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작성자 위다윗
- 작성일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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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450
가시덤불 밭을 뒹굴다
우연히 움켜쥔 장미꽃을 바라봅니다
오 하느님 제게 사랑은 고통입니다
푸른 하늘을 고개를 들어
마쉬어 봅니다
이 하늘이 노을로 바뀌기 전에
그대가 내게 답장을 보내준다면
얼마나 황홀할까요
집으로 가는 길 중 더 먼 길을 택했습니다
숲 속에서 이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로 떳떳히 서서
당신의 유난히 힘든 날
든든한 그늘이 되고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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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로미오,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히네네 입술이 2년전 그랬듯이안녕 로미오, 나는 너가 줄리엣의 것이 되는 것을 바라만 보았어누가 보아도 잘 어울리는 결혼이야 로미오, 로미오, 로미오너의 이름은 마치 장미를 영어로 부른 이름 같아너무 붉게 물들어 그게 사랑인지 죽음인지 알 수 없을 정도야 로미모, 로미오, 로미오그 모든 일이 지났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했던 그 밤을 기억해주겠니? 너는 나와 거울앞에서 사진을 찍으려했어그게 너와의 마지막 사진이 될 줄은 몰랐지나의 두 손은 너의 온도를 느꼈고너의 두 눈은 나의 형체를 읽었어 너의 야윈 몸은 한숨을 쉬고 있었어속에선 뼈가 녹는데도 모든 힘을 짜내 웃고 있었던 너, 이젠 천국에서 편하게 웃으렴 로미오, 너로 인해 우는 이 소리가 들리니? 줄리엣이 너의 무덤을 껴안고 눈물을 쏟고 있어비록 너는 너무 이른 나이에 우리를 떠났지만 너를 너무도 사랑했던 이들이 있었음을 잊지마 사랑하는 로미오, 천국에서 꼭 다시보자, 그때는 난 더이상 죄인이 아닐거야
- 위다윗
- 2025-01-07
태양이 오늘아침 지구에게 돌아왔듯 너도 나에게 그럴줄 알아나의 손을 꽉 쥐었던 봄의 온기가 이 처량한 겨울만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도. 반짝이는 두 눈에서는 영혼의 고결함만이, 움직이는 몸에서는 달리는 백마의 품격이,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너를 신격화했는지나는 너의 입이 욕설을 토할때도 그 입술에 입을 맞추었고너의 다리가 달리다 넘어졌을때는 그 흘려진 피에 내 손을 적셨어 내가 이제까지 얼마나 너를 구하려 했는지 가장 소중한 추억을 끄집어내려다 가장 괴로운 후회가 돌아와너가 돌아오려면 아직도 수많은 밤들이 남았구나 너의 바보같은 얼굴이 더이상 기억나지 않아, 너 말대로 난 널 사랑한 적이 없었던 것일까? 너와 나는 온세상의 법칙과 자연의 이치 따위를 거부했지우리의 밤은 돈 잘버는 변호사들의 낮보다 나았고우리의 전화는 길잃은 연인들의 모텔에서의 애무보다 깊었어 한밤중 악몽에 내 얼굴이 등장할때너는 잔뜩 겁에 질려 출구가 없는 골목을 죽도록 뛰어그리고는 결국 나의 두손에 수갑이 채워지며다시 의식이 돌아오지 너가 무의식의 바다를 수영할때면매번 나는 의식의 칼바람을 견디며 이불속에 나를 잠수시켜숨을 쉴 수가 없이 모든 물이 나의 모든 몸의 구멍으로 들어가한숨의 농도가 안개만큼 짙어지면 그렇게 밤은 끝나크리스마스 조명이 밝게도 밤을 물들고어린아기예수 캐롤이 행인들의 귀속에서 응애하고 울어댈때내게는 아직도 너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아 메리 크리스마스는 아직 너없이 메리하지가 않아 이제까지 나는 너에게 피를 빨아먹는 박쥐였을지도너를 향한 그리움이 있을리는 없으니너의 피에 대한 그리움일지도 몰라그러나 솔직히, 내가 너를 다치게 했다면 그건 너가 다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어나는 너가 원한다면 동전도 털어 모두 바쳤을테니 나의 기억속 그대, 나는 너에게 이제 사랑하지도, 고맙지도, 미안하지도 않아요 그저 신비한 사랑의 와인을 너라는 포도주에서 마신 것을 후회해 우리는 졸업식 포옹처럼 사랑하고 너는 금방 학교를 졸업하듯 사랑도 졸업했으니 나는 이제 다른 포도주를 마실테니너는 배가 터지도록 콜라를 마시렴태양이 오늘아침 지구에게 돌아왔듯 너도 나에게 그럴줄 알아 나의 귀를 간지럽혔던 새소리가 이 잔인한 겨울만 지나면 다시 돌아올 것도.
- 위다윗
- 2024-12-24
열두살 나는 가을이 오면 무언가 씁슬했어친구들은 들판에서 술래잡기를 하는데 난 마치 죽음이 나와 술래잡기를 하는 것 같았거든웃음소리와 신발이 흙에 닿는 급한 발소리 대신정적이 흐르는 고드름같은 경직의 잡기놀이나는 너무 혼란스러워나는 너무 혼란스러워계속 그래왔던 것 같은데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어들판은 넓고 골목은 좁은데 문제는 둘 다 출구가 없다는 것밤이 다가오면쉽게 깨질것만 같은 미소가 피어올라와아니면 곧 바람에 꺼지기 직전까지고요한 애원을 그치지 않는 촛불처럼내가 힘겹게 일구어낸 이 추억이 잊혀지지 않기를 기도해영어로도한국어로도방언으로도헛소리로도격식으로도할 수 있는 언어를 주워담아 이 커피잔안에 일어지는 폭풍을 단어로 바꾸어보지만,결국 언어는 허상이라는 사실앞에계란이 돌에 깨어지듯차분하게 깨어진다너가 없어서이렇게 깜깜한가생각이 들었지만돌아보면 너가 있을때도밤은 깜깜했어깊은 어두움안에어떤 짐승이 숨어있을지나는 소리를 지르며 짐승의 이빨이 내 손을 물기 전 그의 목구멍에 칼날을 집어넣고 싶지 않아나는 사나운 용사처럼 깃발을 높이 올리고 원수에게 죽기살기로 달려가고 싶지 않아내가 그저 원하는 건내가 그저 원하는 건내가 정말 원하는 건어두운 공원산책에서 맞잡은 엄마의 손,산길을 오르며 걸어잠가 놓은 온갖 비밀들을 담아내는 아빠의 귀,다섯살 내가 그랬듯엄마아빠 손바닥의 면적을구석구석 매만지며 잠에 들고 싶어그렇게 자다가 꿈을 꾸면더이상 죽음은 내게 달려오지 않고내가 주님께 달려갈테니주님은 두 팔을 벌리고 계실거야
- 위다윗
- 2024-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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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리윤입니다. 위다윗 님의 <산책> 잘 읽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절절한 심정이 잘 드러나는 글이지만, 비유가 다소 상투적이라 절절함이 잘 와닿지 않아요. 월장원 게시글의 추천 콘텐츠를 비롯해 최근 출간된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읽으며 현대시의 문법을 익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길 :)