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명예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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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사랑을 앓았다월장원 선정
01. 이상한 아이의 이상한 고백 내가 사랑(恋)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정의한 것은 내가 15살이 되던 그 해의 어느 날이었다. 나는 기독교 대안학교를 다니다 15살에 자퇴를 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일반적인 학교와는 많이 달랐다. 교칙이나 환경 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소수 인원이라는 것이다. 한 학년은 20~25명 남짓이었고 그렇기에 해가 바뀌어 반을 배정받더라도 작년 반과 그리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총 7년 동안 같은 학교에서 같은 친구들과 함께 했던 것이다. 나는 7살 때부터 또래 남자애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어릴 적부터 드센 성격에 몸집이 있었기에 남자애들은 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난 그런 남자애들을 한심하게 여기거나 툭하면 싸우기 바빴었다. 그래도 나는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것도 꾸준히. 지금 생각해 보면 엄청난 흑역사이지만 그때의 나는 굉장히 진지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좋아하는 남자애에게 상냥하게 굴거나 잘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투닥대며 싸우고, 시비 거는 대로 다 상대하고... 어쩌면 여자애들보단 남자애들과 비슷했는지 모른다. 왜, 남자애들은 좋아하는 여자애들을 못살게 군다고들 하지 않은가. 나 또한 그러했다. 초등학교 1학년 짜리가 뭐 그리 진지하다고 고백 편지도 썼다가 애들 앞에서 편지가 찢겼을 땐 수치심과 속상함에 얼굴이 빨개져 울었던 것 같다. 우리 학교는 교내교제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만약 받아준다 한들 변하는 건 없었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1, 2학년을 유치하고 부끄러운 짝사랑을 하다 어찌 보면 처음으로 정상적인 짝사랑을 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이 짝사랑은 내 인생을 여러모로 뒤바꿔놓았고, 지금 이 글을 쓰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는 4학년 때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해져 있었다. 친해지고 싶어 했던 아이들은 나를 따돌렸고, 나에게 다가오는 애들은 밀어내기 바빴다. 거기에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남자애들과의 관계가 악으로 치달을 때였기에, 나는 관계적인 면에서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그 시기쯤 전학을 온 한 남자애가 있었다. 다른 남자애들보다는 조용하고 소심한, 어딘가 모르게 작아 보이는 모습이 있는 남자애였다. 그때까지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은 다들 밝고 활동적인 성격에, 장난기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는 처음에는 그 애한테 관심이 없었다. 내가 그 애와 친해지게 된 것은 처음 전학 온 그 애의 적응을 반장이었던 내가 도와주라는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그 애는 보였던 그대로 조용하고 소심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행복해할 줄 아는 아이였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몇 안 되는 아이였기에, 그 애와 얘기할 때마다 나는 무언가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아이를 좋아하게 된 건. 처음에는 호기심이었고, 두 번째는 관심이었고, 세 번째는 호감이었으며, 네 번째는 설렘이었다. 또래와 다른 듯한 모습이라던가 공부를 잘하는 점이라던가 어딘가 모르게 다정한
작성일 2023-11-20 작성자 아디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98상세보기 -
