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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초입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2-11
  • 조회수 605

터벅, 터벅

손톱에는 핑크, 발톱에는 노랑

메니큐어를 진하게 바른 처녀가

사뿐히 진한 발걸음으로

다시 찾아왔네


차가운 바람은 그녀의 기침

봄 처녀의 걸음마다 콜록 거리는 기침

손으로 본인의 입을 가리니

뿌연 노랑색 하늘


어가

자리 잡네

겨울 총각의 시신인

흰 눈가루 위에


겨울 총각의

시신을 하늘에 날려

새들에게 먹여준다


새들은 시신을 먹으며

또 다른 겨울 총각이 있는

그 곳으로 달려가고


새들의 바람짓과

겨울 총각의 작은 뼈가루가

작년의 마지막을

올해 처음으로 마무리하네


봄처녀 그 가루들

하나, 둘

모아 움큼


세상의 아침은

봄 처녀의 최예음식

델리만주의 슈크림


고소한 향기로

자고 있던 짐승들 기지개를 편다

꽃들은 얼굴을 내밀고

벌들과 나비로

아이 낳기를 준비한다


겨울 총각의 시신에 묻어버린

학교의 종소리


벚꽃의 핑크 메니큐어와

개나리의 노랑 메니큐어가

시신의 세상을 녹여

종소리의 녹슴을

날려버린다


아이들의 가볍고 진한 발걸음

봄 처녀의 기침과 누런 팔을

핑크색, 노랑색, 보라색, 파랑색으로

옷을 꾸며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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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눈사람

침대 위에서 눈을 떴을 때 내 머리는 검게 익어 있었고 이마에는 얼음주머니가 놓여 있었다어제 내린 비는 창문에 고여 있고물방울이 떨어져내 목 안에 가래를 남긴다목감기가 걸려 있다창문 밖에서 아이들이 물웅덩이를 밟고첨벙 물을 흩날린다바지가 젖은 듯 바지 밑단을 잡으며침대가 젖어있다목 수건에 아이들의 침이 묻어 있다침대를 적신 공기는 베개 위에 자국을 남기고열이 녹아 이불 속을 땀으로 적신다열린 창문 사이로 어제의 비가 퍼져함께 놀았던 친구가 케이크 케이스를 들고 들어온다함께 있었던 친구를 향해 바지 밑단을 접고 다가간다목감기는 좀 괜찮아?케이크 케이스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꺼내고머리가 탄 내 몸 위에 친구가 장갑을 끼워주고생일 축하해침대 위에서 아래로 자란 모습으로 성냥을 촛불에 놓았다(자신의 숨소리를 태운다)촛농이 케이크 안으로 떨어지고창문 밖 아이들은 웅덩이 놀이를 하고목 수건은 가래로 흥건하다이제, 집에 돌아가자뭉쳐지지 않는 눈을 바닥에 놓고물놀이를 그만하자눈놀이를 그만하자창밖에서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아이스크림 케이크가 녹아간다 친구는 내 머리에 모자를 올려주고장갑 사이로 친구의 숨이 들어가고링거액이 내 몸으로 흘러 돌아간다친구가 돌아간다케이크 케이스 안에서 땀방울 하나가 첨벙 검은 자국을 내 목에 남겼다 함께 있던 눈사람이 익어갔다포장된 상자에 붙은 모습으로

  • 송희찬
  • 2025-06-18
먼 곳으로 여행하기

열 여덟의 여름에 발이 더러워졌다 모래와 흙이 놀이터에서 끝나지 않고 신발 속에서 몸이 터지며 따라온다 친구들이, 한 줄로 서서 움직인다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우리의 출발지는 가까운 곳이고 놀고 있는 놀이터고 우리의 정착지는 먼 곳이고 뿌연 창문 사이 보이는 지하터널이고 언젠가부터 모래가 비에 젖어, 어린 나처럼 내 발에 붙어 다닌다 기차 출발하기 전에 몸을 움직여야 잡히지 않는데 {몸이 일어나야, 욕먹지 않는데} 문 사이를 통과하기 전까지 내 물음을 모래에 기입 한다 신발에 묻은 모래를 몸으로 짓누른다 먼 곳으로 향하는 열차가 곧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정거장 하나를 지나고 먼 곳에서 출발한 열차가 가까운 곳을 향해 가까워졌다 나는 몸을 일으켜, 전철을 향해 다가간다 발을 문틈에 넣어 문에 물을 묻힌다 탈선으로 향한다 발을 문틈에 넣지 말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문이 닫히고 더러워진 발이 무릎까지 퍼진다 또 넘어졌다 열여덟의 여름에는 장마가 심했고 어린 내가, 물에 젖어 있고 빨리 잡혀, 멈췄다 탈선했다 나와 친구들은 탈선하는 여행을 했다처음 가는 곳으로 더러워진 것을 떠나며 모래 위를 돌며 기차놀이를 한다 모두 한 줄 위에서 먼 곳으로 떠나고 그 자리에서 탈선하고 어린 모습을 밟으며 즐긴다 나를 달아난다 어린 나를 놀이터에 버리고 나는 탈선한 뒤 기차로 먼 곳으로 향한다 어린 나는 놀이터에서 터널로 이동하고 내가 탄 기차는 어두운, 정거장을 지나고 끝 칸에서 앞칸을 향해 나아간다

  • 송희찬
  • 2025-05-30
여름 타임 내리기

조명이 시들어 간다전기를 많이 썼다아침 날씨는 구름이 없고저녁 날씨도 구름이 없고응급 대기실 창문에 물만 묻어 있다응급 검사실 들어가기 전 몸을 닦고구름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고나는 가만히 제자리를 닦는다안쪽 문을 씻긴다창문에 스크레치가 나고위에서 아래로 유릿가루가 내리고몸이 붉어진다이번 여름은 구름이 많고축축하게 추워창문 밖으로 응급 검사실로 들어오는 사람들반팔에 외투 입고 물을 맞는 조명들불빛이 아래로 떨어지고밖이 흐려진다검사실에 들어간 사람들이 나오고응급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가만히 제자리를 닦고떨어지는 모습을 기다린다창문 밖에서 물이 몸을 따라가고조명 머리에서 말라가고스크레치 난 유릿가루는 내 몸에 박힌다건물 밖으로 불빛이 퍼져간다빛이 낭비된다소프트아이스크림이 녹았다구름이 유리 조각 사이 붙고피부가 갈라진다내가 아래로 떨어진다내려갈수록 빛은 썩어갔고머리는 마르지 않고시든 모습으로 검사실에 들어가우산 쓰고 밖을 걸어 다닌다

  • 송희찬
  • 202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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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오

    안녕하세요, 김선오입니다. 송희찬 님의 <봄의 초입> 잘 읽었습니다. 계절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처녀'와 '총각'을 등장시키는 것은 다소 낡은 방식입니다. 성별 이분법적인 단어들을 사용하기보다 언어를 새롭게 씻긴다는 마음으로 시를 다시 써보아도 좋겠어요.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

    • 2024-03-10 17:23:20
    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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