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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초

  • 작성자 품달
  • 작성일 2014-01-21
  • 조회수 931

  “학생 정말 미안한데.”

  얼굴이 불콰한 택시기사가 보조석 뒷자리에 앉은 하영에게 담배를 한 대 피워도 괜찮겠느냐 물어왔다.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하영은 그 쪽으로 슬쩍 눈을 비추는가 싶더니, 그러시던가 하고는 다시 손거울로 시선을 거두었다. 백미러 너머의 하영을 건너다보던 택시기사는 곧 대시보드의 수납함으로 손을 뻗어 꼭 손거울만한 담뱃갑을 꺼낸다. 이윽고 그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라이터를 찾는 듯 했다. 그러나 곽 안에도, 대시보드 속에도 혹은 택시기사의 바지주머니나 택시 밑바닥에서도 라이터를 찾을 순 없었다. 택시기사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쥔 채로 이곳저곳을 뒤지는 탓에, 하영은 거울에서 눈을 때고야 만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주머니에서 제 라이터를 꺼내 딸깍였다. 딸깍. 딸깍. 라이터는 그런 소리를 내며 켜졌다. 꺼졌다. 했다. 보조석 시트에 얼굴을 박다시피 있던 택시기사는 그 소리에 몸을 쑥 일으킨다. 그는 입에 물던 담배를 잠시 손에 쥐어 놓고는 뒤쪽에 앉은 하영에게 불도 좀. 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영은 택시기사의 몸에서 술 냄새가 훅 끼쳐오는 것을 느꼈다. 하영의 등이 어느새 뒷좌석 시트에게로까지 후퇴하고 만다. 찰깍. 라이터는 또 그런 소리를 내며 불길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렇게 택시기사의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가져다 대었다. 택시기사가 곧 숨을 들이마시자 담배에 불이 붙었다. 타 들어가는 담배는 흐느끼는 듯싶은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자동차 엔진소리에 묻혀 이들에게 들릴 리가 없다. 갑 속에 갇혀있던 담배는 이제 막 허연 그을음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을 뿐이고, 그 그을음은 차차 천장에 쌓여갈 따름이다. 택시기사가 첫 숨을 도로 내쉴 때 이윽고, 자동차가 잠시 휘청거린다. 택시기사의 윗 몸뚱어리는 바로 제 자리를 찾아간다. 그러나 하영의 자리에는 택시기사가 내쉬고 간 담배연기가 남아 그녀의 교복 속에, 그녀의 머리카락과 분이 덮인 피부 아래에, 스며들어갔다. 하영은 스윽, 숨을 들이마셨다. 어릿한 담배연기가 하영의 흉곽에 담겼다가, 이윽고 내쉬어졌다. 하영은 저도 모르게 고인 침을 혀로 찬찬히 굴리다 삼켰다. 그리고 거푸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나 택시기사가 어느새 창문을 열어놓았는지 택시안의 담배연기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그는 열어놓은 창문에 연신 꽁초를 떨어내고 있었다. 여전히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쥔 채. 하영은 그에게서 눈을 돌린다. 그리고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택시가 들어선 길목은 무어라 붙여진 이름이 없는 너절한 먹자골목이었다. 택시는 입간판 따위가 늘비하게 널린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 하영이 택시기사에게 일러두었던 삼층 상가 앞으로 멈추어 섰다. 하영은 손거울 따위의 것들을 토트백 속에 갈무리해, 다시 그 속에서 신용카드 한 장을 꺼내 택시기사에게 건네었다. 택시기사는 리더기에 그것을 슥 긁고는 도로 하영에게 돌려주었다. 하영은 그것을 받는 것으로 택시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하영이 내린 택시의 탑은 곧 불이 켜지는가 싶더니, 택시는 '빈 차' 가 써진 네온사인을 번뜩인 채 거리에서 사라진다. 하영은 택시가 사라진 골목에서 눈을 때, 동창회 현수막이 내걸린 상가의 문 앞에 바투 선다. 유리문은 어두컴컴한 층계와 함께 교복차림의 하영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녀는 그 앞에 서서 흘러내린 자분치를 귀께로 쓸어 올린다. 그러고 한동안 그 앞에서 옷매무세를 다듬다, 문 옆을 비껴 모퉁이 사이로 걸어 들어갔다.

  모퉁이 사이의 좁은 거리에는 벽에서 튀어나온 갓등 하나가 꽁초들이 두둑두둑한 시멘트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하영은 그 거리 가장에 몸을 세우고는 가방을 뒤적였다. 곧 그녀의 손에 번듯한 담뱃갑이 쥐어졌다. 그녀는 그 갑에서 담배 한 개비를 꺼내 필터를 꾹 집었다. 탁 하고, 필터 속으로부터 날치 알 터트리는 느낌이 올라왔다. 하영은 그것을 입에 물고 한 숨 들이쉰다. 아직 불을 붙이지 않은 담배냄새가 싸한 박하 향에 섞여 입 안을 감돌았다. 곧 그 입에 침이 고여 온다. 하영은 그것을 삼키고 예의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였다. 하영이 숨을 들이 마시니 담배는 풍성한 연기를 내며 조금씩 타기 시작했다. 하영은 손의 담배를 좀 떨어트려 놓고 있다가, 다시 한 모금 들이마셨다. 화한 기운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곧 그 기운은 콧잔등을 아찔하게 하며 내쉬어졌다. 내뱉은 연기는 손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보다 조금 옅었다. 하영은 입 안에 잔류한 멘솔 향을 혀로 다시다, 다시 한 모금을 더 들이마셨다. 하영은 이윽고 약간의 기분 좋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런 그녀의 뒤, 옆 상가의 뒷문으로 어느 남자가 걸어 나왔다. 인기척을 느낀 하영은 저도 모르게 한 걸음 앞걸음 질을 치면서 뒤를 휙 돌아본다. 남자는 그녀를 슥 지나쳐 가다, 갓 등 아래의 꽁초가 수북한 곳에서 몸을 수그렸다. 그리고 공깃돌을 고르는 것 같은 손놀림으로 꼬리가 제법 긴 장초들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하영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한 모금 빠는가 싶더니, 반 남짓 남은 꽁초를 저만치 뚱긴 채로 그 모퉁이를 빠져 나와 그대로 현수막이 있던 상가의 유리문을 열어 층계를 오르기 시작했다.