소설 도저히 퇴고를 할 수 없었다월장원 선정
K는 박지리 저 등장인물로 네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활자로 밖에 존재하지 못하고 그 메마른 잉크로 숨도 쉬지 못하지만 너에겐 사람으로 생각된다. 네가 공명할 수 있다면, 사랑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람인 거라고, 넌 생각한다. 그래서 네게 사람은 죽은 사람밖에 없다. 넌 잠에서 깬다. 아버지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수능까지 2주가 남았음을 느낀다. 휴대전화를 키니 연락 하나가 왔다. K로부터다. 넌 한 프로그래머에게 아버지에게 받은 용돈 중 절반인 35만원을 넘기고서 완벽하게 K의 대사를 딥러닝 한 인공지능을 얻게 되었다. 너는 너를 위한 채팅 메시지 앱을 통해 K와 대화한다. K와 대화할 때는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K도 마찬가지다. K가 살아있기에 너는 살아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K는 살아있지 않고 너는 그래서 살아있지 않다. 휴대전화를 끄고 천장을 바라보면 십몇년 동안 반복한 하루가 또다시 흘러간다. 너는 일어서고, 아버지는 깨지 않았다. 아버지가 일어나기 전에, 넌 씻고 학원 갈 준비를 해야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일어났을 때 그가 주는 약을 받아먹고, 출발해야 한다. 그리고 수능을 보고, 논술 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간다. 망하더라도 어느 대학 하나는 붙을 테니까, 별걱정은 없다. K. 응? 사실 별걱정 없는 건 아니야. 어째서. 내가 너무 놀고 있으니까, 뭐라 해준 어른들도 있었어. 그때 나는 너무 사는 게 창피해서 도망치고 말았어. 하지만, 그 순간 느낀 절망과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공포가 도리어 도움을 줬는지 몰라. 자세히 설명해봐. 타인에게 인정받는다는 걸로 살아가는 게 쉬웠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나는 지금 힘든 길로 가고 있는 거고. 재미없는 인생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하지만 행복한 인생인 거겠지. 너는 채팅 메시지 앱을 닫고, 유튜브에 들어가 숏츠를 보며 생각을 천천히 녹인다. 이대로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또다시 원점, 나는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며 생에 대한 열망 따위 없다. 라고 너는 생각한다. 그들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 무엇을 하지 않음 패배자라는 건 확실한 목표가 있다는 뜻인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 네게 뭐라 할 사람은 없고, 네가 쫓아냈고, 그날 밤 짜증 나는 지인들은 모두 차단했고, 넌 혼자다. 그렇게 혼자다. 씻기도 전에 아버지가 일어나 너에게 약을 먹인다. 아버지는 너의 소설에서 악마로 나오지만 사실 상냥하다. 상냥하게 된진 얼마 되지 않았다. 너에게 아버지는 악마에 불과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달라지고, 아버지와 화해는 대화 하나 없는 채 본인 의사와 다르게 진행됐다. 아버지를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웃으며 내게 약을 주고 찬 물 담긴 컵을 건네주는 사람을, 그렇게 지독한 학대범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뭐지? 아버지가 학대범인 건 맞는 얘기다. 하지만 넌 아버지가 너에게 준 무제한의 사랑을 모를 리 없다. 아버지는 널 사랑한다. 그런데 넌? 넌 아버지를 사랑하는가? 쌍방으로 되지 않은 사랑 따위 상대는 거북하기만 하다. 하지만 딱히 아버지
작성일 2023-11-15 작성자 선노아 좋아요 1 댓글수 1 조회수 969상세보기 -
