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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 「나는 오늘」

  • 작성일 2018-05-10
  • 조회수 23,909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강성은 외, 『의자를 신고 달리는』, 창비교육, 2015.




오은 |「나는 오늘」을 배달하며…



정현종 시인은 ‘가슴 속의 진동’에 따라 사는 사람이 시인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진동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날마다 다릅니다. 오늘 하루는 나의 슬픔과 나의 변덕과 나의 잘못으로 내 가슴이 들썩입니다. 그렇지만 그다음 오늘은 햇빛이 쏟아져서, 쓰다듬어줄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네 곁을 종일 맴도느라 내 가슴이 흔들립니다. 그러니 사는 일이 진동 아니겠어요? 나에게서 나무에게로,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계속 오고가면서, 나와 세계 사이에서 아름답게 진동하는 일.

시인 진은영


* 정현종, 『정현종 시인의 사유가 깃든 로르카 시 여행』, 52쪽, 문학판, 2015.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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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6건

  • aperto

    이 시로 중학교 학생들과 이본쓰기 활동을 했을 때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 시에서처럼 '나는 오늘 .... 했다.‘의 과거형으로 썼는데 유일하게 한 아이가 '오늘 되고 싶은 나'로 글을 써서 인상적이었던 경험이 있다. 그 아이 덕분에 오늘은 과거일수도 있고 미래일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오늘의 시작점에서면 찬란한 아침 햇살처럼 생기 가득하고 어제와는 다른 새로운 시간들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충만해진다. 그러나 오늘의 끝자락에서 나는 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푸념을 늘어놓는 모습으로 쳐져있기 일수다. 다행히 그 반대의 모습일 때도 있다. 미처 기대하지 않았던 일들을 경험하고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된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한다. 이처럼 오늘 하루라는 시간은 내 뜻대로, 내 맘대로만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오늘 나는 토마토처럼 자신으로 꽉 차 있을 수도 있고, 유리처럼 조심스러울 수도 있다. 종이처럼 다른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도 있고 공기처럼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의 시작점에서의 나와 끝자락에서의 나가 비록 다를지라도 그건 ‘나’다.

    • 2018-07-06 19:48:15
    ap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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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야80

    나는 오늘 '무엇'이든 가능한, '나는 오늘' 동시같은 느낌의 이 시는 마치 아이들의 기발한 말들을 수집해 놓은 듯하며, 오늘의 나의 상태를 빗대어 표현한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아이같은 솔직한 예쁨이 물씬 묻어난다. 첫 연에서의 토마토는 바로 읽어도 토마토, 거꾸로 읽어도 토마토를 '가득찼다'라고 시인은 표현한 것 같은데 한바탕 유쾌한 웃음이 빵..!! 또한 곱고 아름다움 표현만큼이나 '유리'나 '종이'에서와 같이 섬세한 표현은 내가 사물인지 사물이 나인지 모르게 나와 사물이 동일시 되는 순간을, '일요일'이나 '그림'에서는 진부한 듯 진부하지 않은 공감을, '공기'에서는 직접적인 위로의 말보다 손수건을 건네는 듯한 은은한 따뜻함이 느껴져 짧은 시 안에 희노애락을 무겁지는 않지만 진솔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오늘 커피. 내가 쓰면 쓰고, 내가 달면 단, 내가 시면 신, 시시각각 변하는 까만물.

