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숙, 「초혼招魂」
- 작성일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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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행숙|「초혼招魂」을 배달하며…
새해가 될 때마다 가지고 있던 것을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곤 했습니다. 나만의 요정, 혹은 순수한 꿈을 잃어버릴까봐 자라기를 거부하는 아이가 항상 내 속에 있었죠. 스무 살부터는 서른 살이 올 것 같아 두려웠어요. 최승자 시인이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삼 십 세」)라고 노래했던 뻔뻔한 얼굴의 서른 살이 무서웠습니다.*
세월이 자꾸 흐르니까 잃어버린다는 것은 잊어버린다는 것의 다른 말이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했었던 누군가에 대한 기억을 잊고 좋아했던 사물들과 장소들을 잊고 가끔은 내 존재도 까맣게 잊어버려요. 그렇지만 너무 겁먹거나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고 시인은 말해줍니다. 떠나간 사람들의 얼굴,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는 물건들, 그리고 우리의 꿈들이 앞뒤를 모르고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우리를 찾아오거든요. 장롱 밑으로 굴러 들어간 연필처럼 어느 날 불쑥! 이곳에서 우리가 함께 읽었던 시들도 그러하기를 기대해봅니다.
* 최승자, 『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 지성사, 1994.
시인 진은영
작품 출처 : 김행숙 시집, 『1914』, 현대문학,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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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7건
힘드셨죠? 외로우셨고요. 저도 한 몫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더랬죠. 그래서 어느 순간 잊으려고 했나봐요. 그래도 나는 그러지 말았어야했는데... 알 것 같아지니 잊혀지네요. 당신의 푸름과 붉음과 어둠이 저의 초록으로 노랑으로 분홍으로 번집니다. 잊으려다 잃어버릴 뻔한 기억을 다시 불러볼게요. 차가운 진실보다 따듯한 착각이 좋으니 나만의 기억으로 다시 칠해볼게요. 괜찮으시죠?
나 여기 있는데 너는 늘 다른 곳을 보느라 바쁘구나.. 가끔 네가 궁금해서 똑똑.. 잘 있냐고 물어봐주면 늘 여기에 너와 연결되어 있다고, 네 안에 살아있다고 말해주곤 하지 아무때고 깊은 숨과 고요한 평화를 찾아 내게로 오는 소중한 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