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두 면접후기...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7-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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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덴몰라도 경희대 문예특기자 선발 방식은 진짜 문창과들의 그것(실기+면접)하고 흡사해요 그래서 거기만 올릴 거임.. 딴데는 면접 너무 조져서 창피해서 말도 몬하겟고 한개는 벌써 불합격 떳고....
절대 내가 여길 젤 잘봐서 여기만 쓰는 게 아님 원래는 합격공지라도 뜨면 그때 쓸까 햇는데 내가 합격하면 합격하는대로 귀감이 될 것이고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아 요러면 못쓰것구낭"하는 다른 의미의 귀감이 될 것이고
아무튼지간에
엑기스로 재평가하구 면접 얘기부터 할게요 다읽기 귀찮은님은 요기만 봐도 될듯
특기재평가는 60분동안 이루어졋구요 시부문은 "가을" 소설부문은 "웃음" 시제 주어졌습니다 전 대기시간부터 "시제 웃음 나왓으면 좋겟다"꼬 속으로 생각하고 있엇는데 진짜 그거 나와서 캐식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이 신통력이 다른 백일장때는 한번도 들어맞질 않앗냐고
암튼 제한시간때문에 거의 원고지 위에 바로 썻는데 (와중에 연습지에다 "앞자리 아이 가디건에 붙은 머리카락 신경쓰여ㅜㅜ"라고 적은 나 막장인가효^^;) 시작은 아마도 이렇습니다 (여기까진 연습지에 썻음)
돼지가 왜 웃는 줄 알아.
먼 듯 가까운 데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린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죽을 때 칼로 자꾸 목을 간질여서 그렇대. 간지러워서 저렇게, 죽고서도 웃는 거래. 상 위에 올라앉아 얄밉게 입고리를 말아올린 머리를 가리키며 당신은 웃었다.
시간관계상 필연적으로 약해질 서사구조를 염려하여 소설적 장치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했습니당 가령 도입부-결말부 이미지 중첩시키기 (고삿상 돼지머리 - '당신'의 영정사진) 1인칭 혼용 2인칭시점 (정확히 뭐라고 하는 건지 몰라서 이러케 적음) 뭐 이런 거
변호하느라 이말저말 붙여놧지만 암튼 진짜 줄거린 단순해요 백수인 '나'를 대신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곰탕집을 개업하는 아내(당신)의 죽음 앞에서 내가 늘어놓는 넋두리 -끗^^- 임
아쉬운 건 당신의 '웃느라 말끝을 하얗게 흐리는 버릇'과 곰탕의 이미지를 연결짓지 못한 점 -> 할 수 있엇는데 못해서 분한 것
이럭저럭 원고지 4장 채우니까 제한시간 다돼서 울뻔햇음 근데 엊그젠가 엽서시 들어가보니깐 걍 원래 다들 3~4장 썻다대요 (근데 내 뒷자리 소녀 6장 쓰셧긔 -_-; 우왕)
면접은 면접관 3 : 학생 3 으로 이뤄졋는데 저는 우리조 맨끝번이엇음 면접고사실 들어가니까
박주택교수님 어떤남교수님 어떤여교수님
요롷게 앉아서 우릴 기다리고 계셧음
*내 앞에 두 아이 대답한 내용은 내 소관(이랄까) 아니니깐 최대한 적지 않을 셈
남교수님 : 수상실적 얘기해보세요
나 : 14, 15회 대산 청소년 문학상 동상과 금상...(이부분 촤큼 씹엇음-_-)을 소설부문에서 수상했고, 올해 처음 시작한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시부문에서 대상을 탔습니다
남교수님 : 그럼 학생은.. 소설을 쓰나 시를 쓰나? (지금 생각해보니 이 질문 왠지 귀엽다)
나 : 아, 처음에는 소설을 썼는데 최근에 시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시도 녈심히 쓰고 있습니다 (웃었음)
여교수님 :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은 한명만 뽑나요?