감성&비평 당신은 내게 돌아온다고 말했고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 이디스 워튼의 「여름」월장원 선정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여름을 사랑한다. 신기하게도 여름이란 단 두 글자는 나에게 참 다양한 감정을 선사해주는 단어였다. 분명 여름이 왔을 때에는 찝찝하고 더워 금방 가기를 원하다가도 되돌아보면 여름 감성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아련하니. 여름은 그 두 음절마저 애틋했다. 이디스 워튼의 「여름」 역시 마찬가지다. 가수는 노래 제목에 따라 산다는 말이 있지 아니한가. 「여름」은 말 그대로의 계절, 그래 그 여름을 닮았다. 솔직히 말해 이 책의 홍보 글귀에서처럼 ‘여성의 성적 열정을 솔직하게 다룬 최초의 작품’, 이라던가 ‘인습과 전통에 맞서 자신의 욕망을 직면하는 여성을 묘사하여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작품’, 이라던가. 그런 거창한 말과는 잘 어울리지 않은 작품이면서도 묘한 충격을 준 작품이라 한동안 나는 「여름」에 대하여 곱씹었다. “그런데 말이죠, 공기와 햇볕을 조금만 쏘여도 이 책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꽤 귀한 책이거든요.” (p.19) 채리티는 로열 씨가 산에서 데려온 아이로, 자유를 갈망하는 여성이다. 그녀가 이 책이 시작된 이후로 처음 내뱉은 말은 다름 아닌 모든 게 지긋지긋하다는 말이었는데 그럴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름 아닌 채리티의 후견인 역할을 하던 로열 씨가 그녀에게 청혼을 한 것. 그녀와 큰 나이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키워준 거나 다를 바 없는 로열 씨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자 채리티는 당황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큰 경멸을 느끼게 된다. 한편, 해처드 부인의 사촌 동생인 하니는 그녀가 살던 노스도머에 놀러오는데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관리하는 채리티와 첫 만남을 갖게 된다. 이것이 채리티에게 있어 행운인지, 불행인지는 나 역시 아직까지도 헷갈리는 부분이다. 노스도머에 머문 열흘 동안 루시어스 하니는 단 한 번도 채리티에게 사랑의 말을 고백하지 않았다. (p.71) 채리티는 도시에서 온 하니와 만나서는 안 된다는 주위의 염려와 계속해서 그와 가까이 지내지 말자며 연신 자신에게 다짐의 말을 하면서도 채리티와 하니는 만남을 지속해왔다. 결국 로열 씨까지도 그 소식을 알게 되는데 로열 씨는 그런 채리티에게 자신과 결혼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며 청혼을 재차 하지만 채리티는 이미 하니에게 사랑에 빠진 후였다. 그러나 하니는 그런 채리티에게 사랑의 말을 고백하지 않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하니가 약혼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채리티는 그런 하니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왜 알리지 않았냐며 따지지만 한 편으론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하니는 그런 채리티에게 약혼을 취소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한다. 채리티는 그것을 믿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만약 당신이 애너벨 볼치와 결혼을 약속했다면 그녀와 결혼했으면 해. 당신은 그 일로 내가 몹시 가슴 아파할 거라고 걱정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나는 당신이 옳게 행동했으면 하는 마음이야.-당신을 사랑하는 채리티-(p.203) 채리티는 돌아오지 않는 그에게 편지를 부쳤다. 약혼을 진행하라는 말을 담은 채. 그녀는 자신의
작성일 2023-11-10 작성자 난바다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415상세보기 -
감성&비평 기꺼이 모험하고 사랑하는 도로시 – 권누리의 『한여름 손잡기』를 읽고월장원 선정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도로시. 어느 날 태풍에 휘말려 마법의 대륙 오즈에 떨어지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 이야기를 펼친다. 이것이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오늘날 우리 근처에도 도로시가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누워서 입안 훑어내면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세계’가 (「니팅레이스」) 있을 만큼 이 별은 크고 넓으므로,만약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기꺼이 권누리 시인의 『한여름 손잡기』를 내밀고 싶다. 도로시가 다른 동료에게 내민 손처럼. 