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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리알

  • 작성자 neo
  • 작성일 2016-05-10
  • 조회수 495

오늘 아침에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밥을 먹으려고 밥그릇에 퍼 담았는데, 아니 글쎄 색이 누렇고 밥알이 길쭉한 게 아닌가. 어제 분명히 하얀 쌀을 씻었는데, 도대체 왜 누렇게 변했을까?

뭐 별 거 아니겠지... 하고 먹었는데 입에 들어가자마자 더욱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밥을 씹으면 씹을수록 몹시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비릿한 악취가 너무 심해 바로 뱉었는데, 식탁 위에 떨어진 것은 밥이 아니라 괴상하게 생긴 물체였다. 거울을 봤더니 입 안 가득 찐득찐득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달라붙어 있었다. 밥알 속의 내용물은 짙은 녹색이었고 마치 송충이를 연상케 하는 형체였다. 밥알을 씹으니 안의 그 더러운 액체가 나온 것이다. 그 냄새 나는 액체는 입천장에 한가득 들러붙어 있었다. 그 이상한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액체 덩어리는 잇몸 사이사이에 끼여 있어서 양치질을 세 번 정도는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입안에 썩은 냄새가 남아 있어 냉장고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씹었는데, 사탕이 깨짐과 동시에 찐득한 즙 같은 게 흘러나왔다. 알고 보니 그건 메추리알이었다. 사탕은 이미 내 아들이 한 달 전에 다 먹고 없었다. 나는 메추리알의 비린 맛과 불쾌한 밥알의 악취가 뒤섞여서 나오는 썩는 냄새를 얼른 막기 위해 냉장고를 뒤졌다. 한시라도 빨리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를 막아야 했다. 손에서 불이 나듯 뒤졌더니 이틀 전에 사 두었던 수박이 나왔다. 그 수박은 손님에게 접대하려고 놓아 둔 디저트였는데, 지금은 그냥 이 더러운 냄새를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부엌칼로 쪼갰다.

일단 새빨간 것이 눈에 들어왔으나 1초도 지나지 않아 그게 수박 내용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뻘건 국물이 넘쳐서 내 발에 떨어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볼 겨를조차 없었다. 아니, 아예 넋이 나가 있었다고 하는 게 옳겠다. 수박은 반으로 쪼개져 있었고 그 안에는 사람의 뇌가 있었다. 나는 내 눈이 잘못되었나 싶어 한 입 먹어봤는데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이다. 또다시 입 안 가득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나는 도저히 그걸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선반 위에 있는 과자 봉지를 집었는데, 안에는 과자가 아니라 뼈가 있었고, 삶은 달걀을 까니 눈알이 튀어나왔고, 나물을 꺼내서 먹었는데 나물이 아니라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서걱거리는 머리카락을 토해냈다. 손 위에 시커먼 머리카락 끄덩이가 한 움큼 들려 있었다. 진짜 내가 미쳤나 싶었지만 그것보다 당장 입이 썩어 죽는 줄 알아서 음식은 도저히 안 되겠다 하고 아까 수박, 아니 뇌 썬 칼로 어쩔 수 없이 내 입을 쑤셔댔다. 그래도 점점 심해지고, 이제는 냄새가 코까지 올라와 칼로 혀를 난도질했고 입 안 깊숙이 넣어 휘저었다. 하지만 소용없었고 내 입만 못 쓰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난도질당한 입 안에서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졌고 피와 뇌와 메추리알이 섞인 비릿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째진 입술과 볼이 너무 따가워 무슨 수를 쓸 수조차 없었다. 이때까지의 모든 음식이 인간의 신체일부를 변해 있었던 것이다. 수박은 뇌, 과자는 뼈, 나물은 머리카락으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돌아버린 것인지 아니면 누가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해 놓았는지... 벌어진 입 밖으로 시커먼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눈이 핑 돌고 숨이 막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앞의 사물이 차츰 흐려졌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든 칼에 의해서...

