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10대 감성쟁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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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공지]한 편당 작품 최대 분량은 어느 정도인가요?작성일 2023-11-0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4918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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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발골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나는 석양이 지는 것을 구로의 한 집에서 보고 있었다. 그 집은 구로 주민센터 바로 뒤편에 놀이터가 하나 있었는데, 그 뒤의 집이 바로 우리 집이었다. 창문으로는 주민센터가 보였고, 아이들, 어른, 노인이 하나가 되어 노는 모습이 보였는데, 나는 다른 것을 보고 싶었다. 이를테면 새로운 감흥. 하얗고 거대한 벽 안에 있는 저 사람들은 언제나 웃고 있었지만 남자 어른의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노인의 눈가에는 세월의 흔적과 주름이 있었다. 모두 행복해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들 앞이라 웃었다고 칭하기엔 그 장면이 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 뒤에 주민센터가 있었다. 주민센터에서는 일을 하는 직원이 한 명 있었는데 그 직원의 이름은 이한결이었다. 저기 웃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였다. 이한결은 웃고 큰 소리를 쳤다. 이한결은 언제나 주민센터에서 일을 했고, 진상이 와도 자기보다 높은 사람이 와서 욕을 해도 웃었다.언젠가 나는 이한결이 일하는 주민센터 안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주민센터 안에서 이한결은 웃고 있었다. 입가가 텁텁했다.나는 이한결의 모습을 봤다. 그날의 시간은 10시였던 것 같은데 그렇게 3시간을 봤다. 점심시간이라 불리는 1시가 되었고 다른 사람들은 밥을 먹으러 갔지만, 이한결은 남아서 잔업을 했다. 이한결은 체구가 작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이한결에게 무언가를 사주고 싶었다. 그러나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2천 원짜리 지폐만 달랑 나왔다.나는 침을 삼키며 주민센터를 나가려 했는데 이한결이 나를 봤다. 이한결은 웃었다. 이한결은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웃는 얼굴이 싫었던 나는 재빨리 주민센터의 문을 열고 나갔다. 눈에 공기가 뜨거운 듯했다. 도망치듯 바로 뒤에 있는 집에 와서 내 방에 들어가 게임을 켰다. 화면 속 인물이 누군가의 목을 그었다. 다음 라운드에서도 그었다.게임은 집중되지 않았고 밖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웃음소리로 들렸다. 이한결의 웃음소리는 울음소리로 바뀌었다.나는 이한결이 야근을 하던 모습을 기억했고, 하루가 다르게 오지 않는 이한결의 모습을 기억했다. 이한결은 언제나 치킨을 들고 왔지만 치킨을 가져오는 주기는 언제나 3일이었다. 3일 동안 일하고 집에 와서 잔 후, 다시 3일을 나갔다.나는 자주 주민센터로 갔다. 이한결은 웃고 있었다. 이한결이 업무를 하는 책상에 달력이 보였다. 이한결 또한 달력을 봤다. 원래 이날은 가족여행을 계획한 듯 '가족여행'이라 쓰여 있었지만 선배가 먼저 휴가를 썼다며 못 간다고 했다.나는 이한결을 봤다. 이한결은 웃고 있었다.나는 이한결에게 말하고 싶었다.웃지 말라고. 기분 나쁘다고.1나는 석양이 지는 하늘과 웃고 있는 이한결을 봤다. 이한결은 아이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는 잠자코 보는데 이한결이 나를 봤다."아들! 나와서 같이 놀자!"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아들이라 부르는데, 무언가 어색함을 나는 느꼈다. 왜 그럴까. 이한결은 나의 아버지였는데 말이다.여하튼 아버지는 3일 만에 와서는 저렇게 아이와 놀아주고, 내 방 문을 열고 나가면 있을 치킨을
작성일 2026-05-10 작성자 고래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3상세보기 -
소설 샌들에 고무로 된 곰 얼굴
소설을 쓴다는 것이든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든 그런 글을 쓰려면 앉아 있어도 내가 거짓말을 쳐 만들어 낸 다른 공간과 사물 사이의 놓인 몸의 감각을 느낄 때는 일어설 수도 있는 것이요 따라서 이렇게 자신이 앉아 있는 의자의 감촉이나 글을 쓰는 지금 창문을 닫아 놓아 너무 덥고 답답하다는 느낌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었는데 이렇게 의자 위 놓여진 다리의 굽혀진 정도나 나의 폐가 부풀어 오르는 숨쉬기마저 그 의식을 하고 있다고 (작위적인 느낌도 있으나) 생각이 들기에 지금은 반드시 무언가를 할 기분이 아니다. 오월 삼일 정오를 육 분 앞두고 방의 불을 끈 채 (누군가는 이것을 한심하다고 은연중에 느낄지도 모르겠으나) 키보드를 두드려보고만 있다. 이야기는 본래 가치있는 것이어야 할 텐데 나의 이야기는 가치가 없다. 늙은 노인이 ‘쓰잘데기 없다’고 말하고, 어린아이가 ‘꿈’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나는 나의 머릿추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제목을 무어라고 붙일까? 