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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인생을 읽고

  • 작성자 미추홀hn
  • 작성일 2013-09-21
  • 조회수 1,819

위화의 인생을 읽고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은 모두 살아간다. 그 하나하나의 삶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어떤 삶이든 아픔 하나, 상처 하나 없이 살아가는 삶은 없다고 나는 믿는다. 이 세상 살아가는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짐이 있고 아픔이 있다. 푸구이도 그 짐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어쩌면, 그가 짊어져야만 했던 짐은 그에게 있어 너무 버거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평생 그 작은 방에 죽어 누운 사람을 셋 봤는데 그게 다 내 가족이었다네.” 병을 앓다 죽은 아내, 아이를 낳다 죽은 귀머거리 딸, 남의 아이를 살리기 위해 피를 너무 많이 뽑아 죽은 아들, 배고픔에 콩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다 죽은 손자까지. 작가는 푸구이를 제외한 그의 모든 가족의 죽음을 어찌 보면 너무 쉽게, 그리고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직은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존재라고 여겨지는 죽음이 그렇게 덤덤하게 묘사되는 모습을 보면서 푸구이에게 있어 죽음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푸구이에게 있어 죽음은 자신을 가족과 이별하게 만든 쓰라린 상처일지도 모르겠다. 또 한명씩 그렇게 자신의 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 보면서 푸구이는 슬픔과 함께 그 슬픔을 견디는 일에 익숙해져갔을 것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지 않은가.” 푸구이가 나그네에게 건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가족의 죽음이라는 운명에 아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응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결국 인간은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며 살아가야한다는 내용을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어느 책에선가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었다. 삶은 바둑돌을 하나하나 꺼내는 과정이라고. 흰 바둑돌이 뜻하는 것은 기쁜 일, 검은 바둑돌이 뜻하는 것은 슬픈 일. 결국 모든 사람들이 가진 바둑돌의 개수는 똑같은 것이고 그것을 꺼내는 순서만 다른 것이라고. 그래서 어느 순간 기쁜 일들이 삶에서 찾아올 수도 있는 것이고 슬픈 일들이 찾아 올 수도 있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푸구이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어도 분명히 그에게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삶이 너무도 안타깝지 않은가. 그에게 인생이, 오로지 슬프고 고달팠던 삶으로만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이라는 짧지만 형용할 수 없을 만큼 기나긴 이 단어의 의미를 언제쯤이면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까?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고 하던데 그 때가 되면 어렴풋이 깨달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지금, 열일곱살의 내가 겪어온 인생에 대한 느낌과 몇 십년 후의 내가 경험할 인생에 대한 느낌이 얼마나 어떻게 다를지 생각하면 설레고 떨리기도 한다. 물론, 푸구이처럼 서러운 인생을 살고 싶지는 않다. 당시 중국이 처한 상황과 그가 겪을 수 밖에 없었던 고통의 시간들은 누가 보기에도 서럽고 힘든 시간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를 더욱 슬프게 만든 진짜 이유는 그 애달픈 삶을 살아온 그가 말하는 ‘인생의 가치’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덤덤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내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아직은 이 대작이 주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내게 인생이란,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이란 어떠한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지 재고하게 만든 깊은 작품이었다.

 

미추홀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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