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한계령」 중에서
- 작성일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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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출처 : 양귀자 소설집 『원미동 사람들』, 352-355쪽, 쓰다, 2012년.
양귀자 │ 「한계령」을 배달하며…
이십 오년 만에 고향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밤무대 가수가 된 그 친구에게 공연을 보러 오라고 초대를 받는다면? 어떤 이는 한달음에 뛰어가 옛 친구와 반갑게 상봉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스스로도 이유를 알 수 없기에, 간다만다 딱 부러지게 밝히지도 못하고 재회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합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열여덟 살이었습니다. 두 친구가 언제쯤 만나게 될까 조마조마하던 기억이 납니다. 결국 나이트클럽을 찾아가고서도 먼발치에서 노래만 듣고 돌아서는 인물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이 소설을 다시 펼쳐 읽습니다. 이십 오년이 더 지났습니다.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더듬거리고 있는 내 앞으로 한계령의 마지막 가사가 밀물처럼 몰려오고 있었다’는 구절 앞에서, 이제 저는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합니다.
소설가 정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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