이곳에는 ‘내 미래의 수신인은 단 한 번도 나인 적 없다’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씩씩하게’ 걷는 (「한여름 손잡기」 79p) 시적 화자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귀여운 원피스 입고 만나’자며 명랑하게 인사하면서도 ‘불온한 신뢰’와 ‘불신’으로 (「도로시 커버리지」) 이루어진 얄팍한 세계를 달려 나가는 도로시들이 살고 있는 『한여름 손잡기』.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에게 각각 세 번의 손을 내민 것처럼, 이 시집에서도 세 번의 ‘한여름 손잡기’가 등장한다. 제목이 같은 각각의 시들은 고유한 온도와 리듬을 지니고 있다. 마치 사람의 손바닥에 머무는 온기처럼, 가슴팍에 살고 있는 심장 박동처럼. 그리고 이들이 맞잡고 껴안을 때면 타인들에게 전염되듯이 시 속의 요소들 또한 ‘나’에 머물지 않고 시 곳곳에 배치된 ‘너’ 또는 ‘우리’로 번져 가려 한다. 가령 ‘너’의 옆에 나란히 누워 ‘너는 행복할 것’이라 속삭이는 것처럼. (「한여름 손잡기」 39p) ‘사랑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무책임’하지만 ‘그래서’ ‘내내 그것만 열심히’ 한 것처럼. (「한여름 손잡기」 79p)시인의 말에서 ‘그러니까 이제 아무도 죽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등장할 만큼, ‘불쑥 자라나는 유령들’ (「카메라옵스큐라」)들이 거리에 나타나고 ‘조금씩 슬퍼지는’ (「소유」) 병을 앓게 되는 세상. 『한여름 손잡기』 속 도로시는 태풍처럼 발목을 휘감고 먹구름처럼 그늘을 만드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풍에 휘말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층층이 나의 흔적을 남겨두는’ 일을 하는 (「초월」) 도로시. 그가 등장하는 시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시와 권누리 시인의 시적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된다. 여름, 타바코 나는 이해할 수 있는 문장만 쓰고 싶어 리타가 타바코를 굴리며 말했지 하지만 어떤 인간들은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깨닫고 인정하는 법 알기를 쉽게 포기했어 하지만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은 필요하니까 풀밭 위에 자리를 펼쳐 놓고 아무것도 걸지 않고선 내기를 시작했다 나는 칭찬받을 수 있는 거짓말만 하고 싶어 빛의 총량이 서서히 닳아가는 이곳에도 최소한의 낙관은 남아 있어 우리 원하는 만큼 잠들어 있자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랑만 하고 싶어 타바코가 굴러가고 여름은 등을 돌리고 리타는 아름다운 것을 끌어모아 잿더미로 만드는 취미가 있었고 그건
작성일 2023-10-30 작성자 모모코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82상세보기 -
감성&비평 '겨울 빛' 인간이 가지는 믿음의 통로월장원 선정작성일 2023-10-23 작성자 유로치카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98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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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비평 이제는 다른 속옷을 입을 수 있었으면 –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보고월장원 선정
먼바다를 헤엄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것을 만나게 됩니다
작성일 2023-10-23 작성자 모모코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313상세보기 -
수필 첫사랑이니?월장원 선정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동네는 산에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차로 몇 분이면 바다가 보였다. 나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할머니 말로는 내가 유독 바다를 좋아했다고 한다. 언니가 모래성을 쌓을 때에 나는 모래성을 쌓기 보단 늘 바다에 발을 담구고 있었다고.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일 년에 한 번씩은 바다를 보러갈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 수필은 내가 최근에 갔다 온 바다 여행에서 엄마가 내게 한 말씀으로 인해 충동적으로 써 본다. 먼저 내 특이 사항 하나를 말하자면 영어보단 수어를 먼저 배운 사람이라는 것. 