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광장

삶의 마지막 어느 길목에서 생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시는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이 떠오릅니다. 백세주를 진통제 삼아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살붙이와 영원히 헤어져야만 하는, 또는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그 무엇과도 작별해야하는 심경은 어떠했을지......... 그리고 그 뒤에 죽음과 직면할 수밖에 없는 고통과 외로움은 어떠했을지.... 나 자신이 겪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한 가까운 친인척들의 현실적인 죽음은 처절함이었다. 죽을 수밖에 없는 혼자만의 고통과 외로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 그런데 또, 지금 나의 아버지의 마지막 삶의 고통과 외로움이 진행 중이다. “태어나지 말라, 죽기가 괴로우니” 삶은 고해의 바다라고 했던가.

• 2018-09-08 20:43:02

시를 여러번 읽으며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내 오빠가 첫월급으로 사 드린 시계를 막내 오빠집이 아니라 왜 막내딸 집에 두고 가셨을까...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아버지의 시간을 한번 상상해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맨 처음 큰 아들집을 방문한 듯 싶습니다. 그리고 그 큰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작은 아들....그리고 막내딸 집을 방문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삶의 훈장같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의 시계를 그제서야 풀어놓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편히 갈 길을 갈 수 있겠구나 하시듯이 말입니다. "그냥 둬라" 마음에 콕 박히는 말입니다. 막내딸은 아버지의 시계가 멈추지 않기를 바랬을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기를 바랬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시계의 멈춤에 대해 거부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기꺼이 벗어놓을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어느 날 딸이 저에게 언제 죽을 것인지와 어떻게 죽을 것인지 중 직접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어떻게 죽을 것인지를 선택하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시의 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이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내 삶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를 만났으니 이제는 남기고 싶은 물건도 생각해 보고 싶네요. 무엇이 좋을까요..

• 2018-09-08 21:13:41

1. 이 시를 읽고, (부끄럽게도 또) 펑펑 울었다. 최근 분가를 하며 아빠와 크게 다투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사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읽으면 늘 목이 메인다. 아침에 아빠가 전화를 하셨다. 내가 사는 곳 근처를 지나는 김에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무심하게 말씀하셨지만, 요며칠 빨래나 요리에 대한 질문을 하느라 엄마에게만 전화를 했지, 아빠에게 연락을 하진 않았던 게 생각나 죄송했다. 그러던 차에 이 시를 읽었다. 2. 시골 할머니댁 누렁이는 목줄을 채우지 않아도 자기가 가야 할 곳만 가고,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정확히 알았다. 그러던 어느날 누렁이가 방 안으로 들어와 나가지 않으려고 버텨서, '왜 한 번도 안하던 짓을 하나' 이상하게 생각하며 겨우 밖으로 내보냈는데, 그 다음날 누렁이가 죽었단다. 할머니는 눈감은 누렁이를 안고 펑펑 울었다고 하셨다. 누렁이는 평생 할머니의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따랐는데, 할머니는 누렁이의 마지막 말도 알아주지 못했다고. 누렁이는 직감하는 바가 있어서 그랬을까, 단순히 몸이 안좋아서 그랬을까, 아니면 우연일 뿐이었을까. 가능하면 순간, 순간 지금의 헤어짐이 영원한 헤어짐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만나고 헤어져야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3. 사랑하는 것은 쉽다. 그것이 사라질 때를 상상할 수 있다면. 열여덟 살의 11월에 나는 처음으로 그렇게 모든 것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단순히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 사실 때문에 사랑했던 것이며, 사랑하지 못할까봐 안달이 난 것이었다.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 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中

• 2018-09-09 16:55:18

'~했었는데' 하는 말은 지나간 사람에게, 지나간 장면에게 하는 말이지요. 왠지 이 말 뒤에는 쩜쩜쩜이 붙는 것이 어울립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왠지 모를 잔잔한 슬픔이 어려요. 아버지가 11시 39분 28초를 풀어놓고 가시고 나서야 시에 가득한 '~ 했었는데'가 멈춥니다. 아버지는 지나간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 없는 세상에 하루두번 꼭꼭 11시 39분 28초가 찾아오듯이, 아버지는 나의 공간에 , 나의 시간에, 보이지 않아 더욱 선명히 다가옵니다. 보이지 않고나서야 더 선명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어요. 누군가의 말처럼 부재로 자신을 증명하는 거죠. 그제서야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참 사랑했었는데'를 그가 없어진 골목에 뿌립니다. 아쉬움이 아프지만 또한 뒤돌아보면 '그랬었는데'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아요.

• 2018-09-09 23:45:41

이 시를 보면서 아버지와 그 아들이 전부 천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식때문에 밤에 제대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어났다 누웠다 하는데 마치 내가 비염에 걸렸을 떄와 비슷해서 더욱 공감 되었다. 몸은 피곤한데 자꾸 비염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일어나고 휴지로 막아봐도 계속 나오는 콧물때문에 코는 아파오고 만약 이 시의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 같이 공감을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싶다. 이 시가 다른 시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나와 같이 병때문에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잘때조차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는 사람. 이 시의 아버지처럼 고통받는 사람들 이 이 시를 읽고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 2018-10-31 13:3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