나 : 네
남교수님은 책상앞에 쌓인 실기 원고를 뒤적이기 시작하셨고
여교수님 : 자기 작품중에 기억에 남는 것 하나 소개해 보세요
나 : '가시'라는 작품이 기억에 남습니다 어머니를 여읜 소녀가 손톱밑에 박힌 가시끝에서 나는 싹을 보며 고통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인데요 (우물쭈물) 아.. 약간 환상적인 측면이 없잖아 있죠 (없단건지 있단건지-_-) 제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인 여성성... 초경, 폐경, 출산 등 이제는 상투적이다 할... 아 물론 처음엔 신선했겠지요 그런 상투성들을 벗어나 저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접근해보려는 고민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몸에다 다른 삶을 키우는' 아픔, 의 정서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듣는 사람은 대충 그런가보다 할 설명이지만 읽어본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를 설명
박주택교수님 : 요즘젊은작가 좋아하는 사람 셋하고 이유를 대 보세요
나 : 앞서 말한 학생처럼 (두번째 소녀가 김애란님을 좋아한다햇음) 김애란 님을 좋아합니다. 일상 속에서 어떤, 특이점...을 발견해내는 시선... 그것을 좋아하구요. 한강 님의 문장을 좋아합니다. 아름답고 견고해서, 읽으면 가슴이 떨린다고 할까요 (진짜로 가슴에 손을 모으는 제스쳐를 취했다 헐...ㅋ 나 문학소녀) 시인중에선 김경주 시인을 좋아합니다. 요새 시단에서 미래파라 하는 흐름의 선두주자신데요... 그런 경향을 좋아합니다 (어색하게 웃음)
여교수님 : 진짜 젊은 작가들이네 (웃음)
근데 김경주 선생님 좋아한다고 하면서 박주택교수님 눈치를 좀 봤어야 하는 건데-_-; 그럴 경황이 없었음..... 후 아쉽
근데 이때 원고를 뒤지시던 남교수님이 내게(만) 질문
남교수님 : 자네 소설말이야. 우리가 웃음이라는 시제를 줫는데 자네 소설은 웃음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지? 직접 겪은 일인가?
나 : ......???? 예? (상황파악 안됏다)
남교수님 : 곰탕집 얘기 쓴 학생이 자네 아닌가?
나 : 아, 네. 맞습니다
남교수님 : 그래 웃음이 나오는 얘기가 아니란 말야. 겪은 일인가? 어떻게, 의도하고 쓴 글인가?
나 : 어... 사실 저는 웃음이라는 시제가 나오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웃음과 관련한 표현들을 몇가닥 떠올려 붙들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표현들을 어떻게 엮을지 고민해서... 지은 이야기 입니다 (왠지 질문의 의도에서 한참 벗어난 듯해서 웃음으로 마무리^^..)
남교수님 : 그래 그런데 이 아이러니를 의도한 것이냐 말야
나 : 네. 양주동 박사의 <웃음설>이라는 글에 보면 (-_-;) 웃음이란 배꼽을 잡고 웃는(버벅버벅) 박장대소 파안대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냉소나 비소처럼... 씁쓸한 웃음도 있는 것이어서
그런, 같은 웃음이라도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는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
남교수님 : (이제야 흡족) 그렇지 인생이란 것이 원래 아이러니이고 파라독스(발음ㅜㅜㅜㅜ파라독스)인 것이지
실기하고 면접 얘기만 짧게 후딱 쓸라고 했는데 쓰다보니 쟌니 길어졋네요 ㅈㅅㅈㅅ
그 전후에 되게 재밋는 일 많았는데 ㅋㅋㅋㅋㅋ
1
내 뒤에 앉은 소녀(여섯장)와 나(네장^^...)는 면접대기중에 부쩍 친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말은 안놨다-_-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듬) 온갖 사소한 화제들을 다 끌어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가 건국대 면접장에서 이미 만난 사이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뒤 : 그럼 껍데기는 가라 봤겠네요? 그 건국대 시어풀이 문제...
나 : 봤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이건 뭐 집에 가란 소리도 아니고
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면접 대기중에 복도에서 조교들은 농담을 걸었습니다 내 옆자리 아이는 다리를 떨고 있었고 나는 양 다리를 교차해 흔들고 있었는데 조교들은 그걸로 우리가 무척 긴장했다고 판단한 것 같았음
(전략)
나 : 아저씨 들고 계신 서류에 뭐뭐 써있어요?
조교 1 : 아저씨라구!!!!!!! (격분) 안되겠어 탈락. 최종합격하더라도 내 선에서 탈락.
조교 2 : 서류를 슬쩍 빼놓자.
조교 1 : 내가 아저씨라구? (내 옆 아이에게) 내가 몇살같아요?
옆 : (별 고민 없이) 스물 여덟이요.
이 때 전 저도모르게 그 아이에게 찌찌뽕-_-을 하고 말았음 속으로 저두 그의 나이를 스물 여덟으로 책정하고 있었거든여........ㅋㅋㅋㅋㅋㅋ
조교 1 : 둘다 탈락!! 탈락이야 (다시 나에게) 내가 몇살 같다구요?
나 : 여... 열여덟이요 (나도 모르게 10을 뺐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
조교 1 : 탈락. 정신이 나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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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건
오... 실기로 쓰신 소설 재밌을 것 같아요. 읽어보고파라
레몬섬//아니 조교아저씨가 쎈스쟁이라서..
좋겠다아아~ 경희대 수시 ㅠㅜ 나도 경희대 가고파요~! 거기만 갔어도 (자전거는 귀찮고) 걷든 어쨌든 무조건 통학인데 ㅠㅜㅠㅜㅠㅜㅠㅜ
헤헤
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