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이원 , 「당신이라니까」

  • 작성일 2018-04-26
  • 조회수 5,152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이원 시집, 『사랑은 탄생하라』, 문학과지성사, 2017.




이원 |「당신이라니까」를 배달하며…



이 시가 실린 시집의 제목을 나지막이 읽어봅니다. ‘사랑은 탄생하라.’ 이 명령문은 참 아름답군요. 엄마의 뱃속에서 천사가 한 아이의 얼굴을 빚을 때까지, 인간적인 작은 몸에서 커다란 고통과 기쁨이 튀어나올 때까지, 뺨이 슬픔으로 번지고 그 슬픔이 무심한 휘파람이 될 때까지 사랑하라고. 꽃이 만개하던 날만이 아니라 떨어지는 꽃잎을 받아먹던 날에도 그 꽃잎을 게워내던 날에도 사랑하라고. 알지 못할 운명이 내게 명령했습니다.
그토록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당신이라니까. 그토록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 당신이라니까. 둘 중 어떤 뜻일까요? 어쩌면 처음부터 0이 될 때까지 생을 사랑한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는 말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느 쪽이든 우리의 팍팍한 생에 부디 사랑이여, 탄생해주세요!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 1500

댓글20건

  • 11220정승훈

    이 시를 읽으면서 많은 감정이 생겼다. 1학기 중간고사를 망치고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많아서 학원을 빼먹고 피시방에 가서 밤늦게까지 논 적이 있었는데 그날밤 어머니와 크게 다투었는데 이 시를 읽고 어머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시를 읽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고 부모님께 효도해야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의 제목인 "당신이라니까"는 그토록 나를 사랑해준 사람, 즉 부모님을 의미 하는 것 같아서 부모님에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 시는 꼭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2018-05-31 13:47:28
    11220정승훈
    0 / 1500
    • 0 / 1500
  • aperto

    누군가 자신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대신해 삭혀내고 그 고통의 울음을 대신 소리 내어 준다면 그러한 사랑을 힘입은 자는 그 사랑의 힘을 기억하는 한 그 어느 순간도 삶의 강퍅함에 스스로 목마르진 않을 것이다.

    • 2018-08-19 20:56:08
    aperto
    0 / 1500
    • 0 / 1500
  • 한 줄

    아직, 한 참 남은 것 같다. 어디서부터 세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아직 '0'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걸 보면... 왠지, 시적화자가 나에게 '너 말이야, 네가 하면 되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시적 화자가 말하는대로, 그대로 해볼 참이다. 그러고 나서 만약, 내가 아니라면, 그 때가서 다시 '당신이라니까' 할 사람을 찾아봐야겠다.

    • 2018-08-19 21:37:04
    한 줄
    0 / 1500
    • 0 / 1500
  • 희야80

    어째서 ~할 때까지, ~일 것의 모든 것이 "당신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을까요? 시의 어디에도 사랑이란 말이 나오지 않지만 그렇게 사랑한다 말하는 것처럼 들릴까요? 그런데 어째, 저에게는 그 외침이 다른 누군가를 향한 말로 들리지가 않습니다. 너를 자신을 그렇게, 모든 순간을 사랑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시의 마지막을 읽고 난 뒤, 최근 한 통신사 광고가 떠올랐습니다. 남들과 똑같아 지는게 정답이라면 자신은 차라리 오답으로 살겠다며,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며 펜으로 "0"을 그리는 것으로 끝나는 내용의 광고인데, 잠시 찾아보니 0에 young의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젊은 그대여, 젊음을 사랑하라. 두려워하지 말고."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 2018-08-20 03:02:31
    희야80
    0 / 1500
    • 0 / 1500
  • 당신을 기다린다는 것은 '나'라는 피리가 '당신'이라는 바람을 만나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착각하고 또 착각하는 일. 세상에서 가장 큰 숫자에서부터 0까지 거꾸로 세는 동안, 한 쪽 손을 뗌과 동시에 다른 쪽 손에 온몸의 무게를 싣는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일. '왜 이런 기다림을 계속해야 하는 걸까?'란 질문에서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란 무수한 질문으로 옮겨가는 일. 그리하여 '당신이니까'란 자기 설득에서 '당신이라니까'란 메아리가 자연스러워지는 일.

    • 2018-08-20 07:37:08
    0 / 1500
    • 0 /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