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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옛일」

  • 작성일 2018-02-01
  • 조회수 9,931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박성우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창비, 2011.




박성우 |「옛일」을 배달하며…



오래전 소중한 이에게서 받은 편지처럼 쓸쓸하고 적막할 때 꺼내보면 힘이 되는 시들이 있습니다. 편지와 시만 그런가요. 품었던 소망도 그런 것 같아요. 이룰 수는 없었으나 그 옛날 내가 그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망을 가졌었다는 기억만으로도 오늘을 새롭게 살아 볼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시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박성우 시인이 문학집배원을 시작하며 첫인사로 이 시를 인용했었거든요. 이젠 옛일이 되었지만 좋은 옛일이라면 자주 떠올리는 게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시작하는 저의 일도 한참 뒤에는 옛일이 되겠지요. 제가 전하는 시들이 강가의 아침 안개처럼 부드럽고, 초저녁 별처럼 조심스레 환하고, 싸락눈처럼 고요해서 자꾸 떠올리고 싶은 옛일이 되도록 힘써보겠습니다.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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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7건

  • 후추

    아마도 시인은 자기 마을 언덕에 별정우체국을 만들고 싶을만큼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보다. 두가지로 읽힌다. 개살구가 익는 여름에도, 미루나무가 쓸어내리는 가을에도, 싸락눈 치는 겨울에도 그 할 말을 담을 봉투가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시인은 그 모든 계절을 전하고 싶었는데 담을 수가 없었든지. 어쨋든 그것은 시인의 '옛 일'이다. 할 말이 가득한데도 담을 봉투가 없다는 건, 전할 것이 너무 가득해 봉투에 담기지 않거나, 전할 수 없는 곳에 상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행이다. 이걸 '옛 일'로 이야기할 만큼 시인과 그 때 사이에는 안전한 거리가 생겼다. 근데 여전히 좀 슬프다. 결국 못했다는 말 아닌가? 내게도 담을 봉투 없었던 편지가 있다. 앞으로도 보내지 않을 생각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마음 넉넉한 사람과 봉투 없는 그 편지 한두장 꺼내 읽어보고싶다. 정작 편지 받을 사람은 못받아도 괜찮다. 그러나 누군가 내마음 서랍 앞에 같이 앉아 그 서툰 편지를 읽어준다면, 하나 읽고 두개 읽고.. 그러고도 여전한 얼굴로 따뜻하게 웃어준다면, 나는 참 그 사람이 더 좋아질 것만 같다.

    • 2018-09-13 14:23:14
    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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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저는 이 시가 지금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이런 저런 설명을 읽고나서야 조금씩 이해가 됐었는데 후추님은 이 시에 대해 굉장히 이해를 잘 하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저는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보다'는 부분에서 멈췄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이든지 그러고 싶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기 때문이든지 둘 중 하나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봉투에 담을 수 없었다는 내용이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거리라는 표현에서는 상담자의 포스가 느껴지더군요^^ 후추님의 설명으로 시 이해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고마워요.

      • 2018-09-15 21:37:43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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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perto

    아침과 저녁, 긴 밤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절. 지나간 그 시절을 따뜻한 기억으로 간직하고픈 심정이 오롯이 전해지는 것 같아 이 시를 읽는 내 마음도 무엇인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차오르는 기분이다. 사각사각 아빠가 연필 깎아 주시던 소리, 엄마가 끓여 주시던 부드러운 수제비, 오락실 가려고 엄마 몰래 배를 갈랐던 빨간 돼지 저금통, 초등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쵸코파이와 바나나 우유 배달 심부름.... 비록 선명하지는 않지만 참으로 많은 것들이 추억으로 아련하게 남아 있다. 내가 지나온 모든 시간이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지만 옛일이라는 이름의 자루 속에 이렇게 저렇게 자리하게 되는 것 같아 ‘옛일’이라는 단어가 더 정감 있게 다가온다. 후추님의 이야기처럼 옛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되는 그 사이에 존재했던 시간. 그 시간이 내게 주는 선물인 것 같다.

    • 2018-09-14 23:10:48
    ap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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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미아

    먼 훗날 '한때 나는,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라고 이야기하며, 지금의 내 나이를 떠올릴 수 있을까?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 것, 생기더라도 그 바람이 내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음을 떠올리며 무언가를 향해 높이 치솟아 올랐던 마음을 단속하려는, 마음의 또 다른 한 구석. 오래도록 원했던 것은 '뜨겁지만 차갑게'였는데, 어쩐지 미적지근하게 되버린 것만 같은 요즘이다.

