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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달 이수명 - 김도의 「그래도 네가 있다」를 배달하며작성일 2023-11-30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590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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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달 이수명 - 서호준의 「팔각정」을 배달하며작성일 2023-11-16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885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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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달 이수명 - 황유원의 「needle in the hay」를 배달하며작성일 2023-11-02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817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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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달 이수명 - 정재율의 「컴컴한 것과 캄캄한 것」을 배달하며작성일 2023-10-19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916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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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달 이수명 - 백은선의 「생의 찬미」를 배달하며작성일 2023-10-05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122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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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달 이수명 - 김복희의 「긴 줄 넘기」를 배달하며작성일 2023-09-21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044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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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배달 이수명 - 김영미의 「대치」를 배달하며
대치 마당 그네에 앉아 다리를 흔든다 다리를 흔들 때마다 그네가 간지럽고 간지러움처럼 구름부터 비가 오기 시작한다 먼 산에서 시작한 비가 가까운 산으로 온다 천변으로 온다 멀리서 가까이로 비가 다가온다 담 너머까지 도착한다 그네 앞까지 오면 얼른 뛰어가야지 손을 머리에 얹고 찰박거리며 도망가야지 하지만 비는 담 너머에서부터 더 다가오지 않는다 이상한 비야 힘껏 구르면 발끝이 젖을 것도 같지만 비의 세계에 닿을 것도 같지만 비와 나는 마주보고만 있다 김영미, 『투명이 우리를 가려준다는 믿음』, 아침달, 2023
작성일 2023-09-07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105상세보기 -
시배달 이수명 - 유계영의 「새로운 기쁨」을 배달하며
새로운 기쁨 그런 나라에는 가본 적 없습니다 영화에서는 본 적 있어요 나의 경험은 아침잠이 많고 새벽에 귀가합니다 잎사귀를 다 뜯어먹힌 채 돌아옵니다 안다고 말하고 싶어서 차바퀴꿈은 많이 꿉니다 황봉투에 담긴 얇고 가벼운 꿈인데 낮에는 구청 광장에 우두커니 서서 감나무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까치가 까치밥을 쪼는 것을 보고 밤에는 하염없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트빌리시 바르샤바 베오그라드 그런 도시에는 가본 적이 없고 까치가 나뭇가지를 툭 차면서 날아가는 것은 낮에 본 것 미치지 않고서야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는 것같이 팔이 떨어져라 흔들리는 잎사귀들이라면 밤에 본 것 나의 경험은 내내 잠들어 있습니다 다시는 일어날 마음이 없어 보입니다 죽어서도 보고 있다면 죽은 것이 아닌데 자꾸 보고 있습니다 유계영,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 아침달, 2021
작성일 2023-08-24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134상세보기 -
시배달 이수명 - 오은의 「그것들」을 배달하며
그것들 주머니는 감싸준다 실수할 때마다 주머니를 찾았다 아침에 나갈 때면 꼭 동전 몇 닢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카드만 쓰지 않아? 친구가 물었다 들킨 듯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 속으로 말을 삼켰다 고개를 끄덕일 때는 소리가 나지 않지만 짤랑짤랑 소리가 얼마나 안심되는 줄 아니 머릿속에 서릿발이 서고 가슴속에 빗발이 칠 때마다 나는 필사적으로 동전들을 만지작거렸다 식초 안에 벗어놓은 얼굴 입가에 묻은 흰 날개 자국 구리, 니켈, 아연, 알루미늄...... 원소가 빛발이 되어 주머니 속에서 반짝였다 나갈 때 주머니는 하고 싶은 말들로 두둑했지만 돌아올 때 주머니는 상처투성이일 적이 많았다 속엣말이 불거지지 않게 손을 깊숙이 찔러 넣었다 매일 밤 상처를 입고 옷을 벗었다 매일 아침 상처 입은 옷을 입었다 온기를 내뿜으며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동전들이 속삭이고 있었다 그것들을 감싸 쥔 손에 땀이 가득 맺혔다 짤랑짤랑 아침은 매일 찾아온다
작성일 2023-08-10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489상세보기 -
시배달 이수명 - 김선오의 「나무에 기대어」를 배달하며
나무에 기대어 물소리가 나를 흐르게 한다. 햇빛이 나를 하얗게 거두어들인다. 몸은 다 사라지고 나는 물이 되었구나. 물이 되었구나. 아무것도 아프지가 않다. 눈을 뜬다. 눈앞이 온통 거미줄이다. 나의 검은 야구 모자 챙 아래로 거미가 집을 지었나 보다. 어둠 속에서 거미줄이 흔들린다. 거미도 흔들린다. 거미줄을 떼어낸다. 손이 끈끈하다. 그러나 거미줄 여전히 눈앞에서 흔들린다. 비가 오려는 건가. 나는 주먹 속의 거미와 함께 돌아간다.
작성일 2023-07-27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289상세보기 -
시배달 이수명 - 전수오의 「행간의 유령」을 배달하며
행간의 유령 무심코 낙서를 한다 종이 위에 물고기 몇 마리를 그린다 잠시 비눗방울 날리는 밖을 바라보다가 종이를 다시 보니 물고기가 없다 너는 산 것 너는 죽은 것 정해주기도 전에 잃어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 어스름에 내 뒤에서 잠깐 희미하게 웃을 것이다 빈 종이 위에 얼룩진 빛이 욱신거린다 전수오, 『빛의 체인』, 민음사, 2023
작성일 2023-07-13 작성자 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979상세보기 -
시배달 이수명 - 임지은의 「론리 푸드」를 배달하며
론리 푸드 식초에 절인 고추 한입 크기로 뱉어낸 사과 그림자를 매단 나뭇가지 외투에 묻은 사소함 고개를 돌리면 한낮의 외로움이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다 나는 이미 배가 부르니까 천천히 먹기로 한다 밤이 되면 내가 먹은 것들이 쏟아져 이상한 조합을 만들어낸다 식초 안에 벗어놓은 얼굴 입가에 묻은 흰 날개 자국 부스러기로 돌아다니는 무구함과 소보로 무구함과 소보로 나는 식탁에 앉아 혼자라는 습관을 겪는다 의자를 옮기며 제자리를 잃는다 여기가 어디인지 대답할 수 없다 나는 가끔 미래에 있다 놀라지 않기 위해 할 말을 꼭꼭 씹어 먹기로 한다 임지은, 『무구함과 소보로』, 문학과지성사, 2019
작성일 2023-05-25 작성자 최고관리자 좋아요 0 댓글수 0 조회수 1636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