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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추리알

  • 작성자 neo
  • 작성일 2016-05-10
  • 조회수 766

오늘 아침에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밥을 먹으려고 밥그릇에 퍼 담았는데, 아니 글쎄 색이 누렇고 밥알이 길쭉한 게 아닌가. 어제 분명히 하얀 쌀을 씻었는데, 도대체 왜 누렇게 변했을까?

뭐 별 거 아니겠지... 하고 먹었는데 입에 들어가자마자 더욱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밥을 씹으면 씹을수록 몹시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비릿한 악취가 너무 심해 바로 뱉었는데, 식탁 위에 떨어진 것은 밥이 아니라 괴상하게 생긴 물체였다. 거울을 봤더니 입 안 가득 찐득찐득하고 끈적끈적한 것이 달라붙어 있었다. 밥알 속의 내용물은 짙은 녹색이었고 마치 송충이를 연상케 하는 형체였다. 밥알을 씹으니 안의 그 더러운 액체가 나온 것이다. 그 냄새 나는 액체는 입천장에 한가득 들러붙어 있었다. 그 이상한 밥도 아니고 죽도 아닌 액체 덩어리는 잇몸 사이사이에 끼여 있어서 양치질을 세 번 정도는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입안에 썩은 냄새가 남아 있어 냉장고에서 사탕 하나를 꺼내 씹었는데, 사탕이 깨짐과 동시에 찐득한 즙 같은 게 흘러나왔다. 알고 보니 그건 메추리알이었다. 사탕은 이미 내 아들이 한 달 전에 다 먹고 없었다. 나는 메추리알의 비린 맛과 불쾌한 밥알의 악취가 뒤섞여서 나오는 썩는 냄새를 얼른 막기 위해 냉장고를 뒤졌다. 한시라도 빨리 입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냄새를 막아야 했다. 손에서 불이 나듯 뒤졌더니 이틀 전에 사 두었던 수박이 나왔다. 그 수박은 손님에게 접대하려고 놓아 둔 디저트였는데, 지금은 그냥 이 더러운 냄새를 빨리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부엌칼로 쪼갰다.

일단 새빨간 것이 눈에 들어왔으나 1초도 지나지 않아 그게 수박 내용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뻘건 국물이 넘쳐서 내 발에 떨어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걸 볼 겨를조차 없었다. 아니, 아예 넋이 나가 있었다고 하는 게 옳겠다. 수박은 반으로 쪼개져 있었고 그 안에는 사람의 뇌가 있었다. 나는 내 눈이 잘못되었나 싶어 한 입 먹어봤는데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이다. 또다시 입 안 가득 쓰레기 썩는 냄새가 진동하고 나는 도저히 그걸 견딜 수가 없었다. 얼른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선반 위에 있는 과자 봉지를 집었는데, 안에는 과자가 아니라 뼈가 있었고, 삶은 달걀을 까니 눈알이 튀어나왔고, 나물을 꺼내서 먹었는데 나물이 아니라 머리카락이었다. 나는 서걱거리는 머리카락을 토해냈다. 손 위에 시커먼 머리카락 끄덩이가 한 움큼 들려 있었다. 진짜 내가 미쳤나 싶었지만 그것보다 당장 입이 썩어 죽는 줄 알아서 음식은 도저히 안 되겠다 하고 아까 수박, 아니 뇌 썬 칼로 어쩔 수 없이 내 입을 쑤셔댔다. 그래도 점점 심해지고, 이제는 냄새가 코까지 올라와 칼로 혀를 난도질했고 입 안 깊숙이 넣어 휘저었다. 하지만 소용없었고 내 입만 못 쓰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난도질당한 입 안에서 시뻘건 피가 뚝뚝 떨어졌고 피와 뇌와 메추리알이 섞인 비릿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째진 입술과 볼이 너무 따가워 무슨 수를 쓸 수조차 없었다. 이때까지의 모든 음식이 인간의 신체일부를 변해 있었던 것이다. 수박은 뇌, 과자는 뼈, 나물은 머리카락으로...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돌아버린 것인지 아니면 누가 골탕 먹이려고 이렇게 해 놓았는지... 벌어진 입 밖으로 시커먼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눈이 핑 돌고 숨이 막혔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지고 눈앞의 사물이 차츰 흐려졌다. 나는 죽어가고 있었다. 내가 든 칼에 의해서...

그런데 막 정신을 잃기 전, 한 가지 의문이 주마등을 스쳤다. 맨 처음, 사탕은 신체 일부가 아닌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잘못 본 것은 아닌지)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 식탁을 향해 기어갔다. 그리고 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알로 말이다.

식탁 위에는 메추리알이 아닌 인간의 고환이 터진 채 놓여 있었다.

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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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설

    잘 읽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제가 laurie님의 3월 글부터 읽고 있는데 점점 더 그럴싸한 이야기로 발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는 더 재미있고, 더 좋은 글을 만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강연을 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쓰게 되냐고 묻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정말 뻔한 대답을 해요. 바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라는 고리타분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laurie님이 많은 글을 올리는 편으로 알고 있어요. 많이 쓰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질이냐 양이냐,를 떠나 지속적으로 계속 쓸 수 있는 힘이 내재되어 있는가, 즉 글을 쓸 마음이 잘 갖추어져 있는가의 대답이 될테니까요. 이번 글 역시 좋네요. 밑도 끝도 없이 벌어지는 상황입니다만^^; 나름 일관성 있는 상상체계가 그럴싸했습니다. 작가가 뻔뻔하게 정말 벌어진 일처럼 능청을 부리고 있다는 것에 많은 박수를 보냅니다. 이건 아주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진짜같은 가짜 이야기. 가짜지만 마치 정말 벌어질 수 있을 것 같은 생생함을 전달했다는 뜻이니까. 이런 뻔뻔함, 좋습니다. 아쉬운 부분이라면... 읽는 사람이 더 인상을 쓰고 더 많이 힘들게 괴롭히지 못한 점?! 표현의 수위를 더 적나라하게 해보는 연습도 중요해요. 노골적인 표현을 쓰면 더 좋았겠다 싶고요. 예를 들면... 뇌와 뼈가 등장했으면 점액으로 미끈덩거리는 내장도 나왔으면 균형이 맞지 않았을까^^ 머리카락과 같은 무게를 지닐만한 것으로는 뿌리가 덜렁거리는 이, 점액이 뚝뚝 떨어지는 체액, 시커멓게 죽은 손톱과 발톱들... 그러니까 무엇에 관해 쓰기 시작하면 더 집요하게 파고들어가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겉만 훑지 말고, 더 깊게, 더 집중해서 고민을 하는 습관을 길러보셔요. 참! 제목! 글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골몰해보시길요!

    • 2016-06-17 01:31:15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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