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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옛일」

  • 작성일 2018-02-01
  • 조회수 9,934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박성우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창비, 2011.




박성우 |「옛일」을 배달하며…



오래전 소중한 이에게서 받은 편지처럼 쓸쓸하고 적막할 때 꺼내보면 힘이 되는 시들이 있습니다. 편지와 시만 그런가요. 품었던 소망도 그런 것 같아요. 이룰 수는 없었으나 그 옛날 내가 그토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소망을 가졌었다는 기억만으로도 오늘을 새롭게 살아 볼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이 시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박성우 시인이 문학집배원을 시작하며 첫인사로 이 시를 인용했었거든요. 이젠 옛일이 되었지만 좋은 옛일이라면 자주 떠올리는 게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은 것 같아요. 오늘 시작하는 저의 일도 한참 뒤에는 옛일이 되겠지요. 제가 전하는 시들이 강가의 아침 안개처럼 부드럽고, 초저녁 별처럼 조심스레 환하고, 싸락눈처럼 고요해서 자꾸 떠올리고 싶은 옛일이 되도록 힘써보겠습니다.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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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7건

  • 삶의거울

    작가는 옛날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자신의 가슴에 차올랐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였던것 같다. 그 벅찬 이야기를 갈무리하지 못하여 그냥 가슴에만 묻었나 싶다. 아, 그래서 지금은 어떠신가요? 그 옛날 그 벅차오르던 가슴은 식어서 이젠 그런 꿈을 꾸지 않으시나요? 작가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

    • 2018-09-15 23:24:52
    삶의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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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거울

      나는 시인의 이야기만 궁금해하다... 다른 시인들이 답글로 올리신 단상들을 보며, 나는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어 가슴에만 간직한 것들이 무엇일까 더듬거려 보았다. 비온 뒤 아침에 나는 흙냄새, 경아야~ 부르는 아빠 목소리, 우리집 창문으로 보이는 푸른 나무와 흰 구름 사이의 파란 하늘, 미세먼지 좋음을 가리킨 맑은 날 밤 멀리 주상복합 단지 조명 위로 지나가는 비행기 불빛, 가슴 설레게 향긋하고 포근한 내 아이의 살 냄새... 내게도 어떻게 다 담아낼 재간이 없어 아쉬운 것들이 있다.

      • 2018-09-16 16:06:23
      삶의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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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lm

    새로 계약한 집의 방 치수를 재러 왔던 날, 가볍게 내린 비 덕분에 풀내음이 온 동네에 가득차 기분이 참 좋았었다. 전 재산을 걸고 한 첫 계약인만큼 이것 저것 고민하여 머리가 복잡했었는데, 그런 걱정을 씻겨주는 푸르른 향이었다. 훗날 이 집을 떠나도 나는 그 날의 풀내음으로 이 집을 기억할 것이다. 늘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이 순간의 느낌을 소중한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을 찍어도 그 느낌은 살아있지 않고, 언어로 표현하려 해도 '너무 좋아'라는 단어 밖에 뱉지 못하는 나의 빈곤한 표현력에 외려 비참해지곤 한다. 이 시의 시인은 그가 살았던 강마을 언덕의 아침 안개와 초저녁 별빛, 싸락눈이 내리던 그 밤을, 별정우체국을 세워서라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이를 담을 봉투를 구할 수 없어 보내지 못했다고 표현했다. 나도 나의 마음을 이렇게 애틋이 표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부럽다. 기분 좋게. 덧붙여, 이 짧은 시구를 읽으며 얼마나 다양한 옛추억들이 떠올랐는지를 생각하면 경이로울 정도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학교로 향하던 오솔길가의 맑은 새벽 공기, 그 속에 선연히 피어있던 다소곳한 장미. 대학 시절, 빗속에서 '포도길'을 걸으면 축축한 풀냄새, 오랜 낙엽냄새, 흙냄새가 신발 끝을 적셨던 것. 그리고 폭설이 내렸던 다음날, 산 꼭대기에 있던 기숙사에서 정문으로 내려오며 미끄러질까 조심 조심 발을 내딛던 순간의 촉감, 새하얀 눈 위에 내 걸음이 첫 발자국을 남기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하얀 희열. 그 시절 나의 마음, 나의 사람들까지 모두, 옛 일기장을 보는 것 같이 떠오르는게 신비롭고, 감사하다.

    • 2018-09-16 15:26:14
    b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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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맞아요. 아무리 좋은 카메라라도 내 눈만은 못 하다는 생각을 해 봤죠. 이 느낌을 어떻게 그대로 옮길 수 없는 안타까움이란.. 그만큼 대단하고 굉장한 것인가봅니다. 둘은 나눌 수 없는..^^ 계약한 집은 마음에 드셨는지 궁금하네요^^

      • 2018-09-16 16:56:53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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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상아

    시의 제목이 왜 옛일일까...지금은 무엇을 상상하고, 기대하고, 그립게 남겨두고 살고 있을까... 때로는 옛일은 옛일로 남겨두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끔 과거의 일들이 여전히 현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경우를 많이 만나다 보니, 과거는 그 시간에 맡겨두고 지금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간절히 기도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 시의 화자처럼 '한때 ~적이 있었지'하며 조금은 담담해 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2018-09-16 18:45:18
    푸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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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16장병헌

    이 시에서 화자는 자신의 소망을 이루지 못한다. 분명 이 순간에는 큰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의 제목이 '옛일'인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그저 옛일이 되어 화자는 '그땐 그랬지'라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전에 소망하던 일을 이루어내지 못해 크게 좌절한 적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지금은 그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일 덕분에 나는 더욱 성장한 느낌을 받기까지 했다. 비록 이 시에서 화자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 있지만, 우체국을 세우고 싶어하던 그 간절한 마음만은 분명 화자가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2018-10-31 10:14:09
    10716장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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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05김동현

    이 시의 화자는 우체국을 차리고 싶었던 꿈이 있었으나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이 시에서는 화자의 안타까움과 후회가 드러난다. 화자가 예전에 느낀 간절함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화자는 풍요로우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는 삶을 살지 못했던 것 같다. '넣을 봉투를 구할 재간이 없다' 고 하였으니 화자의 재산이 부족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화자의 삶이 나의 삶이랑 비슷한 것 같아 보여 공감이 되었다. 먼 훗날에는 화자의 꿈이 이루어질수 있기를 소망한다. 나는 화자처럼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약간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 보겠다.

    • 2018-10-31 13:35:58
    10105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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