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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 작성자 소울j
  • 작성일 2011-02-18
  • 조회수 526

핫 이슈

 신문과 뉴스에 뜨거운 감자로 오르내린 건 단 이틀 정도였지만, 나에겐 길고도 끔찍했던 시간이었다. 매일 매일 이것이 다 거짓말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이것은 내 앞에 닥친 현실이었다.

「간호사의 실수로 바뀐 아기, 17년 만에 다시 찾아」

 신문기사를 들고 손을 벌벌 떨었다. 평생 내가 신문이나 뉴스에 나오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바라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는 건, '이슈' 속에 산다는 건 어찌 보면 기쁜 일이지만 나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를 소원했다. 아무 문제없이 행복한 삶. 하지만 고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이라는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엄마, 아빠는 모두 B형이라 A형 자녀를 낳을 수 없는데 나는 A형이라는 거였다. 잘못 나온 거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는 엄마, 아빠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결과를 듣게 되었다. 엄마가 한참을, 아주 오랫동안 우셨다.

"이제 와서, 뭘 어떡하라고……"

 나는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바뀌었다는, 그런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나올 법한 말도 안 되는 일에 휘말리게 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쌓여버린 스트레스는 떨쳐낼 수 없었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인 엄마, 그리고 아빠. 두 언니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남남이라고 생각할 때면 정말 참을 수 없이 괴로웠다. 나는 곧 친엄마에게로 가야했다. 엄마와 아빠, 언니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더 잘 알고 있었고 설사 지금처럼 살아간다고 해도 예전, 그 화목했던 우리 집은 찾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반찬은 입에 좀 맞니?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평소엔 이것저것 다 잘 먹던 나였는데, 아무것도 입에 대고 싶지 않았다. 나의 친엄마라는 사람은, 그러니까 나의 진짜 엄마는, 내게 큰 친절을 베풀었다. 17년 동안 못 해준 것들을 다 해주고 싶다는 게 엄마의 말이었다. 나는 17년 동안 너무도 행복하게 살았는데. 그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풍족하게 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너무도 달라진 생활에 나는 쉽게 적응할 수 없었고, 괴로움은 몰려왔다.

 "아줌마는……아니 엄, 마는 전에 있던 딸이 보고 싶지 않아요?"

우리 엄마도 그럴까? 내가 보고 싶지 않을까? 나는 엄마가 이렇게도, 너무 너무 그리운데.

 "예진이 네가 왔잖아. 네가 내 딸이라잖아." "그래도 17년은, 그 애가 딸이었잖아요." "조금씩 적응해가면 돼…… 17년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훨씬 많으니까."

우리 가족들이 앞으로 나를 잊고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원래는 둘째 언니와 방을 함께 썼는데, 그 때보다 더 큰 방에 나는 혼자 남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냄새가 아닌 낯선 향이 나서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침대에 눕자 세상에 혼자만이 남은 느낌이 들었다. 17년을 살면서 정들었던 가족들은 내 진짜 가족이 아니라 하고, 새로 만난 '진짜' 가족들을 믿고 정을 쌓아가기엔 너무 늦은 것만 같았다.

 사람이 어떤 것에 익숙해진 것을 버리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그것을 요즘 뼈저리게 실감하는 중이었다. 엊그제는 학교가 끝나고 예전 내가 살던 집에 가는 버스를 타는 바람에 황급히 내렸다. 내가 그 곳에 가자면 갈 수 있겠지만, 그 곳에 가면 다신 돌아오고 싶지 않을 거 같았다. 하지만 돌아오고 싶지 않다 해도 그 곳에 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저, 한 사람의 실수로 17년 동안 아무 상관도 없는 집에서 얹혀살았을 뿐이니까. 속으로 이렇게 차갑게 생각하고 보니 또 눈물이 흘러 주저앉았다. 정말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들에게서, 17년 동안 밥을 얻어먹고 옷을 얻어 입고 사랑을 받았던 거니까 더 이상 미련 가지면 안 되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머리가 아플 정도로 눈물이 많이 흘렀다. 한참을 울고 나니 밤이 되었다. 나는 모든 생활이 바뀐 요 며칠 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뭐 먹고 싶은 건 없니? 얼굴이 핼쑥하네."

 "괜찮아요."

 "엄마 오늘은 밤에 약속이 있어서 저녁은 못 차려줄 거 같다. 시켜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먹어. 이 두부 부침 좀 먹어봐. 엄마가 새벽 일찍부터 일어나서 부쳤어."

 "……네."

 "따뜻할 때 먹어야지. 그렇게 밥만 깨작깨작 먹지 말고 반찬도 좀 먹어봐. 두부 부침이 맛있게 되어……"

 "이것 보세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전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서 이렇게 계란에 부친 것들은 먹을 수 없어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피가 섞였다는 거 그거 하나뿐인데. 그런데 왜, 왜 나를 여기로 데리고 온 거예요……"

 몰라서 그랬겠지, 하고 참다가 계속 두부 부침을 권유하자 감정이 폭발해 버렸다. 아주 사소한 것, 내가 뭘 먹으면 어디가 아픈지, 뭘 좋아하는지 같은 간단한 것도 모르는데 어떻게 나의 엄마라고 할 수가 있을까. 이제 울지 않기로 했는데 또 울고 말았다. 방에 들어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남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 고등학교 졸업식 때 가족사진을 함께 찍기로 해서 제대로 찍은 가족사진도 한 장 없고 이모와 아빠에게 선물 받은 두 개의 책가방을 모두 뒤져봐도, 이곳으로 올 때 가져온 캐리어를 샅샅이 뒤져 보아도 아무것도 남은 건 없었다. 그저 내 마음속에 그리움만이 남았을 뿐, 아무 흔적도 없었다. 그 곳에도 그렇겠지. 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는 게,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나 혼자 이겨내야 하는 힘겨운 나 혼자의 싸움이라는 게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기운이 없어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소울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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