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광장

누군가와의 운명적인 만남의 순간. 어떤 사랑은 마치 교통사고와 같아서 언제, 누구와, 어떻게 맞닥뜨리게 될지 알 수 없다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쨍, 하고 라이트가 부서지는 순간 너와 나의 운명적인 만남이 시작되는 것이다. 누군가가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에, 내 마음에 훅 하고 들어오는 순간들이 있다. 그 때는 마치 마법처럼(거짓말처럼 잔디가 돋듯이) 그 사람에게만 하이라이트가 비춰진다. 삶에 쫓겨 정신없이 살다보니 잊고 지냈던, 그 만남들의 얼굴들이 떠오르는 하루이다.

• 2018-10-27 09:57:13

네가 어디에 있는걸까? 궁금하던 차에, 라이트가 깨지고, 팔이 부서지고... 요즘 드라마 여우각시별을 본 탓인지 교통사고가 났구나 싶었다. 네 몸 안에 있던 네 영혼이 아득하게 날아가고...엄청난 충격 후 세상이 고요해지고 몸은 서늘해지는데... 나는 거짓말처럼 네가 뛰어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아득함, 친구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는 느낌, 그것을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 나의 감각이 마비된 느낌... 그 순간 푸른 잔디 위로 흙투성이 신발을 하고 뛰고 있는 내 친구는, 내 기억 속 가장 행복해하던 친구의 모습은 아닐까? 그때의 그 기억 속에서 다시 만나고 있는게 아닐까?

• 2018-10-27 07:31:44

우리, 언젠가 다시 만납나요. 아니, 이미 만났습니다. 당신과 나는 태어나면서 한 병원에서 같이 울음을 터트렸고, 유치원에서 또랑또랑한 눈방울로 만났고, 중 고등학교 교정에서 함께 푸른 하늘을 이야기 하였지요. 당신이 있어, 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이렇게 한 직장에서 다시 만났네요. 그런데 당신은 홈런을 쳤어요. 라이트가 쨍, 하고 깨어지도록 나를 너무 세게 치다 보니 당신도 상처를 입었어요. 나는 당신 밖으로 아득하게 날아갔어요. 이미 나는 당신의 경쟁자가 아니어요. 나는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렸고 라이트에 눈이 멀었어요. 그 안에 당신이 있고 주위는 조용해졌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비가 내리듯 슬픔이 젖어 오네요. 왜 이렇게 외롭고 슬프죠! 당신은 무엇을 얻었나요. 존경을 얻었나요. 명예를 얻었나요. 아니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나요. 이제 당신의 친구였던 나는 없어 졌어요. 바깥은 거짓말처럼 푸른 잔디가 돋아났고, 당신은 또, 또 다른 나를 만나 뛰고 있네요, 붉은 흙투성이 신발을 하고,,,,, 나는 당신을 다시 만나고 싶어요. 처음 만났던 것처럼,,,,,,,

• 2018-10-25 00:22:39

일단 제목이 미래형으로 읽혔고, 그랬기에 희망적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나는 희망을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목이었다. 나는 이 시를 읽으면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엔딩 장면이 떠올랐다.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은 나중에 만날 것을 약속하며, 남자주인공은 미래로 간다. 이 시를 보고 그 영화가 떠오르는데에, 말괄량이 여자주인공이 뛰는 장면이 많이 나온 것도 한몫했다. '안'과 '바깥'의 이미지가 교차하면서 주는 '재회'의 이미지는, 역시 제목이 우리는 '만날 것이다'가 맞구나 싶다. '푸른' 잔디와 '붉은' 흙투성이 신발에서는 색의 대조가 주는 경쾌함을 느꼈고, 그 경쾌함에서도 나는 희망의 이미지를 얻었다. 그렇다면 만나게 될 '우리'는 누구일까? ..운명의 상대밖에 생각이 안 난다..내 운명의 상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뭘 하고 있을까, 나처럼 나를 궁금해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그러나 바래본다. 역시 우리는 만날 것이라고!

• 2018-10-24 18:19:35

사람들은 어떻게 관계 맺을 때 '만난다' 혹은 '만났다'는 표현을 기껍게 쓸 수 있을까? 대개 무언가를 보았을 때, 그 결과 저마다 관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고 믿을 수 있게 되었을 때인 것 같다. 하지만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는 인간의 오감을 현혹되기 쉬운 순서로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으로 열거하며, '시각'이 자극-반응 기제에서 가장 미혹되기 쉬운 감각이라고 여겨 왔다 . 그래서인지 이 시에서 '라이트에 눈이 멀었다'는 표현을 계기로 일어나는 일련의 변화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적 화자는 라이트에 눈이 멀고 나서야 주위가 조용해짐을 귀를 통해 감각하고, 바깥이 젖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렇게 최단 거리가 아닌 돌아가는 길로 '너'에게 더듬더듬 다가갈 때, 거짓말처럼 푸른 생명이 돋아나고 붉은 피가 흐르며 뛰는 것과 같이 이전에는 믿을 수 없던 생생(生生)의 사건들이 일어난다. 나와 맺는 관계, 타인과 맺는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종종 '봄'을 통해 '나'와 '너'를 이해하려 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그 관계를 다듬는다. 이러한 삶의 기술은 우리의 생존이나 안전한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거부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나'와 '너'에 대한 그러한 시선이 때로는 일종의 고정관념을 만들어 오히려 선한 의도를 무색하게 하거나 방해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가끔은 눈을 감고, 내 눈이 보아서 믿게 된 것을 의심할 수 있을 때, 거짓말로 치부해버렸던 일이 나의 다른 감각들을 일깨우며 우주처럼 소용돌이칠지도 모를 일이다.

• 2018-07-08 16:2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