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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안, 「가정의 행복」

  • 작성일 2018-08-16
  • 조회수 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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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김안|「가정의 행복」을 배달하며…



교과서에서 게젤샤프트(이익사회)와 게마인샤프트(공동사회)를 처음 배웠을 때는 헷갈리지 않았어요. 둘을 정확히 구분해서 시험문제에 정답을 쓸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는 모르나 봐요. 이 구분대로라면 당연한 일인데도 회사 동료들의 이해타산적인 모습과 나의 비굴함에 상처를 받습니다. 내가 그곳에서 다정한 마음의 연대를 꿈꾸기라도 했다는 듯 말입니다.
적지에서 철수하듯 집으로 달아나며 우리는 가정의 행복을 떠올려 봅니다. 그러나 돌아와도 무능하고 비겁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아요. 영혼이 전등처럼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아이의 뜨거운 이마에 손을 얹어보지만 이 손의 서늘함으로는 열을 식힐 수도 병을 고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자꾸 작은 이마를 걱정스레 쓰다듬고 이 별에서의 행복을 가정하며 무언가 시도하는 일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요?

시인 진은영


작품 출전 : 월간『현대시』 2018년 5월호.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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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2건

  • 10418최준서

    이 시의 제목을 보면 '가정의 행복' 이다. 제목을 처음 봤었을때 " 과연 우리 집안은 행복할까?" 라고 생각했다. 생각해봐도 난 별로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것같다. 평소 따뜻한 집안에서 생활하는 행복, 어머니를 볼 수 있는 행복, 아버지를 볼 수 있는 행복, 홀로 살아가지 않아도 되는 행복 등 내가 무심코 지나쳐 왔던 행복들이 많았다. 이 시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버려진 역사처럼 일렁이는 어제들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그런 수간들 마다, 어제는 투명하게 무지해가고 고통과 수난은 삿된 에티카를 만들어내겠지 영영'이다.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우리가 어제 뭘했는지 정확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아까 뭘 했는지도 모르겠는데 어제보다 훨씬 더 이전은 어떻게 기억할까이다. 우리 아버지는 자신의 아버지의 키 조차 기억이 안난다고 한다. 혹시 가정의 행복이 없었던 걸까? 정말 행복이 있었다면 자신의 아버지의 모든걸 기억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른 나이에 이런 시를 보고 다시 생각하게 해준 나는 행복하다.

    • 2018-11-05 10:07:46
    10418최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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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영주10809

    일단 이 시에 끌린이유가 가정의 행복이라는 제목에서 부터가 끌려서 읽게 되었고 시의 내용이 제목과 비슷하게 가족의 행복에 대해서 서술되어 있을 줄알았는데 "우리가 쌓아 놓은 마음의 시체"에서 부터 이글은 가족들이 서로 다투면서 고통을 표현한 글귀라고 생각을 하였고 우리 가족들도 살아오면서 서로 많이 싸워서 마음의 시체들을 맣이 쌓아놨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버려지는 역사들 처럼 일렁이는 어제를 기억해 냈을까"에서 서로 좋은 것 만 기억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우리가족들이 크게 싸웠던 기억도 이제 거의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18-11-05 15:47:18
    윤영주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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