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흐르는 강(江)
- 작성자 김재현
- 작성일 2005-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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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2
- 조회수 249
북으로 흐르는 강(江)
강물이 북(北)으로만 흐르고 있다면
그리움으로 바숴버린 나의 젊음을
그만 저 물결 속에 풀어버리리.
가만가만 불러보던 그리운 이름들을
아, 별 떨어진 강(江)위에 흘려보내고
곡소리처럼 서러운 울음소리만
갈 수 없는 경계 너머
어두운 산천(山川) 속으로 스미는 것을.
이제는 한(限)도 원(怨)도 모두 녹아버려
북풍에 섞인 누군가의 살냄새에 떠오르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의 서글픈 눈망울.
눈물이 바스라져 만든
저 길고 긴 별 부스러기의 파장을
물 위에 띄워
내 몇 줄 소식이 북녘 강변에
별빛으로 박혀버릴 수만 있다면!
강물이 북으로, 북으로만 가고 있다면
죽음으로 바숴질 나의 몸뚱인
아무것도 없는 한 줌 잔해가 되리.
물결 속으로 흩어버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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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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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현
- 200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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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현
- 2006-12-15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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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통일 백일장에 나가서 생각했던 시입니다. 하지만... 쓸 때, 이건 통일시다, 이렇게 분명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통일시지만, 누군가에겐 그리운 사람을 떠올릴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어서... 그러다보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괴상한 시가 되어버렸지만요.
하행의 후속작 느낌이 나네요. 북이라는 이미지와 상행선이라는 이미지, 그리고 과거와 젊음이라는 이미지도 부서지고요. 근데 이름들이라는 내용이 조금 이해가 안되네요. 그리움의 대상이 다수인가요? 누군가 , 사람 ->이거는 단수같은데요. // 사실 너무 잘써서 괜히 딴지걸고 싶어봤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