이런 말들로 말미암아 독자들은 이 작자가 어떤 위대한 사람도 아니고 번지르르한 제목과 은유 등으로 자신을 꾸미고만 있구나(마치 반지를 끼거나 샌들에 고무로 된 곰 얼굴을 붙이듯) 생각할 것이다. 이런 추측은 왜 하는가? 그것은 내가 이러한 예상들을 쓰지 않으면 독자가 나를 더욱 어리숙하다고 생각할 것인 까닭인데 (누구도 신경 쓰지 않지만-아니 그러니까, 비난하지 말라.) 소설을 쓴 지 일 년 정도가 되었으므로 문장이 내 머릿속과 직속되어 있지 않고 따로 놀며 한순간마다 작은 먼지로 흩어지는 심상의 간극과 구멍들을 메우는 방법을 잊어 버렸다. 무어라고 쓸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 아니아니,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곳에 K 혹은 H라던지, 영수라던지 진희라던지 인물들을 추가하면 독자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남을까? 그것은 번거로운 휴지뭉치가 아닐까? 나는 이런 사회적 시선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그리고 현재 멜랑콜리한 절망에 빠져 있지 않기 때문에 더부룩한 안정감 속에서는 글이 쓰이지 않는다. 그럴 때는 더욱 기름진 사랑을 바랄 뿐이다. (침묵) 앞으로 걷다가 뒤로 걷는다. 저녁에는 유튜브를 보았다. 침대에 누워서 유튜브를 시청한다. 시청한다? 보았다. 뭔 차이야?내가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 있지만 나는 그 물건들을 사용하지 않고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며 바디워시의 냄새를 맡았다. 이것이 나의 삶과 닮았다는 문장을 떠올려 보고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지 하나씩 비교를 해 보다 이것이 결국 중요한가? 쓰면 그만이다. 생각하고서, 그런데 그것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이렇게 우주는 우주에 이상한 문장을 하나 떠올려 날린다. 내 머릿속에 어떤 형태로-음, 알 수 없겠으나? 뇌에는 한글과컴퓨터가 깔려있지? 않을까? 나는 작게 접은 3M 포스트잇에 오줌 냄새와 같이 이와 같은 문장을 적는다. ‘바디워시는 나의 삶과 닮았다. 또 그것은..’ 이 뒤에 무슨 납득할 만한 것들을 적었어야 했다. 이를테면 그것..독자들은 위 글에서 어떤 삶의 가치를 발견할 것인가? 그것은 바보짓이다.
작성일 2026-05-05 작성자 드시코 좋아요 0 댓글수 1 조회수 71상세보기 -
소설 시선
"너는 우리 학교 어떻게 생각해?”나는 코팅된 나무 식탁을 손으로 꾹꾹 눌러 문지르고 있다. 주황 전등 빛이 책상에 머무르는 모양을 따라. 그리고 그는 내 앞에 앉아 있다. 우리 사이에는 귀여운 케이크 몇 점과, 커피 두 잔이 놓여 있다. 그는, 작은 몸짓으로 케이크를 들어올리며 내 앞에 놓는다. 그리고 포크와 냅킨 몇 장도. 이번에는 포크를 응시하며 거기 남은 손자국을 문질러 지우고 있다.“갑자기 왜.”여전히 포크를 잡고, 손잡이 부분이 전등 빛을 따라 주황이 되도록, 또는 은색이 되도록 기울였다 세웠다 한다.“그냥.”말하면서, 딱히 그냥 묻는 사람 같지는 않겠구나 싶다. 포크를 맨 식탁에 탁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그리고는 눈가에 힘을 주고 광대 쪽으로 얼굴 피부를 끌어당긴다. 그리고 그의 미간을 바라보며, 되묻는다.“그러지 말고, 어떻게 생각하는데. 너도 우리 학교 다니니까 할 말은 있을 것 아니야.”그가 시선을 조금 올려 나와 눈을 맞춘다. 막상 그의 눈을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 눈에 힘을 풀고, 살짝 뒤로 기대 앉는다. 그럼에도 등이 어색하게 굽혀져 등받이에 기대어지자 한 곳에 힘이 쏠려 아프다. 다시 허리를 세운다.“뭘 이제와서. 우리가 신입생도 아니고. 우리 학교 좋지, 뭐. 좋은 학교잖아.”양손으로 의자를 받치고 그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인다. 이번에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모르겠다. 눈을 내리깔고, 다시 포크를 응시한다. 입술을 입안에 넣었다가 빼었다가 던지듯 내뱉는다. “역시 어디가서 밀리는 학교는 아니지?”“그런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위권 아니야? 커리큘럼도 도전적이고, 교수진도 괜찮고. 뭐, 여러 의미에서. 그건 왜? 어디 이력서 내? 이런 시기에도 모집을 하나?”“아니, 그런 건 아닌데.”포크를 들어올려 케이크에 집중하는 척을 해본다. 케이크가 눈앞에 있으니 언제 먹어도 조금도 부자연스럽지 않다. 아마도. 포크를 케이크에 찔러 넣는다. 케이크가 예쁘게 잘리지 않는다. 포크는 케이크를 누르며 들어가고, 찢듯이 한 조각을 떼어낸다. 끼익 소리와 함께 포크가 접시 바닥에 긁히는 감각이 손을 타고 피부에 전해진다. 순간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영화관에서도, 말하고 만다.“있잖아, 저 사람 약간 우리 교수님 닮지 않았어?”“교수님 누구?”“이번 학기 전공 교수님.”“별로 안 닮았는데. 여기서 웬 교수님 타령이야.”음식점에서도, 말할 기회를 찾는다.“이거 학식에 비슷한 메뉴 나왔던 거 기억나?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 해서 신기했는데.”“그랬나? 난 기억 안 나는데. 잘도 기억하고 있네.”***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춥다. 겨울 밤하늘은 남색도 검은색도 아닌 회색이며, 반짝이는 가로등도 주변의 빛에 눌려 얌전하다. 차가워 보이는 바닥을 조금 축축해진 털 부츠가 규칙적으로 울린다. 입깁을 뱉고, 입김을 뚫고 걸어나가고, 다시 입김을 뱉으며, 주머니 속 손은 갈 곳을 찾는다. 그와 나란히 걸으며 어스름한 밤에게 가지를 훤히 드러내 보인 나무들을 올려다본다. 나뭇잎으로 몸을 가리면 풍성해 보이겠지만, 무
