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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지 않은 *유산에 대해.

  • 작성자 강 아
  • 작성일 2015-07-11
  • 조회수 245

 

플로피 디스켓 안에 갇힌 네가 보고싶어져. 옛 사랑아

**사자의 단위를 타고 다녔던 우리

비디오 테잎에 새겨진 빛은 이젠 어떻게 읽어야 할까

가만보면 너는 필름 속에도 있었는데

전부 햇빛 속으로 던져버렸지

 

미안해, 나는 진화해버린 원

너와 멀리 떨어진 문명의 시인

사라진 별들과 단품된 백열전구

그렇게 너의 모든 빛들을 잃어버렸어

 

*流産  : 태아가 달이 차기 전에 죽어서 나옴

 

**수컷 한 마리, 암컷 열 마리, 새끼 일곱마리. 이것을 프라이드라고 부른다.

 

강 아
강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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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이 마을에는 열대도 한대도 어떤 계절도 오지 않는다 천둥소리 아즉한 산불을 깨워낼 때에나 새벽의 낡은 파편이 떨어져 고요가 고요가 아니게 될 때에도 손바닥 모양의 이 마을이 사랑에 빠지는 일 따위는 없었다.   -비다. 가슴이 비다. 내가 싫어하는 마을의 내 사람들이 떠나다 남은 인연의 수명은 겨우 몇 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 모든 누명이 그렇듯, 세계는 한순간에 시작되어 그 다음 순간에 끝나버렸다. 그래도 기억만큼은 영원해야 한다 오히려 넘쳐 흘러야 한다. 사랑주지 않는 마을에서도, 사랑받도록 허락된 모든 것들이 빗방울이 되어, 빗방울에게로 빛방울이 되어 쏟아지기에

  • 강 아
  • 2016-10-25
모던 데이즈

1.낮(으) 자식의 앞에서 사랑마저 벗어던진 여자와 연인의 앞에서 애인을 숨겼던 남자가 만났다 연민과 혐오가 넘치는 오후의 카페 서로의 볼을 찌르며, 서로의 눈 밑을 만지며 다른 사람에게로, 호수 밖으로 눈을 돌린 나르키소스는 그렇게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크림을 먹으며 키스- 나른한 햇살이 샅 아래로 떨어질 때 나눌 말이 더 없을 테니 다시 이별합시다.   아아, 여자와 남자가.     2.석양(Ω) 태양만 뜨거운 오후, 사람들은 에어컨의 밑으로 숨어버렸지 오늘도 비가 내리지 않아도 사랑을 배우지 못해도 네가 길을 잃어도 나는 에어컨 밑으로 숨어버리겠지 오늘도-, 또-, 태양이- 빈- 도시의- 상품정보를- 읽어- 내린다아-   3.밤(_) 바람이 떠나간 도시에는 사람만 남아 돌고 돈다-지구의 자전 계절을 자각하는 것은 변화의 순간 뿐 덕분에 사고의 여유가 생겼으니 뭘 해야 할까 체액과 타액은 오늘도 흘러넘치고 넘친다 가쁘게 숨을 넘기는 밤, 널 기다리던 버스정류장에서 자식의 앞에서 사랑마저 벗어던진 여자와 연인의 앞에서 애인을 숨겼던 남자들이 서로 술을 마신다 서로 뺨을 때리고 등을 돌려도, 지구 한바퀴 돌면 다시 만날 인연이니까 지금, 여기서  헤어집시다.

  • 강 아
  • 2016-09-06
mystique*

바람이 불던 계절도 있었고, 꽃이 피던 날도 있었다. 결국엔 많이도 죽어나갔던 한 해였다. 어째서 시든 것들은 쉽게 잊혀지고 내 아버지의 몽고반점조차 [몇 십 년 전의 일이다 or, 바로 엊그제의 일처럼 생생하지만] 사진은 썩지도 않고 잘도 간다, 시계바늘처럼 그 속의 사람은 이미 몸과 얼굴을 잃어버렸는데 무엇을 추억하기 위한 사진이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사진? 졸업사진을 마지막으로 그 아이는 이 세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네 다, 다 무슨 소용이었을까   하늘에 오르지 못해서 안개 안개가 지나가는 길마다 망령의 꼬리털 내 안에 갇혀 사라지지 못하고 핏빛으로 꽃피고 너를 잃어버린 나와 내가 잃어버린 너는 안개속의 귀머거리처럼 서로를 헤메이다 간신히 살아남은 기억들에 매달려 끝없이 죽어가는 거머리들 오늘도 너는 핏빛이다   * Masonna-Inner mind mystique 4 에서 인용, 도움, 발췌.

  • 강 아
  • 201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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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아 플로피 디스크를 썼던 게 언제였던가요. 아주 까마득합니다. 강아님의 '오래되지 않은 유산에 대해'를 읽으니 군 시절 PC보안으로 컴퓨터에 썼놨던 시들을 플로피 디스크에 넣었다가 날렸던 기억이 납니다. 복구조차 할 수 없는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였죠. 추억에 빠지게 한 건 좋지만 몇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너(옛 사랑)', '사자의 단위', '태양 속', '문명의 시인', '별들과 백열전구', '너의 모든 빛'이 뭘까요. 아마도 강아님은 아실 테죠. 그렇지만 의도나 설명을 듣고자 묻는 건 아닙니다. 시의 소재는 흥미를 줄 수 있지만 시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는다면 시적인 의도나 의미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답니다. '유산'이란 가치 있는 것을 물려받는 거죠. 이 시 텍스트에서 어떤 유산을 남겼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더 구체화시켜 퇴고를 해보면 어떨까요.

    • 2015-07-18 00:53:03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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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수정 했습니다.

      • 2015-07-22 13:46:1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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