  하영이 다다른 곳은 삼 층의 호프집이었다. 하영은 문 앞께로 다가갔다. 문에 입혀진 검은 선팅 너머로 가게안의 풍경이 들여다보였다. 가게 안은 옅은 조명이 벽을 비추고 있었고, 테이블에서는 옷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잔잔하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영은 그 문을 밀고 들어선다. 이윽고 그들의 불콰해진 얼굴이 하영의 쪽으로 쏠린다. 그리고 제각기 웅성거렸다. 누구였지. 누구더라. 누군지 아는 사람. 아.

  “부반장!”

  테이블 사이에서 쟁반을 나르던 여자가 하영을 알아보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사람들은 그제야 아~하고 알은 소리를 냈다. 하영은 쟁반을 내려놓은 채 저에게로 다가오는 여자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비로소 그 사람이 반장이었음을 깨닫는다. 여자는 두르고 있던 앞치마를 하영의 옆 수납장에 개켜놓더니, 모퉁이의 테이블로 하영을 이끌었다. 아직 한 자리가 남아있는 그 테이블에서는 이미 둘러앉은 세 사람이 하영 쪽으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먼저들 이야기 나누고 있어. 마저 정리하고 올게.”

  반장은 하영을 의자에 앉혀 놓은 채 주방으로 사라졌다.

  “다들 몰라보겠다.”

  테이블 옆 자리에 앉아있던 여자가 하영에게 컵을 건네었다. 하영은 컵을 받아들고 여자가 술을 따라 주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여자는 짐짓 혀를 차더니

  “어른이 술을 따를 땐 공손하게 받아야지.”

  하며 하영을 꾸짖는 시늉을 했다. 앞자리에 앉아 있던 두 남자가 킥킥거렸다. 기지배. 하영은 두 손으로 여자가 따르는 술을 받는다. 하영의 잔에 술이 차오르면서 거품이 일었다. 곧 반쯤 남아있던 두 남자의 잔에도 술이 따라졌다.

  “건배!”

  네 사람이 잔을 맞추었다. 속이 꽉 찬 유리잔들은 걸그럭 거리는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각자의 손등에 술잔의 내용물이 튀었다. 하영은 손을 거둬 젖은 부분을 입으로 훑었다. 알싸한 기운이 하영의 혀끝을 타고 녹아들어갔다. 하영의 입술과 바투 댄 술잔은 점점 기울어 간다. 곧 하영은 그렇게 맥주 한 잔을 비워내 버렸다.

  술잔이 오가기 시작했다. 테이블의 남자들은 계속하여 잔을 부딪쳤고, 연거푸 술이 따라졌다. 여자들은 간간히 화장을 고치며 서로를 헤집는 시간을 가졌다. 하영도 그 속에 부대껴 잣대를 들이댄다. 학업. 능력. 사랑과 대인관계. 모두가 철 지난 이야기였다. 추억을 들추는 묘미가 시샘에서 흘러나온 것을 아무도 깨닫지 못한 채, 술자리는 무르익는다. 누런 조명 빛 속에 불콰해진 낯빛들이 춤을 췄다. 학력대비 시시비비 연애사가 그 안에서 판을 추고 하영은 그 장단에 놀아나며 동창들의 이름을 외우려 기를 쓴다. 그러나 술기운이 거나하게 도는지 이내 하영은 외우던 이름을 까먹고 다시 그 애. 저 애. 야. 너. 년. 따위로 동창들의 이름을 대신하고 만다. 이는 상처 입은 여인네들의 과녁이 되어, 하영을 도마 위에 오르게 하도록 부추겼다. 하영은 곧 무지막지한 질문 세례를 받는다. 하영이 너 취직은? 사귀던 사람은?

  어쩜.

  술자리의 여인들에게 하영의 변명은 중요치 않았다. 그저 하영을 동정하고 연관된 사람을 깎아내리고 싶었을 뿐. 다른 의도가 아니 있을 턱이 없다. 그러나 험담의 파랑을 달리 이끌어 나가기에 하영은 너무 취해버렸고, 기실 그녀의 신세가 너무 무기력하기도 했다. 임용고시에 매달린 시기가 벌써 사 년을 채웠고 그 공백은 그녀의 명문대 자격증으로 매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학벌주의 사회로 빚어진 열등감은 술자리 속에 그녀를 잠식시켰다. 너는 좋은 대학도 나왔는데. 나이가 찼지만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 있을 꺼야. 어려보이도록 면접 때 교복을 입고가는건 어떠니? 잘 어울린다 키득 키득.

  “하영아.”

  우리 담배나 태우고 올까? 막연히 술잔을 쥐고 있던 하영에게 반장이 다가왔다. 아직 앞치마 차림이었다. 하영은 허정거리는 정신을 바로 잡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럴까.”

  다녀와. 테이블 자리의 몇몇이 하영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영은 그런 그들에게 웃음을 내보이다 반장을 따라서 술집을 나선다. 선팅 처리된 호프집의 문 너머에는 계단이 길게 내리어져 있다. 계단은 어둠에 젖은 채, 하영의 술기운을 빌어 더욱 까마득하다. 반장은 위태로워 보이는 하영을 붙잡고 한 계단씩 층계를 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직도 하영은 반장의 이름을 알 수 없었다.

  건물을 나오자 둘은 바로 모퉁이를 돌았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 하영이 담배를 피웠던 골목이었다. 둘은 갓등 아래에 마주선다. 갓등 아래의 땅에는 아직 담배꽁초들이 수북하다. 하영은 먼저 담배를 뽑아 반장에게 권한다. 반장은 그것을 입에 물더니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반장이 담배를 대고 있던 그 불꽃으로, 하영이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하영은 그렇게 잠시 숨을 들이마시다 떨어졌다. 불붙은 담배 끄트머리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연기의 끝자락은 갓등을 간질이다 이내 사그라진다.

  “애들이 좀 짓궂지.”

  반장이 재를 퉁구며 실실 웃어왔다.

  “그러게.”

  “불러서 괜히 기분 상하게 한건 아닌가 싶다.”

  “많이들 변했는걸.”

  “너는 하나도 안변한 것 같다.”

  “교복 때문인가.”

