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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파란 돌'

  • 작성자 탈퇴 회원
  • 작성일 2013-04-02
  • 조회수 1,397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듯한 문체. 짧은 단편 안에 세개의 시간이 교차하고 있다.첫 문장에서 '나'가 말하는 '당신'은 사장 먼 기억에만 존재한다. 가까운 기억에는 '나'와 남편과 아이가 있고, 현재에는 '나'와 아이가 있다. 먼 기억의 일들을 제외하곤 '나'에 대해선 짧고 간접적인 설명만이 이어지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사건이 '남편에게 목을 졸려, 집을 뛰쳐나와 자살을 시도하려 했지만 미수에 그쳤던'일이다. '나'가 어째서 남편의 손에 죽을 뻔 했는지 소설 속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저 숲 속의 녹빛에 눈이 부셔서 목을 메려던 걸 포기했을 뿐이다.

  소설 전체에서 '나'가 안부를 전하며 말을 건네고 있는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친구의 삼촌이었다. 삼투압을 이용해 폭발하는 별의 형상과 같은 그림을 만들었고, 언제나 한결같은 조심함으로 사람들을 대했다. 그것은 '당신'의 병-조금만 부딪쳐도 피멍이 들고 코피라도 흘리면 수혈을 받아야 한다는-으로 인한 것이었다. '나'와의 마음을 확인하고, 입맞춤을 하고, '나'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웃더니 며칠 뒤 죽었지만,  '나'는 십 년이 넘는 지금까지 '당신'의 영향력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

  '나'는 나무에 목을 매기 위해 숲 속으로 들어갔었다. 새벽에서 아침으로 넘어가는 사이의 쪽빛들. '당신'을 떠올렸던 걸까. '당신'이 봄이 왔다며 가리켰던 나뭇잎들. '당신'을 해하지 못할 거라 안심하며 보았던 여린 새싹들. 그 때문에 차마 숲 속 쪽빛들 속에서 죽을 수 없었던 건지.

  '당신'은 간신히 '나'의 마음을 확인한 뒤 죽었지만,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를 괴롭게 지배하고 있었지만, 시간이 많이 흘렀다. '나'의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던 '당신'. '나'는 '당신'의 나이가 되서야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인다. '당신'이 하늘에서 발견한 영원이나 무한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 시간으로 돌아가면 '당신'과 '나'가 빗소리를 듣고 있다는 것이다. 사라지지 않는다. 떠난 것이 아니다.

 

 

  '거긴 지낼 만한가요. 빗소리는 여전히 들을 만한가요. 영원히 가져오지 못하게 된 감자 생각은 잊었나요. 오래 전 꾸었다는 꿈속의 당신, 부풀어오른 팔로 파란 돌을 건지고 있나요. 물의 감촉이 느껴지나요.햇빛이 느껴지나요. 살아 있다는 게 느껴지나요. 나도 여기서 느끼고 있어요.'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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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퇴 회원
  • 2021-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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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퇴 회원
  •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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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퇴 회원
  • 2019-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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