그런데 막 정신을 잃기 전, 한 가지 의문이 주마등을 스쳤다. 맨 처음, 사탕은 신체 일부가 아닌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잘못 본 것은 아닌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 식탁을 향해 기어갔다. 그리고 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알로 말이다.

식탁 위에는 메추리알이 아닌 인간의 고환이 터진 채 놓여 있었다.

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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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수정)

PROLOG   어디선가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와 콧잔등에 달라붙었다. 손을 들어 쫓아냈지만 콧등 위의 찜찜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며칠 전부터 한두 마리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구더기 몇 마리가 발견되기까지 한다. 집안 사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토악질이 나올 듯한 악취가 코를 찌른다.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구더기를 밟아 미끄러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집 전체를 세탁비누로 씻어내도 파리가 나타난다. 소변을 보려고 변기뚜껑을 열면 안에 구더기가 바글바글하다. 그 모습을 처음 보고 그날 밤 잠을 자지 못했다. 매일 밤 귓가에 파리 날갯짓 소리가 윙윙거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잠깐 눈을 붙였다 싶으면 집채만 한 파리가 날개를 비벼 방해하기 마련이다. 분명 창문을 꼭 닫아놓았을 텐데 어디서 어떻게 들어오는 걸까?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어김없이 파리가 나타나 방해하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잽싸게 도망가고 만다. 파리채로 수십 마리 때려죽이긴 했지만 수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늘어날 뿐이다. 파리들을 내쫓으려 창문을 열려 했지만 손잡이에 파리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손을 뗐다. 시커먼 파리가 우글우글 모여 날갯소리를 냈다. 파리 떼를 죽이려 해도 수가 군대만큼 많아 내 힘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제 손님을 집에 초대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애수가 밀려온다. 아니, 더 이상 찾아올 손님도 없다. 몇 년 전 회사에 사직서를 낸 이후로 손님은커녕 개미새끼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내 집에는 파리만 득실거릴 뿐이다. 쓰레기를 제때제때 치워도, 약을 놓아도 아무 소용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 빌어먹을 파리들을 어떻게 하면 다 없앨 수 있을까?     #1   어쩌면 아버지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버지는 몇 주 전부터 머리가 아프다, 배가 터질 것 같다 하면서 낑낑 앓는 소리만 늘어놓더니 결국엔 몸 져 눕고 말았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의사는, 뇌종양이 자라고 있다면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때 내 마음속에는 아버지의 죽음보다 파리를 죽이려는 욕구가 더 가득했다. 나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않고 있었다. 솔직하지 못한 말이지만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이 없었다. 모든 게 다 빌어먹을 파리 때문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죽음은 뒤로 미뤄놓고 해충 스프레이를 사들이기에 바빴다. 그렇게라도 하면 귀찮은 파리새끼들이 죽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수술비를 마련할 돈이 없는 나는 아직까지 다 죽어가는 아버지를 방치하고만 있다. 날이 갈수록 아버지의 숨소리는 작아지고, 가늘어지고, 가냘파진다. 쌕쌕거리는 소리가 작아졌다 싶으면 커지고, 커졌다 싶으면 다시 작아진다. 의사는 수술이 시급하다고 했다. 갈수록 위급해질 것이라고, 그놈의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나는 어떻게든 직업을 구하러 이곳저곳 돌아다녀보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내 학력은 한심할 정도였다. 나는 아

  • 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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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와 우리

