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
- 작성일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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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나희덕 시집, 『그녀에게』, 예경, 2015.
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를 배달하며…
화가로도 유명한 시인 로세티는 자기 작품의 모델이자 동료화가였던 시달을 사랑했어요. 프루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그녀의 “지나치게 활발했던 영혼이 과로로 지친 육체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중병에 걸리고 맙니다. 로제티는 죽어가는 시달과 서둘러 결혼을 하죠. 그녀가 숨을 거두자 그는 자신의 삶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간하기로 되어있던 시들을 상자에 넣어 그녀와 함께 묻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 사랑 이야기의 끝이 아니에요. 7년 후, 그는 무덤에서 이 시들을 꺼내 출판하기로 결정합니다.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단단한 얼음조각 같은 지독한 사랑도 지독한 슬픔도 시간의 따듯한 물속에서는 조금씩 녹아 사라집니다. 이제 봄이고 사랑이 다시 시작되려 해요. 그 소란스러움을 어쩌겠어요. 이토록 아름다운데…
시인 진은영
* 마르셀 프루스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엘리자베스 시달」(『독서에 관하여』,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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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7건
너에게 가 닿을 순간을 기다리며 차가운 얼음조각처럼 흩어져 있던 말들 내내 얼어붙었던 마음 곳곳에 따스한 봄이 찾아오기를.. 그 봄의 온기 속으로 명치끝에 걸린 채 목구멍으로 넘어오지 않던 말들을 소리내어 본다. 봄 햇살에 생기 가득해진 말들이 서로 인사 나눈다. 드디어 봄이야~ 만나서 반가워요~ 마음껏 재잘거리게 하는 봄의 친절함~!!
내 말이 그에게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내 말이 흘러 그도 상처가 될까봐...힘들어질까봐.. 나보다 더 많이 숨 조여하며 슬퍼할 것을 알기에.. 나의 사랑은 때로는 요란하게 소란스럽지만.. 조심스럽고.. 조심스럽다.. 이건 그를 믿고 안믿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 침묵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나의 두려움이고 슬픔이다. 그리고 나만의 사랑이다. 입에서 차마 꺼낼 수 없는 얼음조각을 입안에 한 가득 물고 있다. 나는 시렵다 못해 말할 수 없는 찢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언젠가는 이 얼음조각들도 녹아내려 소란해지겠지... 삼키기도 버거워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보며 소란하게 웃는 날이 오겠지.. 여린 나뭇잎 틈으로 보이는 눈부신 하늘과 바람이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