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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 「외계로부터의 답신」

  • 작성일 2018-07-05
  • 조회수 6,042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강성은 시집, 『단지 조금 이상한』, 문학과지성사. 2013.




강성은 |「외계로부터의 답신」을 배달하며…



나의 말이나 마음이 누군가에게 닿기까지 50년쯤 걸린다면 얼마나 곤란한 일일까요? 26광년 떨어진 별에 사는 외계인에게 그쯤 걸린다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보다 가까이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멀어도 우리가 보낸 말들은 언젠가는 도착하긴 한답니다. 오늘밤 우리가 보는 안드로메다 은하의 별빛도 200만 광년 전에 우리를 향해 출발한 거래요. 아무리 오래 걸려도 결국 우리에게 도달한다니 희망적인 기분이 듭니다. 문제는 이 은하의 어떤 별들은 우리가 그 별빛을 볼 때쯤이면 사라지고 없다는 것이죠. 100만 광년 전에 별의 생애를 끝마치고 먼지로 돌아가 버렸으니까요. 따듯한 마음이 이렇게 느껴지는데 그 마음의 주인이 없다면... 사랑하는 사람들을 너무 멀리 두지 말아야겠어요.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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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0건

  • aperto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다 소리를 내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무척 재밌어진다. 책상 위에 흩어져 있는 볼펜들도 제각기, 휴대폰, 지우개, 머리핀도 뭐라 할 말이 많은 눈치다. 지금 자신들의 처지는 다 나의 탓이라고 투덜대는 것도 같고 잘 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도 같아 작은 불빛 아래 혼자 앉아 있음에도 이 공간이 수많은 존재들의 수다로 꽉 차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의 존재함이 흔적을 남기는 모든 것들로부터 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터인데 대부분 무심하게 외면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그들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들에 대한 나의 입장을 밝힐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도 괜찮다 말할 수 있으려나.... 소통이란 둘 사이에 오고갈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나의 입장입니다"라고 딱 잘라 말해버리면 그 길에 차단기를 내리는 행위가 되는 것은 아닐까....

    • 2018-11-11 16:49:48
    aper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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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의거울

    시를 읽으며 재미있었다. 이런 표현을 일상에서 한다면... 심각하게 볼 수도 있겠지 생각하다 웃음이 났다. 종교생활에 열중일 때는 신에게서 응답 받았다고 느끼는 일, 신의 계시구나 싶은 일들이 있었는데, 어쩌면 외계에서 온 신호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터스텔라에서처럼 우리와 외계의 소통이 다른 차원으로 이루어지는게 더 자연스러운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일상에서 지구까지도 생각하기 어렵고 지금당장 내 앞 일에 몰두해 있는데... 우주를 향해 시낭송회를 열었다는 것이 재미있고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 2018-11-11 08:21:54
    삶의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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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햇살토끼

    나의 세상 밖, 그 모든 것이 외계가 될 수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도, 나에겐 외계의 존재이다. 사랑에 빠지면 세상 모든 존재가 나에게 즐거움을 전해주고, 행복의 멜로디로 말을 건다. 하지만 때론 사랑때문에 나는 병들고 힘들어 지기도 한다. 이 시를 보면서 '500일의 썸머' 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사랑이 빠지면서 세상은 아름다운 뮤지컬의 한 장면이 되지만, 사랑이 끝나면서 세상은 모든 게 암울하게만 보인다. 비가 오고 폭풍우가 친다. 난 나의 외계로부터 행복한 답신을 받아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먼저 행복해야 하겠지? 그래야 외계에 있는 당신에게 행복한 메시지를 마구마구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나의 즐거운 메시지로 인해 나의 외계인이 오늘도 행복하길......

    • 2018-11-08 20:57:17
    햇살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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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이 시 참 엉뚱하다. 외계에서의 답신이라니.. 얼마나 외계에서 답신을 받고 싶었으면 이런 시를 썼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엉뚱한 시인 줄만 알았는데 시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하다.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죽지 않고'에서는 자신이 죽기를 바랬다는 소리로 들리고, '그런데 이상하지 나는 병들어가고'에서는 사랑이 잘못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여자가 외롭게 느껴진다. 외로울 때,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질 때, 우리는 없는 존재를 만들고, 그들과라도 교감하길 바라기도 한다. 그게 외로움을 이겨내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니다. 단호히 아니다. 없는 존재는 없는거다. 내 앞에 잡히는 실제만이 내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렇다고 외로움이란 게 쉽게 채워지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가 안타깝다.

    • 2018-11-05 21:26:11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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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나는 사람들 만나는 게 사실 싫다. 불편하고, 매순간 어렵다. 눈치도 많이 보이고.. 그러나 감수하고 지금은 여기저기 다닌다. 왜냐. 고립돼봤기 때문에. 그 무시무시한 고통을 견뎌야했기 때문에. 그게 무서우니까.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지금도 사람들 만나는 게 힘들다. 만나고 난 후 자괴감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만나고 나면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업되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나도 뭐 대단한 인간이라고 착각하며 고독한 생활을 견뎠지만 결국 보통의 인간인 것이다. 힘들고 어쩌고 한다해도 만나고 나면 그래도 결국 좋은거다. 여자에게 이 얘길 해 주고 싶다.

      • 2018-11-06 09:32:32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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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lm

      '외로움이란게 쉽게 채워지는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방법은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고, 가슴 아파하는 파라솔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서, 그래서 '방법은 분명 있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

      • 2018-11-11 13:21:52
      ba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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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담

    시를 다 읽고 밑에 있는 설명을 읽어보니 더 이해가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외계로 시 낭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흥미진진했고 그 메세지가 정확히 전달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정확히 수학적으로 계산해 놓았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시인의 표현력이 아주 멋있다. 그냥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는 일어날 수 없고 생각해내기도 어려운 것을 쓴것이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정말 우리의 삶에 갑자기 들이 닥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갑자기 다른 사고가 우리에게 발생할 수도 있는것이다. 하지만 이 시를 읽은 후에는 조금 과장시켜서 이미 외계인들에게 메세지를 보내놨고 다른 많은 시들도 전해질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미래는 외계생명체들로부터는 적어도 안전할 것 같다. 이 시를 가장 먼저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제목 때문이었습니다. 너무 흥미로웠고 우주세계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더 끌렸던것 같습니다.

    • 2018-11-05 15:36:28
    정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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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라솔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을 위해 시를 쏘아 올렸다는 것이 제게도 상당히 감명깊었고 흥분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해담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외계인들과의 교감을 특이한 순간들로 표현했다는 것도 참신하네요. 그리고 시가 외계인들에게 결국은 전해질 것이라는 확신과 그렇기에 그들과의 다툼은 없을 것이라는 기발한 상상! 너무 훌룽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의 뒷이야기를 해담님이 쓰셔도 될 갓 같은데요?^^

      • 2018-11-06 09:24:14
      파라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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