  하영은 다시 담배를 물었다. 숨을 들이마시자 쌉사레한 연기가 들어왔다. 그제야 하영은 아직 필터를 깨물지 않았던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깨물었다. 탁. 소리와 함께 익숙한 향이 몸속으로 들어왔다. 싸한 멘솔향이 몸속에 떠도는 술기운과 섞여가는 것을 느끼며 하영은 기묘한 울렁거림을 느낀다. 울렁거림은 기침과 구토를 유발했다. 이를 잠재우느라 하영은 좀 전과도 같이 반장의 안부치례들을 건성으로 받아넘겨야 했고, 이는 대화의 소재를 떨어트리기에 충분했다. 말을 잃은 반장은 그 채로 잠시 담배를 태우다, 짧게 살라버린 꽁초를 버리고 그 손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가게에 술을 대주는 선배가 사장 대리를 구하고 있어. 너 요새 힘든 거 안다.

  반장이 주머니 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냈다. ‘한설유람 최지원 공일공 오하나 이구에 공공삼공.‘ 하영은 명함을 건네받는다. 이어 반장과 눈이 마주친다. 하영은 눈앞의 여자에 대해 셈을 하려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다.

  “고마워. 나는 한 대 더 피고 들어갈게 먼저 들어가 봐.”

  그래. 올라와. 반장은 하영을 지나 모퉁이 속으로 사라진다. 좁은 길목 속에 하영이 혼자 남았다. 하영은 멍하니 서서 갓등을 올려다보다, 담배를 낀 손가락 두 마디가 따듯해져 오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새 필터까지 내려온 불기운이 하영의 손을 덥히고 있었다. 하영은 필터만 남은 담배꽁초를 내려다본다. 하얀 필터가 하영의 립스틱 색이 번져 적나라했다. 하영은 꽁초들이 도드라진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본다. 불현듯 하영의 머릿속에 남자 하나가 스며든다. 이 길목에서 꽁초를 줍던 너저분한 행색의 남자였다. 그의 손아귀로 장초가 한 두 마디 씩 모여 가는 것을 하영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내가 피웠던 담배는 어디로 갔을까. 하영은 립스틱 마크가 새겨져 있을 자신의 장초를 찾아보지만 그녀의 장초는 길목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영은 남자가 벌건 얼룩이 진 장초를 입에 무는 상상을 하다, 비로소 바닥에 토를 할 수 있었다.

  모임은 반장의 술집을 지나 노래방을 건너 다시 어느 술집에 잔을 걸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하영은 어느 순간 잠이 들어 버렸고, 눈을 떴을 땐 이미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고 있던 차였다. 내가. 어제. 동창회에서. 교복을 입고. 술을 마셨다. 왜? 그녀는 이불속에서 어젯밤의 일들을 차분히 정리하려 애를 쓴다. 그러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돈이 없어서. 하영에게 양복을 맞출만한 일은 일어난 적이 없었고, 변변치 않은 옷을 입고 가기에 하영의 옷은 너무 초라했다. 어머니에게 손을 벌려 옷을 새로 맞추기에도 동창회는 초라한 행사였다. 동창회에 나가지 않자니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행사에 나가지 않는 사람들은 패배한 사람들뿐이었으니까. 하영은 자신의 귀가 미치지 않는 먼 곳에서, 예전에나마 업신여겼던 사람들이 자신을 씹는 과정을 생각고 싶지 않았다. 비록 하영의 월급이 어머니의 쌈지주머니에서 나온다 하더라도, 등 뒤에 학자금 대출이 수천이나 저당잡혀있다 하더라도 그녀는 그들의 부반장이었다. 명문대 졸업생이었고, 집 안의 장녀이기도 했다. 동창들에게 후줄근한 모습 따위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영은 발밑에 무더기로 쌓여있는 옷가지들을 내려다본다. 모두가 허물이었다. 두 시간을 들여 이 옷 저 옷을 짜 맞춰 보았다면, 원단에서부터 드러나는 싼 티를 조금이나마 가릴 수 있었을까. 그 시간의 반 남짓을 들여 결국 하영이 선택한 옷은 장롱 구석탱이에 걸려있던 교복이었다. 지금도 하영은 교복을 입고 있다. 어젯밤의 사투에 잔뜩 헝클어 져서는. 술 냄새와 담배 냄새를 푹 푹 내고 있다. 하영은 바닥에 널린 옷가지들을 침대 아래로 밀어 넣고 책상 앞에 앉아 판례집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어제 펴 놓았던 형법 판례 총정리는 명예와 신용에 대한 죄를 다루고 있었다.

  甲은 乙만 들을 수 있도록 귀엣말로 乙이 丙과 부적절한 성적 관계를 맺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 후 乙은 그 말을 스스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였다. 甲의 죄책은?

  명예훼손죄. 아마도? 하영은 1번 문항에 체크를 하고는 문제의 판결요지를 들여다본다. 어느 사람에게 귀엣말 등 그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방법으로 그 사람 본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사실을 이야기하였다면, 위와 같은 이야기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의 구성요건인 공연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무죄였다. 하영은 문제 모퉁이를 샤프로 찍 긋는다. 그리고 다시 다음 문제를 들여다본다.

  甲은 몇 사람의 손님이 甲과 자리를 멀리하여 떨어져 있는 다방 안에서 乙에게 丙에 관한 험담을 하자, 丙과 사업관계로 친한 乙은 甲에게 왜 그러한 말을 하느냐고 힐책하였다.甲의 죄책은?

  무죄? 하영은 문제를 앞에 두고 잠시 머리를 싸맨다. 그러나 방 밖이 시끄러워 도저히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수가 여럿일 법한 목소리들이 틈새를 거쳐 하영의 귓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다른 날보다 유난히 시끄러운 날이었다. 하영은 샤프를 페이지 사이에 끼워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다 문 앞에서 멈춰 선다. 이대로 나갈까. 어젯밤 가족들이 하영의 교복차림을 보았었을까. 만일 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어머니와 그녀의 친구들이라면 그것은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하영은 서 있는 그 채로 옷을 벗기 시작한다. 맨 처음은 블레이저. 스웨터. 리본. 와이셔츠와 치마. 옷가지들은 한 차례씩 벗겨져 하영의 발밑에 아무렇게나 늘여져 갔고, 하영은 이내 맨몸이 된다. 속옷 차림이 되어서야 퍼뜩 샤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결국 침대 앞에 엎어져 추리닝을 찾는다. 다른 옷가지들에 밀려들어간 추리닝 한 벌은 침대 밑 먼지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하영은 그것을 입고 방을 나선다. 방을 나와 하영이 먼저 인식한 것은 향내였다.