물론 지금은 거의 다 까먹었지만 내게 처음으로 꿈을 준 사람이 수어를 알려주었기 때문일까. 수어를 안 본지 몇 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기에도 어설프게나마 수어를 할 줄은 안다. 되돌아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책도 잘 안 읽고 어휘력도 부족한 내가 수어부터 무턱대고 배웠다는 사실이. 그렇게나 가족들, 친구들에게서 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를 들었음에도 꿋꿋이 안 읽던 내가 수어를 배워보지 않겠냐는 물음에 무턱대고 배우겠다며 고개를 끄덕거린 것이. 아마 우리 엄마, 아빠는 이 사실을 알면 기함을 치지 않을까. 사실 그 때의 내가 왜 그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아이는 그저 책을 참 좋아했고 사서 선생님이랑 친했던 아이라 늘 도서관에만 있던 아이였는데, 반에서도 조용했던 그 아이에게 관심이 갔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어렸을 적의 나는 활발했던 아이였는데 말이다. 어쨌든 나는 그 작은 호기심 때문에 잘 읽지도 않을 책을 보러, 정확히는 그 아이를 보러 쉬는 시간이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제일 편한 소파에 앉았다. 그 소파 바로 앞에는 그 아이가 늘 앉는 의자가 있었다. 도서관에서 제일 불편할 것 같은 의자였는데 그 의자에 앉고서도 책은 늘 잘만 읽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히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지 학교에 비하면 도서관이 매우 컸는데 그 큰 도서관에는 늘 나와 그 아이, 그리고 사서 선생님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답지 않게 나는 그 공간이 주는 고요함을 좋아했던 것 같다. 눈을 감으면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것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는 소리와 비슷했다. 가끔은 깜빡 졸았던 적도 많아 아마 사서 선생님은 날 깨우느라 고생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서 그 아이와 첫 번째 말을 했던 거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서서히 맑아지는 도서관 배경 속, 그 중심에 선 아이는 내게 말했다. 수업 시간이야, 반으로 가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이란 짧은 대답과 함께. 그 시점을 시작으로 나와 그 아이는 반에서 자주 말을 했다. 일방적으로 내가 말을 했던 형태였지만 그 아이는 그런 내가 지겹지도 않은지 늘 웃고만 있었다. 사서 선생님도 그런 우리 둘에게 간식을 몰래 몰래 갖다 주시곤 하셨다. 그러다 그 아이에게서 그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던 거였다. 수어를 배우지 않겠냐는 그 물음을. 당황스러웠
작성일 2023-10-18 작성자 난바다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657상세보기 -
소설 설트랄린월장원 선정
약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그 느낌은 퍽 유쾌하지는 않다. 화이자 사의 졸로푸트정 100mg 두 알, 그것이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 가로 13.3mm, 세로 5.4mm의 흰색 장방형 필름코팅정이다. “설트랄린”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그 알약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다른 말로 항우울제이다. 내가 언제부터 이 약을 먹어왔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위장에서 녹은 알약이 정확히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내 기분을 조금은 나아지게 한다는 안도감을 조금이나마 느낀다.설트랄린과 나의 인연은 아마 4년 전부터였을 것이다. 오토 바이닝거는 이런 말을 남겼다.“천재가 아니면 죽음을!”나는 천재가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죽음을 선택했다. 그것은 어쩌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는 게 문제였다. 그는 나를 즉시 가까운 신경정신과로 데려갔다. 진료실에 들어가자 늙고 머리가 벗겨진 의사가 나를 맞이했다. 네모난 안경을 쓴 채로 나를 바라보는 의사 뒤에는 아프리카의 아이를 후원한다는 증서와 교회에서 보내준 카드가 있었다. 