    • 2018-09-15 05:47:27
    우주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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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우주미아님은 그 구절에 마음이 실리셨군요. 저는 성공을 간절히 바랬었습니다. (새벽에 잠도 안 오고.. 너무 간절해서..) 제 인생에 간절했던 only one이었습니다. 그러다 병이 났는데, 쉽게 안 낫더군요.. 제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왠지..우주미아님 역시 너무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 같아보였기 때문입니다.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미적지근하게 되버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오래도록 원하신 '뜨겁지만 차갑게'의 균형조절에 성공하시길..! 저는 실패했었지만 경험삼아 앞으로는 성공하려구요!!^^

      • 2018-09-15 21:15:06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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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한때 나는, 내가 선 무대 위 연기의 진실 속에서 세상의 평화를 바란 적이 있지만 귀는 달고, 내 안의 진실의 소리는 듣지 못하고, 눈은 달고, 세상의 아름다움은 보지 못한 어리석음으로, 더 이상 계속 할 재간이 없어 그만둔 적이 있다. 나는 연기를 했었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고, 이 시는 나에게 아프게 다가온다. 시인의 시처럼 해맑게 아직 옛일로 남겨둘 수 없기 때문인가보다. 아침 안개와 풋별 냄새, 차고 긴 밤이라는 시어가 매우 아름답게 다가오고, 아름다운 시어만큼이나 시인의 현재 마음상태도 아름다운 상태인지(?) 아니면 나처럼 아직 씁쓸한 상태인지 궁금하다. 시인은 아름다운 상태일 것 같지만^^ 시인은 '마음 간절했으나' 나는 간절하진 않았기에 시는 진실하게 썼다ㅎ 아름답고 고요한 시가 내게는 씁쓸하게 다가오는 가을밤이다..

    • 2018-09-15 20:27:37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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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상아

      나도 학창시절 배우를 꿈꿨던 적이 있었습니다. 내 속에서 나를 완전히 지우고 싶어서 그랬었는데... 파라솔님은 세상의 평화를 생각하셨다니, 그래서 더 아프고 외로우셨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 쓰는 파라솔님 계속 만날 수 있으니, 연기하는 파라솔님도 뵙고 싶네요.

      • 2018-09-16 10:30:25
      푸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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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곡안개

    미루나무가 쓸어내린 초저녁 풋풋한 별 냄새를 어떻게 온전히 편지에 담을 수 있을까.......... 싸락눈이 싸락싸락 치는 차고 긴 밤을 꼬박 새웠을지도 모를 시인의 마음을 어떻게 편지에 그릴 수 있을까........ 잠 못 이루고 개살구 익는 강가의 아침 안개를 맞이하는 시인의 마음을 글로써 표현할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한적한 산중 저수지에서 가끔 1박2일 또는 2박3일 낚시를 한다. 낚시의 묘미는 자연과의 합일이 되는 감동에 있다. 그것도 물속에서 사는 붕어까지도 교감을 한다. 큰 붕어는 주로 야행성이라 밤을 꼬박 새우면서 낚시를 한다. 달빛이 보석처럼 부서지는 잔잔한 수면위로 하룻밤 한두 번 정도 붕어가 야광 케미를 끝까지 밀어 올려주는 카타르시스를 어떻게 말로 담을 수 있을까........ 가끔 별무리에서 흘러 내리는 유성의 자취를 어떻게 말로 할 수 있을까....... 새벽안개가 자욱한 호숫가에 사람이 있는 지도 모르고 코앞에서 열 지은 새끼를 데리고 가는 오리가족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경이 그 자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신비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표현할 재간이 없다.

    • 2018-09-15 21:25:24
    계곡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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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상아

      계곡안개님의 그 풍부한 감수성 속에 자연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스며있었던 거군요!!

      • 2018-09-16 10:34:14
      푸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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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계곡안개님은 느껴보셨나보군요. 그 표현할 재간이 없는 아름다움을! 그림이 그려지네요. 멋집니다. 저는 계곡안개님에 비한다면.. 땅만 보고 다닌 듯 하네요.. 하늘은 못 보더라도 이젠 앞이라도 보고 다닐 수 있길!!

      • 2018-09-16 16:48:31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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