  하영은 술잔을 돌린다. 원 체 그렇듯이 왼 쪽으로 세 번. 오늘은 아버지의 제삿날이었다. 믿기지 않게도 오늘이었다. 쪼르륵. 옆에 앉아있던 어머니가 하영의 술잔을 받아 사기그릇에 담아낸다. 하영은 잠시 뜸을 들이다 어머니와 함께 상에 석 번 씩 절을 하였다. 그 모습을 진아가 지켜본다. 진아는 열 살 남짓 하는 하영의 친척 동생이었다. 사실 하영은 아버지의 제사 날짜도 그렇듯이 진아의 나이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진아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런 것들을 도맡아 기억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머니였다. 하영은 진아의 옆자리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아이가 지루해 하는 양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진아는 커다란 눈으로 제사상에 꽂힌 양초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촛불은 꼿꼿이 서 있다가도 이따금 몸을 뒤튼다. 까만 그을음을 내면서, 촛농을 흘리기도 한다. 진아의 눈동자는 그 과정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저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영이 내린 결론은 진아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였다. 너도 무죄. 땅. 땅. 하영의 어머니가 드디어 지방을 집었다. 그녀의 반대쪽 손에는 제사 음식들이 조금씩 띄어져 담긴 그릇이 들려 있었다. 언젠가 하영은 어머니가 물밥을 먹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원래는 길 밖으로 던져져야 했을 밥인데, 어머니는 태연히 TV를 보며 그것을 깨작깨작 먹어치우고 있었다. 집을 나서던 하영은 말하고 싶었다. 어머니 그건 모순이에요. 그러나 어머니가 여느 밥을 먹을 때와 같이 하영은 태연히 집을 나서고 말았었다.

  지방이 태워지고 촛불이 꺼졌다. 향내가 내려앉은 제사상 앞에 온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 제사상은 홍동백서와 같은 의례에 맞게 차려져 있었고, 하영이 앉은 자리에는 나물만이 놓여있었다. 하영은 며칠 굶기라도 한 듯이 허겁지겁 밥을 넘긴다. 여느 명절처럼 가족들은 식사와 함께 해우를 나눴지만 하영은 밥을 넘길 뿐이었다. 하영은 친척들의 관심이 부담스러웠고, 그들의 덕담을 들으며 식사를 이어나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하영은 그들이 반찬에 관심을 가지는 동안에 식사를 끝마쳤다. 그리고 빈 밥그릇을 싱크대에 담가놓고 진아를 불렀다.

  “진아야. 우리 나갔다 올까?” 진아는 그 말을 듣고 밥상 앞에서 벌떡 일어난다.

  “응. 밥이 맛이 없어.”

  “밥 다 먹으면 그릇 들고 와서 담가.”

  진아는 밥그릇에 수저 한 벌을 넣어 하영의 앞을 지난다. 밥그릇 속에는 밥이 반 남짓 남아 있었지만 아무도 진아에게 무어라 말을 하지 않았다.

  “엄마 나 진아랑 뭣좀 먹고 오게 만원만.”

  어머니는 선뜻 주머니에서 만원을 꺼낸다.

  “금방 올게. 나가자.”

  하영은 어머니의 손에서 만원을 가져간다. 그리고 현관에 가 슬리퍼를 신고 진아를 기다렸다. 진아는 금방 하영을 따라 붙었다. 하영은 진아가 신발을 고쳐 신는 것을 보다가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준다. 그러다 진아와 눈이 마주쳤다. 하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뭐 먹고 싶어? 진아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과자 사줘. 둘은 현관문을 나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선다. 엘리베이터 측면에 붙은 거울 두 장이 하영의 떡 진 머리와 후줄근한 차림새를 무수히 비춘다. 하영은 이미 몇 번쯤 반사되어 저만치 떨어진 하영의 몰골을 들여다본다. 거울 속 대칭의 나열은 쭉 이어져, 형광등 불이 닿지 않을 만치 늘어져 있다. 빛이 모자른지 색채가 어둡다.

  땡. 문이 열립니다.

  열린 엘리베이터 문 밖으로 진아가 달려 나갔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멈추어 뒤를 돌아본다.

  “빨리 와!”

  진아는 다시 뛰는 시늉을 하다 하영이 맞춰주지 않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하영을 기다리기 시작한다. 그 즈음 하영은 주머니 속에서 담배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담뱃갑 속에 담배는 한 대도 남아있지 않다. 하영은 빈 갑을 버리고 진아를 바짝 쫒아 붙는다. 그런 하영의 모습에 진아가 다시 저만큼 달아나고 만다. 아무래도 하영이 조금 더 어울려주길 바라는 듯싶었다. 허나 하영은 이 모든 것이 귀찮을 뿐이다.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 다가올 경찰간부시험을 준비해야 하는데, 집에는 아직 친척들이 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간다면. 분명 공부를 하다 말고 노가리 판에 불려나갈 것이고, 미래에 대한 껄끄러운 덕담들을 경청해야 할 테지. 하영은 그 덕담의 장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아를 데리고 나왔다. 집에 들어갈 쯔음엔 가족들이 TV앞에서 한껏 나태해져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영은 진아를 불러 아파트 단지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하영의 나이 또래 쯤 되어 보이는 여자가 둘을 맞는다. 하영은 진아를 과자가 있는 코너로 안내했다.

  “먹고 싶은 거 세 개만 골라.”

  “비싼 거 골라도 돼?”

  “먹고 싶은걸 골라.”

  진아는 진열대에서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며 살 것을 고르기 시작했다. 하영은 카운터로 가 종업원에게 만원을 내고 담배를 주문한다.

  “에쎄로 두 갑 줘요.”

  천 원짜리 넷 장과 동전 몇 푼이 담배 두 갑과 함께 돌아왔다. 하영이 계산하는 것을 보고 진아가 불안했는지 고르던 과자 네 개를 집어 쪼르르 하영의 옆으로 달라붙는다.

  “이것도 계산해 줘요.”

  진아가 과자들을 카운터 위에 내려놓자 종업원이 그것들을 계산했다. 하나당 천 이백 원씩 해서 사천 팔백 원. 동전 몇 푼이 더 필요하다. 하영은 주머니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늘 한두 개씩 주머니 속에서 굴러다니던 동전은 당최 보이지가 않았다.

  “과자가 너무 많다. 거기서 하나만 빼라.”

