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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배, 「내 안에 구룡포 있다」

  • 작성일 2012-10-22
  • 조회수 1,497





김윤배, 「내 안에 구룡포 있다」
 
 
갯바람보다 먼저 구룡포의 너울이 밀려왔다
너울 위에 춤추던 열엿새 달빛이 방 안 가득 고인다
밤은 검은 바다를 벗어놓고
내항을 건너고 있었다
적산가옥 낡은 골목을 지나
밤은 꿈을 건지는 그물을 들고 있다
 
너는 구룡포였으니 와락 껴안아도 좋을 밤이었다
 
내항을 내려다보는 비탈에 매월여인숙은 위태롭다
해풍이 얼마나 거칠었으면 구룡포
올망졸망 작은 거처들을 열매로 매달고
어판장 왁자한 웃음들 꽃으로 피웠을까
켜지지 않은 집어등 초라한 배경 위에
구룡포 잠시 머물다 떠난
사람들 아름다워 목이 메었던 것이다
 
너는 구룡포였으니 와락 껴안아도 좋을 웃음이었다
 
 
시_ 김윤배 - 1944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시집 『겨울 숲에서』『떠돌이의 노래』『강 깊은 당신 편지』『굴욕은 아름답다』『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부론에서 길을 잃다』『바람의 등을 보았다』, 산문집 『시인들의 풍경』『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온몸의 시학 김수영』, 동화 『비를 부르는 소년』『두노야, 힘내』 등이 있음.
낭송_ 김안 - 시인.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2004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오빠생각』이 있음.
출전_ 『바람의 등을 보았다』(창비)
음악_ Digital Juice - BackTraxx
애니메이션_ 민경
프로듀서_ 김태형

  내항이 내려다보이는 비탈 위, 화자가 머문 여인숙도 그 골목의 다른 집들처럼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적산가옥이었겠다. 해풍 거친 밤. 고깃배들은 집어등을 끈 채 옹기종기 모여 있고, 선창가 술집들은 불콰한 어부들로 왁자하다. 어쩌면 화자는 거센 바람에 ‘위태로운’ 여인숙에 들기 전에 그 중 한 술집에 들렀을지 모르겠다.
  달빛이 환히 들어찬 여인숙 방, 화자는 전등을 켜는 것도 잊은 채 창가로 달려가 유리창을 활짝 열어젖힌다. 와락 갯바람과 더불어 열엿새 달빛 너울거리는 바다가 밀려들어온다. 목이 멜 정도로 아름다운 밤의 포구, 포구의 밤!
  「내 안에 구룡포 있다」는 사랑의 대상을 구룡포라는 장소에 일치시키고, 그 대상을 몸 속에 새긴 서경시이자 사랑의 시다. 그대가 있어 와락 아름다웠던 구룡포, 그 완벽한 시공간! 어찌 잊으리.
 
문학집배원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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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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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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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관리자
  • 201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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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건

  • 익명

    아이 학교에 가는 새벽,하마터면 와락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오르막 길 너머 강정마을 구럼비바위 앞 바다 한가운데 커다란 집 한 채 우뚝 서 있었다. 모래성도 아니고 하루아침에 오랜지색 찬란한 집 한 채 거기 그렇게 서 있을까? 땅도 아닌 바다 위에. 이제 구럼비와 범섬은 기억만으로 추억해야 하는 걸까? 바로 눈 앞에 두고?

    • 2012-10-23 22:57:1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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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내 안에도 고향 동해바다가 있다. 지난 명절 포구의 사람냄새는 사라지고 관광지로 반짝반짝 빛나는 낯선 바다만 있었다.이젠 기억속에 남겨 두어야겠다

    • 2012-10-22 20:32:4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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