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왜가리 클럽」 중에서
- 작성일 202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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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왜가리 클럽」을 배달하며
모든 존재는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왜가리가 부리를 내리꽂아 은빛 송사리를 낚아채듯, 우리에게는 삶의 한 순간을 잡아두기 위해 온 마음을 모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걸거나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언제나 성공만 하는 건 아닙니다.
아무리 몰두해도 어느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뭔가 낚아챘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면 그저 요란하게 물만 튕긴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의지를 다잡고 시작한 일이 결국에는 실패로 끝나는 것도 자주 겪습니다. 뜻을 이룰 때보다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상할 때가 더 많고요. 그러다 보면 본래 간절히 바라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헛갈리기도 합니다.
누군가 삶에 집중하는 순간을 곁에서 지켜보노라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너그러워집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힘을 다해 응원하고 싶어지고요. 우리는 모두 그런 마음으로 누군가를 응원하고 그런 응원으로 위로받았던 순간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들 때문에 아무리 큰 실패를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어도 다시 마주 보며 웃게 되는 것이겠지요.
올 한해, 여지없이 최선을 다했지만 뜻대로 안 되어 마음이 작아진 여러분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가까이에서 묵묵히 지켜보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내년에는 더 큰 힘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소설가 편혜영
작가 : 이유리
출전 : 『브로콜리 펀치』 (문학과지성사, 2021)
책 소개 링크 : 문학과지성사 https://bit.ly/3bD56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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