  진아는 카운터 앞에서 머뭇거리다 과자 하나를 빼서 진열대에 도로 가져다 놓는다. 종업원이 과자들을 봉지에 담아 하영에게 건네자, 하영은 지폐 네 장을 내놓고 다시 잔돈을 거슬러 받는다. 여기 있다. 하영이 과자 봉지를 진아에게 안겨주고 편의점을 나선다.

  하영은 현관문 앞 복도에까지 진아를 마중했다. 그리고 몇 층을 올라 옥상에 당도했다. 늘 그렇듯이 옥상은 텅 빈 채로 하영을 맞이했다. 노출된 시멘트 바닥은 먼지를 가득 담은 채 햇살을 부시고 있었고, 먼지들은 그 위를 지나는 바람에 휩쓸린다. 하영은 난간으로 걸어간다. 난간 아래로 차도와 상가들이 내려다보인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딱 맞는 것이 담배를 태우기 좋은 날씨다. 하영은 주머니 속을 뒤진다. 손에 담뱃갑과 함께 명함이 집혀졌다. ‘한설유람 최지원 공일공 오하나 이구에 공공삼공.‘

  “바지사장이라.”

  어젯밤 반장의 차림은 남루했었다. 그녀의 처신 하나 하나가 비굴함이 엿보였던 것을 하영은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과연 비굴함이었을까. 무신경에서 나온 조심스러움이 비굴함으로 비쳐보였던 것은 아닐지. 사실 하영이 반장과 마주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동창회가 열리는 내내 테이블 곳곳에 음식을 날라야 했으니. 따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채 흘려버릴 사람이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하영의 손에는 아직 명함이 남아 있다. 그녀는 왜 술기운에 난타 당하던 하영을 구제하였는가. 하영은 반장이 불러낸 시간을 다시 곱씹어본다. 반장이 하영에게 담배를 권했던 이유는.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에게 명함을 건네었던 까닭은. 이용하기 위해서? 꽁꽁 싸맸던 빈곤의 기운을 테이블 너머에서 내다보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홀로 추억에 잠겨 자신을 동정했던 것일까. 아무래도 좋을 일이었다. 우선, 하영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그것을 반장은 알고 있었고, 하영만이 수 년 째 부정하고 있었다. 하영은 자존심의 말로에서 허우적대다, 어느새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장의 이름을 뱉자 통화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내일부터 나오시면 되구, 옷은 잘 차려입고 오셔야 해요. 정장으로. 정장이 없는데요. 저희가 지불해 드릴 테니 쫙 빼입으시고 영수증 끊어 오시면 되요. 공부할 거리들 챙겨가도 되겠죠? 네. 이야기 들었어요. 경찰 간부 시험 준비하신다면서요. 네. 괜찮으니 사양 말고 준비해 오세요. 감사합니다. 네. 그러면 내일 뵈는 걸로……. 예. 수고하세요. 스피커 너머에서 통화가 종료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영은 담배를 피우러 올라왔다는 목적을 잊고 집으로 내려간다. 현관문을 여니 거실에는 아직 친척들이 둘러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하영은 신발을 벗으며 말한다.

  “엄마. 나 취직했어.”

  하영은 어머니를 비롯한 친척들이 무슨 말을 꼽기도 전에 방 안으로 들어간다. 책상에는 아직 판례 책이 펼쳐져 있다. 하영은 샤프를 빼 책상 모퉁이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책을 덮는다. 텁. 형법 판례 총정리가 둔중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하영 역시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는다. 그리고 내일을 기다렸다.

  품위를 유지하려면 결국 돈을 벌어야 했다. 하영이 양장점 앞 쓰레기통에 헌옷이 든 봉지를 버리며 든 생각이었다. 이참에 머리도 다듬을까. 깔끔하게 갈아입은 정장 안주머니에는 아직 돈이 좀 남아 있다. 어머니가 하영에게 옷을 사 입으라 주었던 돈뭉치의 일부였다. 이십 여장 남짓 되었던 만 원짜리들은 옷을 맞추고도 다섯 장이나 남아 있었다. 그러니 하영의 발걸음은 가벼울 수밖에 없다. 하영은 남은 돈 만큼은 누군가에게 떳떳해질 수 있는 것이다. 커피 집 종업원이나 택시기사 뭐 그런 것들에게. 하영의 걸음은 양장점 근처의 버스 정류장에서 멈추어 진다. 바로 부평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직 버스가 올 기미는 없다. 하영은 정류장에서 좀 떨어진 채로 담배를 태우기 시작한다. 바지사장을 생각하며. 사실 범인도피죄의 형량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백. 삼백? 하영은 전과가 깨끗한 사람이었고, 집행 유예 따위는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벌금형으로 처리될 것이었기에, 자신이 경찰이 되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기도 했다. 오히려 몇 천원에 한 시간씩 저당 잡히는 아르바이트 따위가 발목을 붙잡겠지. 수사에 협조만 한다면, 그래. 서너 달만 하다 꼬리가 잡혀도 칠백은 나올 것이다. 그 돈으로 옷도 사고 학원도 끊자.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더러운 짓을 해서라도 고시를 영위해야했다.

  하영이 떡대를 따라간 것은 버스에서 내린 후였다. 둘은 대로변에서 번화가로, 점점 후미진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번화가 뒤편의 야트막한 상가단지들은 모두 셔터가 닫혀져 있다. 간간히 보이는 쇼 윈도우에는 마네킹 하나 없이 의자만이 달랑 놓여져 있었고, 간판이 있을 자리에는 방수천이 덮여 있다. 그러나 거리는 유난히 깨끗하다. 둘은 그 거리를 지나치는 듯싶다 별 특색이 없는 셔터문 앞에 멈추어 선다. 하영은 떡대의 등을 뒤쫓는 동안 수많은 질문을 던져왔지만, 하영이 던진 수많은 질문 중 떡대가 대답해준 것은 막바지의 질문 하나 뿐.

  “여기는 어디에요?”

  “빡 촌.”

  떡대는 쭈그려 앉는가 싶더니 바닥의 셔터를 잡아다 어깨만치 들어올린다. 접힌 셔터 사이로 유리문 두 짝과 함께 불이 켜진 상가의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들어가.”

  하영은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민다. 이윽고 뒤에서 셔터 닫히는 소리 울려 퍼진다. 하영은 흡사 고시원을 옮겨다 놓은 듯한 내부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떡대에게 이끌려 어느 자그마한 방으로 들어가고 만다.

  “오셨어요?”