작성일 2026-05-05 작성자 목루일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69상세보기 -
소설 화양연화(花樣年華)
화양연화 솔 비사람의 인생은 꽃을 닮았다.누구나 한 번씩 만개하는 시절이 온다.다만 그 꿈을 꺾어버리면꽃은 색을 잃고 시들어 버린다.*내가 꿈꾸던 인생은 이런게 아니야.내가 일곱살이던 해였다. 그 말을 끝으로 엄마는 나와 아빠를 떠났다.굳게 닫히는 문소리, 그 이후로 엄마의 기억은 없다.아빠는 엄마가 아주아주 먼 곳으로 갔다고 말했다.그리고 엄마같은 어른이 되면 안된다고 말했다.*아빠는 내가 교사가 되기를 원했다.안정적인 연봉에 안정적인 노후.그게 인생에서 최고라고 믿는 사람이었다.*아빠의 인생에서 일탈이란 없었다.학교에 다니는 내내 규칙 한 번 어겨 본 적이 없고적당히 좋은 직업을 찾아안정적인 연봉을 받고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했다.아빠의 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했던 건 아마 엄마 였을 것이다. * 저 교사는 싫어요 아빠. 처음으로 아빠의 틀을 벗어나 본 말이었다. 교사가 싫으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사무직을 하렴.아빠는 안정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고,그 이후로 아빠와 내 꿈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 아빠는 내가 아빠같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보는 아빠는 그리 선망할 대상이 아니었다. 아빠는 색이 없는 사람이었다.출근하기 위해 지하철에 올라탄 많고 많은 무색무취의 사람들 사이에 아빠는 그저 개성이라곤 하나도 없는안정적인 직장인 한 명 이었다. 하지만 엄마를 닮은 나는, 무색무취를 끔직이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 나는 적당히 좋은 고등학교를 갔다. 그곳에서 적당히 괜찮은 성적을 받고 적당히 친구를 사귀어 적당한 삶을 살았다. 무색무취를 싫어한다던 나는 무색무취로 열여덟 번의 사계를 보냈다. * 고등학교 2학년의 첫 날이었다. 각자 본인들 진로를 써서 제출하면 돼. 서글서글한 인상에 말 할 때마다 폭 들어가는 보조개가 눈에 띄는 담임은 진로를 빨리 정하고 목표를 세우는 것이 공부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몇 번을 강조했다. 담임이 나누어준 프린트에는 희망 진로가 두 가지로 분류 되어있었다.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 내가 원하는 직업: 고민없이 첫 번 째 칸을 채웠다. 교사. 아빠가 그리도 바라는 무색무취의 직업. 두번째 칸에는 뭐라고 적어야 할까. 아빠가 바라는 직업을 써야하나.아빠의 꿈을 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걸까. 내가 바라던 직업이 정말 교사였던가. 시간이 거의 끝나갈 때 즈음 종이를 꾹꾹 눌러 두번째 칸을 채웠다. 작곡가. *어릴 때부터 나는 음악을 좋아했다.다른 과목엔 별로 관심있지 않던 나는유난히 음악이 좋았다.내가 건네고 싶은 말을아름다운 가사로아름다운 멜로디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하지만 나의 꿈을 당당히 말할 용기는 없었고,아빠가 이를 지지해 주리란 확신은 더더욱 없었다. 휴대폰 속 작곡 앱에는 저장만 된 미완성 곡들이 가득했다. 완성
작성일 2026-05-05 작성자 솔비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96상세보기 -
소설 살인에 관한 짧은 소설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살인하지 말라."-십계명의 구절 중유일한 집, 텐트가 무너졌다. 텐트 위에 물 웅덩이가 편안히 앉아있었다. 나는 급하게 텐트 안에 있는 짐들을 꺼냈다.가장 소중한 책들이 검은 물을 내뿜었다. 축축하게 젖은 책들을 짜내자 마치 죽여달라는 듯 절규하는 것 같았다.주위를 둘러보았다. 광장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해놨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돈통으로 사용하는 알루미늄 깡통을 든채 광장의 가장자리에 앉았다.광장의 가장자리에서는 똑같은 풍경이 반복된다. 오전 8시 30분 경 항상 급하게 넥타이를 고쳐매고선 전철역으로 향하는 직장인 한 명, 늦게 일어나서 어슬렁 어슬렁 광장을 지나는 대학생, 점심을 먹고선 잠시 커피를 마시러 온 아저씨까지. 매일 매일이 비슷하게 흘러간다.그런데 오늘따라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검은 자켓을 입고 광장 주위를 배회하다가 노숙자 몇몇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는 사내였다.사내가 내 시선을 의식한 탓일까. 사내는 나에게로 걸어왔다. 나를 죽일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 나는 너무나 두려웠다.도망칠까 생각 해보기도 했지만 어차피 노숙자로 살아온 인생 여기서 마무리 지어도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사내는 내 앞에 서서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알루미늄 깡통에 검은 식칼을 조심히 넣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사내가 말했다."오늘 광장에서 사람 한 명을 죽이면 말입니다. 내가 당신에게 먹을 것과 집을 주겠습니다. 