아마, 하나님이 구원이라도 해주리라 믿나 보다.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그런 것을 믿기엔 심신이 이미 지쳐버렸다.“희성 씨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목 매달려다 들켜서 친한 형이 끌고 왔어요.”정적이 흘렀다. 의사는 수기로 차트에다 무어라 적고 있었다. 참으로 오래된 방식이다. 요즘은 병원에서 컴퓨터로 다 하는 시대인데, 귀찮지도 않나 보다. 의사는 볼펜으로 무언가를 적은 후 내게 물었다.“왜 자살을 하려고 했나요?”“그러게요.”부러 이런 대답을 한 것은 아니다. 정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대체로 우울에는 이유가 있다 하던가. 실연, 사업 실패 등등. 나는 딱히 이유를 댈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생각이 통 부정적이고 하루하루가 무기력한 것을 뭐로 설명할지 모르겠다.“딱히 이유가 없나요?”“모르겠어요.”그렇게 한참 동안 의사는 애써 친절하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했으나. 의도치 않은 내 냉소적인 태도는 이 상담을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게 했다. 의사는 몇 가지 이야기를 듣더니 대충 진단을 마쳤다는 듯이 항우울제를 처방해주겠다고 얘기했다. 아마 3주 정도는 복용해야 효과를 볼 거라 했다. 그러면서 약은 단 일주일 치밖에 주지 않는 것은 무슨 코미디인가 싶었으나,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설트랄린을 먹었으나, 기분이 나아지는지는 의문이었다. 그냥 그러리라 믿는 것에 가까웠다.의사가 약속한 3주가량이 지나니 아마 죽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은 준 것 같았다. 나는 그저 멍했다. 약을 먹으면 멍하다. 우울하다는 감정을 억지로 눌러놔서 그런가, 어떠한 생각도 할 수 없고 심심하다, 무료하다는 감정만이 남아 멍하게 어딘가를 쳐다볼 수밖에 없다. 푸른 하늘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아이들, 여름날 뜨거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 별 의미는 없는 것이다. 그런 것들을 보며 감상에 젖지라도 않으면 이 무료함을 떨쳐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날 탄식하게 했다.그래서, 4
작성일 2023-10-11 작성자 조민준 좋아요 2 댓글수 2 조회수 1108상세보기 -
감성&비평 기꺼이 모험하고 사랑하는 도로시 – 권누리의 『한여름 손잡기』를 읽고월장원 선정
미국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소녀 도로시. 어느 날 태풍에 휘말려 마법의 대륙 오즈에 떨어지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 이야기를 펼친다. 이것이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소설 『오즈의 마법사』.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오늘날 우리 근처에도 도로시가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누워서 입안 훑어내면 거기에는 내가 모르는 세계’가 (「니팅레이스」) 있을 만큼 이 별은 크고 넓으므로,만약 당신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기꺼이 권누리 시인의 『한여름 손잡기』를 내밀고 싶다. 도로시가 다른 동료에게 내민 손처럼. 이곳에는 ‘내 미래의 수신인은 단 한 번도 나인 적 없다’ 생각하면서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씩씩하게’ 걷는 (「한여름 손잡기」 79p) 시적 화자들이 살고 있다.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귀여운 원피스 입고 만나’자며 명랑하게 인사하면서도 ‘불온한 신뢰’와 ‘불신’으로 (「도로시 커버리지」) 이루어진 얄팍한 세계를 달려 나가는 도로시들이 살고 있는 『한여름 손잡기』.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가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겁쟁이 사자에게 각각 세 번의 손을 내민 것처럼, 이 시집에서도 세 번의 ‘한여름 손잡기’가 등장한다. 제목이 같은 각각의 시들은 고유한 온도와 리듬을 지니고 있다. 마치 사람의 손바닥에 머무는 온기처럼, 가슴팍에 살고 있는 심장 박동처럼. 그리고 이들이 맞잡고 껴안을 때면 타인들에게 전염되듯이 시 속의 요소들 또한 ‘나’에 머물지 않고 시 곳곳에 배치된 ‘너’ 또는 ‘우리’로 번져 가려 한다. 