  그곳에 하영을 부른 남자, 최지원이 앉아 있었다. 그는 하영에게 앉을 자리를 권한다. 그리고 떡대에게 음료수를 주문했다. 떡대는 최지원에게 고개를 한번 팍 숙이고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이내 방 안에는 낯선 기류가 가득 찬다. 하영은 팍 쫄아버린 어깨를 어떻게든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쉽사리 적응이 되지 않았다. 눈앞의 남자는 화류업계의 대부로 보였고, 방음이 덜 된 벽 사이로 간간히 여인네들의 천진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은 사창가였다.

  “예쁘시네. 이야기 나눌까요?”

  최지원은 그런 하영의 모습을 음미하다 서류 가방에서 종이 몇 장을 꺼낸다. 이어 둘 사이를 가로지르던 테이블에 서류 몇 장이 놓여진다. 하영은 테이블 아래에 놓인 활자에 묻힌 채로 대답했다.

  “네.”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 건데. 옷 잘 어울려요.”

  “감사합니다.”

  “편하게 계시고. 하실 일은 없으니까 필요하신 거 있으면 아이들 시키시면 돼요.”

  “네.”

  “지금 너무 안색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아뇨. 괜찮습니다.”

  “옷값은 미리 하영 씨 통장으로 넣어놨어요. 마흔 장 정도 넣었는데. 어떻게. 더 필요하셨 나요?”

  “아뇨. 충분했습니다.”

  “하하. 옷이 좋아보여서 모자랐으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습니다.”

  어느새 들어온 떡대가 유리잔에 각각 식혜를 담아온다. 떡대는 하영편의 테이블로 식혜를 놓으며 실 실 웃는다. 맛있게 드세요. 하영은 긴장감에 정신이 멍 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사슬은 어느새 하영의 발목을 옥죄고 있었고, 하영은 계약서 속의 하영처럼 을(乙)이 되어 있었다. 하영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눈앞의 남자에게 먹혀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말 하나 하나가 포석이 되어 판에 깔리는 기분. 테이블에 놓인 서류뭉치들은 명의를 이전하는 계약서와 함께 사업장이 적발될 시,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는 각서와 효력이 없을 그 각서를 뒷받침하는 ‘계약을 파기함으로써 끼치는 갑(甲)의 모든 불이익을 을(乙)이 상환한다.’ 는 내용의 각서로 이루어져 있다. 본 계획대로라면 후의 각서들은 하영이 절대 찍지 말아야 할 것들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최지원은 하영에게 별스럽지 않은 사담을 늘여놓고 있었다. 하영은 행여 속내를 읽힐까 대답에 조심스러워진다. 이러한 반응을 눈 앞의 남자가 아니 놓칠 리가 없다. 찌처럼 흔들리는 하영의 모습은 최지원으로 하여금 줄을 잡아 당기게 했다.

  “그럼 슬슬.”

  최지원은 테이블 위 서류들을 싹 긁어 모아 각을 정리 하기 시작한다.

  “뭐라도 먹으러 갈까요.”

  서류 다발이 하영에게로 건네져 온다. 하영은 서류를 공손히 받고선 훑어보는 척을 한다.

  그러나 이내 서류를 내려놓는다. 하영의 주머니 속에서 도장을 꺼내진다. 도장은 인주를 적신 뒤 계약서의 서명란에 찾아들어가 박혔다. 그 뿐이었다. 하영은 그 채로 가만히 있다가 최지원을 찾는다.

  “사장님. 우리 각서도 필요한가요?”

  “아무렴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최지원은 슬쩍 하영의 쪽으로 머리를 들이민다. 그러나 하영은 차마 서류다발 위로 얼굴을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각서의 내용이 너무 부담스러워서요.”

  “어디보자.”

  서류가 하영의 쪽에서 넘어갔다. 최지원은 서류를 슬몃 보는가 싶더니 그대로 찢어버렸다. 재미있는 친구네.

  “네?”

  “이 서류가 필요 없으면 바지사장도 필요 없는거에요.”

  최지원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 하영도 그를 따라 덩달아 일어나고 만다. 그가 하영에게 묻는다. 하실거에요? 하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얘들아! 최지원이 옆방과 이어진 벽을 두드리자, 금세 방 안으로 떡대 셋이 튀어들어왔다.

  “옷은 두고 가셔야죠.”

  하영은 남자의 속내를 알 수가 없어 떡대들이 몰려들어온 방문과 마주한 채 머뭇거린다. 그러나 떡대들은 비웃는 기색도 없이 뒷짐을 진 채로 하영을 내려다본다.

  “싫으세요? 벗겨 드릴까요?”

  움츠린 채로 서 있던 하영은 떡대들이 뒷짐을 풀고 나서야 옷을 벗기 시작한다. 블레이저. 화이트 셔츠. 스커트. 옷들이 한꺼풀씩 하영의 몸에서부터 떨어져 나간다. 비로소 하영은 목이 늘어난 티셔츠 아래로 까만 레깅스 한 장을 달랑 걸친 기묘한 모습이 되었다. 떡대 하나는 하영의 뒤에 쭈그려 앉아서 하영이 벗은 옷가지들을 하나씩 개켜놓다가, 옷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자 하영을 올려다 보며 물어왔다.

  “더 안 벗으십니까?”

  “나머지는 제꺼에요.”

  하영의 말에 방 안 모든 남자들이 배를 잡고 웃어재끼기 시작한다. 하영은 등을 쫙 타고 올라오는 수치심에 골반까지 내려온 티셔츠를 손으로 더욱 내린다. 그리고 떡대들 사이를 비집고 방을 나섰다. 등 뒤에서는 아직 웃음 소리가 남아있다. 그녀는 그 소리를 피해 건물을 나서려 했으나, 건물 입구는 언제 쳐졌을지 모르는 셔텨가 가로막고있다. 하영은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셔터를 올리기위해 기를 쓴다. 그러나 녹슨 셔터는 그녀의 무릎께밖에 올라와지지를 않는다. 하는 수 없이 하영은 쪼그린 채 개처럼 상가를 빠져나가야 했다.