대신 오늘 안에 입니다."내가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사내는 말을 이어갔다."잡혀갈까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제가 오늘 하루 종일 당신을 지켜볼 예정이거든요. 제가 아니여도 다른 사람들도 있답니다. 제가 시킨대로만 하면 당신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도 될 겁니다."믿기는 어려웠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알루미늄 깡통에 놓인 검은 식칼만을 바라보았다.거리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뒤로 돌아 검은 식칼을 몰래 빼보았다. 식칼은 정말 몇 번을 갈았는지알 수 없을 정도로 광이 났다. 조금만 위로 들어보자 햇빛이 강하게 반사되었다. 순간 눈이 너무나 부셨다.나는 칼을 주머니에 넣고선 광장을 배회했다. 광장엔 길이 없다. 길이 없기 때문에 방향이 없다.나그네는 방향을 상실한다.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나그네들 중 하나이다.사람들은 광장에서 마치 길이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자신이 정해진 루트를 아주 잘도 걸어간다.그러나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광장의 가장자리에서 평생을 노숙자로 살며 이 광경을 지켜봐도이 광장에 동서남북 방향 따위는 없다. 누구라도 이 광장에 있으면 제대로된 갈피를 잡을 수 없을 것이다.어느새 광장의 한 가운데 도착했다. 광장의 한가운데에서 바라 본 모습은 가장자리에서 바라봤을 때보다 훨씬넓고 어지러운 것처럼 보였다. 정말 이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길도 방향도 없는 이 광장에서 나는 무엇에 의지할 수 있을까.나는 검은 식칼을 꺼냈다. 다시 햇빛에 식칼이 반사되었다. 너무나 눈이 부셨다. 나는 눈을 감았다.
작성일 2026-05-04 작성자 노스텔지아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34상세보기 -
소설 이불 속 꿈
(엽편 소설)침대는 따뜻해. 침대에 누워있으면 따뜻해. 포근해. 침대에게 이것 이상의 설명이 필요해?나는 침대가 좋아. 정말정말 좋아. 학교에서 다녀오면, 침대에 몸을 살짝, 아프지 않지만, 침대를 탁 치는 만족감이 있을 정도로 던져. 침대가 포옥, 파이고, 그 순간에는 내가 침대에 안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러면 꼬물꼬물, 무릎을 움직여서 침대 가장자리에 힘을 실어, 몸을 더 안쪽으로 미는 거야. 몸이 쑤욱, 나아가며 마찰열에 피부가 쓸리면, 이불을 끌어다가 부비적대면서 이불 냄새를 맡아. 이불을 꼬옥 안고, 베개 끝자락을 손끝으로 쥐고, 침대에 파묻히면, 정말정말 좋아. 정말정말 따뜻해.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침대는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나도 침대에게, 사실 아무 질문도 한 적은 없어. 하지만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 안전한 기분이 들어. 그리고, 결국에는 잠에 들어.그런데 여름 날이 왔어. 나는 여름이 좋아. 청명한 하늘에 상쾌한 풀내음, 어린 연초록잎이 점점 진해지는 모양새. 동네 작은 분수에서 물이 뛰어올랐다가 수면 위로 떨어지며 사방으로 튀기는데, 그 모습이 참 활기차. 물줄기가 덩어리와 부딪히면 아프겠지만, 그래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거야.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어. 그래도 괜찮아. 볕이 잘 들지 않아서 그렇지 더워지지는 않거든. 창문은 열지 않는 편이 나은데, 낮밤 가리지 않고 더우니까. 묵직하고 가라앉아도, 그래도 방안에 고인 시원한 공기가 나아.날이 슬슬 더워질 무렵, 나는 침대 속에 있었어. 이불 속에 박혀서, 이불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꽃을 바라보며, 조용히 꿈을 꾸고 있었어. 아주 조용한 꿈, 아무에게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아무에게도 방해되지 않는,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내 눈꺼풀에 새겨지고, 혀끝이 그 감각을 기억하는, 작디작은 꿈이야. 나는 소곤소곤, 침대에게 내 꿈을 속삭여 알려주었어. 혀가 입 속의 공기를 튕기며, 어두운 이불 속에서 호흡과 함께, 목소리와 함께 공기가 떨렸어. 침대는 듣지 못했을 거야. 이해하지 못했을 거야. 하지만 그 편이 나은 거겠지? 그래도 나는 안전한 기분이 들었어.그런데, 어쩐지 등 밑이 축축해져와. 가느다란 머리카락이 이마에 달라붙고 있어. 손 끝에 쥔 베갯자락이 찝찝하게 느껴져. 발을 침대에 비비며 땀을 닦아내고 있어. 아, 그런 거구나. 나는 더워.침대 속에서, 이불 속에서 안전하다고 느꼈어. 사랑받는다고 느꼈어. 나는 더워. 이불 밖으로 나가도, 침대 위에서 조심스럽게 앉아있기만 해도, 나는 더워. 너무 더워. 내 꿈은 아주 조용하고, 아주아주 작아. 꿈을 말하며 심장이 두근거려도, 공기를 데우고 침대를 데울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조금 긴장해서 손가락이 꼼지락거려도, 몸을 더 깊이 파묻어도, 이불이 뜨거워질 정도는 아니었을 거야. 내 입에서는, 내 혀가 뱉은 꿈에서는, 그래, 이산화탄소가 나오지만, 그래서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된 거야?아니면, 이해하지 못해도 사랑해준 게 아니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랑해준 거야
