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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옛일」

  • 작성일 2018-02-01
  • 조회수 9,927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박성우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창비, 2011.




박성우 |「옛일」을 배달하며…



오래전 소중한 이에게서 받은 편지처럼 쓸쓸하고 적막할 때 꺼내보면 힘이 되는 시들이 있습니다. 편지와 시만 그런가요. 품었던 소망도 그런 것 같아요. 이룰 수는 없었으나 그 옛날 내가 그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망을 가졌었다는 기억만으로도 오늘을 새롭게 살아 볼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시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박성우 시인이 문학집배원을 시작하며 첫인사로 이 시를 인용했었거든요. 이젠 옛일이 되었지만 좋은 옛일이라면 자주 떠올리는 게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시작하는 저의 일도 한참 뒤에는 옛일이 되겠지요. 제가 전하는 시들이 강가의 아침 안개처럼 부드럽고, 초저녁 별처럼 조심스레 환하고, 싸락눈처럼 고요해서 자꾸 떠올리고 싶은 옛일이 되도록 힘써보겠습니다.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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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7건

  • 오현수

    옛일을 생각하며 그것을 시러표현한게 참인상깊다

    • 2018-05-31 08:27:24
    오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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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215인성도

    이 시를 보자마자 나는 생각을 했다 왜 우체국에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었을까? 내생각은 사회 환경이 주인공을 잡았던 것 을 알 수 있다. 또한 별정 우체국을 내고싶었지만 그또한 역시 가난이라는 단어가 한계를 만들었다. 이 시대적 상황은 imf 때가 아닌가 싶다. 그때는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기위해 구조조정을 했는데. 이에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주인공도 우체국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엄마 말씀도 생각하게 해주고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만들게 하는 좋은 시였다

    • 2018-05-31 08:56:49
    10215인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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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7이호윤

    옛날에는 하고 싶은 큰 일들이 많았는데, 학교를 넘어가며 온갖 성적을 받아보면서 점차 내 꿈들을 하나씩 없애가는 내가 안타깝게 느껴져 가고 있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자신의 꿈을 포기한 화자처럼, 나도 성적과 적성에 의해 나의 남은 꿈들도 사라져 갈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순수하게 다양한 꿈을 꾼 나를 되돌아보게 되면서 좋았던 시절이라 생각해 본다. 남은 꿈들을 쫒는 나에게 더 노력하게 해줄 수 있는 재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생각을 해본다.

    • 2018-05-31 13:29:57
    11217이호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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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상아

    시를 배달해 주신 진은영 시인님의 말씀처럼 가끔 꺼내 보는 편지가 저에게도 있습니다. 이사 때 마다 정리하고 많이도 없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아있는 편지들을 가끔 속 시끄러울 때 책상 정리하며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시를 여러번 읽으면서 시의 주인공이 별정 우체국을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편지를 받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보내고자 했던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보낼 편지를 담을 봉투를 살 수 없어 그만두었다고 하니 어디론가, 어떤 내용을, 누군가에게 간절히 보내고 싶었지만, 이해되지 않지만 이해되는 이유로 보낼 수 없었던 주인공의 마음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2년 전 존경하고 사랑하던 선생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 짓(?)을 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인간적으로도 많이 아껴주셨던 분이셨는데..... 내가 어떻게 해도 너그럽게 다 받아주셨던 분이셔서 그런지 그 빈 자리가 너무 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의 안부나 소식을 전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 선생님이 생각납니다. 특히, 좋은 소식이 있을 때 그러합니다. 최근 꼭 가고 싶었던 학교를 가게 되었을 때도, 중요한 자리에 선생으로 초대되어 갔을 때도 선생님께 소식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저 보다 더 기뻐하실거라는 생각에 혼자 뿌듯했었습니다. 받는 분의 주소를 적을 봉투를 구하지 못해 보내지 못한 마음에 쌓인 편지들을 언젠가는 뵙고 풀어놓을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 2018-07-13 23:20:23
    푸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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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rto

    어린 시절 하굣길에 동네 포장마차에서 먹던 떡볶이 맛이 너무너무 그리울 때가 있다. 빨간 국물옷을 살짝만 걸친 채 단맛과 매콤한 맛을 퐁퐁 뿜어내던 그 빨간 맛! 떡볶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을 때마다 그 맛이 상상이 되고 그런 기대감으로 떡볶이 집을 전전하지만 그 맛은 이제 옛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서글프다. 그 맛을 봉투에 넣을 재간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떡볶이 집을 차리겠건만 나도 시인과 마찬가지로 그럴 재간이 없어 내 머릿속을 별정떡볶이집으로 삼을 수밖에. 간혹 나와 같은 옛일을 간직한 사람과 만나게 된다면 별정떡볶이집으로 함께 놀러가야지. 그리고 그 시절 우리의 이야기를 재잘거려야지. 비록 현실은 엽기떡볶이일지라도.

    • 2018-07-14 10:52:20
    ap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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