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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노는 동안」

  • 작성일 2019-01-03
  • 조회수 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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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caption]




김소연|「노는 동안」을 배달하며…


십이월에도 오월을 생각하는 마음은 추운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상상하며 견디는 마음이겠죠. 심술궂은 겨울바람이 그 어여쁜 잎들을 다 떨어뜨렸으니, 너무 나쁘지 않나요? 시인은 “응, 그래서 좋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부서지고 땅과 섞여버렸기 때문에 그 땅의 힘으로 봄날, 새 잎이 단단한 가지를 뚫고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마룻바닥이 누군가 흰 무릎으로 기도를 올리는 아름다운 성소가 되기 전에 또 다른 기도가 있었어요. 더러운 바닥을 온몸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걸레질의 기도. 그러고 보니 이 시는 희망의 마음으로 시작되어 헌신의 행위로 끝이 납니다. 새해예요. 우리는 희망으로 1월을 시작합니다. 곧 뜨겁게 우리를 바쳐야 할 날들이 긴 마룻바닥처럼 펼쳐지고 있어요.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김소연 시집, 『i에게』, 아침달, 2018.



문학집배원 시배달 진은영

▪ 1970년 대전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교수
▪ 2000년 『문학과 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 저서 『시시하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 사회적 트라우마의 치유를 향하여』, 『문학의 아포토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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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1건

  • 은빛시

    일주일 동안 이 시를 여러번 읽었다. 하지만 전체 시에 대한 단상을 쓰는 것은 버거운 일인 것 같아서 내 맘에 들었던 부분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착한테... 나쁘지? 응, 그래서 좋아. " 왠지 나는 이 부분이 좋다. 나를 말하는 것 같다. 겉으로는 착하게 굴었지만 마음은 선하지 않았다. 심지어 나쁜 마음일 때도 많았다... 언젠가부터 어렴풋이 알아버렸다. 그런 내 마음을... 하지만 나는 나를 미워할 수 없었다... 심지어 좋아한다. "잎은 뚫는 성질을 가졌다. 봄에 대한 잎의 입장은 그런 식으로 증명되었고..." 이 부분도 좋다. 나는 해마다 봄이 되면 딱딱한 나무를 뚫고 그 연한 잎이 나오는 것을 보고 항상 신비롭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런 여린 잎이 좋았다. 그런 모습을 지닌 나무가 좋았다. 딱딱한 제 집도 뚫고 나올 수 있는 그 강한 여림... 마흔이 훌쩍 넘어 내 마음에도 봄이 오는가 보다.

    • 2019-03-26 22:33:56
    은빛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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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ra

    수렴과 응축의 계절인 11월의 맞은 편에는 화사하게 만개하는 5월이 있다. 밟혔던 나뭇잎들은 그 짓눌림을 뚫고 봄이라고 말한다 무릎을 받아주는 마룻바닥. 모두 내게는 대척을 이루고 서로 힘겨루기 하는 모양새이다 나는 나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나를 내가 지나치고 있다. 이제 그만 나를 만나주시지요?? 착한데.. 나쁜 그래서 좋다고 했잖아요~~

    • 2019-03-26 23:07:14
    h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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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산I

    11월에 5월을 생각한다는 마음이 무척 반갑게 다가온다. 이미 시간이 지난 이후 과거를 그리는 것. 이것을 젊음에 대한 회상이라고 보고 싶다. ‘지은 죄를 겨우 알 것 같은 나날이었지만 내 죄가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나날’은 내가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세상을 탓하고 철없이 굴던 젊은 날의 화자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앤서니 퀸이 나오는 옛날 영화에서 나오는 ‘착하지만 나쁜’ 여자 또한 화자 자신이다. 나에게 올바른 일을 하지 않고 잘못된 일만 일삼던 나, 그렇지만 남에게 상처를 주기 싫어하던 착한 나 등등...양면성을 가진 자신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 ‘비바람’은 세월이다. 비바람이 떨어뜨린 여자의 젊음이 바로 나뭇잎이 아닐까. 화자는 자신의 젊음을 밟으며 걸어간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잎에게도 입장을 부여한다. ‘뚫는 성질’이란 난관을 타개할 물질, 결국 의미없이 지나온 세월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어 마룻바닥에 미리 걸레질을 하고 거기서 기도를 하는 화자가 떠오른다. 차분한 마음으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 속에서 화자는 성장했고 ‘나를 내가 지나치고 있었다’라고 직접 언급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 그 지난 시간이 나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노는 동안’ 시간은 지나가고, 또 노는 동안 성장한다.

    • 2019-03-27 02:33:39
    한산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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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유리0

    5월이 정말 아름답기만 할까? 봄은 참 슬프다는 생각이 든다. 그 차디찬 겨울을 견뎌내고 땅 밖으로 단단한 나무를 뚫고 얼굴을 피워낸 풍경만을 우리는 본다. 그렇게 보이는 모습만을 보며 5월을 동경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11월은 나에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다.11월이 되면 나는 정독도서관이 있는 동네에 간다. 낙엽이 떨어진 그 여러가지의 색들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냈는지 그 잎의 짧은 삶의 여정을 보여주는 것 같다. 상처 찢어짐 검은 점들을 비롯하여 모든 그 모습 자체로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색으로 땅에 내려와 마지막을 받아들인다. 시인과 나는 어쩌면 다른 시선에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계절은 시인과는 다르기에... 이 글을 남겨본다. 나는 ‘십일월에도 오월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보다는 오월에는 오월을 십일월에는 십일월을 느끼며 살고 싶다. 헛된 기대나 바람 없이...

    • 2019-03-27 11:40:53
    바다유리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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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놀

      저도 오월에는 오월을 십일월에는 십일월을 느끼며 살고 싶네요.

      • 2019-03-27 12:34:54
      지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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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놀

    이번 시는 주중 내내 읽고 읽고 읽어도 이해가 안되서인지 뭐하나 떠오르는 생각도 감상도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ㅜ ㅜ 시간이 좀? 아니 많이? 지나서 다시 읽으면 그땐 떠오르는 단상이 있을까요?

    • 2019-03-27 12:33:09
    지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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