공기는 맛있습니다. 그러니까 ‘맛이 있다’는 것이지요. 맛이 없는 공기는 없잖습니까? 유기체든 무기체든 자신만의 맛을 보유하고 있기 마련이지요. 정정해야겠군요. 공기는 맛이 있습니다. 공기는 단순히 호흡의 역할만 하는 게 아닙니다. 손으로 만질 수도, 씻을 수도, 맛볼 수도 있지요. 한번 힘껏 들이마셔 보십시오. 상큼하고도 달콤 쌉싸름한 맛이 느껴지지요? 후각도 빠뜨릴 수 없지요. 시원하고도 상쾌한 향기가 콧속 깊이 빨려 들어갑니다. 공기가 ‘제4원소’에 포함되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그래, 나도 알아. 공기는 맛이 없어. 뭐라고? 공기가 맛이 있다고, 누가 그러지? 누군가 헛소문을 퍼뜨렸을지 모르겠군. 왜곡된 사실에 쉽게 현혹되다니, 왠지 그답지 않은걸. 나도 들었어. 공기가 맛있다고 확고히 믿으면서 무작정 정의를 내려 자기주장까지 펼치고 있다는 거. (비교적)냉철한 지성을 가지고 있는 그가 압도당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설득력 있는 가설일까?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하는걸. 어쩌면 굳건한 신념을 가진 나도 한순간에 휘둘려버릴지 모르지. 과연 내 신념과 통찰력, 안목과 시선은 얼마나 튼튼할까?   [공기가 맛이 있든 없든 나는 관심 없습니다. 자신이 느끼기에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지요. 있으면 보이지 않는 맛을 볼 수 있어 좋을 테고 없으면 아무 생각 없이 들이마실 수 있어 좋겠지요. 내가 보기에 그녀는 믿지 않는 것 같군요. 믿을 필요도 이유도 없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호기심이 솟아나는 건 사실입니다. 직접 확인해보지 않고선 공기가 맛을 퍼뜨리고 다니는지 꼭꼭 숨기고 다니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과연 그처럼 심취할지, 전혀 동요하지 않고 꿋꿋하게 지나갈지 기대되는군요. 물론 나는 삼자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한번 지켜보자는 겁니다. 아무런 사심도 없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혹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구경해보도록 하죠.]   ‘이런, 꽤 늦었군. 뒤늦게 들어와 볼품없는 자리를 차지하게 되다니. 이게 다 누구 때문일까? 그래, 나 때문이야. 늦게 들어온 것은 내 잘못이고 나를 탓하는 것도 내 잘못이지. 물론 허위사실을 유포한 건 내가 아니야. 증거는 없지만, 내 주장이 곧 증거 아니겠어? 결국 두 가지밖에 없는 거지. 내가 퍼뜨렸거나, 다른 사람이 퍼뜨렸거나. 사실 데마고기 따위 내가 알 바 아냐.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되기에도 부족하고 재미가 있거나 서사 구조가 탄탄하지도 않지. 하지만 하나의 드라마로 치환될 수는 있겠어. 노력하면 내 흥미를 끌 수 있겠는걸. 나도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이 세 사람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탄복할 만한 이야기가 생겨날 수 있겠지. 어디 한번 공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고.’   (이때쯤이면 처음 그 사람이 돌아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여보? 그래,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첫 장면의 남자가(확실하진 않지만) 공기의 맛을 표현하고, 두 번째 여자(잘 모르겠지만)가 공기의 맛을 반대하고

