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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영 , 「2014년 9월19일 어느 세월호 어머니의 트윗을 관심글로 지정함」

  • 작성일 2018-04-12
  • 조회수 9,963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이시영 시집, 『하동』, 창비, 2017.




이시영 |「2014년 9월19일 어느 세월호 어머니의 트윗을 관심글로 지정함」을 배달하며…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할까요? 이 슬픔의 빙산을 녹이기에는 우리가 지닌 말들이 참 보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괴테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고통 속에서 침묵해야 할지라도, 신은 내게 능력을 주었다. 내가 고통스럽다는 것을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타인의 고통 곁에서 침묵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신은 고통스러워하는 자에게는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그 곁에 있는 자에게는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주었습니다. 우리는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더라도 경청할 수는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고통에 대해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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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2건

  • 김형진10708

    "가난한 집에 태어난 죄로 2만원밖에 못 줬는데 고스란히 남아있던 지폐 두 장" 이 글을 보니 세월호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그 배 운전사는 뭘 했나 생각이 들고 세월호 사건이 다시 생각나게 되는 시네요.. 정상적으로 배가 갔다면 웃고 떠들며 먹고 놀고 했을텐데 이 글을 보면서 세월호때에 선장은 다시 반성을 하라고 하고싶은 생각이 나네요 잘 살아있다면 지금도 웃고 떠들며 신나있을텐데 돌아가신분들은 고인이 되어 같이 웃고 할 사람이 없는게 매우 슬픈 사실이네요.. 세월호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 2018-10-31 10:14:37
    김형진1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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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619최혁재

    집이 가난하든 집이 부자이든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차이를 둘 수 없다. 그러므로 집이 가난하다는 이유로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자신의 아들이 죽은 것을 슬퍼하지 않을 리가 없다. 오히려 가난한 집 부모님의 애정이 부자집 부모님보다 자식에 대한 애정이 더 애뜻하실 수 있다. 부모님이 주신 그 2만원 얼마나 쓰고 싶었을까... 친구들이 간식을 사 먹을 때 같이 사 먹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이 어려운 형편에서라도 주신 2만원이기에 쓰지 않고 있었겠지. 이 세월호 사건은 전국민이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으로 끔찍하고 슬픈 날이다. 아마도 자식을 잃은 슬픔은 그 어떤 방식으로라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지만 이 자리를빌려 위로를 드리고 싶다. 세월호 사건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무척이나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자식들도 자신들 때문에 부모님들께서 힘들게 고통받고 사는 것을 원치는 않을 것 이에요. 그러니 위에서 바라보는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도 남은 삶을 열심히 사세요! 이미 떠나간 자식들의 몫까지... 이 세월호 사건은 꼭 역사에 남아 우리 인류가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되어야 합니다.

    • 2018-10-31 10:59:49
    10619최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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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놀

    마지막일것을 모르고 보내셨기에 더 후회만 있는것 같다. 먹먹하다. 그 어머니 삶이 삶일까? 싶다. 자식을 잃은고통보다 2만원 준것이 더 미안한 것이 부모일텐데 ㅜ ㅜ 그 어머니의 고통을 표현하실 수는 있을까 싶기도 하다.

    • 2019-04-25 21:27:30
    지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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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반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가슴이 너무 먹먹해졌다. 그 슬픔과 상실의 크기를 감히 헤아릴 수 없어 침묵으로 이 자리에 가만히 서있고 싶다.

    • 2019-04-27 13:35:47
    햇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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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담요19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소비심리가 위축되었고 시장이 경직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기가 막혔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들은 사건의 책임자를 찾았고 그 사람이 죽었으니 이제 그만하라고 귀를 닫아버렸다. 그들은 2014년 9월 19일에도 세월호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말들에 피로감을 느꼈을 것이다. 트라우마는 인지와 기억의 회피로 유지된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그 충격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나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는 이 이야기를 끝없이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들어주는 데에 돈이 드나, 힘이 드나? 만약에 이들의 이야기에 피로감을 느낀다거나 소모적인 생각이 든다면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 불편감의 근원은 아이들의 죽음과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황망함에 책임감을 느껴서, 또는 세월호 부모들의 행동이나 말이 자신에게 피해를 준다는 생각 정도가 있을 것 같다. 전자건 후자건, 사회의 모두는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없이 듣고, 기억해야 한다. 책임감을 느껴서 불편한 사람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하고 같이 있어주는 행위로 무거운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그들이 자신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세월호 사건에 내재되어 있는 시스템의 불합리성을 보완함으로써 다음부터 그러한 하소연을 들을 여지를 좁히면 된다. 나와 타인이 어쩔 수 없이 유기적으로 엮어 있는데 나와 타인을 다른 편으로 분리하면서 타인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고통이 시작된다. 타인의 고통을 저 멀리 떼어놓는다고 나의 고통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만하라고 하고 싶은 이상한 부류의, 나 자신도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고통이 생겨난다. 2014년 4월 16일에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트윗글을 2014년 9월 19일에 시인이 관심글로 지정하고 2017년에 실린 시집을 사람들이 읽고 2019년에 내가 이 시를 읽는다. 맨 처음에 이 시를 보고 내가 생각하던 시의 형식과 달라 약간 생경했지만, 시인이 세월호 어머니의 말을 관심으로 “지정”하는 행위를 통해 시가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은 묵직함을 느꼈다. 언어를 전달하는 행위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아 회의적이었던 적도 있었으나, 적어도 우리는 들을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어서, 그래서 고통을 느끼는 누군가와도 같이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2019-04-28 16:53:31
    담요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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