도 나의 이런 맘 이해할꺼라 생각해
'cause this is all about love
yes, it's love

이해해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나의 곁에 두고 싶은 이 맘 이해해
I'm in love with you
미안해 하지만 언젠가는 너도 나의 이런 맘 이해할꺼라 생각해
'cause this is all about love
yes, it's love

sharing heart and soul
sharing whatever
this is love
that's what lovers do
that's what lovers do
this is love

이해해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나의 곁에 두고 싶은 이 맘 이해해
'cause I'm in love with you
with you...



Nell의 보컬 김종완 인터뷰)

가사의 경우 약간 조금 무서운 가사일 수도 있어요, 사실은.
제가 이 곡의 가사를 쓰게 된 계기가,
왜 보면은 잘못된.. 생각을 가지는 이들이 있죠.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람을 좀 괴롭힌다거나 혹은 납치를 한다거나
죽이는, 죽인다거나 뭐 책이나 영화같은 데서도 많이 나오는 얘기고
실제로도 많이 일어나는 일이긴한데
그걸..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요.
물론, 그냥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냥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저게 무슨 사랑이야. 저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야. 아니면 욕심이야.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
그냥 범죄자의 변명 혹은 정신병자.
라고 생각을 하지만, 만약에 그 사람이 그걸 모르면,
그니까 예를 들어서 어떤 사람이 태어났는데
굉장히 진짜 사랑이 뭔지 그 사람한텐 그게 진짜 사랑인거예요.
일반적인 뭐 교육을 못 받았다거나 아니면 그냥 세상과 좀 고립된 삶을 살았다거나 그래서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하고
'이게 정말아름답다. 내 곁에 둘 수 밖에 없는거야.'
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과연 그 사람이 잘못을 한 걸까.
그걸 알면서도 그렇게 하면은 그거는 그냥 살인이고 사랑이 아닌 잘못, 그냥 죄악이지만
아예 이런 행위자체가 잘못됐다는 걸 모를 때
그런 사람이라면은 음.. 이게 정말 잘못된걸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곡을 쓰게됐어요.

 

김둘리
김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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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주장원 평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습작기에 이런 연습은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인용 부분은 인용에 대한 표기를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는 뜻이고, 조금 더 발전시키면 이미지만 가져와서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사과를 하거나 글을 지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글틴은 모르는 것을 배우고 알아나가기 위해서 있는 공간이니까요. 다음에는 더 좋은 글을 올려주기 바랍니다. 의기소침해지지는 마세요.

    • 2009-09-09 10:32:58
    초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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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앞서 언급했던 L은 이언입니다. 노래가 만들어지기 이전에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어서 적어 보았습니다. 이언은 MOT의 보컬입니다.

    • 2009-09-09 02:01:5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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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지적 감사드립니다. 생각이 짧아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하였어요.. 거듭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떡해야 할까요..? 사과 글을 올려야 할까요..? 아님.. 글을 지워야 하까요..? 글 수정을 하고싶은데 기간이 지났다네요.. 어떻게해야할까요..?

    • 2009-09-08 21:28:0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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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불

    아래 이야기와는 별개로, 가사에도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전문 인용을 하는 것은 곤란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나 습작 단계에서는 여러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좋아하는 문장과 가사라 해도 인용표시 없이 사용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좋지 않은 습관이 생겨버릴 수 있거든요. 창작하는 사람은 꿈에서도 표절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2009-09-08 19:11:53
    초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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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정리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국내 밴드 mot 과 nell 의 노래 가사를 모티브로 하여 소설을 썼고, 중간중간에 노래 가사 그대로 들어가있는 문장도 있습니다. 그건 최대한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살리고 싶은 마음이도 하였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선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전 표절은 일절 하지 않았으며 이 소설 모두 아무의 힘도 빌리지 않은 (물론, 가사의 힘을 빌렸지만..) 제 힘만으로 썼다는 것,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 2009-09-08 17:45:1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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