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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유리의 눈」

  • 작성일 2018-07-19
  • 조회수 8,487


[caption id="attachment_273042" align="alignnone" width="640" class="cente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작품 출처 : 강정 시집, 『귀신』, 문학동네, 2014.




강정 |「유리의 눈」을 배달하며…



우리는 태어날 때 예쁜 유리병 하나에 제 영혼을 담아서 세상에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환하고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유리병 속에 우리는 작은 새싹처럼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조심해도 유리병은 깨지기 마련이죠. ‘오 하느님, 왜 저에게 이다지도 날카로운 운명을 선물하셨나요?’ 시인은 이렇게 묻지 않습니다. 따끔거린다는 건 제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 병이 깨진 것은 외부의 충격이 아니라 안에서 제 스스로 밀어내는 힘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팔차원의 흉기로 변한 세계 속에서 난반사로 더 빛나는 ‘너’를 볼 수 있겠어요? 이 강건한 영혼은 만 마디로 반짝이는 색깔들을 볼 수 있을 만큼 멋진 인식의 눈을 가졌습니다.

시인 진은영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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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8건

  • 브러쉬

    뜬금없지만, 유리병의 둥근 형태를 떠올리다 자연스럽게 생각에 붙은 노래가 있다. ‘둥글게 모여 앉아/ 행복했던 작은 가게가 문 닫자/ 처음 눈물을 보인 너/ 나는 조금 놀라서/ 어색하게 웃었지’ (이상은, ‘둥글게’) 위의 시와 앞의 노래가 무슨 상관이냐고, 생뚱맞다고 핀잔받을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시에서 유리병이 변하는 모양을 슬로모션으로 지켜본 다음 노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하다보면, 노래 안에서 벌어지는 일과 시에서 나타나는 사건 간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두 노래와 시 모두 일상성에 균열이 간 순간으로부터 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지금 이 순간도 우리는 흔들림없이 견고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알다시피 일상 뒤에는 일상을 뒤흔드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종종 당황스러운 감정을 마주해봤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때가 바로 우리의 인식이 확장되는 순간이라는 것. 사물의 변화가 세계를 뒤흔드는 사건이 되어 내 앞에 있는 존재를 보게 하는 순간, 유리에 비친 네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게 일렁이는지, 시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이런 때 어떻게 유효해지는지, 유리병의 용도를 잊은 유리알들은 어떤 투명함으로 세계의 마디마디를 빚어내는지.

    • 2018-08-07 15:21:08
    브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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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04김성재

    처음엔 매끄러웠던 유리병이 깨지자 뾰족한 조각으로 바뀐다는 것이, 그리고 뾰족한 조각들을 이리 선명하게 표현한 작품이 나에게 무슨 생각을 주는지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어쩌면 표면적인 모습인 날카로움보다 난반사때문에 아름답게 비춘다는 것이, 자신이 표면적 타격으로 인해 모습이 바뀌어도 희망을 잃지않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 시의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하나의 형태에서 여러조각으로 나뉜다는것이 수많은 영혼이 빛나며 반짝거리는 모습을 잘 나타낸 것 같다. 내게 유리조각이란 무섭고 다치면 두려운 매체였지만 이 시로 인해서 어쩌면 관점을 바꿔보면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 2018-10-29 11:44:20
    11004김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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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재11018

    유리의 눈이라고 하면 누군가가 깨뜨려서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줄 수 있는, 그런 위험한 물건일 줄 알았는 데, 이 시를 읽어보니 단순히 날카롭고 흉기 뿐만 아니라 미지의 빛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런 다양하고 넓은 세계를 지닌 물건인 것 같다. 그리고 실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 어둠을 태양빛을 통해서 밝은 빛으로 바꾸어 준다. 이는 실명을 단순히 어둠과 앞을 보지 못하는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게 하지 않고 맣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모습과는 다른, 겪어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는 것과 실명은 빛을 잃는다는 것이 아닌 빛을 얻는다는 점에서 편견을 깨는을 보여주는 게 이 유리의 눈이라는 시이다.

    • 2018-10-29 11:57:37
    김우재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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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719최기태

    제목을 보고 매끄러운 유리를 생각해서 초롱초롱한 눈을 소재로 했나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첫 1연부터 내 예상이 틀렸음을 알았다. 1연은 '병이 깨지자'였다. 그것을 읽고 '유리의 눈'이라는 것이 이미지화가 되지 않았다. 유리는 분명 따끔거리는 것이고, 눈은 조금의 따끔거림에도 반응하는 민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를 계속 읽다 보니 깨진 유리에서 자기 자신의 내면을 표출하면마치 매끄럽고 둥글던 유리가 깨져서 천 마디 만 마디가 되어 더 반짝거리 듯이 더 멋진 자신이 된다는 의미가 읽자마자 바로 수긍할 수 있었다. 자신을 숨기지 말고 내 안에서 과감히 깨질 수 있는 능력을 정말 갖고 싶다.

    • 2018-10-31 09:49:46
    10719최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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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602김규민

    유리병이 깨지자 자잘한 유리알들이 되었다. 이 자잘한 유리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태양 빛을 난반사를 일으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유리알들은 조합하면 병이라는 무언가를 생성시키고 또한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는 잠재적이고 아름다움을 숨기는 것 같다. 이 특성은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끼리 서로 힘을 모아서 무언가를 한다면 단지 힘을 모은 만큼의 무언가가 아니라 더 큰 아름다움을 만들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자신이 옳다고 깨진 유리알처럼 발톱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동하고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작품이 말하는 점에 나는 깨달음을 얻어서 좋았다.

    • 2018-10-31 10:51:50
    10602김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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