작성일 2026-05-03 작성자 목루일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74상세보기 -
소설 손톱
모체의 몸에서 나와 19년. 나는 이제야 진정한 그들을 마주했다. 알집에서 갓 빠져나온 벌의 애벌레같이 어디서나 우글거리기 일쑤다. 그 잔털이 빽빽한 거칠한 다리 부절로 끼긱거리는 소리를 듣자니 귓속 안쪽 여린 살이 자극받아 괴성을 지른다. 내가 인간을 고분자 세포덩어리로 보기 시작한 것은 채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껏 살아온 삶에 비해 지금의 감정은 지나치게 짙어서 고통스러울 정도로 입체적이게 느껴진다. 모체는 지금 시기가 내 인생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사실 잘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것이 말 할 때 튀기는 단백질 분해 효소가 내 정신을 진득히 녹여 알아듣는 것에 난항을 겪는다. 내가 아직도 기억하는 모체의 말은 내 손가락이 유난히 길고 하얗고 손톱도 매끈하고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내가 그들과 다르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매끈하고 무기질적인 내 손톱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그 생각에 이르자 비릿한 쾌감이 등을 타고 흘렀다.영화관에 도착했다. 예전에는 영화 보는 것을 참 좋아해 모체와 함께 자주 왔었다. 그것이 일종의 가정 내 문화가 되어 계절마다 영화를 보는 것이 굳어졌다. 지금은 조금 꺼려지긴 하지만 모체와의 관계 유지는 중요하니까 그냥 하고 있다. 이번에 볼 영화는 감정 과잉의 신파 영화였다. 내 옆자리에는 어떤 소녀가 앉았다. 그것은 처음엔 작게 훌쩍이더니 영화가 계속될수록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선 제 감정에 못 이겨 움찔댔다. 그 안구에서 끈적거리는 액체가 떨어지니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했다. 내 뱃속에서 알집이 우글거리는 것을 외면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그것의 액체가 내 손 위에 툭, 하고 떨어졌다. 내 뱃속 우글거리던 알집이 터져 나온 다지류의 그 빽빽이 들어찬 다리가 자글거리며 내 뱃가죽을 긁어댄다. 올라오는 구토를 참으며 화장실로 향했다. 가며 본 내 손은 누렇게 변색된 듯 보였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피하지 못한 나를 저주하고 그 소녀의 들썩거리는 흉곽을 보며 눈 앞이 흐려짐을 느꼈다. 머리가 이상해질 때쯤 화장실에 도착해 손을 씻었다. 내 손톱이 오염되었다. 내 성역이 유린당했다. 손을 다 씻고 돌아가던 중 내 발에 걸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내 손톱이 바닥을 긁었다. 만저본 표면에 거칠함이 느껴졌다. 지금 이 모양새는 영락없는 유기물이었고, 나는 뇌 주름 사이사이에 타르덩어리가 낀 듯한 두통에 그 자리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몸을 웅크렸다.사실 알고 있었다. 손톱 따위는 다르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 내가 영화 보기를 멈추지 않은 이유도 관계 유지 따위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그건 애정을 가졌기 때문이다. 무엇에?그녀가 다가온다.“엄마.”나는 어른이 되었다.
작성일 2026-05-03 작성자 나나니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79상세보기 -
소설 안녕, 네버랜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지겹도록 자주 보이는 동화책의 끝맺음. 어린시절의 시연은 이 말을 믿었다. 어느 동화책들의 내용처럼 한번의 힘듦이 지나가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거라는, 어린아이의 순수한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 순수한 믿음을 지켜주는 것은 쉽지 않은 세상이었다. 행복이 찾아오면 언젠가 불행도 찾아오는 법. 행복이 크고 작을지 알 수는 없었고, 불행은 더더욱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어쩌면 이런 냉정한 현실을 직접 경험을 하며 이미 성장해버린, 그리고 아직도 더 성장해 나가야만 하는 시연의 이야기이다.오늘은 나의 18번째 생일이었다. 평소처럼 일어나서 준비를 하고, 부모님에게 축하를 받은 뒤 집을 나섰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은 뒤 케이팝을 듣던 평소와는 다르게 오르골을 들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시간은 빠르구나. 마냥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내 미래, 그리고 이 현재는 왜 이렇게 막막하기만 할까? 조금은 겁이 많아서 그런 걸까.. 이미 내 꿈은 다 사라져버린지 오래인 것 같네. 이 오르골도 오늘을 마지막으로 듣지 말까? 계속 과거 생각이 나는 것 같으니까... '생일마다 계속 듣던 오르골은 작곡가인 엄마가 나를 위해 만들어 주신, 세상에 이 노래를 아는 사람이 우리 가족밖에 없었던 자작곡이었고, 태엽을 감을 수 있는 회전목마에 있던 노래였다. 10살 생일 때 받은 이 오르골은 고장난지 오래였지만, 파일이 남아있어서 계속 들어올 수 있었다. 나는 비슷한 생각을 계속해 나가며, 학교에 도착했다. 내 생일인걸 알고있는 친구들이 다가와서 선물을 주고 축하를 해줬다. 그 순간만큼은 행복이 치솟았다. 