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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커피

  • 작성자 기능사
  • 작성일 2024-11-29
  • 조회수 358

미지근하게 식은 커피를 반이 약간 넘게 마시다가 조용히 내려놓는다. 꾸르르륵 거리며 내려가더니 이내 위가 쓴맛에 녹아가는 기분이다. 


뭐가 잘못되었나? 


쓰린 속을 부여잡고 사약이라도 마신  멍하니 등받이에 녹아내릴 듯이 기대 버린다. 


설탕을  넣어서인가, 


에스프레소만 내린 캡슐커피에다 우유를 넣어서 그렇나? 


뜨겁게 호호 불며 마실걸 시간  아끼자고 제대로   내리고  우유를 부어 마셔서 그렇나? 


그런들 저런들 무슨 소용인가 


무지막지하게 강한 염기의 쓴맛- 


무슨 장이  녹을 듯한 맛이다. 


벌떡 일어서서 식어가는 커피를 버려두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제는 슬슬 학교  준비를 해야지. 


그러나 여전히 배속은 녹아버린 유기물 수프가 꿀렁되는  좀처럼 상쾌히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여기 여차! 하며 가방을 둘러매고선 동생들을 잡아끌고 길을 나선다. 해는 그나저나 마중 나올 생각도 없는  같다. 붉은빛하나 없는 침울한 아침이란 참... 


우산을 폈다. 


그러나- 


구름   없이도 비가 살살 내려오는  새벽에 


  덩이들이 바람에 식어간다. 


아. 


눈이 왔었지. 


 그래, 


눈이 왔던 것이다. 


이틀 전만 해도 귀찮은 몸을 끌고 나와 내던졌던  눈이다. 


하아. 


눈마저도 식어가는  차디찬 새벽에  속을 녹일대로 녹여버린 커피마저 기분 나쁘게 무덤덤한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정말이지 엉덩이가 아프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냅다 찧어버렸다. 


 생일마저 품었던 친애하는 11월에게도 나는 이제 다음을 고해야 했다. 다음에 만날 때는   좋은 인간이 되어서 앞에 서겠노라고. 


그러나, 


해마다 보아왔던  묻은 눈들이 괜히 가슴을 찡하게 한다. 


얼마나 사랑했던가 


 유년을  주고도 사랑할 듯싶었는데... 


뚜벅뚜벅 흥겹게 걸어간다. 


커피에 녹아내린 것은 차라리  장이라기보다  눈이었을 것이다. 


밟는 것조차도 두려웠던 소년의 눈에 커피를 뿌려대다니 


이런 낭패가 있나. 그렇지만  어쩌겠나. 


소복이 쌓여있는  위에 진리가 있을  알았는데 말이지. 




묻을  조차 없는 나의 시체들을 열심히 발로 쳐내며 걸어간다. 


12월의 눈도 사랑해야지.

하지만 


첫사랑만큼 사랑하진 못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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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병운

    안녕하세요, 기능사님. 커피에 대한 호기심 어린 애정과 눈 쌓인 풍경에 대한 우수어린 감상이 전해지는 글이었습니다. 최근에 기능사님의 일상에 '커피'와 '눈'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 아닐까 싶었고요. 다만 제게는 '커피'와 '눈'이 하나의 글 안에서 긴밀하게 조응하거나 연결되지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커피'는 커피대로 '눈'은 눈대로 존재할달까요. "커피에 녹아내린 것은 차라리 내 장이라기보다 저 눈이었을 것이다. " 같은 문장으로 잇기를 시도해주신 듯한데, 그것이 의도한 만큼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왜 커피와 눈이 하나의 글에서 다뤄져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주는 작업이 아마도 이 글의 의미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 2024-12-11 21:32:50
    김병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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