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노는 동안」
- 작성일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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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노는 동안」을 배달하며…
십이월에도 오월을 생각하는 마음은 추운 계절에 가장 아름다운 계절을 상상하며 견디는 마음이겠죠. 심술궂은 겨울바람이 그 어여쁜 잎들을 다 떨어뜨렸으니, 너무 나쁘지 않나요? 시인은 “응, 그래서 좋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떨어진 나뭇잎들이 부서지고 땅과 섞여버렸기 때문에 그 땅의 힘으로 봄날, 새 잎이 단단한 가지를 뚫고 나올 수 있을 테니까요.
마룻바닥이 누군가 흰 무릎으로 기도를 올리는 아름다운 성소가 되기 전에 또 다른 기도가 있었어요. 더러운 바닥을 온몸으로 문지르고 다니는 걸레질의 기도. 그러고 보니 이 시는 희망의 마음으로 시작되어 헌신의 행위로 끝이 납니다. 새해예요. 우리는 희망으로 1월을 시작합니다. 곧 뜨겁게 우리를 바쳐야 할 날들이 긴 마룻바닥처럼 펼쳐지고 있어요.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김소연 시집, 『i에게』, 아침달,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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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1건
십일월 상실을 경험하며 오월을 생각하는 마음은 안온하고 찬란했던 계절을 떠나온 때늦은 후회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십일월에 있는 이유가 있음에도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 없는 작은 존재가 할 수 있는 거대한 운명에 대한 들리지 않는 저항의 울부짐인지도 모르겠다.. 파릇하고 화려했던 그 시절을 알면서도 몰라봤던건 어리석음일 수 있으나 죄가 될 수는 없다.착하다 하나 나쁘기도 하며 온 계절을 더 깊이 알아가는 게 아닐까.. 착하기만 했다면 영원히 오월을 알면서도 몰라봤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십일월에 깨어 어리석음의 고통으로 기도하지 않았다면 오월처럼 내 고통을 그대로 마주해주었던 소중한 마룻바닥과 걸레질의 입장을 어찌 이해할 수 있을까.. 십일월은 어쩌면 오월의 또 다른 동경일 수 있다.. 십일월에 오월을 생각하는 이 한 생각에서 지금을 배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