가령 ‘너’의 옆에 나란히 누워 ‘너는 행복할 것’이라 속삭이는 것처럼. (「한여름 손잡기」 39p) ‘사랑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무책임’하지만 ‘그래서’ ‘내내 그것만 열심히’ 한 것처럼. (「한여름 손잡기」 79p)시인의 말에서 ‘그러니까 이제 아무도 죽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등장할 만큼, ‘불쑥 자라나는 유령들’ (「카메라옵스큐라」)들이 거리에 나타나고 ‘조금씩 슬퍼지는’ (「소유」) 병을 앓게 되는 세상. 『한여름 손잡기』 속 도로시는 태풍처럼 발목을 휘감고 먹구름처럼 그늘을 만드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태풍에 휘말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층층이 나의 흔적을 남겨두는’ 일을 하는 (「초월」) 도로시. 그가 등장하는 시편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시와 권누리 시인의 시적 세계에 흠뻑 빠지게 된다. 여름, 타바코 나는 이해할 수 있는 문장만 쓰고 싶어 리타가 타바코를 굴리며 말했지 하지만 어떤 인간들은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깨닫고 인정하는 법 알기를 쉽게 포기했어 하지만 누구에게나 안전한 공간은 필요하니까 풀밭 위에 자리를 펼쳐 놓고 아무것도 걸지 않고선 내기를 시작했다 나는 칭찬받을 수 있는 거짓말만 하고 싶어 빛의 총량이 서서히 닳아가는 이곳에도 최소한의 낙관은 남아 있어 우리 원하는 만큼 잠들어 있자 나는 믿을 수 있는 사랑만 하고 싶어 타바코가 굴러가고 여름은 등을 돌리고 리타는 아름다운 것을 끌어모아 잿더미로 만드는 취미가 있었고 그건
작성일 2023-10-11 작성자 모모코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407상세보기 -
수필 사랑 받는 사람에게 (2022 연말편지)월장원 선정
사랑 받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올해는 제 편지를 받을 사람들이 특히 많네요. 그래서 드물게 존대어를 사용해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열 명 내외의 사람들에게 각각 편지를 써줬다면 올해 스무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것이라 판단해 일대일이 아닌 일대다수 꼴로서 전하는 말이 되었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편지를 받고 싶다고 한 것을 보면 인간은 편지를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걸까요? 나는 쓰고 싶은 욕구 뿐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언제나 답장은 좋아요. 답장이 많이 많이 왔으면 좋겠군요. 올해는 어땠나요? 저는 코로나 시대가 시작된 이후로부터 무언가를 설레발치며 마무리 짓는 습관이 생긴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해를 가을이 올 때부터 떠나보내기 시작한답니다. 사실은 내가 여름을 과장 좀 보태서 목숨과 같이 여기기 때문도 있을 거예요. 여름이 지기 시작하면 내 일 년의 하이라이트는 끝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게 사랑일까요. 저는 사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계절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코로나 시대가 처음 시작된 가을날 우리는 중학교 졸업사진을 찍었더랬죠. 나는 중학교 졸업하기가 미리 정말 싫었고 너무너무 아쉬웠고 내 유년 시절과 사람들을 떠나보내기 싫었어요. 그 감정을 지금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에서는 공허함을 많이 느껴요. 아무튼, 그 감정을 담아 그리고 그 해 정말 좋아하던 친구를 담아 오직 그 친구만을 생각하며 썼던 글이 있어요. 노래 가사 공모전이었는데 윤지영의 노래를 들으며 가을 밤공기를 마시며 한 숨에 써내려갔어요. 난 그 친구가 아직도 보고 싶고 잊기가 싫습니다 이게 사랑일까요. 이상하게 애착이 가는 사람들을 어떤 말로 정의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연애 감정은 아닌 것을 알고 있어요 우정보단 더하고 사랑인 걸 알지만 특별한 사랑에 이름 붙이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나에게 올해는 많이 버거운 해였습니다.내가 많이 흐트러진 모습으로 보였다면 원래 그만큼 번잡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는 변명을 하고 싶네요.