누군가에게 축하를 받는건 당연한 일은 아닐테니까, 나를 생각해줘서 축하해주는 것을 너무 고마웠다. 그러고는 나도 꼭 잊지 않고 친구들의 생일을 챙겨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축하를 잔뜩 받고 나서 시작한 하루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잠을 자기전 책상에 있었던 오르골과 학원을 갔다오면서 샀었던 상자를 가져왔다. 더 이상 태엽을 감고싶어도 감을 수 없는 오르골을 상자에 넣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책상에서 보이는 어린시절의 자신의 것은 다 상자에 넣었다. 그 안에는 장난감도, 처음으로 나에게 흉터를 나게 한것도, 그리고 더 이상 흉터가 자라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해준 것들도 있었다. 겁이 많던, 한마디로 겁쟁이였던 나는 아플 바엔 잊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조금은 두려워했다. 그리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과거의 것들을 생각하면 조금은 아파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겁쟁이마냥 잊어버리려고 모든게 들어있는 상자를 벽장 속에 넣었다. 그리고 급히 불을 끈 뒤 침대에 누웠다.오늘따라 어릴 때 붙여 놓은 야광스티커가 밝아보이지 않고, 먼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번에도 습관처럼 피하려고 했던 그 순간이었다. 난 더 숨고 싶거나 감추고 싶지 않았다. 겁 많던 아이 뒤로 사라져버린 꿈 따위는 잊어버리고, 이 밤에 눈을 감지 않고 새로이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가득차며 잠에 들었
작성일 2026-05-02 작성자 윤하 좋아요 1 댓글수 0 조회수 106상세보기 -
소설 굳은살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있었다. 소리는 날개의 온도가 보증했지만, 그것은 현실의 감각에 육화되지 않았다. 현재 날개는 없는 상태. 그렇다면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없는 것일까. 남자는 생각한다. 그 소리는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었다. 소리에 기댄 것은 날개의 온도였고, 날개는 없었다. 남자는 급기야 소리를 지르는데, 그 공포는 현실에 비현실이 없다는 것. 남자는 자신의 손을 만졌다. 손은 그의 것이 아니었고, 누구에 것이었을까. 실체가 있는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실체는 여자에게 있었다. "괜찮아?" 손이 잡혔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굳은살. 따듯하다. "나 서이솔인데 기억 안나냐?" 하는 소리는 있었다. 남자는 소리를 따라 과거를 향했다. 깃털이 스치는 소리는 없다. 솜은 소리가 없다. 남자는 그것이 날개라는 걸 소리 없이 알았다. 손끝으로, 등의 온도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리지 않았다. 날개가 공기를 데우고 있었다. 분필이 칠판을 때렸다. 분필은 소리가 있던가. 남자는 눈을 감는다. 등의 온도로 날개가 있는 것을 알지만, 날개는 누군가에게서 탄생한 것이었다. 신부님의 목소리였다. 미사 후였나. "너는 천사야." 날개가 데워졌다. "눈이 안 보이는 건." 소리가 없었다. "하느님의 뜻이야." 소리가 들렸다. 소리는 없었지만 소리는 있었기에 소리는 날개를 만들었다. 소리 없이 날개가 있는 것을 알았지만 소리 있어야 날개는 지속됐다. 그런데 남자의 경우는 달랐다. "너는 천사야" 신부님의 발소리가 멀어졌을 때, 날개는 식었다. 소리는 날개를 지키지 못했고, 남자는 소리 대신 잡을 것을 더듬거렸다. 의자가 차갑고 단단했다. 종이 들렸다. 종 소리가 아닌 종인 그것은 실체가 있는 것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실체가 있다 주장하는 것들이 다가왔다. 인간의 목소리. 둘. 남자아이들. 한 책상이 밀렸다. 한 여자아이가 떠밀렸다. 연필이 떨어졌다. 소리가 없었다. 그만하라는 말, 그 말도 소리가 없었다. 남자는 마지막에 들린 그 소리가 아름다웠다. 소리가 없었는데 쿵-쿵-쿵-쿵- 소리는 실체가 있으면 있는 것이다. 남자의 몸에서 들린 그것은, 소리가 있었다. 알맹이 있는 소리, 여자였다. 서이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없어야 했다. 그것은 소리 없는 자가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쿵- 쿵- 쿵- 소리는 계속해서 났다. 공간을 덮은 날개의 온도가 차가워졌다. 날개는 소리 없이 있었다. 소리 없이 있는 것은 실체가 없는 것, 날개는 비현실일까, 날개를 달고 있는 자신은, 그렇다면 그 자신은, 자신은 비현실인가. 신부님이 그랬다. 너는 천사야. 천사가 뭔데. 날개가 문제임을 알았다. 심장이 뛰었다. 소리는 없었다. 남자는 일어났다. 지팡이가 손에 쥐어졌다. 단단했다. 깃털이 아니었다. 누군가 서이솔에게 소리를 지른다. 서이솔!!! 니가 뭔데!!!! 소리가... 있다. 저 소리는 아까 그 여자의 몸에서 울렸다. 남자는 날개를 펼쳤다. 처음으로 펼쳤다. 펼친 채로 날았다. 지팡이가 손에서 무거웠다. 콰당- 뭔가가 무너졌
작성일 2026-04-30 작성자 고래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342상세보기 -
소설 더 이상 아류가 아닌
