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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월장원 심사평(꽃피는돌)

  • 작성자 웹관리자
  • 작성일 2012-10-27
  • 조회수 1,346

등대지기

- 염소의맛

 

검푸른 바닷물은 만에 차올라 긴 갈퀴같은 파도를 날름거리고

모든 생명이 숨을 삼킨 빈 부둣가

밤 낚시배의 꿈처럼 자욱한 물보라가 피어오릅니다

새벽의 한 발자국 뒤에 선 축축한 안개는

호흡의 끝자락을 잡고 왈칵 스며들어

나는 숨을 쉰다기보다 밤을 마시는 느낌입니다

머나먼 수평, 하늘과 바다를 잇는 등대

문득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바다처럼 막막했던 유년이 수평 위로 솟구치는 밤

당신, 떠날 수 없었던 배의 선장

아십니까, 하루에도 수 없이 피고 지던 밤바다의 별

언제나 당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남기고 간 북극성의 키를 잡고서야

나는 겨우 깨닫게 된 것입니다

아스라이 먼 수평선의 끄트머리

하늘은 녹아 바다가 되고 갈 곳 없는 바람願이 끝내 바람風으로 흩어지는

시간도 길을 잃는 세상의 가장자리가 있단다

당신께서 늘 들려주시던 세계에

비로소 도착하셨습니까, 당신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이제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면

바다는 진통이 찾아온 산모처럼 몸을 웅크리고

말간 해가 바람과 함께 떠오를 것을

나는 아주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등대의 불을 끄고 나면 집에 돌아가

아버지의 손자들에게 입을 맞추고

북극성을 따라가면 말이다,

꿈이 고래처럼 잠드는 세상의 끝이 있단다,

속삭여 줄 것입니다

아버지

머지않아 그들도 바다의 시계를 볼 수 있을겁니다

신화처럼 아련히 그들의 아버지를 기억할겁니다
 

<심사평>

왠지 고전이 된 듯한 등대지기의 삶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곁에 와 닿습니다. 뱃길을 인도하는 것은 물론 하늘길과 굴곡진 삶에 평화의 수평을 잡아주는 길라잡이처럼 말입니다. 등대 불빛은 마치 등대지기가 북극성에서 빌려온 웅숭깊은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종인)

웹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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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월간총평(꽃피는돌)

나무가 있던 자리                    -韓雪   풀이 누웠다 먹구름이 꼈다 바람이 날카롭게 불었다 비가 모든 것을 세차게 때리기 시작했다 나뭇가지들이 아지랑이처럼 흩날렸고 잎들은 찢겨진 지 오래였다 태풍 오던 그 날 나무 하나 가 온몸을 다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늘 하나가 휘청거리더니 꺾여져버렸다 나무가 있던 자리 나무가 있었던 자리 비어있었다 온갖 빛들이 온갖 어둠들이 온갖 허공들이 빈 자리를 메우려고 몰려들었지만 나무가 있던 자리 여전히 비어있었다   강퍅한 태풍에게 나무는 단 한 발짝을 양보했나 봅니다. 그것이 영영 사라지는 일일 줄 몰랐을 리 없는데도 온몸으로 바람 속을 살았나 봅니다. 그러니 나무가 떠난 자리는 비워진 채 나무의 영혼과 일생이 머무는지 모릅니다. (유종인)

  • 웹관리자
  • 2012-12-08
8월 월장원 심사평(꽃피는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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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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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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