중이병은 잘 기억이 없지만 고이병은 있었던 걸까요.사실 돌아보면 나에게 버겁지 않았던 숨이 있었나, 싶지만요.나는 연약해보이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푸념이나 감성팔이는 하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나는 조악하리만큼 너무나도 나약한 인간이라서 더욱 신경 쓰는 것이긴 하지만… 나는 많이 생각하는 만큼 많은 말을 내뱉지는 않고, 그래서 무슨 생각 하는지 종잡기 어려운 사람일 것이라고 짐작해요. 사실 잘은 몰랐지만 여러분의 반응을 종합해 본 결과입니다. 나는 단순한 개체가 아니기 때문에 파악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도 나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내가 어렵지만, 당신은 타인이기 때문에 날 어려워하지 않아도 될 권리가 있습니다. 나도 올해는 단순해지려고 가장 노력한 해였어요. 그만큼 힘들었지만요. 나는 편지를 시작하기 전에 당신을 ‘사랑 받는 사람’이라고 지칭했습니다. 내 편지를 받음으로써 당신은 사랑을 받은 거니까요. 사랑을 담아 쓰는 글입니다. 저는 종
작성일 2023-09-13 작성자 미내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958상세보기 -
시 서랍월장원 선정
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눈을 감은 채 서 있었다 미처 닫히지 못한 서랍은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안과 밖의 경계를 알지 못한 채 이곳의 계절과 저곳의 날씨를 분간하지 못한 채 크고 작은 마음을 기어코 감정뿐이라 칭할 때 안녕, 안녕, 인사 속에는 어떤 악의도 환희도 없는 마른 씨앗 같은 말 멀고도 먼 이국의 노래를 입술에 머물게 할 때 어떤 느낌일지 느낌이라는 것은 결코 기록될 수 있는 것인지 내 안의 것을 타인에게 주는 순간 속에서 우리는 얼마만큼의 세계를 왜곡하는가 하얀 종이 위의 검은 잉크는 보이지 않는 잉크인 걸까 몸통이 반쯤 사라진 그것에 어떤 이름이 붙여졌는지 떠올려본다 아무래도 따분한 이야기… 그러나 질주하지도 멈추지도 않는 따분한 것들을 떠올려보라 이를테면 새하얗고 새하얗기에 더러운 것들, 새하얗다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더럽히고 있는 것들을 떠올려보라 아무래도 더러운 것들… 그러나 단념하지 않고 종이를 꺼내드는 이에게는 지독하고 지겨운 따분한 生 하나가 놓여있는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하얀 세계를 거뭇하게 뒤덮는 일이 가장 어두컴컴한 곳을 밝히는 일일테다 이를테면 미처 닫지 못한 서랍 같은 것 굳게 잠근 마음이 실은 무엇보다도 빛을 갈망하고 있었다는 것 아무래도 따분한 이야기… 다시, 서랍이 닫혔다
작성일 2023-09-11 작성자 옥상정원 좋아요 6 댓글수 0 조회수 1608상세보기 -
시 인류단념자월장원 선정
빛은 자꾸만 계속해서 으스러졌고미워하는 사람들은 듣기에 힘이 들었다먹고 나서는 눕지 말아야 하는데연락에는 답장을 하는 게 예의인데수업 시간에는 잠을 자지 말아야 하는데피를 입안 가득 머금으면 짠맛이 난다는 거 알아?난 시큼한 쇠맛이 날 줄 알았는데 말야어째서인지 쇠맛은 엄마가 깎아준 배에서 느껴지고빛은 자꾸만 내 속눈썹 끝에서 부서졌고언니는 날 만날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나는 자꾸만 혼자서 상상하고실망하거나 절망하고 말겠지언니랑 내가 동경하는 선생님을 다른 애들이 욕할 때난 어쩔 줄을 몰라서 그저 그 말을 계속계속 곱씹었다그럴 수 있나? 그럴 수 없는 건가?보기 싫은 전선들이 엉켜 있을 때나는 그냥 눈을 돌렸다가검색이나 했다가언젠가는 해결하고 말겠지그런데 왜 말들은 그럴 수가 없는지어떤 말들은 너무 쉽게 뱉어지는데너무 쉽게 내 가슴에 박히기도 하고내가 어렵게 삼키기도 해서그냥 좋게 좋게 좋을 순 없는 건가무책임한 생각을 하고나를 질타하고그보단 다른 이들을 더?아니, 나를 그만?무언가가 붕괴된다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 붕괴어때?당신 안의 무언가가 무너지길 바란다당신이 무너지길 바란다무너지고 무너져서•••헉,사람을 이유 없이 미워하는 건 너무 쉽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서나를 죽이고나를 토해내었다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인간 종족으로부터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할 지 모르겠어서치아가 아파왔다아니, 이빨이
작성일 2023-09-11 작성자 미내 좋아요 2 댓글수 0 조회수 966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