예은은 벌써 4시간째 노트북 앞에 앉아서 고뇌 중이었다. 글이 전혀 써지지 않기 때문이었다. 시곗바늘은 새벽 5시를 향해 달려가고 창밖으론 서서히 동이 터왔지만, 예은의 커서는 조종사가 사라져 버린 비행기처럼 그저 깜빡이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제자리에 멈춰 버린 제 주인과 꼭 닮은 모습이었다.“문장이 떠오르질 않아······.”예은은 그런 사람이었다. 실력은 안 되지만 쓸데없는 완벽주의 성향 탓에 이도 저도 못하는 사람. 그녀는 늘 장편 소설 집필에 도전했지만, 뭐든 처음이 완벽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초반부를 다듬는 데만 몇 달을 쏟았고, 그 후 지쳐서 원고를 포기해 버렸다.그런 예은이 찾은 방법은 안타깝게도 ‘남의 것을 적절히 모방하는 것’이었다. 남의 책, 영화, 혹은 인터뷰 등을 짜깁기해 가져오면 글쓰기가 배로 수월했다. 덕분에 예은은 하나의 아류 작가로 남을 수 있었고, 이것은 작가라는 신분에 있어서 퍽 불명예스러운 것이었다.“아니야, 이대로는 안돼······.”혼잣말을 연신 내뱉으며 자세를 고쳐 앉은 그녀는 자판 위에 손을 올리고 뭐라도 써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용도, 등장인물도, 하다못해 장르도 정해지지 않은 소설이 잘 굴러갈 리 만무했다. 그것은 이야기를 쓴다기보단 배설하는 것에 가까웠다.“좋아, 일단 로맨스를 써보는 거야.”‘남자는 여자와 함께 맛집이라고 소문이 난 치킨집에 들어갔다. 남자는 여자가 치킨을 먹는 모습을 사랑스럽게 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자기야, 입가에 닭 다리가 묻었잖아.” ― 그렇다, 실제로 여자의 입가에는 닭 다리가 붙어 있었다! “아이고머니, 몰랐네!”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그 닭 다리를 떼어 한입 베어 물었다. 그 순간 밖에서 운석이 쾅!!!’세상 이런 어이없는 소설이 있을 수가 있는가. 그녀는 백스페이스를 연신 두들기며 남은 한 손으로 머리를 틀어쥐었다.한숨을 내쉰 예은은 글쓰던 창을 끄고 메일함을 열어 보았다. 이전에 원고를 투고했던 출판사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메일의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문장은 깔끔하나 이미 많이 본 이야기라는 것, 특정 작가와 도입부가 너무 겹친다는 것(이는 예은이 그 작가의 책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령 수정한다고 해도 뿌리가 같기 때문에 결국 같은 나무일 것이라는 것. 한 마디로, 예은이 무언가를 베꼈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히고 있는 메일이었다. 예은은 쓰린 마음을 뒤로 하고 메일 창을 닫은 뒤 원고를 휴지통에 처박았다.그녀에게도 빛나던 시절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 출간한 책은 기대보다는 잘 팔렸으며, 학생 때는 교내 백일장 대회에서 기발한 아이디어와 필력으로 상도 종종 탔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그녀는 지금 잿빛을 띠며 대중에게 차츰 잊혀 가고 있었다. 다 타버린 양초같이 볼품없는 신세였다.“막히기만 하는 인생이야······. 아니야, 난 행복하다, 하하하, 난 행복하다! 행복해, 너무 행복해! 아하하하!”드디어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억지로 웃으며 자신의 뇌를 속이던 예은. 그녀는 지금 당장
작성일 2026-04-29 작성자 마스터쿤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9상세보기 -
소설 이방인의 언어(퇴고)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한 남자는 앞에 보이는 광경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처럼 보이는 시장 풍경에선 언제나처럼 보이는 진상이 보였다."아니 이거 할인좀 해달라고!!"남자는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됐나를 생각하지만, 원래 그랬다.남자의 인생은 원래, 진상으로 넘쳐났다. 남자는 평소와 같이 참으려 했다. 평소와 같이 무릎을 꿇고 사과하려 했다. 친구들이 문득 생각났다. 남자는 속이 불타는 것을 느꼈다."이 씨발."한국어를 이것 밖에 모르던 남자였다. 속이 시원해짐을 느꼈으나, 대가가 있는 시원함인 점 또한 남자는 알고 있었다.여자는 남자의 뺨을 때렸다. 남자의 목이 돌아갔다. 꺾이는 듯한 감각 또한 느낀 남자의 눈에선 눈물이 찔끔 흘렀다. 남자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여러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펼쳐졌다.그 중 하나의 기억에, 몰입되기 시작한다.1남자는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고 볼펜을 꺼냈다. 눈앞에 보이는 불국사를 보며,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국인을 보며,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볼펜을 손에 쥐었다. 첫 문장을 썼는데,【存在着一种超越"美"的孤独。(미를 뛰어넘는 고독함이 존재한다.)】중국어로 쓰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했다. 참혹한 일을 당한 어머니였지만, 남자는 언제나 어머니를 원망했다. 모든 일의 시작이 어머니였으니 말이다.독경 소리가 들렸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소리였다. 남자는 옛적에 썼던 일기를 봤다.2남자의 어머니는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집안 대대로 우육면을 팔았던 집안의 장녀였던 어머니는, 언제나 기름진 냄새가 가득한 가게에서 사람을 볼 수 없었다. 