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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

  • 작성일 2018-03-15
  • 조회수 8,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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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나희덕 시집, 『그녀에게』, 예경, 2015.




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를 배달하며…



화가로도 유명한 시인 로세티는 자기 작품의 모델이자 동료화가였던 시달을 사랑했어요. 프루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그녀의 “지나치게 활발했던 영혼이 과로로 지친 육체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중병에 걸리고 맙니다. 로제티는 죽어가는 시달과 서둘러 결혼을 하죠. 그녀가 숨을 거두자 그는 자신의 삶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간하기로 되어있던 시들을 상자에 넣어 그녀와 함께 묻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 사랑 이야기의 끝이 아니에요. 7년 후, 그는 무덤에서 이 시들을 꺼내 출판하기로 결정합니다.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단단한 얼음조각 같은 지독한 사랑도 지독한 슬픔도 시간의 따듯한 물속에서는 조금씩 녹아 사라집니다. 이제 봄이고 사랑이 다시 시작되려 해요. 그 소란스러움을 어쩌겠어요. 이토록 아름다운데…

시인 진은영


* 마르셀 프루스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엘리자베스 시달」(『독서에 관하여』,은행나무)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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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7건

  • 10217정민석

    이 시의 처음 한구절로 시의 화자가 대상이 되는 사람과 이별한 상태라는것 을 알 수 있었다.다양한 심상들이 사용되었기에 글을 읽으면서 화자의 심정이 머리속에서 떠오르게 되었다. 3연까지는 어두운 어조와 심상으로 이루어져 사랑하던 사람과 사별한 화자의 정서를 드러낸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이 끝나고 따듯한 봄이 오면서 화자의 마음이 다시 녹아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움이 일어나는 화자의 마음을 잘 표현 했다. '침묵의 소문'이란 대목은 역설적 기법을 사용해 가장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시는 같은 작가의 시인 '오분간' 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기에 나희덕 시인의 다른 시들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 2018-05-31 09:16:45
    10217정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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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요섭11106

    시에서 어떠한 이유로 말을 쉽게 하지 못하는 화자의 상황을 ‘허공에 닿아 굳어버리는 거미줄’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 깊었다. 나도 친구나 가족과 크게 싸우고 말을 하지 못하는 어색한 상황이 있었는데, 그 때 내 기분도 이와 비슷했던 것 같다. 또, ‘소란스러움’이라는 부정적인 시어를 침묵을 깬 봄의 소리로 긍정적으로 표현한 점도 색달랐다. 어색한 상황 속에서 예전에는 불편하기만 했던 ‘소란스러움’ 조차 그리웠던, 그래서 다시 소란스러워졌을 때 기뻤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 2018-05-31 11:06:31
    김요섭1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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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219정동윤

    학교에서 나희덕 시인의 '오 분간'이라는 시를 공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나희덕 시인의 시가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어 보았는데, 이 시도 나의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시에서 여러 인상적이 시어가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물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소란스럽다는 것을 말이 말을 부르고 있다고 표현한 것이 정말 인상 깊었고 멋진 표현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서 말들이 깨어나는 것이 말들이 개구리 같은 하나의 생물체로 표현한 것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았습니다.

    • 2018-05-31 13:39:26
    11219정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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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01곽한신

    학교 국어시간에 나희덕 시인님의 "오 분간" 이라는 시를 읽은 후 나희덕님의 시에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나희덕 님의 시가 있어 인상깊었습니다. 나희덕 님의 " 이따름 봄이 찾아와" 라는 시는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라는 첫 행을 통해 나는 님을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며 말이라는 것을 "거미줄, 얼음조각" 등으로 표현하여 여러가지 추상적인 해석이 나올 수 있게 하는것 같습니다. 또 마지막에 "부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 라는 말을 통해 제 생각엔 "님" 에게 님이 싫터라고 나의 사랑을 전달하려는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 2018-06-01 13:32:55
    10701곽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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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05김준서

    우리 집 앞에는 공터가 있다. 2월까지만 해도 공터에서는 아무소리도 안 들리지만, 3월초만 되면 공터에서는 여러 소리가 들려온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붙는다' 라는 표현은 내가 2월초에 공터에서 받은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속에서 녹기 시작한 말들이' 는 3월초에 공터에서 내가 받은 느낌이다. 겨울동안 추워서 집에만 박혀살던 사람들은 봄이되면 봄기운을 맡고 집에서 나와 새로운 일년동안의 여정을 시작하는 것 같다. 여정의 시작은 언제나 소란스럽다. 소란스러운 여러 말들이 얼어있던 공기를 녹이고 새싹을 싹틔우고 다른 사람들이 일년동안의 여정을 시작하게 한다. 시 '이따금 봄이 찾아와' 는 이러한 봄의 분위기를 잘 표현한 것 같다.

    • 2018-06-01 13:54:50
    10705김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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