  날은 아직 저물지 않았다. 해는 아직 중천에 떠서 인적이 없는 사창가 거리를 내리비추고 있다. 그리고 깨끗한 거리 윗편의 사창가 옥상들에서는 여인네들이 무리를 지어 담배를 태우고 있다. 허정거리며 사창가를 빠져나가고 있던 하영에게 그녀들이란 태양을 등지고 서 있어 까마귀처럼 시꺼멓게 보이는 한 무리 날짐승들에 지나지 않았다. 하영은 자신이 그녀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러다 퍼뜩 하영의 머릿속에 반장이라는 존재가 스쳐지나간다. 서슬퍼런 눈이었던가. 말이 조금 빨랐던가. 그것또한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교복을 입고 나간 동창회 자리나, 반장. 아버지 제사에 모인 친척들 따위를 잠시 잊어버리기로 결심한다. 지금 당한 치욕은 되갚아줄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기에. 형법판례에 적혀있을 이번 사건의 해답은 아마 사 번이겠지. 하영은 자조하며 걸음을 옮긴다. 사 번의 이름은 무죄. 법의 잣대를 벗어나도 최지원은 무죄.

  톡.

  아스팔트 바닥에 장초 한 대가 불똥을 튕기며 떨어졌다. 하영의 눈 앞이었다. 반 남짓 남은 장초는 바닥에서 낮게 지글거리며 연기를 피워 올린다. 순간 하영은 물로는 채워지지 않을 갈증을 느낀다. 그녀의 손은 어느새 허벅지 언저리를 더듬는다. 그러나 주머니에 담배가 들어있을 스커트는 이미 빼앗겨 버린지 오래다. 담배는 옥상에서 떨어진 것일까. 하영이 서 있는 동안에도 담배는 계속 타고 있다. 하영은 정수리 위로 떠 있는 몇 개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면서 장초가 있는 자리에 몸을 수그린다. 그리고 그것을 집어 입에 물었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을 주시하던 무언가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쫒겨난 것을 깨닫는다.

  하영이 상가단지를 나섰을 쯤인가. 그녀의 손에 꽂혀있던 담배가 다 타버리고 말았다. 하영은 필터만 남은 담배를 땅으로 뚱기고 번화가로 나선다. 하영의 걸음이 빠르다. 집으로 돌아가 법을 공부해야 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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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초

장 초 “학생 정말 미안한데.” 얼굴이 불콰한 택시기사가 보조석 뒷자리에 앉은 하영에게 담배를 한 대 피워도 괜찮겠느냐 물어왔다.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하영은 그 쪽으로 슬쩍 눈을 비추는가 싶더니, 그러시던가 하고는 다시 손거울로 시선을 거두었다. 백미러 너머의 하영을 건너다보던 택시기사는 곧 대시보드의 수납함으로 손을 뻗어 꼭 손거울만한 담뱃갑을 꺼낸다. 이윽고 그는 담배를 한 대 꺼내 물고 라이터를 찾는 듯 했다. 그러나 곽 안에도, 대시보드 속에도 혹은 택시기사의 바지주머니나 택시 밑바닥에서도 라이터를 찾을 순 없었다. 택시기사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쥔 채로 이곳저곳을 뒤지는 탓에, 하영은 거울에서 눈을 때고야 만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주머니에서 제 라이터를 꺼내 딸깍였다. 딸깍. 딸깍. 라이터는 그런 소리를 내며 켜졌다. 꺼졌다. 했다. 보조석 시트에 얼굴을 박다시피 있던 택시기사는 그 소리에 몸을 쑥 일으킨다. 그는 입에 물던 담배를 잠시 손에 쥐어 놓고는 뒤쪽에 앉은 하영에게 불도 좀. 하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하영은 택시기사의 몸에서 술 냄새가 훅 끼쳐오는 것을 느꼈다. 하영의 등이 어느새 뒷좌석 시트에게로까지 후퇴하고 만다. 찰깍. 라이터는 또 그런 소리를 내며 불길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렇게 택시기사의 입에 물린 담배에 불을 가져다 대었다. 택시기사가 곧 숨을 들이마시자 담배에 불이 붙었다. 타 들어가는 담배는 흐느끼는 듯싶은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그 소리는 자동차 엔진소리에 묻혀 이들에게 들릴 리가 없다. 갑 속에 갇혀있던 담배는 이제 막 허연 그을음을 피워 올리기 시작했을 뿐이고, 그 그을음은 차차 천장에 쌓여갈 따름이다. 택시기사가 첫 숨을 도로 내쉴 때 이윽고, 자동차가 잠시 휘청거린다. 택시기사의 윗 몸뚱어리는 바로 제 자리를 찾아간다. 그러나 하영의 자리에는 택시기사가 내쉬고 간 담배연기가 남아 그녀의 교복 속에, 그녀의 머리카락과 분이 덮인 피부 아래에, 스며들어갔다. 하영은 스윽, 숨을 들이마셨다. 어릿한 담배연기가 하영의 흉곽에 담겼다가, 이윽고 내쉬어졌다. 하영은 저도 모르게 고인 침을 혀로 찬찬히 굴리다 삼켰다. 그리고 거푸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나 택시기사가 어느새 창문을 열어놓았는지 택시안의 담배연기는 어느새 잦아들었다. 그는 열어놓은 창문에 연신 꽁초를 떨어내고 있었다. 여전히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쥔 채. 하영은 그에게서 눈을 돌린다. 그리고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택시가 들어선 길목은 무어라 붙여진 이름이 없는 너절한 먹자골목이었다. 택시는 입간판 따위가 늘비하게 널린 아스팔트 도로를 지나 하영이 택시기사에게 일러두었던 삼층 상가 앞으로 멈추어 섰다. 하영은 손거울 따위의 것들을 토트백 속에 갈무리해, 다시 그 속에서 신용카드 한 장을 꺼내 택시기사에게 건네었다. 택시기사는 리더기에 그것을 슥 긁고는 도로 하영에게 돌려주었다. 하영은 그것을 받는 것으로 택시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하영이 내린 택시의 탑은 곧 불이 켜지는가 싶더니, 택시는 '빈 차' 가 써진 네온사인을 번뜩인 채 거리