  • neo
  • 201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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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있으면 해가 여행을 떠나고 밤이 이사 올 터였다. 그때까지 이 씨는 원고 작성을 마무리해야 했다. 하지만 번뜩이는 영감이 한 번에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한 좀처럼 써지지 않는 법이었다. 주인공 성식이가 홀로 여행을 떠나 세상 경험을 하고 친구 만수를 만나 충격적인 사실을 깨닫는 것까지 완성했지만, 그다음부터는 도저히 그럴듯한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 씨는 미리 결말을 정해놓을걸 하고 후회했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을 미리 구상해놨어야 하는데 얼른 쓰고 싶은 욕심에 무작정 執筆을 시작한 것이다. 낑낑 고심을 하며 머리를 쥐어짜내도, 영감이여 떠올라라 하고 책상에 머리를 꿍꿍 쥐어박아대도 소용없었다. 머리카락이 헝클어지고 속만 애타게 끓을 뿐 아이디어를 바라는 건 어림도 없었다. 그는 잠시 원고를 앞으로 밀어놓고 곰곰이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바람도 쐴 겸 머리가 돌아가려면 通風이 잘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 씨는 공원으로 발을 옮겼다.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쌀쌀한 바람이 이 씨의 얼굴을 차갑게 훑고 지나갔다. 옷을 좀 더 두껍게 입었어야 했는데 이 씨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은 슬프리만치 매정했고 발가락에 스며드는 한기는 온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시렸다. 하지만 공원 중심으로 온 이상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씨는 목적지를 정해놓지 않은 채 계속 걸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세차게 부는 바람처럼 온갖 생각이 뒤엉키고 있었다. 에이, 그냥 대충 써버릴까? 만수가 어떻게 되든 말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완성해버릴까? 하지만 이때까지 心血을 기울여 집필한 소설을 결말부에 이르러 먹칠할 수는 없었다. 무엇이든 완성도가 높으려면 후반부에서 深化되어야 한다. 이 씨는 항상 그런 신념으로 소설을 썼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마음다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단번에 휘갈겨지는 탁월한 이야기였다. 이 씨는 풍경을 바라보면 저절로 무엇인가 떠오르겠거니 하고 공원 한가운데의 공터를 무심히 쳐다보았다. 그곳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움직이는 物體란 흩날리는 모래바람과 휘청거리는 나뭇가지들뿐이었다. 작은 모래알갱이들이 구르고 굴러 이 씨의 운동화를 때렸다. 이 씨는 방향 잃은 소설처럼 목적 없이 공원을 헤매고 있었다. 그는 몸을 움직여 홀로 있는 벤치에 다가갔다. 그때 벤치 위에 있던 시커먼 덩어리 하나가 공벌레처럼 꿈틀댔다. 이 씨는 막 엉덩이를 대고 앉으려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 시커먼 덩어리는 몇 번 꿈틀대더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이 씨를 빤히 쳐다봤다. “안녕하슈.” 시커먼 덩어리가 컬컬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 예, 예 안녕하세요.” 이 씨는 얼떨결에 인사에 和答했다. 그 물질은 시커먼 덩어리가 아니라 무릎을 모아 누운 노숙자였던 것이다. “아니, 이런 누추한 곳에 뭔 일로 오셨어요? 잠이라도 자려고? 댁도 나랑 같은 신세요?” “아, 아뇨. 전 그냥…… 산책 삼아 걷다가…… 우연히 여기까지 오

  • neo
  • 2017-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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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설

    잘 읽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제가 laurie님의 3월 글부터 읽고 있는데 점점 더 그럴싸한 이야기로 발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는 더 재미있고, 더 좋은 글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강연을 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게 되냐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정말 뻔한 대답을 해요. 바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laurie님이 많은 글을 올리는 편으로 알고 있어요. 많이 쓰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질이냐 양이냐,를 떠나 지속적으로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는가, 즉 글을 쓸 마음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의 대답이 될테니까요. 이번 글 역시 좋네요. 밑도 끝도 없이 벌어지는 상황입니다만^^; 나름 일관성 있는 상상체계가 그럴싸했습니다. 작가가 뻔뻔하게 정말 벌어진 일처럼 능청을 부리고 있다는 것에 많은 박수를 보냅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진짜같은 가짜 이야기. 가짜지만 마치 정말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생생함을 전달했다는 뜻이니까. 이런 뻔뻔함, 좋습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읽는 사람이 더 인상을 쓰고 더 많이 힘들게 괴롭히지 못한 점?! 표현의 수위를 더 적나라하게 해보는 연습도 중요해요. 노골적인 표현을 쓰면 더 좋았겠다 싶고요. 예를 들면... 뇌와 뼈가 등장했으면 점액으로 미끈덩거리는 내장도 나왔으면 균형이 맞지 않았을까^^ 머리카락과 같은 무게를 지닐만한 것으로는 뿌리가 덜렁거리는 이, 점액이 뚝뚝 떨어지는 체액, 시커멓게 죽은 손톱과 발톱들... 그러니까 무엇에 관해 쓰기 시작하면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만 훑지 말고, 더 깊게, 더 집중해서 고민을 하는 습관을 길러보셔요. 참! 제목! 글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골몰해보시길요!

    • 2016-06-17 01:31:15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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