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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안 좋은 이유

  • 작성자 별바라기비
  • 작성일 2015-07-09
  • 조회수 368

조그마한 옥수수 알들은 커다란 초록색이 되고 싶다.

싱그러운 바람을 맞으며 제 속에 꽉 찬 자식들을 기르고 싶다.

 

옥수수 알들은 프라이팬에 담긴다.

프라이팬은 옥수수 알들을 달군다.

지글지글지글지글

열 받게 한다.

한 알의 옥수수 참다 참다

소리를 쳤다.

그 소리와 함께 하얗게 터져 조금 큰 옥수수 알이 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그리고 그리던 거대의 개념은 아니다.

야 야 야 야 야

참고 참던 옥수수 알들이 소리를 쳤다.

수많은 조그마한 옥수수 알은 수많은 조금 큰 옥수수 알로 변한다.

경박하게 이리 튀고 저리 튀어 다닌다.

프라이팬은 입을 압 다물고 열만 지글지글 준다.

가슴 속 사랑 희망 생명

바싹바싹 말라간다.

 

싫어. 싫어. 싫...

 

야!!!!!!

 

파삭파삭 슬픔마저 건조해 텅 빈 옥수수 알들

이 달구어진 공간에 슬픔 적셔줄

사랑 희망 생명 같은 건 없다.

포근한 대지란 없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옥수수 알은 난리를 피운다.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야

슬퍼우울해짜증나파삭파삭건조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팝콘

이런 걸 먹으니 속이 안 좋을 밖에

별바라기비
별바라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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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옥수수 알이 팝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줬군요. 혹시 별바라기비님은 옥수수 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시를 쓴 건가 생각했어요. 옥수수 알들의 마음까지 알고 있으니까요. 우리의 상상력은 끝이 없이 무궁무진할 수 있겠죠. 생각해보면 상상력이 만들어낸 세계는 현실에서 비롯되어야 공감을 끌어낼 수 있답니다. 1연에서 옥수수 알들이 커다란 초록색이 되고 싶고 자식들을 기르고 싶다고 했는데, 이러한 희망은 창작자 개인의 생각이 개입되어서 나온 게 아닌가 따져봐야 해요. 또한 2연의 '가슴 속 사랑 희망 생명'과 같은 관념어 사용도 너무 과장된 게 아닌가 의심해봐야 합니다. 퇴고를 한다면 감정을 배제시키고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해보세요. 화자가 팝콘을 먹으면 속이 안 좋다는 것은 주관적입니다. 만약 속이 안 좋은 이유를 쓰고 싶다면 읽는 이들도 속이 안 좋도록 쓰는 게 좋겠죠. 사람이 열 받으면 폭발하듯 옥수수도 열 받으면 팝콘이 되지 않나요. 뭔가 우리의 삶과 공통된 부분들을 찾아 비유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 2015-07-18 00:18:54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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