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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구, 「사랑이 없는 날」

  • 작성일 2018-09-13
  • 조회수 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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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곽재구|「사랑이 없는 날」을 배달하며…



사랑이 없는 날은 불화하는 날, 반목하는 날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세계를 아름답게 만들려면 열렬한 사랑이 필요하다고 소란을 떨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랑 없는 날의 고요는 웬일인가요? 들끓은 마음 없이도 홍매화와 목련은 어울리고 은서네 피아노학원과 종점 세탁소 사이 집으로 가는 길은 정답군요. 무슨 병은 없는지, 별고 없으신지 간간이 소식을 묻고 전하는 마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기도 합니다. 시인은 그런 자유의 순간을 예감하는 것 같아요. 물론 ‘겨울을 이겨내는 봄’처럼 대립과 극복의 비유가 우리 삶에 불필요한 것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부정이든 긍정이든 세상을 무엇과 무엇의 관계 속에 잡아두려는 마음 너머에서도 무언가 아름답게 존재합니다. 승객을 다 내려주고 홀로 가는 버스와 홀로 눈 쌓인 언덕길과 저 홀로 빛나는 초승달처럼.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곽재구 시집, 『와온 바다』, 창비, 2012.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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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6건

  • 11115이준혁

    시인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의 추억을 기리고 그리워하며 그날을 기억하고있다. 이 시는 내가 지금보다 어렸을적 좋아했던 경험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점 때문인지 시가 더 와닿았고 마치 내가 시인과 같이 글을 쓰고 읽는듯한 느낌이 강하게들었다. 또 시 글 사이에서 순수한 시인의 마음이 보였다. 아직은 순수한 그런 갈대같은 마음 나도 예전처럼 다시 그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설레며 그 사람때문에 힘들어하는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않아 아쉬운점이 남아있다. 이 시는 정말 내가 보았던 시 중에서 정말 여운이 남는 시인거 같다. 이 시를 내친구들 가족들 그리고 여러사람들 이 댓글을 보고있는 당신에게 추천하고싶다.

    • 2018-11-05 12:00:06
    11115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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