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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사랑」

  • 작성일 2016-09-05
  • 조회수 7,698

안도현, 「사랑」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 시_ 안도현 - 1961년 경상북도 예천에서 태어났다.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 「낙동강」이,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당선되었다. 시집으로 『그대에게 가고 싶다』 『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간절하게 참 철없이』 『북항』 등이 있다.

▶ 낭송_ 서윤선 – 성우. 연극 ‘백치, 백지’, 영화 ‘줌 피씨 월드’, 애니메이션 ‘ 명탐장 코난’ 등에 출연.

배달하며

매미는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참고 기다린 끝에 겨우 한 철을 짧게 살다 간다. 길게는 17년을 기다린다고 하는데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한 여름 땡볕 속에서 매미들이 내지르는 울음소리가 사뭇 열광적이고 절박한 것은 매미의 깊은 인내와 생명력 때문일 것이다.
시인은 언젠가 소월의 천부성을 부러워하며 자신은 시를 쓰는 것 보다 만드는 것을 먼저 배운 후천성시인이라고 겸허하게 말했지만 기실 그는 타고난 천부의 시인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하면 어떨까. 천부의 시인이어서 시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므로서 천부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라고... 인간다운 삶을 꿈꾸게 하는 시의 힘을 믿는다는 시인의 사랑이 매미처럼 열광적인 목청으로 더 쏟아지기를...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 『제13회 소월시문학상 수상작품집』(문학사상사)
▶ 음악_ song bird av212 중에서
▶ 애니메이션_ 제이
▶ 프로듀서_ 김태형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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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태 형
  • 201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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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태 형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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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0건

  • 10306김진관

    보통 매미들은 1, 3, 5 등등 소수인 숫자인 년에 태어나서 약 1~2주동안 수컷매미가 짝짓기를 하려고 여름에 웁니다. 새로운 사랑을 찾기위해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속에서 누구보다 우렁차게 우는 매미가 사랑을 얻는데 여기서 저는 사랑이 힘든것이라는것을 느꼈습니다. 맹수를 피하기 위해 나무 밑에서 길게는 17년동안 잠들어 있다가 태어나서 나무위로 올라가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어주길 바라며 우는것은 우리같은 사람들이 다른사람과 친구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이 나를 알아봐 준다면 평생 외롭지 않고 즐겁게 살아갈수 있다는 생각에 저도 매미라면 열광적인 목청으로 울것 같습니다. 저말고 다른 사람들도 이러한 시를 느끼며 인생을 사랑과 즐거움으로 가득차게 만들면 좋겠습니다.

    • 2018-05-29 10:00:24
    10306김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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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07박세진

    저는 이 시의 제목에 흥미를 느껴 이 시를 찾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들은 여름이기 때문에 뜨거워 매미가 우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시에는 여름은 매미가 울어서 뜨거운 것이라는 표현이 굉장히 새로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여름은 그저 여름 이기때문에 뜨거운것이 아니라 겨울동안 에너지를 저장하여 바쁘게 움직이는 동 식물들이 활기차기 움직이기 때문에 뜨거운 것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사랑은 옆에 붙어서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사랑하는 감정이 있다면 그것을 숨기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것을 강조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모든것을 숨기지 않고 들어내는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 2018-05-28 16:07:55
    11007박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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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회윤10817

    우리들은 보통 더운 여름이 왔기 때문에 매미가 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마디로 우리들은 '여름은 덥다, 그래서 매미가 운다' 라는 인과 관계의 관점에 갇혀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시에서는 우리들의 생각을 뒤집으며 매미와 여름의 관계를 노래한다. '매미가 온다, 그래서 여름이 온다' 는 시인의 발상이 우리의 일상적인 생각을 바꾸어 놓았고 새로웠다. 또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는 시인의 발상이 나 자신도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미는 길게는 17년 동안 땅 속에서 참으며 세상으로 나와 사랑을 위해 우는데 그걸 생각하며 이 시를 읽으니 매미의 간절함이 느껴졌다. 나도 매미의 사랑같이 진정으로 간절하게 할 수 있을 일을 찾아 열심히 해야겠다는 점을 깨닫았다

    • 2018-05-28 14:32:21
    정회윤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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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408문관호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라는 이런 표현이 내게 큰 인상을 주었다. 여름은 그 기온만으로 뜨거운 것이 아니라 생명들이 바쁘게 움직이기에 활기차고 또 뜨거운 것이다. 시에 있듯이 사랑은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에 우는 것이라는 말이 내게 그동안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시간들과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들이 나에게 보여주고 대해준 사랑을 나는 받지 못하고 쳐내기만 했지만 이 시로 인해서 나도 가족들에게 행복함과 내가 그들을 사랑하고있음을 알게되었으면 좋겠다.

    • 2018-05-28 10:21:55
    10408문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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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엠스타

    잘 감상했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ㅁ^

    • 2016-09-06 22:46:31
    포엠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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