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

  • 작성일 2018-03-15
  • 조회수 8,657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나희덕 시집, 『그녀에게』, 예경, 2015.




나희덕 |「이따금 봄이 찾아와」를 배달하며…



화가로도 유명한 시인 로세티는 자기 작품의 모델이자 동료화가였던 시달을 사랑했어요. 프루스트의 표현에 따르면, 그녀의 “지나치게 활발했던 영혼이 과로로 지친 육체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중병에 걸리고 맙니다. 로제티는 죽어가는 시달과 서둘러 결혼을 하죠. 그녀가 숨을 거두자 그는 자신의 삶도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출간하기로 되어있던 시들을 상자에 넣어 그녀와 함께 묻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이 사랑 이야기의 끝이 아니에요. 7년 후, 그는 무덤에서 이 시들을 꺼내 출판하기로 결정합니다.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고 느꼈기 때문일까요? 단단한 얼음조각 같은 지독한 사랑도 지독한 슬픔도 시간의 따듯한 물속에서는 조금씩 녹아 사라집니다. 이제 봄이고 사랑이 다시 시작되려 해요. 그 소란스러움을 어쩌겠어요. 이토록 아름다운데…

시인 진은영


* 마르셀 프루스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와 엘리자베스 시달」(『독서에 관하여』,은행나무)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37건

  • 은빛시

    누군가의 말은 들리지만 들리지 않는다. 마음이 상처입어 얼어붙어버렸거나, 굳은 살 박혀버렸을 때… 어떨 때는 누가 말해도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너무 지쳐 충전 중이거나 너무 분주해 나눌 마음이 남아있지 않을 때… 그래도 이따금 봄이 찾아오길 간절히 바란다. 따듯한 햇살아래에서 간질간질한 소란스러움을 느끼고 싶을 때…

    • 2019-03-30 23:14:47
    은빛시
    0 / 1500
    • 0 / 1500
  • 11110배수홍

    처음에 이 시의 제목을 읽었을 때 계절과 관련이 있는 줄 알았지만 실제로 읽어보니 아니었다. 이 시는 우리가 평상시 사용하는 언어와 관련이 있다.우리는 일상생활에 많은 말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 "밥 먹었어"와 같은 가벼운 인사부터 무거운 말까지 우리는 폭 넓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한 많은 말중에서 다른 사람게 전달이 잘 안 되는 말이 있다. 꼭 전달해야 하는 데 못하는 말, 전달하고 싶은데 용기가 없어서 전달을 못하는 말등같은 말이 있다. 하지만 봄이 오면 이러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전다이 된다. 마치 봄의 따뜻함이 겨울의 추위를 녹이 듯이

    • 2018-11-05 12:20:59
    11110배수홍
    0 / 1500
    • 0 / 1500
  • 김현수11109

    저는 이 시를 읽을 때 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날씨는 화창했지만 저와 저의 친구의 관계는 얼어붙은 그러한 때였습니다. 이 시에서와 같이 그때의 제가 화해의 의미로 전했던 모든 말들을 전부 그 친구에게 전해지는 대신 띡딱한 벽에 부딪쳐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친구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시는 저의 이러한 경험을 떠올리게 해 주었고 그때 친구와의 벽이 사라졌을 때 저의 안도감과 다시 되돌아왔던 따듯함을 저에게 상기 시켜주는 공감이 가는 시 같습니다. 물론 지금 그 친구는 저의 곁에는 없지만 이 시를 읽게 되면서 지금의 저를 있게해준 그 고마운 친구를 떠올리게 해 준 이 시를 힘들 때면 보게 될 것 같네요.

    • 2018-11-05 12:10:18
    김현수11109
    0 / 1500
    • 0 / 1500
  • 10208문승현

    나에게 '이따금 봄이 찾아와'는 누군가와 다투고 부터 화해하기까지의 일을 담은 시로 보인다. 첫 행에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를 보면 싸우고 말을 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여진다. 그 다음 먼저 사과 도는 말을 하려고 시도하지만 자신의 입에서부터 막히고, 입에선 나왔지만 외부의 누군가로 인해 전달하려는 이에게 도달되지 못하고 또 말을 못하는 사이 제 3자들에 인해 생긴 말들로 다가가기 어려운 상황을 나타내는 듯 하다. 그 뒤 다행히 '봄' 즉 화해 또는 대화할 기회가 찾아와 진심어린 사과도 나누지만 어색하지 않게 오히려 더 말을 많이하고 동시에 핑계도 대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라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사람과 다투거나 또는 심하게 싸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시는 그 과정을 계절에 따라 흘러감으로 시간이 필요함을 나타냄과 동시에 화해하려고 시도도 함으로써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필요함과 동시에 겨울에서 봄까지에 시간이 금방 흐르지 않는 것 처럼 다시금 봄에서의 관계를 얻기 위해선 그만큼 기다림도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가 표현한 말이 내가 겪은 상황과 오묘하게 맞아 떨어지어 공감이 가고, 또 그 상황에 있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될만한 시로 여겨진다.

    • 2018-11-05 08:44:30
    10208문승현
    0 / 1500
    • 0 / 1500
  • 조성원10717

    나희덕시인의 이름이 눈에 익어 읽게 되었다. 대화를 하고싶지만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것으로 보인다 대답도 없고 반응도 없는 상대에게 대화를 한다면 얼마나 답답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같은 사회적인 동물이 의사소통을 하지못하고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없으면 살기 힘들것이다.봄이 찾아와 말들이 녹기 시작했을때 반가움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대화를 하는것을 좋아해서 말을 할수있고 말이 녹기시작했을때 따뜻함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

    • 2018-10-31 09:52:18
    조성원10717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