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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어느 시인의 자선 사랑시] 기화
시집 『글로리홀』. 《문장웹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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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기획 시가 비평에게, 비평이 시에게
시가 비평에게, 비평이 시에게 조연정 내 손이 어색하게 움직여도 너라면 충분히 너의 이야기를 쓸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신해욱, 「보고 싶은 친구에게」 1. 옥타비오 파스(O. Paz)는 모든 시편(poem)은 가능성일 뿐이라고, 그것은 독자나 청자를 만날 때에만 활력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적인 것은 시편이라는 형식을 통해 서서히 일어설 수 있으며, 결국은 독자와 더불어 완성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편의 시 작품은 최소한 자신이 품고 있는 시적인 것을 모조리 방출하기를 원할 텐데, 그것은 독자 없이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적인 것을 완성하려면 시와 독자는 사랑과 믿음으로 서로에게 기대는 사이좋은 연인이 될 필요가 있다. 온몸을 내던져 서로에게 구애해야 하는 것이다. 이때 비평가는 무엇을 하는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비평가는 시와 독자의 열정적 만남을 위해 시를 독자에게, 또 독자를 시에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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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 문장웹진 > 소설 우천 시 다이빙
"누구세요?" 내가 묻자 약간 황당하다는 투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직원입니다." "전에 근무하시던 분은 어디 가셨죠?" "어떤 분 말씀하시는 거죠?" "김호 씨요." 아아, 김호 씨. 손이 아래위로 흔들렸다. "그분은 다른 지점으로 전근 가셨어요." "전근이라니요? 갑자기 왜…… 어디로 갔죠?" "그건 회사 기밀이라서요. 함부로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시간이 다 지나서 투입구가 닫혔다. 나는 다시 화면을 터치해 현금 투입구를 열었다. 그 새까맣고 다부진 손이 재차 드러났다. "어느 지점으로 갔는지만 알 수 있을까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다시 현금 투입구가 닫혔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간 화면 앞에서 가만히 있었다.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빗방울은 어느새 두꺼워져서 쏟아지듯이 내리고 있었다.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날씨 때문인가. 현금인출기는 계속해서 웅웅거렸다. 이곳과 바깥이 마치 다른 세상 같았다. 은행 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