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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 인간」

  • 작성일 2018-03-29
  • 조회수 4,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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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김현 시집, 『입술을 열면』, 창비, 2018.




김현 |「◉ 인간」를 배달하며…



이 시에 붙은 동그라미 기호들이 당신의 눈동자라면, 당신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이 질문에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렇게 답합니다. “그건 자유라는 거지!”* 세사르 바예호라면 이렇게 말하겠죠. “슬퍼하고 기침하는 존재.”**
이 시를 읽으며 정의해 봅니다. 인간은 자기를 향한 폭력 앞에서도 평화를 그릴 수 있는 존재.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요? 생명력을 주관하는 열세 번째 천사가 죽으면 열네 번째 천사가, 열네 번째 천사가 죽으면 그 다음 천사가 가슴 속에서 다시 태어날 테니까요. 우리는 어둠 속에서 마주보고 서있는 벽 같은 존재들. 거기에는 늘 구멍이 있어요. 당신의 눈빛이 그 속으로 쏟아졌기에 내 가슴이 천사를 본 듯 환하게 흔들렸죠.

시인 진은영


*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열린책들)
** 세사르 바예호, 『희망에 대해 말씀드리지요』(문학과지성사)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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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건

  • 성민이조아

    내가 크리스챤인데 천사와 영혼과 자유라는 단어가 심오하게 느껴진다

    • 2018-05-31 09:19:45
    성민이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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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형진10708

    이 시를 읽고 "밤이 되면 잉크를 쏟는다"를보고 처음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읽다보니 영혼에 동공을 만든다고 하니 인간의 눈이 만들어지는 것이 생각들었고 "너에게로 향하는 눈동자"를 보고 항상 나를 봐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생명은태어나고 죽음으로 끝이 난다"를 읽고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 생각이든다. "열네번째 천사는 주관한다"를 보고 "열세번째 천사는 고요하고 거룩하다랑 무엇이 다른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열세번째 천사는 생명을 뜻하고 열네번째 천사는 죽음을 뜻한다라고 생각했다. 이 시를 읽고 난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 2018-06-01 13:57:32
    김형진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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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른상아

    내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 어떤 편에서 인간을 바라보느냐 따라 인간에 대한 정의가 달라졌던 것 같습니다. 사는 게 뭔가 퍽퍽하게 느껴질 때는 인간은 주어진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수동적 존재로 생각되기도 하고, 재밌고 즐거울 때는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는 추구하고 달성하려는 존재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릴 때는 특별한 영웅이 나타나 이 세상을 시원하게 바꿔주기를 원했는데, 조금씩 소유한 것이 늘어날 수록 그 변화가 조금씩 일어나길 바라기도 합니다. 이렇게 흔들림이 많은 나는 그래서 무엇을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에 늘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크리스챤답게, 학생답게, 어른답게, 엄마답게.....인간답게! 라는 기준을 만들어 거기에 맞추어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나마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그런 기준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이런 말들이 굴레가 되어 압박감과 죄책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다 벗어버리고 그냥 아무렇게나 살고 싶었습니다. 그럴 때 진은영 시인님의 이 말을 만났습니다. '시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시인답게가 아니라 시인으로 살아가는 삶은 어떤 삶일까요? 뭔지 모르지만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런 나도 괜찮다면 시인으로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이 내 삶이 될 때까지 계속 되내여봅니다.

    • 2018-08-05 20:51:02
    푸른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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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야80

    시를 읽으며, 진은영 시인님의 배달글을 읽으며, 문득 고대 그리스인들의 '항전의식'이 떠올랐습니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그 정신은 그저 전쟁에서만이 아닌 삶에 있어서도 싸워야 할 일에 싸우는 삶의 항전의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삶에서의 항전의식은 전쟁보다 더 어려운 거 같습니다. 인간다움도, '인간'이란 정의를 명료하게 하지 못하는 것은 삶이 너무나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되어있기 때문은 아닐런지요.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인간을 정의하고 살아가는 인간인가 봅니다. 그리고 인간은 인간이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수 없어도, 인간은 인간을 탐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누군가는 시를 통해, 누군가는 그림을 통해, 누군가는 음악을 통해, 자신들의 탐구 결과를 내보이는 것은 아닐까요. 그럼 여기서 정의해봅니다. 인간은 인간 자신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 존재라고요. 그래서 시인의 열세번째, 열네번째 천사가 바로 우리 인간인 거 같습니다.

    • 2018-08-06 03:29:13
    희야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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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러쉬

    읽고 또 읽어보아도 각주의 영향권에서 이 시를 따돌릴 수 없을듯하다. 각주가 없었더라면 2연과 3연, ‘밤이 되면/ 잉크를 쏟는다// 영혼에 동공을 만드는 것이다’는 그저 아름답고 환상적인 시구로 읽혔을 것이다. 하지만 각주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물대포’를 보고 난 뒤에는 마냥 황홀감에만 젖어 있지 못하게 되었다. 밤에 잉크를 쏟아 만든 영혼의 동공이 물대포가 그리는 원과 그 앞에 선 인간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시인이 생각하는 ‘인간’은 천사와 동떨어져 있지 않은 존재다. 나 역시 천사의 존재를 긍정한다. 모든 사람의 뒤에는 자신의 천사가 있다고 믿는 이 무책임에 가까운 낙관주의는, 김현 시인이 말하는 ‘인간’에 와서 어떤 가능성을 만난듯하다. 그 가능성이란 천사들의 연대다. 열 세 번째 천사가 주관하던 밤을 지나 열 네 번째 천사가 주관하는 밤에서, 인간은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로, 그러나 자신만의 천사를 그려보며 살아갈 수 있다.

    • 2018-08-07 15:46:59
    브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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