    • 2018-07-06 16:32:28
    희야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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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줄

    ‘나는 오늘_’ 이렇게 시작되는 두 어절 하면! 떠오르는 건? 바로, 초등학교 때 썼던 그림일기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는데, 누구도 ‘나는 오늘’ 이 두 어절을 꼭 써서 일기를 완성하라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 당시엔 일기를 항상 그렇게 시작해서 썼다는 사실이다.(정말 궁금하다, 나만 그랬는지, 다른 사람도 그랬는지;;) 담임선생님께서 “오늘 한 일을 쓰라”고 하셨기 때문에 별 의심 없이 그렇게 썼던 일기들이 오늘 이 시를 보면서 꽤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는 오늘_’로 시작했던 일기만큼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그 일기를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읽었다는 거다. (21세기인 현재는 이러한 일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고나서 선생님과 친구들의 피드백을 받았던 시간이 있었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그 시간을 위해서 일기를 썼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는 오늘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하고, 옆집 친구 현선이랑 공기놀이를 50년만 하다가, 저녁을 먹고 잤다.’로 끝맺는 일기가 너무 단조롭고 발표하기에 부족한 것 같아, 뭔가 사건을 하나씩 만들어 내는.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나는 오늘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하고 어제 다 본 소공녀의 세라가 되고 싶어서, 옆집 현선이네 다락방에서 세라 놀이를 했다. 그런데 너무 재미있게 놀다가 늦어서 저녁 먹으려고 다락방에서 빨리 내려오다가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이런 식의 사건이 하나씩 늘어나는 일기. 그러고보면 어쩌면 그 시절 일기는 나를 돌아보는 성찰이나 반성의 의미라기보다, 누군가에게 나의 오늘을 들려주고 싶어 했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그 이후, 오롯이 나만을 위한 일기에는 ‘나는 오늘_’이라는 두 어절을 쓰지 않았으니까. 이 시를 쓴 시인도 누군가에게 시인의 오늘을, 하루를 들려주고 싶지 않았을까? 이제 막 첫 사랑이 시작된 열병의 상대인지, 들키지 않은 짝사랑이지만, 언젠가 들키고 싶은 마음의 상대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를 통해 그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오늘 다시, 마치 아무도 모르는 척 일기를 쓰는 것처럼 하지만, 누군가가 이 목소리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_’을 써 보려한다. 나는 오늘 시(市). 수국축제 한 창인 제주시(市)도 되었다가, 무더위 식혀주는 양양시(市)가 되기도 하고. 푹푹 찌는 서울특별시(市) 피해, 하필 날아간 곳이 대구직할시(市)라며, 서울특별시(市)가 최고라고 할테지. 나는 오늘 시(時). 과거에 입 맞추고, 거울 속에 나를 꺼내어 죽음으로 함께 달려간다. 나는 오늘 시(sea:). 바다가 되면, 그 심연을 알 수 있을까? 나는 오늘 시(see).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데 그러니 다 보기라도 해야지. 나는 오늘 시(詩). 시(詩)에 시(市)도 담고, 시(時)를 달아, 시(sea:)가 된다면, 시(see)로 모아 적어볼 거야. 어이쿠, 이러니 시(詩)가 무거울 수밖에.

    • 2018-07-05 16: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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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05김우재

    제목만 보면 굉장히 긍정적이고 활동적이고 기분 좋을 시일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왠지 무섭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고 저녁에 잠들기 전까지 사람들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한 것같다. 그래서인지 읽고 나니 왠지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하다. 그리고 ‘일요일,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랐다’ 부분에서 월요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나의 마음과 닮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너와 만나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에 라고 생각이 든다.

    • 2018-06-12 15:20:05
    11005김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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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원10717

    이 시를 읽고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보통의 우리나라 학생은 매일매일을 똑같이 살고 바빠서 오늘이 어땟고 내일 무엇을 할지 기대가 되거나 생각을 할시간이 없는 것 같다.이시에 나오는 사물들도 생각을 할수 있는지 궁급증이 생겼다.사람은 생각을 해서 다른 사물이나 동물과 다른것인데 오늘 무엇했는지 조차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사물이나 동물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들어서 이 시를 읽고 생각을 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 일요일 내일이 오지 않겠다 이 구절에서도 공감을 할 수 있었는데많은 사람들이 쉬고 싶어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이 구절에서 많은 공감을 할수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2018-06-01 13:36:30
    조성원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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