  • 품달
  • 2013-12-31
발인

  오르막을 오르며, 달을 향해 솟아있는 신천병원의 윤곽을 바라본다. 아무도 사려하지 않는 건물. 일 년 전부터 숨을 죽인 채 살아가고 있는 그 건물이 서럽게만 느껴지는 가운데, 나는 그 모퉁이에 붙어 기생하듯 빛을 뿜어내고 있는 장례식장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만다.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서자 상주가 말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에게 절을 올리고는 문간에 앉아 신발을 벗기 시작했다. 등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한두 명이 쏘아보는 게 아닌 듯싶었다.   영안실 상석에 걸려있는 선화의 영정에 바투 섰다. 영정사진은 재작년 모습을 담고 있었다. 환히 웃고 있는 그녀에게 나는 절을 하기 시작한다. 한번, 두 번. 그리고 반.   이미 이 년 전에 그녀를 떠나보낸 기억이 있다. 취재를 위해 그녀와 7번 국도를 드라이빙 하던 때, 급발진이 일어났었다. 차는 가드레일을 들이 받고 그대로 바다 속으로 추락했다. 요행히 그녀를 데리고 차 속에서 빠져나왔지만, 전치 2주라는 가벼운 진단을 받은 나와 달리, 선화는 뇌사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뇌사. 영안실을 빠져 나오며 그 말을 굴려본다. 뇌의 사망. 이 선고가 내려진 나의 애인은 더 이상 나를 사랑 할 수 없었다. 전처럼 날 뒷바라지 하지 못했고, 사소한 말다툼조차도 나눌 수 없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나는 이기적인 놈이었던 것 같다. 헌신해야할 차례가 왔다는 것을 직감하고도, 현실을 핑계로 그녀의 중환자실에서 도망쳐 나왔으니 말이다.   잠시 딴 생각을 하는 세에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하며 그냥 지나치려던 순간 그가 뒤에서 내 어깨를 툭 쳤다.   “형. 오셨네요?”   부딪친 사람은 다름 아닌 선화의 동생이었다. 내가 근무하는 아류 신문사에 그녀의 부고소식을 올려준 장본인. 그가 아니었다면 이곳에 다시 올 일도 없었겠지.   “응, 그런데 왜 하필 여기야.”   “여기서 임종 하셨으니까요.”   “무슨 말이지.”   폐쇄된 지 오래인 이 병원에 선화가 쭉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진작 죽었죠. 이년 전쯤인가. 그게 어디 사람이에요? 몸뚱이지.”   동생이 나를 비꼬고 있구나 싶었다.   “사고였어.”   “물론이죠. 다른 사람들은 못 믿어도 저는 믿는걸요. 사고였겠죠.”   “미안하다.”   그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래절래 내젓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형한테 이런 말이나 하려 부른 게 아니었죠. 밥이나 먹으러 가요.”   동생이 나를 식당으로 데려갔다. 늦은 밤이어서 그런지 안에는 열댓 명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화투를 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낯이 익은 얼굴도

  • 품달
  • 2012-06-24
중국의 탈북자 송환을 위하여

  륜석의 주먹이 향한 곳은 딸의 행방을 말하던 채식의 인중이었다. 난데없이 얼굴을 맞은 채식은 잠시 비틀거리더니 몸을 바로잡았다. 그의 입술은 덧니에 찧었는지 패인 가장자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곧바로 륜석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다리를 걸자 륜석이 휘청하며 쓰러졌다. 채식은 그의 위로 올라타 주먹을 치켜들었다.   “이 육시랄 것이.”   그가 륜석의 코를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 했을 때, 그의 등을 곤봉으로 후려치는 이가 있었다. 인민수용소 교화관 두식이었다. 그가 재차 곤봉을 휘두르며 말했다.   "오늘 귀가 하도 그니럽더니 억이 다 막히는구먼. 탈국하려 들더니 이젠 역적동무들 끼리 물어뜯는가?"   일방적으로 날아오는 곤봉질은 손속을 두지 않는 듯, 웅크려 매질을 감내하던 이들의 입에 게거품을 물게 하였다.   “내 오늘 쳐 죽여 시범껨을 보일 생각이었다만, 오늘 운 좋은 줄 알거라."   경봉을 털어 허리춤에 찬 두식은 흐느적거리는 그들의 몸뚱이를 들어 올리더니 망태 속에 집어넣었다. 그 속에 뒤엉켜 있는 몸들을 보던 그는 침을 찍 뱉고 나서야 망태자루의 주둥이를 묶기 시작했다. 묶여진 망태기에서는 아무런 미동도 세어 나오지 못했다. 두식은 그것을 끌고 건물을 나왔다.   망태속에 갇혀있었던 그들은 어두컴컴한 암실에서 깨어났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식판출입구 틈에서 세어 나오는 빛뿐이었다. 아무도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들의 온 몸은 이곳저곳이 부어올라 있었고, 채식은 입가가 곪아 고름이 나왔으며, 륜석의 한쪽 눈두덩 은 찢어져 눈을 덮고 있었다. 륜석은 자신의 눈으로 들어오는 빛줄기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에미나이 사실로 죽었어."   침묵을 깨고 채식이 말을 건넸다. 그는 단어를 내뱉을 때마다 앞니가 흔들리는지 볼두덩이를 움찔거렸다. 채식의 말을 들은 륜석은 채식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기어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운 떨어지는 소리 마. 넘어간 거야."   멱을 잡은 륜석의 손에 채식은 두 손을 가만히 올려놓았다. 그가 부어오른 입을 열어 무어라 말하려던 찰나, 식판 출입구에서 빛이 쏟아져 나왔다. 곧 그 빛에 그림자가 드리우는가 싶더니 반짝이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나강권총(리볼버)이었다.   식판 출입구의 문이 닫히고 다시 어둠이 찾아왔을 때,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쪽을 향해 몸을 날렸다. 멱살을 잡고 있던 륜석이 먼저 팔을 뻗었지만, 눈이 이상했던지 헛곳을 짚고 말았다. 그사이 채식이 권총을 낚아채 방 모서리 쪽으로 기어갔다.   "꼼짝마!"   륜석은 채식의 외침에 반대쪽 모서리로 튀어 들어가 몸을 웅크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 밖에서 두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텅텅 비었다 거긴. 납철알은 나중에 주마. 거기서 한놈은 죽어야 하니까 잘 상의해봐."   륜석은 일어나 너덜거리는 몸을

  • 품달
  • 201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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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얼마전에 공지를 발견했는데 정시준비를 한답시고 밍기적대서 이만큼까지 늦어버렸네요.. 죄송함니다.. 빨리 확인을 했다면 12월달 친구들이랑 겨루어봤을텐데. 졸업예정자가 지금 글을 올려도 되는건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담당자님! ^^

    • 2014-01-21 05:26:0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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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 졸업입학 전에는 뭐 괜찮겠죠!

      • 2014-01-21 20:42:26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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