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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 「오리엔트 금장손목시계」

  • 작성일 2018-08-30
  • 조회수 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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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정끝별|「오리엔트 금장손목시계」를 배달하며…



아버지는 막내딸 집에 11시 39분 28초에 멈춰선 손목시계를 두고 가셨군요. 손녀딸들과 찍은 사진 몇 장, 밤새도록 들리던 심한 기침소리와 함께요. 사랑하는 이들이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애통한 마음이 끝이 없습니다. 그들이 더 따듯한 추억을 담고 갈 수 있도록 왜 더 잘 하지 못했을까 후회가 큽니다.
그러나 떠난 이들이 원했던 건 다른 것일지도 모릅니다. 천국에 챙겨갈 좋은 추억이 아니라 이곳에 깜빡 두고 가 잃어버릴 물건들. 아버지는 정말 아끼던 오리엔탈 금장손목시계를 딸 곁에서 분실하려고 기별없이 들이닥치셨어요. 주인을 잃어버린 물건들이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그 물건의 주인을 되찾아주기 위해서 말입니다.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정끝별 시집, 『와락』, 창비, 2008.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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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3건

  • 10211신수호

    시 안에서 아버지는 막내 오빠가 첫 월급으로 사드린 오리엔트 금장손목시계를 갑자기 막내딸 집에 들어와서 놓고 간다. 이부분에서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을 짐작할 있게 하여 나에게는 할아버지의 생각이 나게하는 장면이다. 할아버지께서 나를 많이 돌봐주시고 많이 챙겨주셨던 기억이 많아서 이 시를 보면서 할아버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또한 아버지가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듯이 막내딸을 찾아간 것을 보면 매우 현실적이면서도 애잔한 마음이 들고 슬펐다. 천식에 밤새 기침을 하신 아버지에 애잔하다. 불쌍해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이기에 더욱 슬프다. 멈춘 시계를 보면서 나는 시의 화자가 아버지의 마지막을 끝까지 간직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 2018-11-05 08:47:00
    10211신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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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18이준혁

    이 시적 화자는 아버지가 떠나신 11시 39분 28초에 아직도 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같다. 화자는 분명 아버지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하지 못 한 상태에서 보내드려 마음이 더 아플 것이다. 손녀딸들과 찍은 사진, '오리엔트 금장손목시계'. 이것들은 아버지에게 아마 소중한 의미 그 이상일 것이다. 그 시계를 풀어놓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아마 시계를 풀어놓고 감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느꼈을 것 같다. 아직 나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적이 없어 이런 시로나마 간접적으로 그 감정을 느끼는데, 이 시는 떠나보내는 사람의 마음만이 아니라 떠나는 사람이 무언가를 세상에 남기고 가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 주어서 인상에 깊게 남았다. 떠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두고 간 물건을 통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느끼기를 바랐을까? 아니면 자신을 기억해 주기를 바랐을까? 내가 훗날 떠날 때에는 무엇을 남기게 될 지 문득 궁금해졌다. 무엇이 되었던 간에, 그 물건을 통해 떠난 이와 보낸 이는 이미 깊은 결속의 관계 하에 놓여있을 것이다.

    • 2018-10-31 13:47:51
    10118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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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12안병규

    시를 읽으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화자의 아버지가 지신의 죽음을 알고 막내딸 출타 15년만에 자식들에게 찾아와 자고 간다고 하고 양품에 손녀딸을 안고 사진을 찍고 또 다음날 사진을 찍고....시에서 아버지가 해소 천식에 누우셨다 앉으셨다고 할 때 왠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시에서 아버지가 막내오빠가 사준 오리엔트 금장 시계를 11시39분28초로 맞추어 놓고 가셨다고하고 그 시계는 아버지의 유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시계가 아버지의 유품이 되었다는 부분에서 저의 큰할아버지가 생각나 시에 공감이 갔습니다. 또,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작식들을 찾아간 아버지의 심정이 이해되었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최근 읽은 시 중에서 가장 공감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시입니다.

    • 2018-10-31 13:40:11
    10112안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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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110박준성

    이 시를 보면서 아버지와 그 아들이 전부 천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식때문에 밤에 제대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일어났다 누웠다 하는데 마치 내가 비염에 걸렸을 떄와 비슷해서 더욱 공감 되었다. 몸은 피곤한데 자꾸 비염때문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면서 일어나고 휴지로 막아봐도 계속 나오는 콧물때문에 코는 아파오고 만약 이 시의 아버지가 살아있었다면 같이 공감을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싶다. 이 시가 다른 시보다 더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나와 같이 병때문에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하고 잘때조차 편하게 잠을 잘 수 없는 사람. 이 시의 아버지처럼 고통받는 사람들 이 이 시를 읽고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 2018-10-31 13:35:33
    10110박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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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추

    '~했었는데' 하는 말은 지나간 사람에게, 지나간 장면에게 하는 말이지요. 왠지 이 말 뒤에는 쩜쩜쩜이 붙는 것이 어울립니다. 좋은일이든 나쁜일이든 왠지 모를 잔잔한 슬픔이 어려요. 아버지가 11시 39분 28초를 풀어놓고 가시고 나서야 시에 가득한 '~ 했었는데'가 멈춥니다. 아버지는 지나간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 없는 세상에 하루두번 꼭꼭 11시 39분 28초가 찾아오듯이, 아버지는 나의 공간에 , 나의 시간에, 보이지 않아 더욱 선명히 다가옵니다. 보이지 않고나서야 더 선명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어요. 누군가의 말처럼 부재로 자신을 증명하는 거죠. 그제서야 나는 '그 사람이 나를 참 사랑했었는데'를 그가 없어진 골목에 뿌립니다. 아쉬움이 아프지만 또한 뒤돌아보면 '그랬었는데' 말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축복인 것 같아요.

    • 2018-09-09 23:45:41
    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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