우육면 가게는 유명하지 않았고, 팔리지 않았고, 집안의 돈은 부족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머니의 아버지는 도박을 했다. 장남인 오빠는 집에서 뒹굴뒹굴 구르며 밥을 기다렸고, 어머니의 어머니는 언제나, 다크써클이 자욱한 상태로 우육면을 만들었다. 어머니는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훗날 남자에게 진술했다."그럼에도 행복했었지, 근데 있잖아? 나의 아빠가 결국 빚을 10억이나 만들었어."어머니는 울었다. 이유는 둘째치고, 해결해야 했다. 그때 한국인 사업가가 나타났다."딱 한번만 관계를 가지면.... 갚아준뎄어..."한국인 사업가가 남자의 아버지였다. 그리고 한국인 사업가는 사라졌다. 남자와, 어머니만 남은 중국에서 남자는 아빠 없는 놈이었으며, 중국인도 아니고 한국인이었다. 친구들은 남자를 끼워주지 않았고, 친구들은 남자를 때렸다.남자는 몸에 작렬하던 각목 소리와 친구들의 웃음소리를 기억했다.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던 하루를 기억했다. 남자는 그런 하루에 갇혀버렸다. 언제나 맞고, 언제나 쓰러져 있는 하루, 남자는 구원을 얻고 싶었다. 이 하루라는 감옥에서 나가고 싶었다.나가진 못했지만, 나간 기분을 주는 장소가 있었다. 남자는 언젠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 보았던 절의 모양새를 기억했다. 멀리서도 보이는 부처의 장엄함과 독경 소리, 남자는 그것을 들으며, 한 가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부처에게 위탁하면 나 자신은 괜찮아진다'그렇게 남자는 절을 다니게 됐다. 이때 남자가 착각한 것은
작성일 2026-04-29 작성자 고래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8상세보기 -
소설 기묘한 남자이 게시글은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폭력, 자살, 자해 등)
1남자는 한 길가에서 커피를 마시며 무언갈 쳐다보고 있다. 거대한 산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고 그녀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는 거대한 산은 하나의 배경이었고 하나의 상징이었다. 여자의 머리는 언제나 기름이 좔좔 베어 있었고, 여자의 손에는 언제나 책이 들려 있었다. 책을 잡는 손은 살에 디룩디룩 파묻혀 있어 보기에 흉했다. 여자는 그 손으로 항상 침을 묻히며 페이지를 넘겼다. 나무가 사르르 서로 부딪힌다. 찰랑- 여자는 머리를 흔들어주었다.남자는 그것을 보며 언제나 웃었다. 여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그 책만을 보며 언제나 있었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며 엄마의 잔향을 느꼈다. 엄마가 얼마전에 돌아가셨다. 남자는 장례식장에서 본 사람들을 기억했다. 출판사 직원이라고 했는데, 원고료를 준다 했다. 무슨 소리인지 몰랐던 남자는 알겠다고 했다. 그러곤 무슨 명함을 줬었다. 남자는 그러거나 말거나 울며 엄마의 사진을 봤었다. 엄마는 뚱뚱했고, 그러나 책을 좋아했다. 엄마가 남자에게 줬던 책의 제목은, 기묘한 남자였다. 그런데 저 여자가 항상, 기묘한 남자를 읽었다. 남자는 눈물을 참으며, 언제나처럼 여자를 봤다. 여자가 앉아있는 의자에서 뿌드득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여자는 아랑곳 않고 읽었으나 의자가 부숴졌다. 나뭇잎들이 사락사락, 스치기 시작했다. 나뭇잎들이 바람을 불어왔다. [기묘한 남자]라는 책이 여자의 손에서 떨어졌다. 바람에 의해 페이지가 넘어갔는데, 목차에서 멈췄다.[1.귀신을 발견했다]그게 보이곤 다음으로 넘어간 책이다. 여자는 일어났다. 남자는 책을 집어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여자는 감사하다는 한 마디 말 없이 달려갔다. 일순 본 여자의 얼굴에선 붉은 기가 감돌았던 것을, 남자는 보았다. 남자는 기묘한 욕구에 사로잡히려 한다. 따라가고 싶다는 욕구. 남자는 저 책으로 이야길 나누고 싶었다. 남자는 달리기 시작했고, 여자는 금세 잡혔다. 여자는 당황한 듯 말한다."왜, 왜요?""그 책에 나온 산,이 산인거 알죠?"남자는 여자의 책을 뺏었다. 남자는 3페이지를 펼쳤다.[구로의 한구석에 있던 한 산이 있는데, 그 산이 신림산이었다. 신림산의 정취는, 으스스함을 갖추고 있어서 심령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었다. 나는 그곳을 들어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이끌려 친구들과 함께 산의 초입에서, 산을 구경하고 있다.]"여기, 저기잖아요."남자는 손가락으로 산을 가리켰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귀신있을지 궁금하지 않아요?"메시지가 왔다."잠깐만요."핸드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한다.[원고료: 1000만원입니다.]남자는 웃었다. 자신감이 생겼는지 남자는 여자의 손을 덥썩 잡고 신림산을 향했다.얼마 걸었을까.남자는 산의 초입에서 여자를 봤다. 여자는 평소와 같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남자가 무서운건지, 산이 무서운건지, 분간이 안 가지만 남자는 커피를 홀짝 마셨다. 그러곤 말했다."들어가죠?"남자와 여자가 들어가는데, 서서히 기억이 흩어짐을 느꼈다. 여자의 눈이 흐릿해졌다.2남자는 하찬우라는 사람이
작성일 2026-04-28 작성자 고래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5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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